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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북한기근
2009/11/29   garry's comment(10) [33]
2009/11/26   처방 [49]
2009/11/25   시장을 활용한 식량원조 [74]
2009/11/25   Garry's comment(7) [42]
garry's comment(10)

“어느 날 중국 [외교관] 친구에게 농담을 했다. ‘대만 문제도 그렇고 우리에게 할 이야기가 많지? 우리도 그렇다. 그런데 일일이 거창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다. 그러니 중요한 주제에는 번호를 매겨 그쪽이 ‘3번’이라고 하면 우리가 ‘3번? 잘 알겠습니다. 우리는 4번입니다’라는 식으로 회담을 진행하는 건 어떻겠느냐’라고.”[1] -리처드 아미티지-



1. 이명박 핵실험유도설™

북은 먼저 핵 자료를 미국에 넘기고 모니터링 조건을 받아들여 50만톤의 식량을 받기로 하고, 동시에 중국으로 부터도 50만톤을 받습니다. 그리고 한미 군사훈련 등이 재개되자, 미사일 발사, 2차 핵실험을 합니다. … 정리하면, 이명박의 식량 제공 중단과 대북압박은 북의 굴복을 이끌어 낸게 아니라, 시간 순서상 정 반대로 북의 2차 핵실험을 유도 (출처)

제가 도대체 어떤 전문가가 "이명박의 식량 제공 중단과 대북압박이 … 북의 2차 핵실험을 유도"했다고 평가하는지 질문했는데 아무 답이 없으시군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각 50만 톤씩 도합 100만 톤의 식량원조를 받았다면, 이명박이 식량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에게 큰 지장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귀하는 "핵은 남 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것 … 미국의 침공을 막고, 의도적 무시를 깨고 협상장으로 나오게 할 북의 유일한 협상수단"(출처) 이라고 꾸준히 주장하고 계시지요. 그런데 식량원조도 100만 톤이나 받은 상태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데 써야 할 유일한 협상수단을 왜 이명박 때문에 낭비해야 하겠습니까?

그러니 이명박이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귀하 자신의 전제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거니와, 세상의 평가와도 동떨어진 나홀로 우기기에 불과합니다.



2. 인도적 식량원조 원칙

sonnet님이 끝끝내 인정하지 않는 모순은, '어짜피 주지도 않을 식량'의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계신다는 것이지요. 이는 마치 차도 없는 사람에게 과속하지 말라고 야단치는 격이지요. (출처)

이것도 이미 답변한 내용이지만, 다시 정리해 드리지요.

인도적 원조라는 관점에서 볼 때 모니터링이 중요하며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습니다. 반면 인도적 원조라는 관점에서는 적절한 모니터링이 따르고 있다면 '어느 나라가 원조했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이 제공하는 식량이라 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겁니다.

현인택 장관은 국정감사 답변에서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반드시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대북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하건 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2]라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만약 남한의 원칙이 인도적 원조라는 관점에서 그렇게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북한이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을 설득해 원조를 얻어내면 될 문제입니다. 전 세계에서 북한에 대한 원조가 격감한 것이 garry씨가 말하는 '학살자' '인간 말종'이 득세했기 때문이란 말입니까? 왜 미국이 주기로 약속하고 보내주고 있던 곡물 50만 톤을 걷어차고 이제 와서 난리입니까? 모니터링이 그렇게 싫으면 중국에게 머리 한 번 조아리고 곡물을 더 얻어오든가. 아니면 납치자 문제를 해소하고 일본의 원조를 얻어내든가.

물론 북한은 이제라도 바람직한 행동을 앞세워 세계를 설득하려 노력하는 대신, 혹시나 남한의 여론이 북한에 동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치사하고 속통좁은 처사"니 "쥐꼬리만한 물건짝을 내들고 생색을 부리려 하니 뭇매를 맞아 백번 싸다"[3]라고 언제나처럼 원색적인 비난만 퍼붓고 있지요. garry씨는 이런 북한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계시구요.

