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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허버트사이먼
2007/11/10   결과의 논리, 적당의 논리 [7]
결과의 논리, 적당의 논리
팝콘을 좋아해서 전자렌지 팝콘을 한 달에 열 봉지 정도는 먹는 것 같은데... 팝콘 굽는 노하우를 한 수 배운 덕에... (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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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March와 Herbert Simon이 공저한 『조직론Organization』 서문을 보면 조직은 두 가지 “행동논리”, 즉 결과의 논리(logic of consequences)와 적당의 논리(logic of appropriateness)를 따른다고 한다.

결과의 논리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의사결정과정이다. 일단 가능한 모든 방법을 나열한 후 장단점을 따져서 어느게 제일 나은지를 판단한 다음 제일 낫다고 생각되는 것을 택해 행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늘 결과의 논리를 따라 판단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흔히 사용되는 판단 중에 전혀 다른 방법이 있다.

적당의 논리는 앞서 말한 결과의 논리와는 전혀 다르다. 문제를 만나면 평소에 자주 접한 친숙한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한 후, 그 유형에 늘 하던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험, 역할, 제도, 전문가적 지식 등이 이용되며, 판단은 주로 조직의 업무규정이나 개인적 경험에서 적당한 기억을 찾아내는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그거라면 XX가 잘 아니까 그에게 부탁하자" 같은 식이다.
이러다 혹시 그 방법이 실패하면, 그 다음으로 비슷한 유형을 찾아 나서게 된다.
"XX도 모른대? 그럼 YY에게 한번 물어봐!"

적당의 논리가 적용될 때 발생하는 특징적인 전략으로 충분(satisficing=satisfy+suffice)의 원칙이란 게 있다. 즉 낙제점을 정해 놓고, 주어진 보기를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검토해 나가다가 제일 먼저 낙제점을 넘긴 보기를 고르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보기가 제시되는 순서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낙제점 < 60
1) 55점
2) 60점
3) 90점
4) 75점

이럴 경우, 결과의 논리를 따르면 답은 3)이겠지만 적당의 논리를 따른 선택은 2)가 된다.

적당의 논리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routine work)를 큰 실수 없이 (그리고 큰 고민 없이) 처리하는데 아주 적합하며, 무의식적으로 아주 널리 사용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관료적인 조직을 상대하다가 그 완고하고 비효율적인 일처리에 진저리를 치게 된 적이 있을텐데, 그 원인을 캐 보면 대부분 이 적당의 논리가 뒤에 자리잡고 있다. 민원인 개개인의 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적당의 논리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전략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골치아픈 것은 조직이나 프로세스가 복잡해서 적당의 논리를 여러 단계 거칠 경우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은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 조차도 종종 도대체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는 괴물딱지이기 쉽다.
by sonnet | 2007/11/10 03:09 | 정치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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