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태그 : 햇볕정책
2011/07/06   오늘의 한마디(정동영) [64]
2010/12/30   garry's comment(19): '북풍정책'과 우화의 교훈 [109]
2009/08/01   인도의 핵실험 준비 탐지, 북한의 고폭 실험 [33]
2009/03/20   '북한에 충분한 돈맛을 보여주자'(Crete)에 관해 [97]
오늘의 한마디(정동영)

당의 정책강령은 햇볕정책을 한 자, 한 획도 수정하지 말고 계승하라
정신을 담고 있다.


- 2011년 7월 1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동영 -



아니 뭐, 정책변경에 얼마든지 반대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이채롭다. 저건 죽은 마오쩌둥이 남긴 권위에 의존하려했던 화궈펑의 두 개의 범시(两个凡是)와 똑같지 않은가.

출처는 경향, 중앙 등.
by sonnet | 2011/07/06 05:47 | 한마디 | 트랙백(1) | 덧글(64)
garry's comment(19): '북풍정책'과 우화의 교훈
해와 바람이 누가 더 힘이 센지를 놓고 다투었다. 길가는 나그네를 보고 해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 있어. 우리 중 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 쪽을 더 강하다고 인정하는 게 어때? 자네부터 해 보게나."

그래서 해는 구름 뒤로 숨고, 사나이를 향해 바람이 있는 힘껏 불어제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람을 더 세차게 불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단단히 여미었다.

화가 난 바람은 콜트레인의 말대로 금강산 관광을 왔던 한 여자를 총으로 쏴 죽였다.
"이쯤 되면 외투를 벗겠지."
그러자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고 말았다.

화가 난 바람은 다시 Garry의 말대로 천안함에 어뢰를 쏴 배를 격침시키고 46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화가 난 바람은 다시 Garry의 말대로 연평도에 대포를 쏴 4명의 사망자와 19명의 부상자를 냈다.
그러자 어렵게 재개되었던 대북지원물자 송출은 다시 중단되고 말았다.


--
우리는 이솝 우화에서 교훈을 얻어 북풍정책을 버리고 햇볕정책을 써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나이가 넌덜머리를 내며 바람에게 선물을 들고 가서 북풍 좀 그만 불라고 사정하는 것이 이 우화가 말하는 바인지, 아니면 바람이 부는 동안 사나이는 외투를 움켜쥘 뿐이고 바람이 물러나고 햇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서야 사나이의 외투가 필요없게 되는 것인지를.

우리는 북한이 북풍정책을 버리고 오랜 역사를 지닌 호전적 도발들다 잊게 할 만큼 따뜻한 햇볕을 길고 지속적으로 쬐어 줄 날을, 그래서 별로 외투 생각이 나지 않게 될 그 날을,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아 물론 그 전에 바람이 햇님으로 교체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바람이 햇볕을 쬐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설명에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으므로.
by sonnet | 2010/12/30 08:59 | flame!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9)
인도의 핵실험 준비 탐지, 북한의 고폭 실험
정보 비공개의 필요성 (김우측) 에 보충 트랙백


1. 인도의 핵실험 준비 탐지

1996년 7월 Vipin Gupta과 Frank Pabian은 공개출처 첩보, 즉 기밀해제된 과거의 첩보위성 사진과 상업위성 사진을 조합해 인도의 핵실험 시도를 분석한 인상적인 보고서 Investigating the Allegations of Indian Nuclear Test Preparations in the Rajasthan Desert[1]를 공개합니다.