남한이 모니터링 없이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 5만 톤이 작은 것 같아 보여도 1백만 명이 3개월 간 먹을 양입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의 손에 전달된다면 기근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매년 쌀 40만t과 비료 30만t 지원 예산을 남북협력기금 사용계획에 잡아놓는 것[4]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 정부가 대북원조를 '어차피 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섣부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북한은 WFP의 위협에 굴복해 수 차례 모니터링 지역과 기준을 확대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점진적인 모니터링확대에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별 근거가 없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나라를 잘못 운영해 식량이 부족한데 식량을 안 주면 남한 잘못, 식량을 주되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지 좀 보자고 해서 북한이 안 받아도 남한 잘못. 이런 비뚤어진 생각에서 찾아야 하는 법이지요.



3. 대북전략

문제는 북의 협상력이 0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럼 북의 전현적인 패턴을 깰 한국과 미국의 수단이 뭘까요? (출처)

아무도 북한이 협상력이 전혀 없다고 한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그것이 북한이 협상에서 무적이란 의미도 아니지요. 아울러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고전이 된 처방도 있고.

미국이 도움 없이 혼자서 공산주의 운동의 생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으며, 러시아에서 소련의 권력을 빨리 멸망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특정한 상황에서 소련의 정책 실행에 엄청난 긴장을 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 크렘린이 보여준 행동보다 훨씬 많은 절제와 신중함을 강요할 수 있으며, 이런 방법으로 미국은 소련이 결국 권력의 붕괴로 나아가는 경향 또는 소련이 점진적인 성숙 쪽으로 그 배출구를 찾게 하는 경향을 촉진할 수 있다.

George Kennan, "The Sources of Soviet Conduct", Foreign Affairs, 1947년 7월




4. 6자회담 ≠ 햇볕정책

김대중은 죽기전에 '미국이 05년 9.19합의를 존중하면 핵 문제는 풀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바마는 05년 9.19합의로 돌아가지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05년 합의데로 된다면 북은 핵을 포기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되며, 그럼 6.25가 끝는 것이니 평화체제가 들어섭니다. … 즉 햇볕정책이 예정한 평화 프로세스로의 급진전인 것입니다. (출처)

이 또한 답변한 바가 있습니다.

6자회담의 각종 합의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장치이지 햇볕정책 그 자체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지요. 게다가 저런 식의 "A하면 B하고, B하면 C하고…"의 전개를 통해 핵문제 해결과 햇볕정책을 엮으면 그건 필연적으로 핵문제 해결이 햇볕정책의 선결조건으로 자리잡게 되는 거예요. 그건 노무현 같은 사람들이 피하고자 했던 경로지요.

게다가 이 모든 논의는 핵문제 해결이 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는 거지만, 정작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한국의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바램과 달리 오바마가 북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유화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참고자료

[1] 船橋洋一, 『ザ·ペニンシュラ·クエスチョン 朝鮮半島第二次核危機』, 朝日新聞社, 2006
(오영환 외 역, 『김정일 최후의 도박』, 서울: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07, p.404)
[2] 北언론 `南, 쥐꼬리만한 물건짝으로 생색`, 뉴시스, 2009년 11월 10일
[3] 박현준, 현인택 장관 "대규모 식량지원, 북핵 상황과 고려", 아시아경제, 2009년 10월 6일
[4] 대북 '쌀40만t·비료30만t' 내년예산반영, 연합뉴스, 2009년 11월 13일
by sonnet | 2009/11/29 13:34 | flame! | 트랙백 | 덧글(33)
처방
또는 Garry's comment(8)

무한루프가 제 탓 아닌 것 아시지요?

이명박은 핵 포기 전에는 대규모 식량지원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지금도 단 옥수수 1만톤 가지고 줄까말가 깰짝거리고 있지요. 어짜피 주지도 않는 식량의 배분의 투명성을 따져서 뭐하게요? (출처)

김정일 동지께서 간만에 어렵사리 입을 떼셨는데 우리 명박이 째째하게 겨우 옥수수 1만 톤을 준비해 화가 많이 나셨군요. 광폭정치를 하시는 그 분께는 "대규모"가 아니면 눈에 차지도 않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대규모 인도적 원조가 없었던 건 아니지요. 꼭 명박이 상납하는 강냉이를 먹어야 북한 인민들이 배가 부른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미국은 작년(2008) 6월부터 12개월에 걸쳐 북한에 50만 톤의 식량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40만 톤은 WFP를 통해, 나머지 10만 톤은 Mercy Corp, World Vision 등 5개 NGO를 통해 제공하는 조건이었지요. 하지만 북한은 올해 3월 중순 경, 미국의 식량 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 통고를 하고 해당 NGO들을 추방합니다. 참고로 이때까지 미국이 북한에 전달한 식량은 7차에 걸쳐 총 16만 9천 톤으로 6차와 7차 분은 올해 1월에 입항했습니다.

