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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파산법
2008/09/29   왜 폴슨은 틀렸는가 [28]
왜 폴슨은 틀렸는가
이번 글은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해 "세금을 깎아주면 모든게 잘된다" 같은 조잡한 공급중시론 말고, 본격적인 우파의 주장을 담은 것으로, 필자인 Luigi Zingales는 폴슨 구제안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는 경제학자들의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불법날림번역이며, 강조는 역자가 임의로 덧붙인 것입니다.



왜 폴슨은 틀렸는가
* 필자: Luigi Zingales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 출처: Financial Times Web
* 일자: 2008년 9월 24일


1985년 텍사코가 120억 달러가 걸린 재판에서 펜조일에게 졌을 때와 같이, 영리 기업이 갑자기 매우 큰 부채를 지게 되었을 때의 해법은 정부가 이 회사의 자산을 뻥튀기된 가격으로 사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Chapter 11(파산보호신청)이다. Chapter 11에 따르면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가진 회사는 일반적으로 부채를 주식으로 교환(출자전환)받게 된다. 즉 옛 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소멸되고, 옛 채무는 새로운 자본 구조 하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새로운 실체의 주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하는 대신 채권자는 일정량의 신주인수권을 받고 채무의 액면가를 깎아주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 Chapter 11이 생기기 전에도, 이러한 절차들은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대형 철도회사들의 파산을 처리하기 위한 해법으로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잘 정립된 해결책을 작금의 금융시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간단한 답은 우리가 그렇게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Chapter 11 절차는 일반적으로 오래 걸리고 복잡한 반면, 이번 위기는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 절차를 관계된 이해당사자들 간의 협상에 맡겨둘 경우 몇 달씩 걸린다면, 우리는 그런 호사를 부릴 틈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예외적인 상황에 처해 있으며, 정부는 이미 전례 없는 수단을 취했고 앞으로도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치 AIG를 구제하고, 모든 금융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시키는 것 같은 조치조차 불충분하다는 것처럼, 이제 폴슨 재무장관은 금융부문의 부실자산을 (납세자의 돈으로) 사주는 일종의 정리신탁공사(Resolution Trust Corporationl; RTC)를 제안했다. 하지만 무슨 대가를 치를 건데?

만약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자본확충(예를 들어 신주를 발행한다든가)을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민간 부문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가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해, 필요이상으로 높은 값을 치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자산들의 가치를 더 잘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부 관리와 보너스가 위험에 처한 은행가들의 협상에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누가 더 힘을 갖고 있는가? 폴슨의 RTC는 부실자산을 뻥튀기된 가격으로 살 것이므로, 납세자들을 희생시켜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자선기관을 설립하는 격이다. 만약 이런 정부보조금이 충분히 크다면 이번 위기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는데 무슨 대가를 치를 건가? 답은 수천억 달러의 납세자의 돈을 들여, 게다가 더 악질적이게도 이익을 볼 자가 손해도 감당해야 한다는 기초적인 자본주의 원칙을 희생시켜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S&L) 위기 때, 정부가 이런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를 해야만 했던 것은 이들 예금은 연방예금보험으로 보장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자. 하지만 이번 경우 정부는 베어스턴스, AIG, 그리고 폴슨이 설립하자는 RTC로부터 혜택을 볼 다른 금융기관들의 채권자들을 구제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지 않았다.

우리가 Chapter 11을 적용할 시간이 없지만 또한 모든 채권자들을 다 구제해주길 원하지도 않는다면, 차악의 선택은 논쟁적이고 과도하게 지연되는 파산 절차 때 판사가 하게 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즉 채권자들에게 구조조정 계획을 따를 것을 명령하고, 얼마간의 주식이나 신주인수권을 받는 대가로 채무를 얼마나 탕감해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감한 행동에 나서기 전에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대공황기 동안 많은 채무 계약은 금에 연동되어 있었다. 따라서 달러의 금태환이 중단되었을 때, 이들 부채의 가격은 급등했고, 많은 금융기관의 생존을 위협했다. 루스벨트 행정부는 이 조항이 무효라고 선언하여, 실질적으로 채무 탕감을 강요하였고 대법원도 이 결정을 지지하였다. 내 동료이자 현 연방준비은행 이사인 Randall Koszner는 이 사례를 연구하여 대법원이 이 결정을 지지한 후에 주가뿐만 아니라 채권 가격도 급등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기업재정 전문가들은 지난 30년 동안 자본구조에서 너무 큰 부채와 너무 작은 자본을 가질 경우에는 실질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채의 액면가를 탕감하는 것은 주주들뿐만 아니라 채권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강조해 왔다.

