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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약소국
2007/08/11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테러 [38]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테러
독립운동가 = 테러리스트. 과연 존재할 수 없는 등식인가? (Ladenijoa)에서 트랙백

나도 지난 몇 년간 이 비슷한 논쟁에 여러 차례 참여해서 김구=테러리스트 설을 지지해 오고 있기 때문에, 간단히 내 입장을 밝혀 두고자 한다.


내가 던지는 기본적인 의문은 이렇다.

우리가 다시 한번 독립운동에 나서야 할 만한 궁지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테러리즘을 우리의 수단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나는 이 질문이 단지 한번 생각해보기 위한 가설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멀지 않은 미래에 직면할 가능성이 꽤 있는 실제적인 질문이다. 유사시의 빠른 결단을 위해 우리가 지금부터 입장을 정리해 둬야 할 바로 그런 종류의 질문이란 말이다.
반면 김구≠테러리스트 설의 지지자들은 이 점에서 나와 근본적인 입장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독립운동은 과거의 일일 뿐이며 우리가 미래에 다시 만나게 될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명확한 입장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란 평소에는 말이 통하고 거래도 가능한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영토에 대한 외국의 점령이 발생할 경우 꼭지가 돌아버려서 그 어떠한 설득이나 회유도 통하지 않으며, 아무리 큰 피해가 나더라도 끊임없이 광신적으로 점령세력에 대해 공격을 계속하는 유별난 종족"이란 관념을 인접국과 주요 강대국 정치지도자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심을 수 있다면 더 강한 이웃들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는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힘이 바로 억지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은 우리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이지 범 세계적으로 일관성있게 적용되는 원칙이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원칙을 범세계적으로 일관성있게 지지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분쟁지역의 테러리스트들과 입장을 같이한다는 논리적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즉 공산혁명의 수출을 지지한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이나 외국의 민족해방전쟁을 폭넓게 후원했던 마오쩌둥의 제3세계론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는 모든 국가가 우리를 적으로 돌릴 것이며, 우리가 우리의 방어적 테러리즘을 고수함으로서 얻게 될 잠재적 이익을 월등히 초과하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테러리즘을 옹호하는 논리는 반드시 이기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최후의 수단으로 남에게 가하는 테러만 옳고, 남이 우리에게 혹은 남이 다른 남에게 가하는 테러는 무조건 잘못이란 입장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


이를 핵무기 보유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보통 국제적으로 책임감있는 핵무기보유국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지켜야 한다.

1. 최후의 수단
핵무기는 국가의 생존 같은 아주 좁게 정의된 최고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됨
2. 엄격한 통제
핵무기는 도둑맞거나 우발적으로 사용되어선 안됨
3. 비확산
핵무장 능력을 다른 비핵보유국에게 전하지 않음

이러한 기준은 핵무기란 단어를 테러로만 치환하면 그대로 책임감있는 테러능력보유국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1. 최후의 수단
테러는 정상적인 군사, 외교, 경제력으로 국가의 생존, 영토 보존, 주권 수호 같은 최고의 국가이익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을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사소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면 안됨
2. 엄격한 통제
테러는 최후의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 함부로 또는 우발적으로 사용되어선 안됨
3. 비확산
우리 자신이 테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빠지기 전까지는, 다른 나라나 정치조직의 테러를 지원하지 않음

전쟁은 도덕적으로 좋지 못한 것이지만 피치 못하게 전쟁에 뛰어들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테러도 도덕적으로 좋지 못하다. 아마 비교하자면 전쟁보다 더 나쁜 것이 테러일지도 모른다.
나도 기본적으로 테러는 아주 나쁘다고 본다. 전쟁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전쟁, 즉 핵전쟁만큼이나 나쁜 것이 테러가 아닐까? 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서 핵전쟁이 연구되고 준비되듯이, 테러도 가용한 최후의 정책수단으로서 연구되고 준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강대국들은 강대국이기 때문에 굳이 테러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자국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약소국은 그 정의상 강대국처럼 테러 없이도 자국을 지킬 수 있는지가 분명치 않다. 아마도 힘들 것이다. 따라서 약소국은 함부로 민족주의나 테러리즘을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테러리즘에 의존한다고 공식적으로 북치고 장구치는 것은 물론 미친 짓이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민족국가로서의 생존과 영토적 일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last resort)로서 테러리즘이 유의미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는 것이 전혀 그를 욕보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표적을 직접적인 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김구의 테러는 테러가 아니고,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는 테러라는 식의 논리는 반드시 배격해야 한다. 그런 주장은 패배만 불러오는 해로운 주장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어 테러를 하기로 한다면, 강하고 치열한 테러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자국 영토 밖으로 몰아낸 히즈불라 같은 성공 사례를 모방해야지 김구와 같이 결국 승리하지 못한 약하고 간헐적인 테러를 모방해서는 안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테러를 해야 한다. 못이길 줄 알면서도 테러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김구가 처했던 것 같은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그의 전례를 이어받아 다시 한번 테러로 투쟁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최후의 사태를 피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럴 각오가 단단히 서 있는 독종이라는 것을 미리 사방에 알려두어야 한다.
by sonnet | 2007/08/11 00:54 | flame! | 트랙백(1) | 핑백(4) | 덧글(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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