그리고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단 로켓 발사(4월)과 제2차 핵실험(5월)을 연이어 강행합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국제적으로 인기 없는 인물인 부시가 만만한 비난 상대였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그 때는 오바마 행정부가 막 출범한 시점이어서 북한이 미국의 행동 때문에 그렇게 반응했다고 말할 수가 없지요. 전통적으로 북한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는 상대의 반응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추어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곤 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치고 나간 겁니다.

북한 측의 갑작스런 요구로 미국 측 NGO들은 가져 온 곡물을 다 나눠주지도 못한 채 황급히 철수했습니다. 그 후 북한은 일방적인 통고를 통해 '그 곡물 22,000톤은 예정된 수혜자들에게 우리가 알아서 잘 나눠줬다'고 알려옵니다. 약정된 모니터링 없이.

하지만 그런 게 또 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오바마는 이미 햇볕정책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럼 평화협정에, 주한 미군의 지위 변경에, 군축에 납북연합 논의까지.. 소위 보수파들이 생각도 안하는 물건들이 마구 튀어 나올테니까요. (출처)

잘 됐군요. 오바마가 이미 햇볕정책으로 방향을 잡았다니까, 미국은 곧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를 재개하지 않겠습니까? 평화협정에, 주한미군, 남북연합까지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을 텐데, 설마 인도적 원조를 제일 먼저 내놓지 않을 리가요.

이명박이 평화협정을 거부를 못하지요. 이명박이 오바마 님을 거스른다고? (출처)

그리고 생각하신 대로라면 오바마의 심중이 분명히 드러나면 이명박도 오바마판 햇볕정책(?)을 냉큼 추종할테니, 뭐 명박이 지금 고집을 부린다 해도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머지 않아 다 잘 풀릴 겝니다. ㅋ


---

북한에 식량원조를 '대규모'로, 아울러 '묻지 마'로 하지 않기 때문에, 명박과 한국 정부가 '학살자' '인간 말종'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그럴듯한지는 다른 나라들과 대조를 해 보는 게 좋을 겁니다. 북한이 인도적 원조를 받을만 하다면, 이 세상에는 '학살자' '인간 말종'만 있는 건 아닐 테니, 누군가는 '대규모', '묻지 마' 원조를 하는 나라가 있겠지요.

올해 북한을 위해 기부금을 낸 나라들: 노르웨이(412만 달러), 캐나다(330만 달러), 호주(261만 달러), 스웨덴(261만 달러), 스위스(69만 달러), 핀란드(40만 달러), 룩셈부르크(35만 달러), 그리고 하도 기부금 모금이 안 되어서 사업유지를 위해 UN이 쌈짓돈을 털어 넣은 "UN긴급지원자금" 1900만 달러



아무래도 이 세상 마지막 남은 義人의 나라는 남들 몰래 선행을 행하는 중화대국인 듯.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실적

by sonnet | 2009/11/26 08:20 | flame! | 트랙백(1) | 핑백(3) | 덧글(49)
시장을 활용한 식량원조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북한 기근 대책으로 시장의 활용 가능성과 주의점에 대해서 좀 정리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1. 시장을 활용한 기근 대책

『북한의 기아』의 저자이자 USAID 처장을 지낸 앤드류 나치오스는 자신도 그간 구호 활동을 진행하면서 시장을 활용한 기근구제책으로 효과를 본 적이 많다고 회고합니다.