이 보고서는 이런 공개출처 자료를 갖고 핵실험을 어떻게 찾아내고 평가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상세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후의 민간 연구자들에게 큰 자극을 줍니다. 이들은 관련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위성사진으로 검증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 비교하면서 지그소 퍼즐의 바깥 조각에서 출발해 점차 안쪽으로 들어가는 수법을 흥미진진하게 제시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런 사진을 봐도 일반인들은 손가락만 빨아야 했지만 이제는 구글 어스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있지요. 관심 있는 분들은 이 지역을 구글 어스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 KhetolaiMilitaryRange.kmz )

사실 미국은 인도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1994년에도 이런 식으로 각종 증거를 들이대며 인도를 압박해 핵실험을 중단시킨 바 있었습니다.[2] 하지만 인도도 바보가 아니어서 실험 준비를 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들여다보고 압박을 가하자, 다음 번에는 정교한 기만술을 구사합니다.[3] 중장비들은 위성이 없을 때만 작업을 하고, 다음 위성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려 보낸다든지, 각종 케이블들은 흙을 잘 덮어 위장한다든지 하는 식의 트릭을 구사해 대응수단을 강구해 냅니다.

그 결과 미국 정보기관들은 국가지도부에 1998년 5월 강행된 인도의 핵실험[4]에 대한 사전 경고를 주는 데 실패했고, 이는 미국의 중대한 정보실패 사례 중 하나[5]로 남아 있습니다.


2. 북한의 고폭 실험

2차 북핵위기가 터진 후인 2003년 7월, 국정원은 북한이 "평북 용덕동에서 97년 12월부터 2002년 9월까지 모두 70여차례의 핵고폭실험을 실시" 했음을 국회에 보고[6]합니다. 이는 햇볕정책이 추진되던 동안에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 진행했으며, 게다가 남한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야당은 이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 사건은 좀 생각해 볼 구석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당연히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을 감추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신호정보(SIGINT)나 영상정보(IMINT)의 경우, 상대가 누군가 엿보고 혹은 엿듣고 있음을 확실히 안다면 이를 회피하는 대책을 세우는 것은 쉽습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얼마나 정밀하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느냐 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중요합니다.

결국 이런 정보는 범죄조직 조직원의 전화를 도청하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느 정도 범죄 혐의가 포착되더라도 대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면서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무한정 기다리다 보면 앞서 포착한 정보의 유효성이 상실되어버릴 수도 있지요. 따라서 꼬투리가 잡히기 시작했을 때 바로 터트려도 안 되지만, 더 기다려 봐야 별로 건질 것이 없고 오히려 가진 패의 가치가 상실되거나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는 행동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너무 오래 지켜본 끝에 일이 커진 사례로는 파키스탄의 핵 밀거래 조직 칸 네트워크 사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10년 간 국무부의 비확산 부서를 책임졌던 로버트 아인혼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이상 언제든지 칸 네트워크를 중단시킬 수 있었습니다. … 논쟁거리는, 우리가 이걸 지금 중단시킬 것이냐, 아니면 더 지켜보다가 그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일망타진하느냐 하는 것이었고 결국 기다려 보자는 쪽이 논쟁에서 승리했었습니다."[7]

따라서 북한이 고폭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정보는 2차 북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좀 더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기다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생각할 때 문제는 일단 북한의 고폭실험 사실을 공개한 뒤의 처리입니다.

국민들은 그간 이런 정보들이 비밀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 이후에도 비밀 핵개발을 계속해 왔다는 것을 잘 몰랐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인이 계기가 되어 2차 북핵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북한 관계가 잘 굴러가는 듯 싶더니 내지는 북한은 그간 잘못한 게 별로 없었는데, 갑자기 대북관계가 나빠졌다는 인상을 품기 쉬웠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때 국민들에게 그간에도 북한이 비밀 핵개발을 계속해 왔음을 납득시키기 위한 용도로 고폭실험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우리는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서, 과거 북한의 고폭실험 사실을 비밀에 붙였던 동기 자체가 의심을 살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즉 후에 적절한 시점에 북한을 다그치기 위해 아껴둔 것이 아니라, 햇볕정책 추구에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숨겼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1]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해 두자면, 이들은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맡고 있는 에너지부 산하 주요 국립 연구소 중 하나인 Sandia National Laboratory 소속이기 때문에, 실은 기밀첩보를 보고 답을 알아낸 후 공개출처 자료를 갖고 그 결과를 재구성해서 공개한 것일 수도 있음. Lawrence Livermore(LLNL)에는 Z division이라고 불리는 인텔리전스 부서가 있는 것이 알려져 있고, 언론보도에 따르면 Sandia에도 비슷한 부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됨.
[2] 'India aborted nuclear bomb plans in 1994', PTI, 2008년 4월 2일
[3] How the CIA was Fooled, India Today
[4] 1998년 인도의 핵실험 일반에 대한 간명한 요약으로는 Pokhran-II을 참조.
[5] CIA searching for answers behind its India-Nuclear failure, AP, 1998년 5월 16일
[6] 김용출, 高국정원장 "北 용덕동서 70여회 고폭실험", 세계일보, 2003년 7월 10일
[7] Frantz, Douglas., A High-Risk Nuclear Stakeout, LA Times, 2005년 2월 27일
by sonnet | 2009/08/01 12:05 | 정치 | 트랙백 | 핑백(1) | 덧글(33)
'북한에 충분한 돈맛을 보여주자'(Crete)에 관해

