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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백종원
2019/05/27   백종원식 LBO [4]
2019/04/12   백종원의 생산/공정 관리 [21]
백종원식 LBO
식당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의 꿈은 대부분 여러 개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메뉴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러 개의 범위를 넘어 기업화가 된다면 실제로 돈이 되지 않는다. 식당을 해서 돈을 벌 거라면 기업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식당은 식당 주인일 때는 돈을 벌지만 ‘경영’으로 들어가면 돈이 안 된다. 나 역시 식당 주인으로 돈을 벌 때는 5~6개 할 때가 가장 많이 벌었다. 직접 가게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던 때는 정말 수익이 괜찮았다.

그런데 이게 식당 주인의 범위를 넘어서서 기업화가 되면서 경영이 되면 한동안 돈을 벌기 어렵다. 경영을 하려면 일정 기간 동안 수익은 포기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시작하는 사람들은 꿈으로 가득해서 이해하지 못하지만, 가게를 서서히 3~4개쯤 늘린 사장들은 이해한다. 가게 수에 비례해서 수익이 일정하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식당 하나가 월 5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해 보자. 식당 두 개면 월 1,000만원이고, 세 개면 월 1,500만원을 벌까? 그렇지 않다. 세 개째부터 월 매출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맞다. 네 개부터는 300만원 정도로 떨어지고, 다섯 개부터는 200만원 정도로 떨어진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세 개를 운영하나 다섯 개를 운영하나 수익은 같아진다. 폼 나게 경쟁을 하는 게 꿈이라면 돈을 떠나야 한다. 절대 가게 수가 늘어나는 만큼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게가 늘어나면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내 대신 가르쳐서 가게를 맡겨 약간의 지분을 주면서 운영을 하라고 하면 열심히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최악의 방법이다. 그 사람은 처음에는 매니저로서 정말 잘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사장은 수금 때만 나타나 수익금만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잔소리까지 심해지면 더하다. 그러니 점점 그 지분을 올려 줘야 할 수도 있고 처음보다 가게 일을 더 열심히 안 하게 된다. 또 지분을 더 많이 준다는 곳으로 옮겨가기도 쉽다. 처음부터 지분을 80~90퍼센트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가게 만들 때 사용된 금액을 갚으라고 한다. 그 정도의 돈은 금새 갚는다. 지분이 많기 때문에 내 가게라는 생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난 그 가게에 10퍼센트의 몫만 걸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인도네시아의 화교에서 배운 것이다.

백종원,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서울문화사, 2016, pp.177-8


이 부분을 읽고 처음 받은 인상은, "이건 LBO/MBO인데?"라는 것. 앞선 글에서도 그런 이야길 했지만 백종원의 강점은 다른 분야에서 개발된 기법을, 장르의 벽을 넘어 잘 도입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1. 개요 : 게임의 규칙

사모펀드(PEF) 들이 대규모 금융기관 차입을 끼고 기업을 인수해서 몇 년간 경영한 후 되팔아서 차익을 내는 거래를 여러 번 성사시킴에 따라, 이제 한국 일반인들에게도 LBO가 어느 정도 알려진 것 같긴 하다. 주요 사례로는 한미은행,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오비맥주, 동양생명, 홈플러스 등.

IMF가 경제위기의 다른 이름이 되었듯 한국에서 사모/LBO란 정리해고의 다른 말처럼 자리잡은 느낌이 있는데, 사실 LBO는 기업구조조정수단의 일환으로 한국에 들어왔고, 이를 경험한 정부관료(소위 모피아)들이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사모펀드를 육성한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재벌을 예전처럼 명령과 철권으로 다룰 수 없게 되자, 시장 스타일의 정책수단을 수입해왔다고나 할까.

1.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는 기존에 우리가 보던 재벌의 문어발 확장(요즘은 좋게 말해 "전략적 인수"라고 함)과는 행태가 다르다. LBO투자자는 금융권 기준으로는 장기투자자이지만 되팔이를 통한 이익 실현이 주목적이다. 반면 전략적 인수자는 사기는 열심히 사지만 잘 팔지 않으며, 매각은 실패를 자인한 결과라 생각하며 꺼린다.

2. (어차피 되팔고 나갈 것이고 내 회사라는 생각은 없기 때문에, 주인 없이 표류하는 회사가 되는 경영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LBO 투자자는 보통의 경우보다 기업의 성공과 전문경영자의 이익을 훨씬 강하게 결부시켜서 전문경영자가 전력을 다해 경영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누가 비싼 값에 이 회사를 사가기만 하면 되므로, 현재의 전문경영자를 그 좋은 후보 중 하나로 간주한다. (한국식 오너-경영자가 있는 기업이라면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넘보는 행동은 불충으로 간주되고 처단될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인수 후 경영을 맡길 경영진 후보를 선택할 때, 경영이 성공적이라면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오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수 시나리오에 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경영자인수(MBO; management buyout)라고 부른다.