기아가 계속되자 고통을 받는 주민들은 이 기아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심리적 상실감 때문에 곡식들을 더 쌓아두려고 하였다. 이 같은 심리적 박탈감은 국가식량배급체제를 통하여 국가식량을 전용하기도 하였다. 기아라는 재난시기에는 매점된 곡식이 금보다도 더 가치가 있는 귀중품이다. 커니Cuny에 의하면, 1992년 소말리아에 기아가 발생했을 때 소말리아 군벌들은 원조식량 차량으로부터 탈취한 식량 3만톤을 매점해두었다. 그 당시 나는 USAID에서 파견된 기아구호 감독관으로서, 커니의 전략대로 시장에 넘칠 만큼 충분한 양의 원조식량을 소말리아 상인들에게 팔았다. 커니의 전략대로 시장의 곡물가격은 떨어지고,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리고 쌓아두었던 곡식들이 방출되었다. 1990~91년 수단이 심한 가뭄으로 식량부족 상태에 처했을 때, 커니는 50만톤 이상의 곡물이 6명의 소수 곡물상인들에 의해 매점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곡물가격이 가장 올라갔을 때 커니의 전략대로 곡물을 시장에 퍼 부었더니 곧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1]


그래서 그는 북한 기근 문제에 시장을 활용하고자 할 경우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안합니다.

원조국 정부들은 항구 도시, 특히 동해안 항구 도시들에서, 식량 판매 프로그램으로 식량원조계획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식량가격이 적당한 가격으로 떨어지도록 WFP는 비공식시장을 통해 원조식량을 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농부들의 식량생산 의욕을 꺾을 정도로 가격이 낮아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현지 화폐는 도시근로자들의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시와 광산 지역의 공공근로 사업에 다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도시 지역 시장에서 벌어지는 식량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2]

결국 이 방법을 택할 경우에는 배급 경로와 배급소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는 대신,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가격 조사도 하고 식량 유통의 현실도 둘러보는 방식으로 꾸준히 실태조사를 하고, 그 모니터링 결과에 기초해 주요 시장에 WFP 대리점을 차려 놓고 물량을 풀었다 줄였다 하면서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깊은 통찰력이 필요한 법이라 모니터링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이 방법은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는데 따른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북한이 원조기관으로 하여금 장마당을 이용하도록 허용하느냐 하는 결정적인 문제가 남습니다. 지금껏 북한은 WFP가 장마당을 방문하는 것도 못하게 금지해왔는데,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한바탕 대결을 벌이지 않고 순순히 양보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 겁니다.

어찌 되었든 분명한 것은 garry씨가 주장하는대로 북한 주민 대부분이 시장에서 곡물을 사다 먹는다(출처)고 한다면, 올바른 대안은 WFP같은 원조기관들이 직접 시장에다 물량을 출하하는 것일 겁니다. 뭐하러 북한 정부 손에 통채로 곡물을 넘기고, 관리들이 불법적으로 곡물을 빼돌려 시장에 내다 팔면서 중간에서 엄청난 이익을 챙긴 후 그 물량을 주민들이 사다먹어야 하냐 이거지요.


2. 북한 정부의 시장 탄압 시도

한편으로 북한에서 자생적 시장의 발생은 북한 개혁의 가장 큰 희망 중 하나입니다. 어찌되었든 김정일의 믿을 수 없는 립서비스보다는 훨씬 낫지요. 문제는 북한 정부가 이 자생적으로 발생한 비공식 시장을 눈엣가시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조금 사정이 좋아질 때마다 비공식시장을 단속하고 배급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보여 왔습니다. 그러한 시도가 지금까지 실패한 중요한 요인은 북한의 공공배급체제가 현재 잘 동작하지 않고, 이것이 자리를 잡을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곡물공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식량공급이 포화가 될 정도로 막대한 물량을 묻지마 원조로 쥐어줄 경우, 북한 정부가 제일 먼저 벌임직한 시도는 그간 눈에 거슬려왔던 시장을 일망타진하고 과거의 배급체제를 복원하려는 것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북한에 제공되는 식량원조가 북한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자생적인 시장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3. 북한 농업 회복을 위한 인센티브의 유지

또한 자생적 시장화를 지원하려면 나치오스가 지적한 "농부들의 식량생산 의욕을 꺾어선 안돼"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합니다.

