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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튀니지
2011/08/26   비무장의 예언자, 무장한 예언자 [44]
2011/07/15   동화된 사회와 분절된 사회 [31]
2011/04/13   튀니지 난민과 유럽 연합 [47]
비무장의 예언자, 무장한 예언자

국가를 얻기 위해서 겪는 시련은 부분적으로 그들이 국가를 세우고, 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 도입해야만 하는 새로운 제도와 통치양식에서 비롯됩니다. 새로운 형태의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고 위험하며 성공하기 힘든 일은 없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구질서로부터 이익을 누리던 모든 사람들이 개혁자에게 적대적이 되는 반면, 새로운 질서로부터 이익을 누리게 될 사람들은 기껏해야 미온적인 지지자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온적인 지지만 받는 이유는 잠재적 수혜자들이 한편으로 과거에 법을 일방적으로 전횡하던 적들을 두려워하고,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회의적인 속성상 자신들의 눈으로 확고한 결과를 직접 보기 전에는 새로운 제도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변화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혁신자를 공격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전력을 다하여 공격하는 데에 반해서, 그 지지자들은 오직 반신반의하며 행동할 뿐입니다. 따라서 개혁적인 군주와 미온적인 지지자들은 큰 위험에 처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철저하게 검토하기 위해서, 우리는 개혁자들이 자신의 힘으로만 행동하는지 아니면 타인에게 의존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간청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능히 자신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그들은 거의 항상 성공하지 못하며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힘에만 의지하여 개혁을 주도할 만한 충분한 힘이 있으면, 그들은 거의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무장한 예언자는 모두 성공한 반면,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언급한 이유 말고도 인민이 변덕스럽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즉 그들을 한 가지 일에 대해서 설득하기는 쉬우나, 그 설득된 상태를 유지하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당신과 당신의 계획을 더 이상 믿지 않을 경우, 힘으로라도 그들이 믿게끔 강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모세, 키로스, 테세우스 그리고 로물루스가 무력이 없었더라면, 각자 자신이 만든 새로운 정치질서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시대의 지롤라모 사보나롤라 신부는 그에 대한 다중(moltitudine, mass)의 믿음을 상실하자마자 그가 세운 새로운 질서와 더불어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를 믿지 않았던 자들에게 믿게끔 할 뿐만 아니라 그를 믿었던 자들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언급한 그처럼 유능한 개혁자들은 많은 시련을 겪습니다. 모든 위험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계획을 시작한 후에 다가오며, 그 위험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통해서만 극복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위험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성공을 시기하는 자들을 섬멸함으로써 존경을 받게 되면, 그들은 강력하고 확고하며 존중받는 성공한 지도자로 남아 있게 됩니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6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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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계속되고 있는 중동-북아프리카-아랍 지역의 정변은 마키아벨리가 말했던 '무장한 예언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혁명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적은 유혈로 달성된 결정적 이유는 군부가 한데 뭉쳐 집단적으로 기존 지도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었다. 시민의 힘으로 장기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는 내러티브를 믿고 싶어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해석에 대해 본능적인 반발을 표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명해졌다. 아랍의 다른 정권들은 결코 시위로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부의 이탈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조직적이지 못하고 오직 개인 차원에서만 벌어졌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친위 무력이 계속해서 정권에 충성한 경우(리비아, 시리아), 군경의 충성이 유지되고 외국군까지 거기에 가세한 경우(바레인), 대통령에 대한 시위대의 도전이 호족들의 야심에 불을 질러 부족전쟁을 촉발시킨 경우(예멘) 등에서 무장한 예언자와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의 차이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리비아의 혁명은 카다피의 군대가 항복하든가 분쇄될 때만 성취될 수 있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총칼을 들고 싸워 적들을 무찔러야만 했다.

또한 대중시위가 승리했다던 이집트에서도 잠정적 통치자인 군부는 필요하면 광장의 연좌시위대를 무력으로 몰아내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누가 upper hand인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런 설명은 소위 '아랍의 봄' 사태에 있어 대중시위의 역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매우 중요한, 그리고 다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아랍 혁명의 진행을 대중시위로 환원시켜 설명해야 될 이유는 못 된다.

영어에는 mover & shaker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을 다소 응용하면 대중시위의 역할을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쉽게 말해서 대중시위는 shaker였지만 mover는 아니었다.

