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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전략무기감축협정
2010/03/20   RS-24 관련 보론 [23]
2009/10/10   올해 노벨평화상 [38]
2009/07/07   START I 후속 협정 [40]
RS-24 관련 보론
(비밀 글로 달렸던 것인데 답변을 원하시는 듯 싶고. 인용을 하지 않으면 답하기가 불편해서
그냥 옮기되 일단 이름만 지웁니다. 그래도 2006년도 방명록에다 남겨놓는 건 좀...)



쓴지 한 3년 된 글의 AS에 해당하는 내용이 되겠군요. 이런 현안에 깊게 관련된 글들은 전반적으로 수명이 짧습니다. 쓰여진 이후에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상황이 변화되며, 또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정보들이 추가로 밝혀지곤 하기 때문에, 어떤 것은 더 이상 적절한 설명이 아니게 되기도 하지요. 하여간 그런 점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포함해서 한 번 의문에 답해 보겠습니다.


일단 간단한 것에서 시작해서 자세한 설명으로 넘어가지요. 일부 설명은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분들께는 사족일 수도 있으나 다른 독자들을 고려해 가능한 쉽게 쓰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문제의 RS-24가 기존의 Topol M과는 다른 새로운 미사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왜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엇이 다를까요?

우선 핵심적인 기능이 하나 다릅니다. Topol M은 단일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고, RS-24는 다탄두(MIRV)지요. 그리고 이름이 다르지요. 'Topol M 다탄두형' 이런 식으로 붙여도 될 것 같은데, 다른 이름을 주었지요. 그것은 다른 이름을 줘야 할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차이를 빼고 나면,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의 범위 내에서 이 두 미사일은 별로 다른 구석이 없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미래를 짊어질 신병기로는 Topol M이 유일하다고 언급했을 때, 당시에도 러시아가 Topol M을 조금 손 본 다탄두형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유력한 관측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RS-24라면 그건 Topol M에 포함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건 거의 같은 미사일이고 다탄두 탑재형 정도라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우니까요. 이 점에 대한 저의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이거니와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관점을 뒷받침할 증거는 더 늘어난 상태입니다.

앞에서 이 미사일은 다른 이름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제 그 이야길 해 보지요.

러시아는 RS-24가 새 미사일이며, 단순한 Topol M 다탄두 탑재형이어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에서 전략공격무기의 현대화나 교체를 진행할 때, 기존 유형 혹은 신형 미사일의 탄두 수를 "늘리는" 것을 금지(5조 12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허용된 방법은 신형 미사일을 처음 개발할 때 이 미사일은 "원래" 몇 기의 탄두를 싣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처음부터 정해진 탄두 숫자를 신고하고 확인받는 것입니다.

그럼 기존의 아무 미사일이나 갖고 가서 신형이라고 신고하면 되지 않느냐... 그건 조약이 그렇게 허술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신형'이 되기 위한 엄격한 조건들이 있지요.

69. (59) ICBM이나 SLBM에 있어 "신형"이라는 용어는 기존에 신고된 ICBM이나 SLBM의 각 유형과 다음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측면에서 기술적 특성이 다름을 의미한다

(a) 미사일의 단 수
(b) 각 단의 연료 유형
(c) 발사중량이 10% 이상 차이나는 경우
(d) 프론트 섹션을 제외하고 조립된 미사일의 길이 또는 제1단의 길이가 10% 이상 차이나는 경우.
(e) 제1단의 직경이 5% 이상 차이나는 경우
(f) 제1단의 길이가 5%이상 차이나고, 아울러 투발중량이 21% 이상 차이나는 경우
(START 용어정의 부속서)

즉 기존 미사일들과 현저하게 달라야만 신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기존의 Topol M을 이 조건에 맞을 정도로 상당부분 고치면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게 들 수밖에 없으며,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을 바닥부터 새로 개발할 경우엔 비용이 더 많이 들 게 뻔하지요. 그래서 러시아는 START-1이 만료되거나 개정되기 전까지는 이 미사일을 배치할 수도 없고, 또 기존 미사일의 일종이라고 인정할 수도 없는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이 조항들의 기본 취지는 어느 한 쪽이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기존 핵무기 투발력을 급증시켜 전략적 균형을 뒤집는 것을 금지하는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러시아의 국력이 급속히 쇠퇴하게 되자, 러시아로서는 기존에 보장받은 미소 전력균형을 유지하려면 바로 그런 단기간에 적은 비용을 들이는 편법이 절실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지요.