이 시기의 사적 곡물생산량은 북한 자료에 의하면 1996년에는 총 생산량 200만 톤 중 44만 톤(22.0%), 97년에는 총생산량 214만 톤 중 68만 톤(31.8%)을 점하였다. 그런데 남·문(2000)은 실제의 사적 생산량은 북한 발표치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 정부의 1996~97년의 곡물생산량 추정치에 위의 사적 생산의 비율을 적용하여 사적 생산량이 80~111만 톤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어떻든 무역쇼크에 따른 농업원자재의 공급제약 및 집단농장의 제도상의 문제가 얽혀 공적인 농업생산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적 생산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둘째로 사적 생산의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은 수매가격 혹은 국정가격(배급가격)과 시장가격의 엄청난 가격차에 있었다. 농민들은 국가 수매가격과 농민시장가격의 가격차가 183~220배(1995~96년)나 달하는 현실에 직면하여 집단농장의 공적인 생산활동보다 텃밭, 뙈기밭에서의 사적 생산에 강한 지향성을 갖게 되었다.[3]

즉 북한 농업에서 가장 생산성이 좋은 사적 부문은 전체 생산량의 20~30%(약 80~100만 톤) 정도를 담당하는데, 이 분야의 발전은 주로 높은 농작물 가격이 주는 인센티브와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시장을 통해 포화가 일어날 정도로 원조곡물의 융단폭격을 가하면 이런 농업은 전멸해 버릴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봐도 6.25 당시 미국이 원조곡물을 너무 많이 보내주는 바람에 전쟁중임에도 불구하고 농부들이 보리밭을 갈아엎었다는 훈훈한(?) 일화가 있을 정도니까요.

우리가 직접 곡물을 제공하는 대신 굳이 비료니 종자 같은 것을 같은 것을 제공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몰락한 북한 농업이 점진적인 회복의 길을 걷고, 장기적으로 자활의 단계에까지 도달하는 데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원조 받아먹는데 중독이 되어 무한정 손을 벌리게 된다든가, 북한 농부들이 때려치운 사적 생산량을 벌충하기 위해 더 많은 원조를 줘야 한다거나 해서는 곤란하다 이거지요.

이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키려면 어차피 돈이 없는 사회의 취약계층은 사회복지 성격의 직접지원으로, 중간층 이상은 열심히 일해 시장에서 자기 돈으로 사먹는 그런 식의 역할분담이 필요합니다. 꽤 까다로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만.


참고자료

[1] Natsios, Andrew S. The Great North Korean Famine: Famine, Politics, and Foreign Policy. Institute of Peace Press, 2002. (황재옥 역, 『북한의 기아』, 다할미디어, 2003, pp.162-163)
[2] Natsios, Andrew S, and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The Politics of Famine in North Korea. Washington, DC: U.S. Institute of Peace, 1999. p.13
[3] 정광민, 『북한기근의 정치경제학』, 시대정신, 2005, pp.159-160
by sonnet | 2009/11/25 14:32 | 정치 | 트랙백 | 핑백(1) | 덧글(74)
Garry's comment(7)

그 서구인 직원들 북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수십배 높은 나라에서 온 직원들에게 많은 월급을 줘야 한다. 따라서 많은 행정비용이 소모된다, 지원액 전체의 25~30%가 든다는 얘기가 어떻게 증명의 대상이라는 말이지요?

반면에 북이 기존에 온존하는 배급체계를 이용하면 추가 인건비 0원에 가장 광범위한 배급이 가능하다.

님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세계식량기구의 과도한 행정비용은 북이 외국인을 봉으로 보는 한탕주의 때문이라고 하고 싶나 본데, 그게 위 지적의 본질과 무슨 상관이에요? 북의 과도한 비용청구의 대상이 외국인 구호인원이라고 볼 근거도 명확히 없고, 그로 인해서 얼마나 비용이 더 증가했다는거지? 행정비용 중 몇 %가 더 들었는데? 그건 님이 증명해야 할 일일 뿐이지요.

근본적인 이유는 앞의 서구인 직원들을 동원한 광범위한 모니터링 방식에 있는거지, 왜 엉뚱한 것을 들고나와 문제점 적에 대한 본질을 흐리세요? (출처)

이게 그 유명한 본질드립인가 봅니다.

