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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타이밍
2018/10/24   적절한 타이밍 [11]
적절한 타이밍
베트남전에 돌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책기획평의회 의장 로버트 존슨은 북베트남 폭격의 정당성에 대한 중대 연구를 준비했다. 연구를 맡은 집단은 진정한 전문가들로, 특정한 결과나 결론에 대한 이해관계가 전혀 없었다. 그들이 낸 보고서는 폭격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연구에서 밝힌 기본적인 입장은, 북베트남은 물리적 변화와 손해로는 영향을 받지 않는 동기에 따라 움직이므로 폭격이 실패하리라는 것이었다. …… 만약 북베트남에 대한 위협을 단계적으로 높인다면 그 성공 여부를 금새 알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베트남은 상대가 시작하자마자 대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들은 협박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다. …… 폭격이 남베트남의 사기를 진작시키리라고는 아무도 낙관하지 않았다. …… 게다가 만약 미국이 북베트남을 폭격한다면 적지 않은 국제적 항의 사태가 벌어지리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 이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 보고서였다. 폭격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압력에 대한 하노이의 반응, 즉 북베트남의 반대 압력을 예측했을 뿐 아니라 폭격이 결국 …… 미국 정부에 영향을 미칠 것까지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23]

정책 분석 자료로 보자면 탁월한 연구 보고서였다. 신중한 추론을 거쳤으며, 근거 자료도 방대했고, 수많은 연구진이 준비했음에도 괄목할 만한 합의에 따라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북베트남 폭격에 앞서 행해진 최종 결정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부적절한 때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이 연구 보고서는 폭격에 대한 맥나마라 보고서가 제출되는 시점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작성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금 당장 중대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다고 맥나마라에게 귀띔을 한 뒤, 폭격은 잠정 보류되었고 최종 결정 또한 미루어졌다. 마찬가지로 이 방대하고 중요한 보고서 또한 옆으로 밀려났다. 때를 잘못 잡은 탓이었다. 무릇 연구 보고서는 적절한 때에, 즉 사람들이 어떤 쟁점을 두고 토론을 벌이고 의사결정을 하려 할 즈음에 공개되어야 한다. 오로지 그때 가서야 사람들은 중대 문서를 읽으려 하고, 그럴 때가 아니면 시간에 쫓겨 눈길도 주지 않는다. [24]

쟁점이나 사건들은 저마다 무르익는 때가 있다. 행동할 때와 미룰 때가 따로 있는 법이다. 로버트 모제스가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 공원을 세우기 위해 테일러 에스테이트를 초법적으로 압류하려 하자, 엘스미스는 이에 불만을 품었다. 그는 모제스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휘저어놓기 위해 뉴욕 주에 라디오 방송을 했다. 그런데 하필 그가 택한 시점은 3월이나 4월이 아니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 첫째 주 일요일 밤이었다. 뉴욕 시민들이 도심을 벗어나기 위해 부실한 도로를 타고 인파가 북적이는 공원에 갔다가 방금 돌아왔음직한 시간이었다. 달리 말하면, 뉴욕 시민들이 가뜩이나 공원과 해변들이 늘어나기를 바라고 헌법적 정당성은 그다지 괘념치 않을 공산이 클 때였다.

어느 대형 식료품점 체인의 임원은 동료들에게 노사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수년간 애썼지만 언제나 수포로 돌아갔다. 그가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밀어붙인 것은 회사가 고용기회균등위원회에서 과징금 1천 2백만 달러를 부과 받은 때였다. 이번에는 최고 경영진뿐 아니라 이사회에서도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조직 내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아마도 관심일 것이다. 한 쟁점에 들이는 시간은 다른 관심사들에 바치지 못한 시간과 같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앞세우기에 적절한 무대 환경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베트남 폭격에 대한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부적절한 시기의 좋은 아이디어는 무시나 묵살을 당한다. 반면, 웬만해서는 힘도 못 쓸 신제품 아이디어도 마침 경쟁이 격심해서 유망한 신제품에 관심이 집중될 시기에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23] David Halberstam, The Best and the Brightest (New York: Random House, 1972), 285.
[24] Ibid., 437.

Jeffrey Pfeffer, Managing With Power: Politics and Influence in Organizations. 1st ed. Boston, Mass: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992.
(배현 역, 『권력의 경영』. 1판, 서울: 지식노마드, 2008. pp.350-352)

by sonnet | 2018/10/24 20:11 | 정치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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