아랍 세계에서 몇십 년씩 계속되는 장기집권을 구가하던 독재자들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들은 자기 나라 내부에 자신에 대해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들을 교묘하게 감시하고 견제하며 균형을 맞추어 놓고 있었다. 그래서 힘과 인망이 있는 장관이나 장군들 부족장들, 재력이 풍부한 기업가들, 많은 신도에게 영향력을 갖는 종교지도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감히 함부로 독재자에게 도전할 수 없었다. 또 독재자는 회유와 탄압을 병행했다. 한편으로는 이권을 나누어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도전자를 잔혹하게 응징해 두려움을 심어주며 공포에 의한 평화를 수립했다.

'얼굴 없는' 대중들의 시위는 이러한 기성권력의 통제 틀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던 의외의 세력이었다. 이들은 개개인으로서는 힘이 없었고, 사회에서 영향력을 갖기엔 너무 젊은 연령대이기도 했다. 지배자가 하나하나 감시하고 통제하기에는 투자 대비 효용이 너무나 떨어져서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집단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들고 일어나서 정권과 맞서게 되자 철권독재자들이 어렵게 맞춰 놓았던 통치 구조에 균열과 누수가 일어났다. 쉽게 말해서 이들은 판을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러자 마음 속 깊은 곳에 웅심(雄心)을 감추어 두었던 mover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대중시위가 불붙지 않았더라면 mover들은 자력으로는 결코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shaker는 mover들을 위한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 뒤는 다들 잘 아는 대로이다. 정권의 무력이 통째로 변절한 경우엔 독재자는 도망가거나 구금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정권의 무력이 일정수준 이상 남아 있을 경우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웠고, 내전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리고 일단 내전이 시작되고 나면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로서는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되는 법이다. shaker가 뭔가를 더 하고 싶다면 스스로 mover로 변신해야만 했다.

군주론으로 돌아와서, 마키아벨리는 단순히 내전에 이기기 위해 무장한 예언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혁명 이후의 신질서를 수립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장기간 무장한 예언자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우만 생각해 보아도, 4.19로 수립된 하나의 질서는 곧 5.16을 일으킨 무장한 예언자들에 의해 전복되었다. 내전을 통해 제 세력이 모두 무장한 상태로 출범할 아랍 세계의 신질서는 이보다 더 심할 가능성도 있다.
by sonnet | 2011/08/26 09:36 | 정치 | 트랙백 | 덧글(44)
동화된 사회와 분절된 사회
최근 통 글을 못 쓰고 있기 때문에 간단히 화두라도 제시하는 의미에서.

한 아랍학자가 부족이나 종교, 종파 혈연 등 다양한 단체에 속하는 정도와 그 단체들 사이에 조화의 범위에 따라 중동 사회를 분류(*)하였다. 가장 동질성이 높은 사회로 이집트를 꼽고 그 다음 단계가 튜니지아, 리비아, 그 다음이 모로코, 알제리, 시리아, 이라크, 그 다음이 예멘, 바레인이며 가장 분절적인 사회로 수단과 레바논을 제시해놓았다. 동화된 사회는 위기 시에 [전체] 공동체나 사회에 충성을 하고 분절된 사회는 소속단체에 충성을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 그리고 독립 후 1958년과 1975년의 내전을 통해서 정치와 사회면에서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어나가야 할지를 배운 것이 아니라 레바논은 더욱 분열되어 종파간의 상처의 골만을 키워나갔다.

(*) Halim Barakat, al-mujtama` al-`Arabi fi al-Qarn al-`Ishrin, Bayrut, Markaj Dirasat al-Wahdat al-`Arabiyya, 2000, pp.25-29

문애희. “레바논 종교운동의 현황과 전망”. 『중동종교운동의 이해 1 : 레반트 지역의 종교운동 현황과 전망』. 서울: 한울, 2004. p.130


이번 '아랍의 봄' 사태를 보면서 이 글이 제시하는 서열이 깊은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다. 대중시위를 통한 정권교체가 가장 잘 굴러간 두 나라(튀니지, 이집트)가 사회의 내적 통합도가 가장 높은 나라들이라는 것은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또 그것은 이 목록의 뒤쪽에 들어가는 시리아 예멘 등의 문제는 (현 통치자가 물러나느냐 하는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더 골치아플 것임을 뜻한다.