남북평화의 시장가격: 민항기 북한 상공 우회를 보며 (Crete)에 트랙백


위 글은 저의 글 파워의 비교에 트랙백 걸린 것으로 거기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북한은 정치적 지렛대로 쓰기 위해서라면 경제적 이익을 쉽게 희생시킬 수 있는 체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과 중요한 경제적 협력관계를 가질 경우 우리가 북한에게 쓸 수 있는 레버리지보다는 북한이 우리에게 쓸 수 있는 레버리지가 더 커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지요.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이런 관계가 늘어날수록 우리에 대한 북한의 권력이 커진다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지렛대를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북한이 우리에게 쓸 수 있는 지렛대를 하나 하나씩 줄여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지렛대를 하나 갖는다 해도 저쪽이 동시에 세 개를 가지게 되면 그건 손해이니까요. (sonnet)

sonnet님... 물론 지금 현재 북한의 모습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희생을 쉽게 감수하는 체제로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거기에 대한 대응을 북한과의 관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보다는 오히려 북한이 쉽사리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기 힘든 체제로 전화되는 걸 도와주는 노력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돈맛을 충분히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북한은 돈맛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저런 일을 쉽게 벌이는 거죠. (Crete)


이 의견을 읽으며 떠올린 저의 의문은 "아직 … 돈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북한을 "쉽사리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기 힘든 체제로 전화"시키기 위해 "한마디로 돈맛을 충분히 보여주"려면 도대체 우리가 북한에게 얼마나 더 양보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수치를 잠깐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에 대한 통계는 늘 신뢰성 문제가 존재합니다만, 이 글에서는 대략적인 감만 잡는데 쓸 것이므로 큰 상관은 없습니다.
남북한의 경제력 (CIA world fact book, 2008년[1]


이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의 1/16입니다. 간단한 복리 계산을 해 보지요. 남한은 연평균 4%, 북한은 10%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북한의 소득이 같아지려면 몇 년이 걸릴까요? 답은 50년입니다. 물론 이 계산은 주먹구구이며 사실 50년씩 되는 장기성장 예측은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먹구구식 계산으로도 명백히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경제적 희생을 회피하려는 정도가 국민소득에 비례한다면, 우리는 예측가능한 미래 내에는 북한이 경제적 희생을 우리만큼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림 1. 경제성장으로 인해 북한이 경제적 희생에 보다 예민해진다 하여도 남한과의 격차는 여전할 것


이번에는 가정을 좀 바꾸어서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려는 정도가 국민소득에 정의 상관관계는 있지만, 정비례하지는 않게 그려 보지요. 경제성장의 초기에는 손해회피도가 빠르게 늘어나다가 후반이 되면 그 증가가 체감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고쳐 그리면 분명히 격차는 보다 빨리 줄어들 것입니다만, 남북한 간의 희생에 대한 민감성이 역전되지는 않습니다.