3. 보통 LBO 투자금은 아래 그림과 같이 구성된다.
경영이 잘 되어 회사가 돈을 벌면, 우선 차입금을 갚는다. 그럼 맨 아래에 주식 가진 사람들만 남아서 회사의 주인이자 승리자가 된다.
망하면 반대로 맨 아래의 주주들부터 돈을 날리게 된다. 크게 망하면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만 돈을 받을 수 있고, 그래도 상태가 양호하면, 후순위 차입자들도 일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2. 추측 : 백종원식 LBO는 어떻게 생겼을까

(のれん分け 같은 좀 더 전통적인 수법도 많이 있지만, 설명이 쉽도록 주식회사 형태로 하면) 대충 이런 모양이 아닐까 함.

0. 백종원의 식당은 시가 10억이고. 점장은 전재산 5억(이중 현금 2억)이 있음.
1. 점장이 현금2억원, 백종원이 0.5억원을 투자해 법인을 설립 (점장 80%, 백종원 20%). 주주간계약으로 우선매수권 동반매도권 등 각종 권리 규정.

2. LBO 진행
  • 법인은 10억에 백종원에게 식당을 인수하기로 약정
  • 식당을 담보로 은행에서 4억을 대출받음
  • 법인은 후순위 전환사채를 발행해 백종원에게 5억을 차입 (만기: 10년, 만기보장수익률 연 8%, 조기상환: 1년 후부터, 전환청구기간 : 3년 후부터, 전환가: 액면가)
  • 점장에게 경영자 인센티브로 스톡옵션 총주식의 50% 부여. (행사가 4배, 3년 이후부터 5년간 1/5씩 행사 가능)
  • 총 11.5억을 조달한 후, 법인은 백종원에게 10억을 지불하고 식당을 인수. 남은 1.5억은 운전자금.



3. 상황에 따른 손해와 이익

  1. 점장은 적은 재산 중 상당한 부분을 식당에 배팅하게 해야 함. (대충 경영하면 나부터 확실하게 망하고 식당도 망한다) 그런 위험을 지는 반대급부는 성공했을 때 크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2. 점장은 경영을 잘해서 은행차입과 전환사채를 상환하는 것이 목표이며, 적어도 전환사채는 3년 안에 조기상환을 끝내야한다. 이러면 점장은 성공한 식당주인이 되는 것이고, 백종원은 성공한 투자자로서 exit를 하게 된다. (백의 잔여지분 20%는 성공했을 때 정해진 전환사채 금리 이외에 추가수익을 얻게 해주며, 주주간계약을 바탕으로 처리)
  3. 장사가 잘 안되면, 주주, 즉 점장부터 손해를 보게 된다. 이후 (구주 감자와) 전환사채 출자전환을 통해 식당은 백종원의 것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점장은 빈손으로 퇴직. 행사가가 높기 때문에 스톡옵션도 휴지가 됨)
  4. 경영 성과가 어중간할 경우, 두 동업자 사이에 전환사채와 스톡옵션을 갖고 지위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

매우 뛰어나고 또 야심이 있는 점장을 찾을 수 있다면 이 거래는 win-win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4. 끝으로 : 전문경영진 인센티브의 재발견

원래의 글로 돌아가자면 백종원은 쉬운 표현으로 전문경영자의 인센티브가 중요하며 장사에 이를 고려한 구조를 짜넣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가게가 나 혼자 관리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갈 경우 전문경영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 내 가게라는 개념을 포기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돈을 더 벌기 위해 가게를 늘린 거라면, 주인이 아닌 투자자의 마음가짐으로 갈아타고 전문경영자에게 잘 되면 성공한 가게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주어 열심히 일하게 한 다음, 이를 통해 성공했을 때 적절한 수익을 얻고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win-win 하는 걸 목표로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림은 책에서 하는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백은 자선사업을 권하는 것도 아니고, 이 거래가 일방적으로 전문경영자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즉 이런 구조에선 실패할 경우 전문경영자는 통상적인 샐러리맨 점장보다 훨씬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니 이런 구조에 올라타고 나면 사업주처럼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by sonnet | 2019/05/27 17:35 | 경제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백종원의 생산/공정 관리

우리나라 외식시장이 커지려면 지금보다 마진도 더 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음식을 좋아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아무 생각없이, 아무 준비없이 시작을 한다면 성공할 수 없어야 한다.
(p.149)


이 소책자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보던 이야기란 인상을 계속 받았다.

