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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저작권법
2007/07/01   내가 보는 저작권의 문제점 [33]
내가 보는 저작권의 문제점
예전에 한번 했던 이야기인데 이오쟁패에서 요즘 개정 저작권법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을 보고 한 마디.


현금이나 토지는 몇십 년 정도 보유했다고 해서 그 소유권이 소멸되지 않는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영구적으로 보유, 혹은 상속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이든 특허든 모든 지적재산권은 일정기간동안만 보호된다. 저작권을 무기한 보호하는 나라는 없다.

사실 지적재산권은 역사적으로나 전통적으로 저작자에게 인정되어온 신성불가침한 권리가 아니다. 지적재산권은 원래는 그런 권리가 존재하지 않던 것을 근래 몇 백년 사이에 사회가 사회전반의 이익에 합당하다고 판단해 제한적으로 법으로 보호해 주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즉 사회는 창작자들에게 일정기간 특권을 부여하는 대신, 그 기간이 끝나면 사회 구성원들 누구나 비용부담없이 그 창작물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계약을 맺은 것이다. 내가 만든 건데 그게 무슨 특권이냐라고 주장할 사람이 있겠지만, 그것이 가장 먼저 생긴 지적재산권이 특허(patent)라고 불리는 이유다. 발명에 대한 특허는 특허상인이 가진 소금이나 담배의 전매권과 비슷한 종류의 권리인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유형) 재산권은 인류 사회의 형성과 역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한 시절에는 인권의 일부,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권리로까지 간주되었다. 노예에게 체벌을 가할 권리를 가진 주인들도 노예의 재산은 함부로 몰수할 수 없다든가 하는 식의 제도가 여러 사회에 존재했던 것은 그런 사실을 잘 말해준다.

그럼 왜 지적재산권은 전통적인 (유체) 재산권과 다르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유체재산권은 현재의 소유자에게 뺏지 않고서는 이전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반면 지적재산권은 복제를 통해 현재의 소유자에게서 뺏지 않고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전자는 제로섬 게임이고 후자는 포지티브섬 게임이다.

유체재산권처럼 어떻게 옮겨지든 사회 전체로 볼 때 그 효용의 총량이 변동이 없는 것이라면 누군가가 영원히 가질 수 있게 해도 상관없겠지만, 지적재산권처럼 복제/전파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효용을 누릴 수 있는 것을 한 사람이 영원히 독점하게 놔두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는 공리주의적 원칙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범위 내에서만 창작자의 창작행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그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적당히 제한된 기간 동안만 지적재산권을 보호해 주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저작권법의 보호기간이 될 저작자 사후 70년이라는 말은 이런 의미이다.

* 창작 후 평균보호기간: 약 100년(평균수명을 70세로 잡고 산술평균)
* 창작 후 최소보호기간: 70년(창작 직후 사망)
* 창작자 사후 2세대간 권리 보장

도대체 보호기간이 이렇게 길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아무 조건 없이 특허에 비해 이렇게 긴 기간을 보호해 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 많은 저작물들은 이렇게 긴 기간이 지나면 그 경제적 가치가 소멸될텐데, 사회는 저작권자들과의 사회계약에서 너무 손해를 많이 보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대부분의 저작권자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고 전반적인 창작행위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사용상의 법적 제약이 없는 공유재(public domain 혹은 commons)의 범위를 늘려서 공공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30년 또는 저작자 사망 중 긴 쪽" 이후에도 저작권을 보호받으려면 저작권을 특허처럼 일정 비용을 내고 등록해야 되도록 바꾸면 어떨까?

저작 후 30년 정도가 지나면 경험적으로 돈이 될만한 저작물과 아닌 것들은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저작권자의 상속자가 그 권리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일정 기간마다 일정 비용을 내고 등록/갱신함으로서 기존과 같은 권리를 지킬 수 있고, 돈을 내고 지킬만큼의 가치는 없다고 판단해서 등록을 하지 않으면 권리가 자동적으로 소멸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출판하기에는 돈이 안 되어서 오래 전부터 절판이지만, 관심있는 제3자가 합법적으로 공개할 수 없었던 책 같은 것을 일찍 인터넷 등에 공개할 수 있게 되어 공공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그런 경우에도 비용도 들지 않는데 혹시라도 나중에 돈이 될지 모르니 일단 갖고 있어 보자는 식의 생각이 합리적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보자면 돈도 되지 않는 저작권이라 해도 귀찮게 명시적으로 권리를 포기하고 나설 저작권의 상속자들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당연히 공유재의 확대가 이루어지기 힘든 구조인 게다.


만약 저작법의 규정과 단속이 강화되어 저작권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간다면, 그에 상응하게 저작권법 상의 보호기간은 점차 줄어들어야 한다고 본다. 현행의 규정은 저작권의 단속이 어짜피 형편없을 것을 가정해서 기간이라도 넉넉하게 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방향은 저작권자와 저작권 이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win-win의 길이기도 하다.
by sonnet | 2007/07/01 18:13 | flame! | 트랙백(2) | 핑백(4) | 덧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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