그림 2. 희생에 대한 민감성 증가가 체감하는 경우. 격차는 더 빠르게 좁혀지겠지만 역전은 일어나지 않음


이제 그래프를 조작해 역전 현상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북한의 경우에만 y축에 임의의 상수를 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수를 합리화하는 가정은 무엇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같은 소득수준일 때는 북한이 남한보다 더 위험회피적일 것'(?)이라는 가정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림 3. 역전 현상을 만들기 위해 북한 측 곡선의 y축에 임의의 상수를 더함


지금까지 살펴본 것 중에서 손해회피도의 증가가 비례(그림 1), 증가율이 체감(그림 2)한다거나 y축에 일정한 상수를 더한(그림 3) 것은 가정을 바꾼 데 따른 임의의 조작일 뿐입니다. 이 가정이 적절하냐는 설득력 있는 경험적 증거들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제 역사적 사례를 하나 살펴 보겠습니다. 북한이 현 체제 하에서 개혁 개방의 길을 걷는다고 할 때 가장 일반적이고 성공적일 거라고 간주되는 모델은 중국입니다. 그러니 중국의 사례를 한번 살펴 보도록 하지요.

중국은 1980년대 초부터 개혁개방 노선을 취한 이래 약 25년간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그간 중국 사회는 크게 자본주의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국민소득은 여전히 개도국 수준이며 따라서 한국 사회가 평균적으로 더 잘 삽니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어떤 이유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각각 외부로부터 비슷한 비중(예를 들면 GDP의 -1%)의 경제보복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지요. 그럼 한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워 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틸 수 있겠습니까?

국민 혹은 국가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 부정적 여론이나 경제적 손실에 관계없이 정치지도부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국가자율성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여전히 우리보다 더 큰 경제적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국가입니다.[2] 이렇게 생각해보면 한 사반세기 정도 북한이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한다 하더라도, 남한보다 경제적 희생을 감내하는 데 여전히 더 나은 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Crete씨의 주장은 "돈 맛을 본다"와 같이 독자들의 일상적인 체험, 예를 들면 소비수준을 갑자기 낮추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경험에 빗대어 호소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 주장은 직관적이긴 해도 실제로는 매우 취약한 가정들[3]에 의존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특히 어떤 가정을 쓰던 간에 남한에 비교한 상대적 경제적 손실회피도가 커지기를 기대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주장에는 다른 중요한 약점도 있습니다. 돈 맛을 먼저 보여주고 상대가 나중에 바뀌길 바라는 '선불' 전략은 상대가 이 기회를 악용해 미끼만 따먹는 식으로 대응하는 속칭 '먹튀' 전략을 구사할 경우 지극히 취약합니다. 같은 선불 전략이라도 일단 한 번 선의를 베푼 후 상대가 호응하지 않으면 바로 보복하는 tit-for-tat 같은 전략이라면 선불의 약점을 많이 상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먹튀로 나왔을 때, "아직 북한은 돈 맛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라고 판단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럼 적당히 기회를 봐서 돈을 더 먹여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마련인데, 호구로 전락하기 딱 좋은 상황이 되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만약 남북한의 경제수준이 충분히 수렴하게 된다면 체제 경쟁에서 우리가 압도적이다(즉 이미 게임은 끝났다)라는 일각에서 당연시되어 왔던 가정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됩니다. 이 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지요.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1] CIA World Fact Book, (1) 명목GDP, (2) 북한, (3) 남한 항목 참조.
[2] 천안문 사태 당시 서방의 연합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 또는 보다 후에 프랑스와의 외교분쟁에서 보여준 공격적 보복조치에 대해서는 錢其琛, 『外交十記』, 2003 (유상철 역, 『열가지 외교 이야기』, 랜덤하우스 중앙, 2004)를 참조. 또한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시위에서 선별된 의제에 대중을 동원하는 정부의 능력, 철저한 언론통제와 대정부 비판 봉쇄 능력 등은 중국의 국가자율성이 여전히 높음을 잘 보여준다.
[3] 국민소득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률(기울기)에 비례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좀 다른 기준을 상정할 수도 있는데, 이런 가정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검토해 보면 역시 취약점이 나타나기는 마찬가지이다.
※ 그림들은 손으로 적당히 그린 것이라 비례가 정확하진 않습니다.
by sonnet | 2009/03/20 09:05 | 정치 | 트랙백(2) | 덧글(97)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