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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처세술
2009/08/13   진실에는 두 명의 담당자가 [34]
진실에는 두 명의 담당자가
돈 에스테반 데 가마레는 에스파냐 왕을 위해 오랫동안 열성과 충성을 다해 전쟁과 외교에서 활약했으며, 특히 저지대 나라들의 대사를 오래 지낸 바 있는 인물입니다. 국왕의 자문단에는 그의 활동을 국왕에게 잘 평가해줄 만한 고위직에 그의 친척 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는 보수조차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의 후배들이 국내와 국외에서 그보다 더 높은 직책에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마드리드로 가서 자신의 불운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자 했습니다. 친척 대신을 찾아간 그는 자신이 그동안 이루어낸 많은 중요한 성과들이 간과되고 잊혀졌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대신은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침착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모든 게 바로 자네 탓이네. 자네가 만약 훌륭한 외교관이자 충직한 신민으로서 활동한 것만큼 궁정 조신으로서 일했더라면, 아마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은 고위직에 올랐을 것이네. 결국 자네의 성실성이 승진에 걸림돌이 된 셈이지. 자네의 보고서는 늘 국왕 폐하께는 입안에 가시와도 같은 쓰라린 진실로 가득 차 있으니까 말일세."

예를 들어 프랑스가 승리를 거두었을 때 그는 에스파냐 국왕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그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보고했습니다. 만약 어느 도시가 포위당했다면 그는 지원군을 파견하지 않을 경우 도시가 곧 함락되리라고 보고하는 것입니다.

또는 에스파냐 궁정이 약속을 지킬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동맹국이 불쾌감을 드러낼 경우 그는 국왕에게 외교상 입에 발린 말로 얼버무리지 말고 실제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에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다른 에스파냐 협상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더 중시한 나머지, 국왕에게 프랑스의 힘이 약화되고 있으며 군대는 오합지졸이어서 전쟁 수행 능력이 전혀 없다고 보고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사의 친척은, 현재 국왕은 좋은 소식을 전해오는 사람들에게마저 높은 보수를 지불할 수 없을 형편인데 그 대사처럼 시종일관 불쾌한 진실만을 보고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할지는 뻔하지 않느냐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친척이 말해주는 에스파냐 궁정의 사정을 듣고 … 저지대로 돌아간 그는 친척의 충고에 따라 처신해서 손쉽게 돈을 벌었습니다. … 진실이란 두 명의 담당자를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바로 진실을 말하는 자와 진실을 듣는 자입니다.


Callieres, Francois De, On The Manner of Negotiating With Princes, Paris, 1716
(남경태 역, 『어느 원로대신의 협상에 관한 충고』, 서울, 위즈덤하우스, 2001, pp.13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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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net | 2009/08/13 13:46 | | 트랙백(1)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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