만약 부채탕감이 주주와 채권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면, 왜 채권자들은 자발적으로 부채탕감에 동의하지 않는단 말인가? 우선, 여기에는 협조의 문제가 있다. 개별 채권자들이 부채의 부분탕감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치더라도, 만약 다른 모든 채권자들이 부채를 탕감해줄 때 혼자 버티고 있으면 그는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이들은 다른 사람이 먼저 움직이기만 기다리며 버티기 때문에, 전반적인 지체가 발생하게 된다. 두 번째로 채권자의 관점에서 볼 때, 정부의 구제가 더 좋은 선택이다. 따라서 정부가 구제책을 논의하기만 해도 채권자들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동기는 감소하게 되고, 그 결과 정부의 구제가 더 필요하게 되어버린다.

대공황 때나 많은 채무 구조조정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현 위기상황에서 금융 부문 자체의 부분적인 부채 탕감이나 출자전환을 명령하는 것은 타당한 행동이다. 이것은 민간 부문에서 충분히 입증된 전략인 동시에 납세자들이 뒤치다꺼리에 말려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이렇게 단순하다면, 왜 어떤 전문가도 이 점을 언급하지 않는가?

금융 부문의 큰 손들이 이 처방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고통스럽게 내 배를 째서 손실을 메우는 것 보다는 납세자를 희생시켜 구제를 받는 편이 훨씬 매력적이다. 강제 출자전환이나 부채탕감이 대규모 구제책보다 사유재산권에 대한 더 큰 침해일 수는 없지만, 훨씬 큰 정치적 저항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폴슨의 해법에 대해 비판하는 까닭은 이 정책이 다수에게 세금을 물려 소수가 이익을 보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다수(즉 우리들 납세자)는 흩어져 있어서 의회에서 성공적으로 싸울 수 없는 반면, 금융업계는 모든 수준에서 잘 대표되고 있다. 이 점은 지난 13년 중 6년 동안 재무장관이 골드먼 삭스 출신이었다는 것만 지적해 두어도 충분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로서 이런 침묵은 또한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의료사고 재판에서 사안이 얼마나 개떡 같은지에 관계없이 의사에 맞서 증언해 줄 다른 의사를 찾기가 힘든 것처럼, 양당의 금융 전문가들은 그들이 연구하고 일하는 업계와 너무 친밀하다.

이번 주말에 내려질 결정은 그저 내년 미국 경제의 전망을 결정짓기 위한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 향후 50년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자본주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싸움이다. 우리는 이익은 사적으로 챙기고, 손실은 사회가 지는 그런 체제에서 살고 싶은가? 망한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납세자의 세금이 부어지는 그런 곳이 좋은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사람들이 자기 결정에 대해 책임도 지며, 무분별한 행동이 벌을 받고 신중한 행동이 보상받는 체제에서 살고 싶은 것인가? 자유 시장 체제를 강하게 신봉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보기에 현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은 극소수의 금융업자들의 이익이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동작을 좀먹는 것이다. 현 시점은 자본가들로부터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일어설 때이다.



역자의 생각
그가 내놓은 주장의 요점은 금융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의 정통 해법은 파산법에 담겨 있는 만큼, 시간이 촉박해 위기대응이 필요하다면 납세자를 총알받이로 쓰는 대신 정부가 칼을 뽑아들고 어리석은 채무자와 채권자에게 각자의 책임을 나눠 지우는 초강력 파산정책을 신속히 밀어붙이는 게 정통 자본주의다운 해법이라는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정책은 미리미리 했으면 좋았겠지만, 상황이 악화된 현 시점에서 순수하게 이 방법만 밀어붙이면 중환자가 수술 도중에 쇼크사할 위험이 너무 클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계획은 충격을 줄이기 위한 구제책과 상호 보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통 자본주의식 해법?
by sonnet | 2008/09/29 08:48 | 경제 | 트랙백(2) | 핑백(1) | 덧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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