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태그 : 크렐
2009/04/16   또 하나의 크렐 장치? [47]
또 하나의 크렐 장치?

어린 시절 내게 큰 영향을 준 영화로 『금단의 행성 Forbidden Planet』(1956)이란 작품이 있다.

우주이민이 시작된 2200년대 초, 20년 전 이주해간 후 연락이 두절되어 버린 이민단을 찾아 행성연합 순양함 C-57D는 지구로부터 16광년 떨어진 알타이르 제4행성으로 향한다. 알타이르Ⅳ에는 이민단의 생존자인 모비우스 박사와 그 곳에서 태어난 딸 알티라 단 두 명만이 살고 있었다.

모비우스 박사는 알타이르Ⅳ에는 과거 위대한 문명을 일구었던 크렐 인이란 종족이 살았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느 날 돌연 멸망했으며, 이민단은 정체불명의 괴물의 습격을 받아 자신들 이외에는 모두 죽어버렸다는 것 등을 전했다. 모비우스 박사는 크렐 인의 유적을 조사해 남아 있던 설비를 사용해 모비우스 자신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증진시켰다는 점 그리고 아마도 C-57D도 괴물에 습격당하리라고 예고하고 빨리 이 별을 떠날 것을 종용한다. 실제로 괴물은 다시 나타나 C-57D를 습격해 승무원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담스 함장은 알티라와 사랑에 빠진 탓도 있어 바로 떠나는 대신, 모비우스와 알티라를(혹은 알티라 만이라도) 지구로 데리고 돌아가려고 한다.

드디어 괴물이 맹위를 떨쳐 아담스, 모비우스, 알티라 등을 습격한다. 그 때 크렐 유적이 최대출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오스트로는 크렐 학습기를 통해 유적의 거대한 기계가 크렐 인들이 마음 속에 소망하는 것을 실체화하는 장치임을 알아내고 죽는다. 결국 아담스는 그 괴물의 정체가 모비우스 박사의 잠재의식이자 자아 그 자체, 「이드의 괴물」이라고 불림직한 존재라는 것을 간파한다. 이민단의 참극도 C-57D 승무원들의 희생도 실은 모비우스 박사의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소행이었던 것이다. 자기 의식의 암흑면을 직시하게 된 모비우스 박사는 그제서야 크렐 인들이 왜 하룻밤 사이에 멸망하게 되었는가를 이해하고, 알티라를 아담스와 함께 이 별에서 탈출시킨 후 알타이르Ⅳ와 함께 최후를 맞는 것을 선택한다.


크렐 머신이 설치된 고대 유적

이드 몬스터를 저지해 보려고 싸우는 승무원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 Tempest」를 SF로 각색한 이 작품은 금융 혁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반동파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좋은 비유를 제공한다. 이들 반동파들은 규제자들이 현대적 금융 시장과 그 도구들의 혁신, 그리고 그에 따르는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들이 왜 그렇게 시장 참가자들의 탐욕을 끝없이 강조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탐욕은 본성이므로 없앨 방법이 없다. 그러니 금융 혁신과 진보가 또 다른 크렐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탐욕을 참극으로 바꿔주는 enabler인 금융 혁신을 때려 잡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만약 그들의 생각이 맞다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알타이르Ⅳ와 크렐 장치를 파괴하고 지구로 귀환하듯이 우리도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발전한 금융 혁신의 물결과 결별하고 비효율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우리 규제자의 능력으로도 관리가 가능한 구체제(Ancien Régime)로 복귀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만약 그들의 생각이 맞다면.
by sonnet | 2009/04/16 21:28 | 경제 | 트랙백 | 덧글(47)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