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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볼셰비키
2007/09/07   마키아벨리의 교훈 [35]
마키아벨리의 교훈

0. 들어가면서

"최근의 일들이나 지난 날들의 사건을 살펴보면 누구든지 같은 욕구와 같은 욕정이 여기 저기 존재하는 모든 정치체제와 모든 인민을 지배해 왔으며, 또 현재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과거의 사건들을 규명하는 사람에 있어서는 그 지식에 의해서 앞으로 어떤 나라에도 반드시 일어날 사건을 예지하고 고인들이 사용했던 대책을 여기에 펼쳐서 또는 지금까지 선례가 없다면 유사한 사건을 생각해 내서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 내는 일 등은 아무런 수고가 들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아무래도 이와 같은 관찰을 태만히 하고 있으며, 간혹 이것을 행하는 자가 있어도 중요한 정책을 펴는 자가 전혀 그것을 모르는 채 지나가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에 결국 똑같은 소동이 어느 곳에서나 반복되는 것이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로마사론』


1. 선례

"1919년 3월 27일 소비에트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군주국의 독립과 주권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먼저 공식적으로 승인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 이후의 이 나라 인민의 운명에 압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전 세계 특히 제국주의 영국에 대해서 아프간 인민이 결코 고립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자, 농민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 『소련-아프간 관계: 1919-1960』

"실패로 끝난 전쟁은 모험이라고 불린다. 1979년 하반기에 시작되어 이제야 겨우 끝난 아프간 사업은 모험이었다." -레오니드 쉐바르신(KGB)

바보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용기의 학교"라고 이름지었다. 바보들은 현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은 이 학교에 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국제적인 의무", "조국의 남방국경에서의 제국주의 주구들과의 싸움", "지역의 반동세력과 손을 잡은 침략자들에 대한 결정적인 반격" 등등 이런 저런 말로써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나아가 나라까지 납득시켜서, 아프가니스탄은 "의식이 낮은 젊은이들을 우리 공산주의의 진리를 위한 확고한 투사로 변화시켜 준다"고 말했다. - 아르쬼 보로비크(언론인)


사실 건국되어 붕괴하는 그날까지 70여년 간,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에 가장 많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지원을 제공한 나라는 다름 아닌 소련이었다. 혹자는 소련이 세계 적화의 욕심을 품고 조건이 붙은 원조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 비방하지만 독실한 볼쉐비끼라면 그 누구도 공산주의의 궁극적 승리와 세계 공산화의 대의를 부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볼쉐비끼에게 있어 제3세계의 압제받는 국민들에 대한 원조와 연대의 국제적 의무와 공산주의의 전파는 떼어놓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독실한 볼쉐비끼로서 소련 지도자들은 아프간 인민들이 그들의 사회주의 근대화로의 비전과 형제애적 지원을 그토록 격렬히 거부할줄은 차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3자의 눈에 실패가 명백해진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들은 결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2. 더 전의 선례

불행하게도 저는 체첸 전쟁이 벌어지기도 전인 1994년, 故 알렉산드르 레베드 장군이 제게 말했던, 다음과 같은 태도가 (워싱턴의) 정책결정자 레벨, 그리고 씽크탱크들의 세계에서 너무나도 자주 보인다고 말해야겠습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던 소련군 장교였습니다. 저는 (아프간) 무자헤딘 측에 선 영국 기자였지요. 따라서 우리는 나눌 이야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물었습니다.

"장군. 19세기에 우리 영국인들이 그곳을 점령하려다가 숱하게 어떤 꼴을 당했는지 익히 아시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소련이, 소련군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가 있습니까? 즉 당신들은 왜 영국이 당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까?"

그러자 장군은 썩은 미소를 날리며 대꾸했습니다.

"아, 그러나 당신은 이해를 못하고 있소. 당신네는 자본주의자, 제국주의 침략자 아니오. 우리는 아프간 인민의 해방을 가져다 줬소. 어떻게 우리가 당신네들에게 뭔가 교훈을 배울 수 있었겠소?" - 아나톨 리에븐(언론인)

삽질은 계속된다. 쭈욱...


3. 오늘의 메뉴

피랍사태 관련 자료집 "한국교회와 선교에 주어진 새로운 도전" ( AFGHAN_2007.pdf )
이 자료집은 치졸한 변명에서 상당한 수준의 자기반성까지 꽤 다양한 주장이 실려 있기 때문에 까댈 거리를 찾느냐, 아니면 칭찬해줄 구석을 찾느냐는 읽는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교회 내부의 다양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내가 볼 때 이들은 아프간 사업에서 볼쉐비끼의 실패는 자신들에게 아무런 교훈이 되지 못한다고 굳게 확신하는 것 같은데, 그 생각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 마디로 틀린 생각이다. 아프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대규모로 사업을 했던 자들이 볼쉐비끼이다. 그들은 아프간 내에 자생적 공산주의 정당이 생겨나 정권을 탈취하는 단계까지 가도록 키웠던 사람들이다. 지금 아프간에서 교회가 자라나 기독교도가 정권을 접수할 날이 오려면 도대체 몇 년이나 투자를 해야 할까?

볼쉐비끼는 대영제국 자본주의자들의 실패는 자신들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그들의 실패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더 확고히 해줄 뿐이라고 믿었다. 한국의 개신교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볼쉐비끼가 뭘 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인질들은 한과 증오의 역사의 희생물이다. 그들은 도덕적 파렴치가 아니라 역사의 질곡으로 망가진 자들이다. 그들은 소련이나 미국과 같은 세계 최강 괴수들과 싸우다가 괴수가 되어버린 자들이다. … 이런 점에서 우리 한국의 젊은 23명의 인질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비극과 불행, 한과 증오로 가득찬 그들의 역사적 상처에 한층 더 깊은 공감적 이해를 촉구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회권 목사(숭실대 기독교학과)

사실 아프간 인들은 백여 년에 걸친 투쟁에서 대영제국과 소련이라는 세계적 제국을 차례차례 꺼꾸러뜨리면서 자신들은 어떤 강대한 세력도 물리칠 수 있다는 엄청난 자부심을 키워 왔다. 그들이 꺾은 제국은 모두 몰락했다. 이제 유일 초강대국이란 타이틀을 가진 미국만 손봐주면 전 세계에 그들의 적수는 감히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신념이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 와 있는 미국은 겉으로 보이는 힘 때문에 착각에 빠져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운명이 이전 침략자들과는 다를 것으로 상상한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것 같다." - 탈리반 총수 물라 오마르(2002년 9월 13일)

그들이 보기에 영국, 소련, 미국의 뒤를 이어 나타난 한국 선교사들이란 자기네들끼리 자기네 방식으로 천년만년 살아가려는 비전에 대한 최신의 도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싸움이 안 날 수가 없는 것이다.


4. 정리하자면

"정책의 궁극적 결과에 의해서 그 정책의 어리석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잘못된 통치행위는 장기적으로는 자기이익에 반하지만, 당시로서는 체제의 강화에 공헌할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잘 듣지 않는 정책,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초래하는 정책이라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속할 때 그 정책은 어리석은 행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바바라 투크먼, 『바보들의 행진: 트로이에서 베트남까지』


5. 더 읽어보기

by sonnet | 2007/09/07 16:28 | flame! | 트랙백(3) | 핑백(3) | 덧글(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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