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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사과
2020/10/06   국민국가에 소속된 개인의 사과 [8]
국민국가에 소속된 개인의 사과
우치다 그럴 겁니다. 세대에 따라서는 ‘왜 우리가 한국에 사죄해야만 하는가’라는 불편한 감정을 갖기도 하지요. 내가 한 일도 아닌데 전쟁의 책임을 추궁당해야 하느냐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요. 그런데 국민국가는 일종의 연속성을 갖기 마련이고 연속성이 없으면 지탱할 수 없습니다. “전쟁을 한 놈들이 나쁘지, 나는 관계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국민국가는 환상의 차원에서 죽은 자들과도 공동체를 형성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나는 한국에서 전쟁 책임에 관하여 질문을 받으면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쪽에서 정중하게 사죄하면 대부분의 경우 “아닙니다. 당신이 한국을 점령하거나 전쟁을 한 것은 아닙니다”라는 말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이쪽에서 사죄를 했는데 “이봐, 그렇다면 성의를 보여야지, 성의를!”이라고, 마치 야쿠자처럼 말하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사죄하면 되는 일이죠, 사과란 상대에게 이쪽의 사죄 의사가 전달될지 아닐지의 문제이지, 무슨 말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언어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실제로 ‘미안한’ 마음이 있으면 어떤 표현을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구 식민지인에게 구 종주국민은 “수탈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같은 국민인 한, 죽은 자들이 저지른 죄를 떠안을 의무가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나 자신이 죽은 자들의 핏줄로 이어졌기에 죽은 자가 저지른 죄나 짊어진 빚은 ‘나의 채무’입니다.

内田樹, 白井聡. 2015. 『日本戦後史論』. 東京: 徳間書店.
(정선태 역, 2019. 『사쿠라 진다 : 전후 70년, 현대 일본을 말하다』. 1판 용인: 우주소년. p.229-230)


이 정도만 하면 양심적인 지식인의 반열일 듯.

그건 그렇고 '야쿠자'를 안 만났다면 운이 매우매우 좋았다고 생각함.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이 잘못했다는 자백으로서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힘겨루기와, 거기서 이긴 승자가 전과확대를 위한 다굴빵을 펼치는 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느낌.

사과가 사과를 하는 개인의 "도덕적 회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인 승패의 인정으로 변질되면서 악질적인 세상이 펼쳐지고 있으며, 어떻게든 전자의 성격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함.
by sonnet | 2020/10/06 12:33 | 정치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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