이제 실제로 외형을 비교해 보지요.


외형적으로 볼 때 두 미사일은 매우 흡사합니다. 위 규정에서 말하듯이 막 길이가 10%씩 차이난다거나 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더 정확한 것은 결국 RS-24가 실전배치될 때쯤 되면 START1 후속협정이 완료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 때 러시아 측이 신고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겠지요.


물론 겉 껍데기는 동일해 보일지 몰라도 알맹이는 싹 바꾼 전혀 다른 미사일일지도 모르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엄격하게 말하면 만든 쪽이거나 아니면 미사일을 뜯어 내부를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문제지요. 하지만 그건 꼭 그렇게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RS-24가 Topol M에서 개량되어 달라진 부분이 많다면, 시험발사는 그에 비례해서 더 많아야 마땅합니다. 반면 다탄두화 된 것 이외에는 바뀐 곳이 적다면 그만큼 과거의 시험데이터를 많이 신뢰할 수 있고, 시험발사 회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몇 번 쐈는가 하면 단 3번(2007년 3월, 12월, 2008년 11월)입니다. 이 정도로 2009년부터 실전배치를 추진한다는 것은 이 미사일에 대해서는 굳이 그렇게 많이 테스트해보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이 미사일의 배치는 2011년 이후로 미루어졌고, 한 두 차례의 시험발사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RS-24와 Bulava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납니다. 같은 MITT에서 설계했고 기술적인 공통성도 꽤 있지만 Bulava는 Topol M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외형과 구성을 가진 START1 기준에 따른 신형 미사일인 반면, RS-24는 그렇지 않습니다. Bulava가 RS-24보다 훨씬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고 또 실패도 많은 것도 이것으로 잘 설명됩니다.

이 정도면 RS-24를 새로운 미사일이라기 보다는 Topol M의 한 변형으로 간주하는 제 관점을 충분히 설명한 것 같습니다. 사진을 포함해 이 중 몇 가지는 3년 전에는 지금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던 것도 있습니다만, 과거의 제 관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증거들이 모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RS-24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문제를 환기할까 합니다.

3년 전 글에서 저는 "신규조달분이 Topol-M 70기에 불과하다면 전략로켓군의 ICBM 수는 반 토막이 날 것"이라며 발사대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전략로켓군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MIRV화를 통해 한 Topol M에 여러개의 핵탄두를 올리면 분명히 총 투발가능 탄두 수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사대 수는 그대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탄두수를 유지할 때 발사대 값이 절약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이지요.

러시아가 공격을 할 때 이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만, 반면 러시아가 공격을 받을 경우엔 이것이 중대한 약점이 됩니다. 미국이 러시아의 미사일 사일로를 하나 부수면 러시아 핵탄두가 한 발 없어지는 대신 여러 발 제거되는 셈이니까요.

근래 START I 후속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 확인된 점은 러시아가 파격적으로 적은 수(500기)의 발사대를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만큼 러시아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해결할 다른 뾰죽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조약의 의무를 빌어 미국도 러시아 수준으로 적은 발사대 수를 유지하도록 얽어매려고 합니다만 미국은 가만 있어도 유리한데 뭐하러 그러느냐며 시큰둥해 합니다.

그러니 RS-24가 새롭게 배치되기 시작한다고 해서, 기존의 Topol M 조달량(예를 들어 연 7기)을 그대로 두고 별도로 RS-24 7기를 추가해 발사대 조달량이 2배가 된다거나 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금까지 업체가 요구하는 Topol M의 최소조달량도 잘 사주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Topol M과 RS-24가 전혀 다른 미사일이어서 새로운 제조라인이 요구된다면 그에 따른 최소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 추가적인 물량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만, 반대로 제 생각이 맞아 내용상 거의 같은 미사일이고 같은 업체(Votkinsk)에서 제조된다면 라인을 상당부분 공유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면 주문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겠지요.


Bulava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하지요.

