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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폭정의전초기지
2009/06/26   악의 축(axis of evil)의 유래 [50]
악의 축(axis of evil)의 유래

「악의 축axis of evil」[1]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1월 19일 의회 연두교서에서 북한, 이란, 이라크(언급순)를 지칭하는데 사용한 용어입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부시 2기가 시작되던 2005년 1월 18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지목한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2]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쪽은 쿠바, 버마, 북한, 이란, 벨라루스, 짐바브웨(언급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 미국이 이 나라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지만, 실제로 침공을 받은 곳은 이라크 한 곳 뿐이었지요. 여기에는 흥미로운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 마이클] 거슨은 다양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두교서 초안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라이스와 해들리를 붙잡고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으며, 백악관 연설문 기초팀에도 업무를 분담시켰다. 그의 팀에 소속된 보수파 저술가 데이비드 프럼에게는 이라크를 추궁한 사례를 한두 문장으로 요약하게 했다.
부시는 사담 후세인과 9·11을 연관지으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테러리즘을 후원한 국가들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들과의 유대관계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프럼의 견해였다. 그는 이것을 “증오의 축”(axis of hatred)이라고 명명하며, 제안서에 이라크를 증오의 축으로 지칭했다. 2차대전을 일으킨 주축국(axis powers)을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용어였다.
거슨은 체니가 2000년 여름 부시진영에 합류하면서 대선 전략회의 석상에서 우려한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리즘과의 결합’을 상기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축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프럼의 “증오의 축” 개념을 확대하고, 불길하고 악의에 찬 의미를 추가하여 “악의 축”(axis of evil)이란 표현으로 고쳤다. 이것은 후세인이 악마의 대리인이라는 뜻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후세인 정권과 국제 테러리즘과의 연계는 세계를 아마겟돈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암시였다.
초고를 읽으며 라이스는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리즘과의 커넥션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 점이 흡족했다. 이것은 2001년 9월 20일 의회에서의 연설에서 국민들을 더 이상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연기됐던 바로 그 이슈였다. WMD와 테러와의 연계를 “축”이라고 부른 것은 재치 있는 발상이며, 이것을 “악의 축”이라고 지칭한 것은 더욱 재치 있는 발상이었다.
이라크에 대한 극비 전쟁계획을 알고 있는 라이스와 해들리로서는 이라크만 “악의 축”의 화신으로 특정하게 되면 선전포고로 비쳐질 것으로 염려됐다. 라이스는 그 당시 유행하던 -이라크전이 시작되는 시점을 맞추는- 워싱턴 사교클럽 게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이라크에 대한 폴로스텝 전쟁계획을 보호하고자 했으나,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테러리스트들의 일반적 위험성을 설파하려는 의욕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그와 해들리는 다른 나라들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북한과 이란은 둘 다 테러리즘을 지지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악의 축 후보였다.
대통령은 이라크·이란·북한 - 3개국 아이디어가 기호에 맞았다. 해들리는 이란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재고했다. 이란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있었으나 실권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과 시아파 지도자들인 아야툴라가 쥐고 있어 정치구조가 복잡했다. 라이스는 당초에는 해들리와 의견을 함께 하며, 대통령이 이란은 다른 나라와 경우가 다르고 민주화 운동이 싹트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했다. 라이스와 해들리는 이란을 누락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해들리는 이란이 격앙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아니, 그대로 둬.”
부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연두교서 초안 작업을 진행하면서 거슨은 강한 어감을 주는 단어를 발견한 것에 스스로 만족했다. 위험한 나라들은 전통적으로 “깡패 국가”(rogue nation)라고 불렸다. 거슨은 이 말이 너무 온건한 어감이어서 문제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는 표현으로 생각됐다.
“악의 축”은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몰아붙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도전적인 선언이 다시금 메아리친 것 같았다. 1983년에 처음 등장한 이 구절은 전체주의적인 소련과 미국 사이에는 도덕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발견할 수 없다는 차별화 선언으로, 1980년대를 관통한 냉전적 대결의 기조가 됐다.

구청사 2층에 있는 부통령 라운지에서는 [부통령 비서실장] 리비가 초고를 훑어보고 있었다. 어느 초안에는 “증오의 축”이나 “악의 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이라크라는 말만 언급돼 있고, 다른 초안에는 이 말이 이라크만 지칭하고 있었다. 그 역시 이 표현이 즉각적인 행동을 암시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 북한과 같은 나라들을 첨가하는 것을 선호했다. 시리아도 마찬가지였으나,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 라이스와 해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란에 대한 용어 조정은 해들리와 거슨에게 떨어졌다. 이란은 악의 축의 일부였지만 이라크와는 차별화할 필요가 있었다.[3]

즉 요약하면 악의 축은 처음부터 이라크를 겨냥해 만들어진 용어인데, 용어가 정해진 후 이라크 한 나라만 지칭하자니 너무 노골적이어서 이란과 북한을 집어넣어 물타기를 했다는 말입니다. 시리아처럼 후보에 올랐다가 외교적 고려[4]에서 빠진 나라도 있구요.


실제 이라크 침공이 시작된 것은 이듬해인 2003년 3월이지만, 2002년 내내 다음 표적이 이라크라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부시 행정부 고위층 다수가 1990년대 말에 이라크 레짐체인지 운동에 열의를 보였다는 점도 그런 판단에 힘을 실어 주었지요.

워싱턴 포스트의 보수적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타머는 부시의 교서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읽고, 그것을 “놀라울 만큼 대담한 연설”이라고 평했다.
이 연설의 주제는 이라크다. 행정부 내에서 이라크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지 심각한 내부적 논의가 있었다면, 이미 논쟁은 끝났다. 그 연설은 선전포고에 버금간다.”

악의 축은 부시에게 있어 복합적 목표였다. 그것은 강력한 경고였다. 레이건 이래 그렇게 소란스럽게 칼을 흔들어댄 대통령은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 이란을 함께 거론함으로써 초점을 흐려서 이라크 전쟁을 위한 극비계획에 덮개를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었던 엄폐물이었다.[5]

그리고 당시에는 만약 이라크 이후가 있을 수 있다면 -물론 이라크가 평정되어 투입한 병력을 빼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겠지만- 그건 이란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왜냐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점령하면 이란을 동서에서 육로로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이 확보된 셈이고, 이 두 나라는 점령상태이거나 미국이 수립한 신생 정부가 다스릴테니, 이들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1] Bush, George W., 2002 State of the Union Address, 2002년 1월 29일
[2] Rice, Condoleezza, Opening Statement,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 2005년 1월 18일
[3] Woodward, Bob., Plan of Attack, Simon & Schuster, 2004
(김창영 역, 『공격 시나리오』, 따뜻한손, 2004, pp.125-130)
[4] 또한 9.11 테러 이후 시리아는 CIA와 비밀 협력관계를 맺고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Hersh, Seymour M., Chain of Command: The Road from 9/11 to Abu Ghraib, New York: HarperCollins, 2004, (강주헌 역, 『지휘계통: 9.11테러에서 아부그라이브까지』, 세종연구원, 2004)의 8부 2장 참조.
[5] Woodward, pp.137-138
by sonnet | 2009/06/26 11:20 | 정치 | 트랙백(1) | 핑백(1) | 덧글(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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