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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초근목피
2009/10/26   garry's comments(2) [159]
garry's comments(2)
앞의 글에 이어 계속 살펴 보지요.

배급도 못 받았고 구매력도 없다면 북 하층주민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 남아있을까요?
물건을 만들거나, 장사를 하거나, 도둑질을 해서 시장에서 식량을 구매해 먹고 있다는 경우의 수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탈북자 말이 북주민들은 모두 도둑질을 한다고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정부 배급을 기다리던 학교 선생님 같은 부류들은 다 굶어 죽었고 아주 독한 사람들만 살아 남았다고 합니다. (출처)

한달 일해서 하루치 먹는다는 얘기는 누군가가 공식적인 월급만 보고 오해한 것이지요. 북 주민등은 1~2달러에 불과한 급료에 기대서 살지 않고 살수도 없습니다. 적만 직장에 걸어 놓고 부업에 의존해 벌어서 시장에서 식량을 사먹지요. (출처)


제가 알기로는 이 문제에 대한 조사결과가 세 가지(*1)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에 의한 두 번의 조사와 NGO "좋은 벗들"의 조사입니다. 이들은 탈북자(식량난민)에 대한 설문조사이기 때문에 계층적 편향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우리가 알고자 하는 기근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집단을 이해하는데는 오히려 더 적합한 자료입니다.

표1. Johns Hopkins(1999)

표2. Johns Hopkins(2001)

표3. '좋은벗들'(1999)


우선 처음 두 자료에는 배급의 폭락과 시장(구입+교환)의 증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표3에서도 상행위의 중요성이 확인됩니다. 여기서 북한의 식량수급에 있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연구자들 사이에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눈여겨 볼 점이 더 있습니다. 우선 표3에서 보이는 가재·가옥 매각의 만만치 않은 비중입니다. 자산매각에 의존한다는 것은 직장 급료를 통해서건 장마당을 이용한 부업을 통해서건 수입과 지출을 맞출 수 없었다는 의미죠. 게다가 이런 자산매각은 1회성 대책이고 기본적으로 별 자산이 없는 북한 하층민들이 이런 방법에 의존할 경우 아주 빠르게 빈털털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은 표1과 표3에 아주 크게 나타나고, 표2에는 그보다 적지만 여전히 15%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대용식의 존재입니다. 대용식은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벗겨먹는(草根木皮) 상황을 점잖게 묘사한 것입니다.

1996년 여름에 야생의 대용식 비중은 약 30%나 되었다(Natios, 2001:81). 북한 당국은 기근의 시기에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하여 야생식량의 채취를 적극적으로 장려·지도하였다. 그 비디오에는 연못의 수초를 채취하여 건조시킨 것을 가루로 만들어 밀가루나 옥수수가루에 섞어 먹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옥수수 껍질이나 나뭇잎, 풀을 갈아서 제면기에 넣는 장면도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면은 영양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위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나치오스는 기근구제 활동을 해온 지난 10년간 이와 같은 대용식의 장려는 본 적이 없는 ‘기괴한 기근대처법(a bizarre manifestation of a hunger coping mechanism)’으로 부르고 있다. (*2)

'좋은 벗들'의 탈북자 수기집에서도 대용식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풀이나 벼뿌리 같은 것을 우려먹고, 송기떡 해먹고 뒤가 막혀 똥을 못 누어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잘못되면 죽기도 하고. 송기떡 먹고 하도 당해서 요새는 사람들이 그거 안 먹는다. 그리고 또 쑥떡을 먹고 죽은 사람들도 꽤 있었다. 왜 그런지. 하여튼 쑥떡 해 먹고 죽은 사람이 여럿이었다. 똥을 못 누는 사람은 비눗물을 풀어서 항문으로 넣어 준다. 고무호스 같은 것을 이용해서 비눗물을 넣어 준다.(*3)

이런 자료들이 보여주는 점은 지난번 기근에서 살아남은 북한 주민들은 시장경제에 적응해 자기 소득원을 확보해서라기 보다는, 가재도구를 내다 팔고 풀뿌리를 캐먹는 등 있는 거 없는 거 모든 수단을 다 써서 생존투쟁을 벌인 끝에 운과 실력이 조금 앞선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는 게 보다 적합한 묘사라는 겁니다.


sonnet님은 시장이 있어봐야 구매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만, 90년대 기아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절을 뒤에 다시 10년 이상이 흘려갔습니다. 배급을 못 받고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은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전히 일정한 수는 굶어죽고 있겠으나 대부분의 하층민들은 미약하지만 안 굶어 죽을 정도의 구매력은 분명하게 있다는 겁니다. (출처)

단순히 이제 10년이 흘렀으니까 취약계층들도 시장에서 식량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인타이틀먼트)를 이미 습득했을 거라는 주장은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뱅갈 기근(1943)이나 방글라데시 기근(1974) 사례를 통해 아마티아 센이 보여준 것처럼, 어떤 외부충격이 올 경우 취약계층의 식량획득능력은 아주 쉽게 추락하곤 합니다. 과거의 취약계층이 건실한 중산층이 되어 위기에 처하면 저축을 깨서 1~2년 정도 버틸 수는 있다든가 하는 그런 식의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북한 사회가 적절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이상, 구호활동이 취약계층을 직접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견해는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번 기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 적응했을테니 그런 거 필요없다는 주장이 무슨 설득력이 있을까요.



*1 Robinson, W et al. “Mortality in North Korean migrant households: a retrospective study.” The Lancet. 354.9175 (1999): 293.; 표2는 Robinson, W et al. 의 후속 연구를 Haggard, Stephan, and Marcus Noland. Famine in North Korea: Markets, Aid, and Reform. 1st ed.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7. (이형욱 역,『북한의 선택』, 매일경제신문사, 2007, p.253)에서 재인용; 표3은 좋은 벗들(1999) 자료를 정광민이 정리. 정광민, 『북한기근의 정치경제학』, 시대정신, 2005, p.163
*2 정광민, 같은 책, p.166
*3 좋은 벗들 편,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북한 이야기』, 정토출판, 2000, pp.22-23
by sonnet | 2009/10/26 20:10 | flame! | 트랙백 | 덧글(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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