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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차입후매각
2008/10/06   경제 위기의 해부학 [44]
경제 위기의 해부학
이번 사태와 관련해 총 9건의 글을 번역했는데, 이제 처음에 다루려고 했던 내용들, 즉 1)현안 해설, 2)폴슨 구제안에 대한 분석, 3)모기지 문제 대책, 4)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의 모색을 조금씩은 다 다룬 것 같군요.

UCB의 베리 아이켄그린은 국제통화와 금융정책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학자로 세계대공황 당시 국제공조가 붕괴된 상태에서 운영된 금본위제의 파괴적 역할에 대해 깊이있는 연구를 내놓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대공황 관련 연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만, 그는 평면적 분석이 나오기 쉬운 경제적 분석에 역사적, 제도적 배경이나 흐름을 깊게 접목시켜 입체적인 분석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런 아이켄그린의 면모는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번역한 글 중 이번 사태를 보는 제 시각과 제일 가까운 것이 이 글입니다. 볼드체 강조는 역자가 붙인 것입니다.




경제 위기의 해부학(Anatomy of an Economic Crisis)
* 필자: Barry Eichengreen
* 출처: Project Syndicate
* 일자: 2008년 9월 22일

현 금융위기 사태를 벗어나려면, 우선 우리가 거기 어떻게 빠져들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존 맥케인 같은 이의 견해를 따르자면, 그 근본 원인은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부패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한 기본 동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정하지는 않지만, 나는 이번 위기가 지난 몇 십 년간 펼쳐져 온 주요 정책결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미국의 경우, 두 번의 중요한 결정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70년대에 증권중개인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를 자유화한 것이다. 두 번째는 1990년대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겸하는 것을 금지한 글래스-스티걸 법의 규제를 제거한 것이다. 중개수수료가 정해져 있던 시절, 투자은행은 증권거래만 중개해 주고서도 편히 먹고 살 돈을 벌 수 있었다. 수수료 규제를 자유화했다는 것은 경쟁과 박한 이윤을 의미했다. 글래스-스티걸 법을 폐지하게 되자, 투자은행이 움켜쥐고 있던 전통적인 밥그릇을 상업은행들이 파먹어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맞서, 투자은행들은 복잡한 파생금융증권을 차입 후 매각하는 길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자금을 차입해서 그들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에 쏟아 부었다. 이는 증권화를 통한 차입 후 매각 모델과 막대한 레버리지의 사용이라는, 위기의 첫 번째 원인이 일어나게 하였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일련의 전개는 기본적으로 사리에 맞아 보이는 정책결정에 따라온 의도치 않은 귀결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규제완화는 소액투자자들이 주식을 더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혜택을 보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조건들은 같지가 않았다. 특히 이러한 정책전환에 의해 더 위험한 활동으로 떠밀려간 투자은행들이 규제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던 것은 재앙을 향한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글래스-스티걸 법을 폐지한 것도 근본적으로는 사리에 맞는 선택이었다. 금융복합기업을 허용하는 것은 금융기관들이 그들의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해주고, 상업은행과 합병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서 투자은행이 불안정한 단기자금시장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예금을 사용해 그들의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모델은 유럽에서 지난 몇 세기 동안이나 그 생존성을 입증한 바 있으며,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메릴 린치를 매입한 데서도 드러나듯이 그 장점은 미국에서도 명백하다.

하지만 복합기업화가 완성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단기적으로 메릴은 다른 투자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배팅을 두 배로 올릴 수 있게 허용되었다. 이 회사는 감독기관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채로 남았다. 독립 업체이다 보니 이 회사는 시장의 요동에 취약하였다. 결국 전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만큼 커다란 위기가 필연적인 복합기업화를 재촉하도록 만들었다.

이 위기의 다른 요소는 전세계적인 불균형이 일어나게 만든 일련의 정책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감세를 단행했다. 연방준비은행은 2001년의 경기후퇴에 대응해 이자율을 낮추었다. 그러는 동안 금융혁신은 신용을 더 저렴하고 더 폭넓게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물론 다른 탈을 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 결과는 미국의 소비를 증대시켰고 조정된 가계저축은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이에 상응할 만큼 중요한 요소는 중국의 부상과 1997~1998년간의 금융위기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투자감소였다. 중국이 자국 GNP의 거의 50%를 저축함에 따라 그 돈은 어디론가 가야만 했다. 그 대부분은 미국 재무부 국채와 (미국의 모기지 공기업)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채권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는 달러를 떠받치고 미국 가계의 대출비용을 줄여주어, 그들이 자기 재력보다 더 호사스럽게 살도록 부추겼다. 이런 현상은 또한 프레디와 패니의 증권에 대한 강세장을 조성하고, 차입 후 매각 시스템을 먹여 살렸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이는 명백한 정책오류가 아니었다. 십억의 중국인을 궁핍에서 해방시킨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 할 만 하다. 연방준비은행이 재빨리 대응해 2001년의 경기후퇴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막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의도치 않은 귀결이 뒤따랐다. 풍부한 자본 유입이 연방준비은행의 완화된 정책과 결합되었을 때, 미국 규제담당자들이 자본과 대출기준을 죄는데 실패한 것은 맹렬한 신용 붐에 불을 붙였다. 중국이 소득증대에 상응하게 더 빨리 내수를 확충하는데 실패한 것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이제 방만해진 금융부문은 강제로라도 삭감을 단행해야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 린치의 합병 같은 일부 결과물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같은 다른 사례보다는 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어떤 길을 택하건 다운사이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중앙은행들도 그들의 생각 없는 투자에 대해 자산 손실을 겪게 될 것이다. 그들이 미국 국채와 공기업 채권에서 입은 손실을 흡수함에 따라,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본 흐름은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아시아 국가들의 흑자도 줄어들 것이다. 미국 가계도 저축을 다시 채워 넣어야만 할 것이다.

한 가지 비정상적인 일은 최근 수 주 동안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이 더 이상 우량 금융자산의 공급자로 보이지 않게 됨에 따라, 보통은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한다고들 예상할 것이다. 이번 달러의 강세는 안전자산을 찾아 반사적으로 미국 국채로 달려든 투자자들의 행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져 나왔던 2007년 8월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단 투자자들이 미국의 금융 문제의 깊이를 깨닫게 되면, 미국 국채를 향한 광란은 줄어들고 달러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다. 이제, 투자자들이 미국 금융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함에 따라 우리는 다시금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탐욕과 부패를 이번 위기의 원인으로 강조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 우리는 인간 본성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투자자들을 덜 탐욕스럽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정책결정에 강조점을 두는 것은 보다 희망적인 전망을 약속한다. 의도치 않았던 귀결은 언제나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책 실패 또한 언제나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적어도 고칠 수는 있다. 그러니 일단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Barry Eichengreen은 캘리포니아 주립대(버클리)의 경제학과 교수이다.
by sonnet | 2008/10/06 23:16 | 경제 | 트랙백 | 핑백(1) | 덧글(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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