이미 제시한 것처럼 WFP의 자체 자료에 따르면 사업비는 곡물 구입비(59%), 운송(29.5%), 직접경비(5%), 간접경비(6.5%) 와 같은 구성으로 직간접경비는 12% 정도입니다. 사실 제가 생각할 때 이 수치가 믿을만하다면 구호기관의 운영비로서는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WFP를 거칠 경우의 오버헤드가 25~30%라는 이야기는 저도 다른 곳에서 몇 번 들어본 적 있지만, 위 자료와 차이가 너무 큽니다. 제 생각에는 두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소위 말하는 WFP의 오버헤드에는 필수경비인 운송비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 "많은 월급을 줘야 한다. 따라서 많은 행정비용이 소모"된다는 주장은 garry씨가 입증해야 하는 겁니다.


일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저는 한국이 꼭 WFP 채널을 이용해서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이 대등한 수준의 분배 모니터링을 WFP보다 더 싸게 할 수 있다면 썩 괜찮은 일이겠지요. 다만 경쟁하는 체제인 남북한간의 예민한 정치적 관계를 감안할 때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원조 전용을 직접 적발당하는 것을 더 괴로워한다면, WFP를 이용하는 것은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지요. 가령 30%의 오버헤드가 있다고 치고, 그 오버헤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라면 100만원의 예산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지만, 실수령자에게는 70만원 어치의 곡물만 전달된다는 그런 의미일 겁니다.

그럼 배급 모니터링을 통해 막으려고 하는 원조식량의 전용(diversion)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좋은 벗들'의 탈북자 수기집에 등장하는 사례를 하나 들어 보지요.

1994년 정도부터 조선의 많은 가정에서 못 탄 배급표의 양을 합한다면 1-2톤씩 된다. 이렇게 배급이 밀리니까 배급표를 그때그때 쓰지 않으면 폐지나 다름없다. 백성들은 타지 못하는 배급표를 10원이고 20원이고 간에 팔아서 한 끼라도 해결하려고 했다. 이때 팔고사고 하는 배급표는 당월의 배급표이다. 시일이 지나면 팔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다.
배급 비리의 가장 흔한 방법이 지도일꾼이 다급한 일반 인민들에게 배급표를 1킬로그램 당 10전 정도의 가격으로 사 모은다. 그래서 배급소에 쌀이 들어오면 [사 모은 배급표로] 우선 배급을 받고, 그 배급받은 식량을 친척을 통해서 장마당에 내다 팔아 500-800배의 이윤을 얻는다. 이런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이럴 경우 배급표상으로는 모든 인민들에게 분배되는 것으로 기록되지만 실제로는 장마당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또 배급표를 팔려고 해도 배급되는 쌀이 들어와야 팔리지 배급이 없으면 전혀 팔리지 않는다.
(좋은 벗들 편,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북한 이야기』, 정토출판, 2000, p.77)


이에 대해 garry씨는 설령 누가 곡물을 빼돌려 시장에 팔더라도, 누군가가 돈 내고 사먹을 것이므로 상관없다 오히려 곡물 가격이 떨어지니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식량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장마당에 지원 식량이 풀리면 시장가격 하락으로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식량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적하효과를 지지하는 결론이지 어떤 모순이 아닙니다. (출처)

일부는 장마당에서 팔립니다만, 시장의 쌀값이 떨어지니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식량을 살 수 있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출처)

하지만 빼돌린 곡물을 시장에서 처분하면서 생기는 수익만큼은 누군가가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법. 실수령자 입장에서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식량을 살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불법행위들이 그런 것처럼 배급전용도 수익률이 엄청납니다. 위 예에서는 50,000~80,000%를 거론할 정도니까요. WFP의 경비 25~30%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겁니다.

WFP의 운영경비에 대한 비정상적인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한편 원조 전용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는 관대함을 보이는 이 대비야말로, 무슨 동기에서 저런 주장을 끝없이 되풀이하는지 궁금케 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by sonnet | 2009/11/25 09:37 | flame! | 트랙백 | 덧글(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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