또 이번 '아랍의 봄'과는 직접 관계는 없지만 파괴적인 내전을 겪은 세 나라 - 레바논, 수단, 이라크 - 에 대한 설명력도 뛰어나다. 수단과 이라크는 최근까지 내전을 벌였고, 레바논은 내전이 끝난지는 좀 되지만 갈등이 해결된 건 하나도 없다. 레바논이 위태위태해 보이면서도 내전이 재발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지 지난번 내전의 쓴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라고 보면 된다. 아, 예멘도 내전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수단/남수단이 앞으로도 한참동안 골치아플거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물론 분리독립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긴 아니다. 붙어있으면 끝없이 싸울게 뻔하니 떼어놓는 건 좋은데, 단지 두 개로 쪼갰다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거...
by sonnet | 2011/07/15 14:03 | 정치 | 트랙백 | 덧글(31)
튀니지 난민과 유럽 연합
튀니지 '보트피플' 伊.佛 갈등 비화 (연합, 2011년 4월 8일)
난민유입 우려 獨, 국경통제 부활 검토 (연합, 2011년 4월 11일)
튀니지 난민들, 伊 남부 섬에서 폭동 (연합, 2011년 4월 12일)


트윗에서 이미 간단히 소개한 적 있지만, 이 문제가 유럽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모양을 보니 좀 더 자세히 써볼까 한다.

올해 초부터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연안지역을 따라 정변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 지중해를 끼고 마주보고 있는 이탈리아는 걱정이 태산이다. 난민들이 대거 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람페두사 섬 등 이탈리아 남부 도서지역에 넘어온 '보트피플'이 2만 5천명에 달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튀니지인이라고 한다. 사실 튀니지는 정변이 이미 일단락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이 진짜 정변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난민인지, 아니면 기회가 왔을 때 부유한 유럽에 넘어가 보려는 경제적 동기로 움직이는 불법이민자 무리인지는 다소 불확실한 부분도 있다.


람페두사 섬의 난민캠프는 이미 포화된 상태고 이탈리아 본토의 난민캠프에 수용된 난민들은 캠프를 탈출해 불법체류 굳히기에 들어감으로서 이탈리아 정부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난민 유입에 쩔쩔매던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형제국들에게 분담을 요청했으나, 다들 이탈리아가 알아서 잘 처리해야 한다고 말할 뿐 난민을 나눠받겠다고 나서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이에 이탈리아는 의리 없는(?) 유럽 형제국들에게 자기들 방식대로 이 문제를 떠넘기기로 결단을 내린다.

그 방법이란 난민들에게 이탈리아 정부가 공식 서류(단기체류증)을 발급해 줌으로서, 이 서류를 갖고 유럽의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있게 방조하겠다는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폭탄돌리기에 분개한 유럽 각국들은 드디어 침묵을 깨고 목청을 높이기 시작한다.

클로드 게앙 프랑스 내무장관은 7일 RTL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튀니지 이민자 유입을 감내할 의사가 없다"며 "이탈리아 정부의 서류가 있다고 프랑스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EU 법령에 의거, 해당 서류는 적법한 신분증을 가지고 있고, 경제력을 입증할 수 있어야 유효하다"며 "소득을 입증할 수 없다면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한 단기 체류허가증을 가진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스-페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일간지 벨트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자신의 문제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지 말고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면서 EU 규정은 2001년 당시 구 유고연방의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측의 입장이 전해지자 마로니 장관은 이탈리아 국영TV 인터뷰 녹화에서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프랑스는 솅겐조약에서 탈퇴하거나 조약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현지 안사 뉴스통신이 전했다.

로베르토 마로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에서 "이탈리아만 홀로 남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EU의 일원으로 남아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모든 문제는 리비아 사태의 전개에 대한 전초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위 지도에서 보듯이 리비아, 특히 카다피 진영의 본거지인 트리폴리 인근은 이탈리아 입장에서 볼 때, 튀니지와 비슷한 정도의 거리에 불과하다. 이탈리아는 리비아 봉기가 일어난 직후부터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 외무장관 프랑코 프라티니는 이미 2월에 카다피 정부가 무너질 경우 20~30만 명 정도의 난민이 넘어오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은 유럽통합, 특히 euro 화폐통합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노동력의 이동을 쉽게 만든 바 있다. 유럽통합의 축인 독일-프랑스는 재정위기 때문에 남부의 환자 PIGS 국가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불유쾌한 선택에 직면해 있는데, 이제 지중해에 면한 PIGS를 통해 난민도 넘어올 판이다. 여러 모로 유럽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고난을 함께 질 수 있는지를 시험받는 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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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net | 2011/04/13 07:46 | 정치 | 트랙백 | 핑백(3) | 덧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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