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태그 : 상보성
2011/09/01   오늘의 한마디(Niels Bohr/Schiller) [34]
오늘의 한마디(Niels Bohr/Schiller)

와인버그의 『최종이론의 꿈』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몇 년 후 보어는 물리학에서 아주 동떨어진 문제와 관련해 [양자역학의] 상보성(complementary)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번은 보어가 독일에서 진실(wahrheit)의 상보적인 속성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받았다. 잠시 생각한 후 그는 명료함(klarheit)이라고 대답했다.

원문이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Nur die Fülle führt zur Klarheit, Und im Abgrund wohnt die Wahrheit
모든 것이 명료함에 이르러, 진실은 심연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번역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하여간.
그런데 다소 의심쩍은 느낌이 들었다. 뭔가를 설명하는 문장으로서는 너무 애매하고 문학적인 표현에 가깝지 않은가? 보어는 위대한 물리학자긴 하지만 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거려서 주변 사람들을 당혹케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인물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말이다.

좀 더 찾아보니 이건 실러(Friedrich von Schiller)가 쓴 시의 마지막 구라고 한다. 제목은 무려 '공자님 말씀'(Sprüche des Konfuzius). 아, 이것이 독일어권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 간에 통용된다는 가보 문구 구사 스킬인 모양이다. 듣는 쪽도 교양이 후달린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그 구절이 무엇인지 정도는 바로 알아들어줘야 한다는.

Sprüche des Konfuzius

1.
Dreifach ist der Schritt der Zeit:
Zögernd kommt die Zukunft hergezogen,
Pfeilschnell ist das Jetzt entflogen,
Ewig still steht die Vergangenheit.

Keine Ungeduld beflügelt
Ihren Schritt, wenn sie verweilt.
Keine Furcht, kein Zweifeln zügelt
Ihre Lauf, wenn sie enteilt.
Keine Reu', kein Zaubersegen
Kann die Stehende bewegen.

Möchtest du beglückt und weise
Endigen des Lebens Reise?
Nimm die Zögernde zum Rat,
Nicht zum Werkzeug deiner Tat,
Wähle nicht die Fliehende zum Freund,
Nicht die Bleibende zum Feind.


2.
Dreifach ist des Raumes Maß.
Rastlos fort ohn' Unterlaß
Strebt die Länge fort in's Weite;
Endlos gießet sich die Breite;
Grundlos senkt die Tiefe sich.

Dir ein Bild sind sie gegeben.
Rastlos vorwärts mußt du streben,
Nie ermüdet stille stehn,
Willst du die Vollendung sehn;
Mußt in's Breite dich entfalten,
Soll sich dir die Welt gestalten;
In die Tiefe muß du steigen,
Soll sich dir das Wesen zeigen.

Nur Beharrung führt zum Ziel,
Nur die Fülle führt zur Klarheit,
Und im Abgrund wohnt die Wahrheit.

시 번역은 어느 나라 말이든 능력 밖이니 접어두고, 경구란 것은 종종 정해진 진리나 정답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듣는 이의 마음 속 화두를 자극해서 그 사람의 고민거리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게 하는 식으로 작용할 때가 있는데, 이번이 좀 그런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저 문장이 현실에 대한 설명[, 해석, 이론]이 깔끔하게 완성된 것 같을 때, (설명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깔아놓은 가정이나 잘 맞지 않아 버린 예외, 중요성이 낮아 보여 무시했던 잡다한 요소들 등등의 이유로) 총체적 진실에서 오히려 멀어질 수 있고, 깔끔한 설명을 과신하게 됨으로서 이를 깨닫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식으로 들렸다. 그게 아마 내가 찜찜해하던 문제라서 그렇게 들렸나 보다.
by sonnet | 2011/09/01 12:31 | 한마디 | 트랙백(1) | 핑백(1) | 덧글(34)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