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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유가
2009/03/29   석유-달러 음모론 [32]
석유-달러 음모론
석유와 기축통화를 둘러싼 세계적 경쟁에 트랙백.

간만에 석유-달러 음모론 쩌는 글을 하나 보게 되어서 한마디.



주지하다시피, 지난 1971년 8월에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달러와 금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이런 조치 전까지 외국 중앙 은행들은 미국 달러를 자신들이 보유한 금과 교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는 금을 대체하여 통화를 고정시킬 무언가가 여전히 필요했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바로 석유였다. 이 때문에 미국은 더더욱 석유를 전략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이러한 측면은 지난 70년대의 오일쇼크 당시에 아주 분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석유수출국기구인 오펙은 석유를 무기화 하면서 미국에 대한 석유 수출을 전면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은 오일 달러가 미국으로 흘러들고,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가치를 지키기위해 당시 세계 최고의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여 석유를 오직 달러로만 사고 팔도록 만들었다. (그 때 이래로 뉴욕 상업 거래소(NYMEX)와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석유는 달러로 거래되었다)

그런데, 석유매매가 달러로만 이루어지게 되면 각국은 달러를 보유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줌과 동시에 발권국인 미국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구조를 만들어 주게 된다.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속에서도 미국이 버티는 것은 바로 이런 잇점 때문이다.


달러를 고정시킬 닻(anchor) 역할을 차지한 것이 석유라고? 달러가 금에 고정(금본위)되어 있을 당시 금1온스=35달러는 20년 이상 지속된 가격이었고, 금의 시장 가격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참고로 그래프 맨 끝의 금 가격 급등은 금본위제가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임)


석유가 달러의 앵커였으면 다른 통화로 표시된 유가라면 몰라도 달러 표시 유가는 매우 안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다음 그래프를 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위 주장에 해당되는 영역을 강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런 식으로 저 글에 소개된 개별 사례들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코웃음칠만한 내용이 많은데, 하나 하나 짚어서 비판하기엔 시간이 아깝고 전반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잘못된 접근방법 하나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저런 음모론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적합하지 않은 사례들을 대거 끌어들여서 모든 것을 경제적 원인 하나로 환원해 설명하려 시도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기축통화와 석유가 얽힌 이런 관계가 실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가지는 적대정책의 기본 배경" 같은 설명이 말이 되는가?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숙적인 이란과 이라크가 미국에게 도움을 주는 반면, 우방국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가 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1]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중동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경제 일원론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석유 금수와 감산으로 서방에 대 타격을 주었을 때, 왜 이 두 나라는 미국의 맹방으로 남았는가? (1970년대 후반에 미국이 이들 두 나라에 팔아치운 무기들을 떠올려 보라) 여기에는 경제적 동기보다 더 앞서는 정치적 동기가 강력히 작용하고 있었다. 중동은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석유-달러 음모론이 판을 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부시 행정부와 이라크 전쟁에 대해 지독한 비판가였던 폴 크루그먼 조차 가볍게 일축[2]한 바 있으니 이 쪽을 참고하는 좋을 듯 하다. 이 글은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효하다.


[1] Barro, Robert J., "With Friends like OPEC, who needs...," Business Week, 2000년 5월 8일
b0009940_bw00_opec_05_08.pdf
[2] Krugman, Paul., Nothing for Money, 2003년 3월 14일 (번역은 여기)
by sonnet | 2009/03/29 00:43 | 경제 | 트랙백 | 핑백(2)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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