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태그 : 제프리프랭클
2008/03/25   변동환율제 이야기(2) [15]
변동환율제 이야기(2)
앞선 글에서는 변동환율제의 특성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사례를 간단한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사례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한 변동가능한 고정환율제인 브레턴우즈 체제 시절, 변동환율제의 지지자(예를 들면 밀턴 프리드먼)들은 변동환율제가 현행 브레턴우즈 체제보다 훨씬 우수한 특성을 가진 제도라고 생각하고 이를 강력히 지지하였고, 그들의 주장은 그럴듯하게 보였다.

그들의 주장은 얼마나 맞았을까? 금환본위제가 완전히 포기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한지 15년이 지난 시점인 1987년, MIT의 Rudiger Dornbusch와 버클리의 Jeffrey Frankel이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내놓았는데 결론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변동환율제는 이론상 어떻게 동작할 것이라고 가정되었는가

(1) 환율은 거시경제 펀더멘탈과 대등한 정도로 안정적일 것이라고 가정되었다.
(2) 국가들은 다양한 정책과 다양한 인플레이션율을 가질 것 같았다.
(3) 무역불균형은 더 작아질 것이고, 따라서 보호주의로 가자는 정치적 압력도 줄어들 것이다.
(4) 경제위기가 국제적으로 전파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국제적 정책공조의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다. 위에 언급한 항목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정책의 독립성 증대는 변동환율체제의 핵심 덕목 중의 하나로 간주되었다)
(5)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를 더 적게 가져도 될 것이다. 왜냐면 그걸 써야 할 일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6) 환율은 장기적으로 구매력평가지수(PPP)로 평가되는 상대가격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7) 상품가격의 경직성은 실질환율이 장기균형으로 회귀하는 것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함축한다.
(8) [미래에 대한] 투기는 불안정화보다는 안정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9) 기대는 합리적이다.
(10) 외환선물시장 및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다른 수단들이 개발되어, 수출입업자와 국제투자가에게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는데 따르는 환위험 증대에 대한 방어책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2. 변동환율제는 실제 운영 결과 어떤 제도임이 드러났는가

(1) 환율은 제멋대로(inexplicably) 움직인다.
(2) (예상과는) 반대로 더 큰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라도.
(3) 각국의 국민저축률의 차이는 대체적으로 보아 1973년 이후에도 그 전과 비슷하게 경상계정의 차이로 반영되긴 했지만, 미국은 전례없이 큰 규모로 해외에서 차입함으로서 1980년대에 재정적자를 늘려 나갔고, 기록적인 무역적자는 미국 내에 새로운 보호주의적 압력을 형성했다.
(4) 통화정책 공조 강화에 대한 관심이 널리 표명되고 있기는 하지만, (각국 통화정책의) 국제적 전이과정의 본질에 대한 합의가 없다. 따라서 공조를 한다쳐도 협조적인 통화팽창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동의가 없다.
(5)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대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사용했다.
(6) 구매력평가지수는 단기적으로 완전히 실패했을 뿐 아니라 장기추세를 입증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7) 오버슈팅 이론이 적어도 다른 경쟁이론들보다는 실질환율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설명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단기적 움직임은 전연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때때로 실제 결과는 환율이 "오버슈팅 균형을 (다시) 오버슈팅하곤 했다"
(8)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투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9) 대부분의 단기적 변동은 뉴스에 관계없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다. 시장은 뉴스보다는 노이즈에 더 민감히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10) 외환시장의 거래물량은 엄청나게 커졌다. 그 대부분은 실물거래는 물론 중기 혹은 장기투자와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Dornbusch Rudiger,, Frankel, Jeffrey., The Flexible Exchange Rate System: Experience and Alternatives, NBER working paper No.2464, Dec. 1987


즉 이들의 결론은 실제로 운영해 본 결과 변동환율제는 지지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끝내주게 좋은 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변동환율제가 실제로 1950년대와 60년대 지지자들이 주장했던 것 만큼 좋은 제도였다면, 우리는 아마 97년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을 것이며, 만에 하나 겪었더라도 그 충격은 아주 경미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외환통제를 풀고 시장거래로 전환하던 시절, 듣던 이야기는 선진국 제도인 변동환율제의 미덕에 대한 장미빛 이야기 뿐이었다. 그 때 누가 그 제도가 우리를 묵사발내는데 사용되는 쇠망치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경고했단 말인가?

물론 한 만병통치약이 진짜가 아니었다고 해서 당장 뛰쳐나가 또 다른 만병통치약을 찾아 산과 들을 헤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새 만병통치약도 실제 결과가 이론적이고 이상적인 예상만 못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처럼 옛 약장수들의 참담한 기록을 돌이켜 봄으로서, 옛 약장수가 심은 긍정적 환상을 걷어버리고, 새로운 약장수를 냉정히 평가할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는게 아닐까.

사실 여기 소개된 관점은 이미 20년 된 것이다. 90년대의 남미와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 당시 돈부시 같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현행 제도가 더 취약하든가, (원래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국제금융거래의 성장에 따라) 더 취약해졌다는 견해가 보다 힘을 얻는 것 같다.
by sonnet | 2008/03/25 15:30 | 정치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5)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