3년 전의 글은 2006년 연말의 제5차 시험발사까지 보고 쓴 것인데, 그 뒤 결과는 제가 우려하던 것 이상으로 개발이 난항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후로 일곱 번 더 발사했는데 6차와 9차 두 번 성공하고, 나머지 다섯 번은 실패했습니다. 9차 시험이 성공하자 "처음으로 완전한 성공"이라는 논평이 있었는데, 이는 6차의 성공도 완전한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것입니다(게다가 그 후로 다시 3연속 실패). 또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문제가 1단, 3단, 버스, RV, 발사통제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역은 알기 힘들겠으나 당연히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이런 상태에서 단 두 번의 시험발사로 성공을 담보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설령 두 번 연속 성공한다 한들 거기에 자신감을 얻어 16기 전탄발사 같은 성대한 불꽃놀이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년에 Topol M 7기 사는 나라에서 신형 SLBM 16기를 갖다버린다는 게 설득력이 있는 행동일까요? 또한 16기를 쏴서 그 중 한 1/3 만이라도 실패하면 그게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위해서? 세계의 이목을 한 데 모을 정치적으로 큰 부담만 되는 도박인데 말이지요. 한 번에 하나씩 쏴야 개발비도 적게 들고, 또 잘못되었을 때 다음 발사에 대비한 피드백이 되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건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합니다. 개발 성공에 자신감이 붙으면 시험발사 주기는 짧게 가져갈 수도 있긴 하겠지만요.

과거 러시아 해군은 2005년 여름 시점에서 Bulava로 무장한 두 척의 잠수함을 내년 말까지 배치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그 때까지 어떻게 2척이 가능하냐 하면 그 중 한 척은 '드미트리 돈스코이'임)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러시아 해군은 이런 호언장담을 종종 내놓곤 합니다. 러시아 해군에서 16기 전탄발사란 이야길 했다면, 이는 사실 이런 류의 주장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Project 955 4번함은 Bulava에 대한 러시아 지도부의 기대를 가늠케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4번함을 취소하는 한편, 지금까지의 의혹을 불식시킬만큼 충분한 시험 없이 Bulava가 최소한의 성공을 보여주는 대로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결론짓는다면, 이는 이 미사일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대충 마무리지은 다음, 보다 전망이 밝아보이는 다른 프로젝트 쪽으로 예산을 돌리려는 결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by sonnet | 2010/03/20 19:29 | 정치 | 트랙백 | 덧글(23)
올해 노벨평화상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깜짝 놀랐는데, 이 결과를 놓고 말한다면 다음 논평이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It's About the Bomb, Not Obama (Joseph Cirincione, HuffingtonPost)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내 생각에 오바마가 핵분야에서 실질적 결과를 이끌어낼 가장 가망성있는 부문은 START-1 후속협정 부문이다. 그건 해결난망인 다른 많은 문제들과는 달리 미국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도 꽤 훌륭한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복병은 NPR(*)이다. 현재 리뷰가 진행 중인데 NPR이 의외로 보수적으로 나오게 된다면 오바마가 START-1 후속협정에서 쓸 정치적 자산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 핵태세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는 미국의 핵전력에 대한 중기종합평가. 1994년과 2002년에 각 한 번씩 만들어졌고 2010년에 다음 판이 나올 예정이다.
by sonnet | 2009/10/10 10:27 | 정치 | 트랙백 | 덧글(38)
START I 후속 협정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START-I의 후속 협정의 초안에 합의했군요. START-I은 올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후속 협정이 꼭 필요한 상황이긴 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협정 상한선이 탄두는 1,500 - 1,675기 사이, 투발수단은 500 - 1,100기 사이로 정해졌는데, 투발수단의 폭이 매우 넓은 게 특징입니다.

경제력이 후달리는 러시아는 투발수단 수를 대폭 줄이기를 원하는 반면 미국은 별로 줄일 생각이 없어, 이대로 가면 미국은 러시아의 2배에 가까운 투발수단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투발수단의 수가 중요한 이유는 두 나라 모두 예비핵탄두가 많이 있고, 어떤 계기가 있으면 단기간에 현재의 투발수단에 더 많은 탄두를 싣는 게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략 800 : 1200 = 2 : 3 정도의 비율을 보이는 투발수단. 향후 이 간격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예상됨

by sonnet | 2009/07/07 11:33 | 정치 | 트랙백 | 핑백(2) | 덧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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