저자는 과연 어떤 생각과 어떤 준비를 하고 시작한 자만 성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그게 무엇인지 약간 뽑아 보면 다음과 같다.


설비배치(layout)/공정관리

통상 테이블 간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음식점 별로 테이블 간격이 달라야 한다. […] 가장 큰 이유는 홀서빙 때문이다. 테이블 간격은 서빙을 하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 메뉴가 국수, 짜장면이나 짬뽕, 냉면 같은 경우는 메뉴당 한 번 내지 많게는 두 번 정도면 서빙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깃집이라면 경우가 다르다. 손님이 앉자마자 물로 시작해, 숯불, 상차림, 고기 등 한 테이블에 최소 네 번 이상 서빙을 해야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중간 중간에,

“여기 상추 좀 더 주세요.”
“소주 한 병 추가요.”
“죄송한데, 불판좀 바꿔 주세요”

등등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추가 요구가 들어온다. 또 좌우측으로 돌아가면서 고기를 잘라 주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빙할 때 손님과 부딪히지 않도록 넉넉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pp.81-82)

주방의 크기를 줄이면 재료의 활용이 높아지고 동선이 줄어든다. 대신 주방 인원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p.85)


혹시나 메뉴를 늘릴 때는 동선이나 냉장고가 늘어나지 않아야 한다. 내가 하는 메뉴에서 늘릴 수 있는 메뉴를 다섯 가지 정도를 머릿속에 정하고, 실제로는 하나씩만 늘려나가야 한다. 이 다섯 가지 메뉴는 내가 운영하는 매장 안에서의 동선이나 냉장고 안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아야 한다.

식당에서는 냉장고와 화구가 중요하다. 식당을 할 때 제일 힘든 게 불조절이다. 불과 냉장고 공간이 더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메뉴가 늘어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메뉴가 늘어나면 화구에서 제일 크게 문제가 생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령, 주문이 들어온 메뉴를 만들고 있는데, 또 다른 주문이 들어오면 그걸 동시에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불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 가게에서는 쉰 그릇 정도를 끓여내야 최소한의 매출을 맞춘다. 그러니 한 시간가량 밖에 안 되는 점심시간 안에 다양한 종류의 라면 쉰 그릇을 끓여낼 수 있어야 수지타산이 맞다.

문제는 손님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종류의 라면 주문이 동시에 들어온다면, 화구는 세 개가 필요하다. 하나씩 끓일 때와 동시에 여러 개를 끓일 때의 맛이 달라서도 안 된다. 주문이 동시에 세 개만 들어올까? 한 시간 안에 쉰 그릇을 끓여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때서야 메뉴 수가 적어지고, 요리 방법에 계획이 생기게 된다. 물을 먼저 얼마나 끓여놔야 하는지, 면을 개수마다 어떻게 삶아야 하는지를 계획하게 된다. (pp.37-38)


(메뉴 가짓수를 늘리자는 제안에 대해) 주방의 동선은 비빔밥을 담다가, 된장찌개를 끓이러 가야 한다. 비빔밥은 3분이면 다 해서 내놓을 수 있는데, 계란찜은 전자레인지에서 6분이 걸린다. 만약 전자레인지에 다른 계란찜이 들어가 있으면, 그게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넣어야 한다. 그런데 계란찜을 넣고 나서 1분도 안 지났는데, 계란찜 주문이 또 들어왔다. 이쯤 되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그 해결책으로 전자레인지를 세 대로 늘렸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만약 세 대 모두에 계란찜을 넣었는데, 계란찜 네 개가 주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 전자레인지의 숫자를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 주문은 계속 엇박자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주방에서 동선은 가장 중요한 관점이다. 메뉴를 늘려 매출에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할지, 아니면 매출이 좀 낮더라도 조리하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맞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pp.95-97)


200개를 팔 때의 인원에 약간만 추가해도 500개를 팔 수 있도록 단순화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주방 인력이나 홀 인력이 10만원을 팔 때 1명이 필요한데, 100만원을 팔 때 10명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실패한 메뉴다. (pp.97-98)

음식은 10인분 팔 때와 100인분 팔 때의 수익이 확 달라진다. 한식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명이 먹는 것과 네 명이 먹을 때 수익이 다르다. 음식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는 같겠지만 만드는 수고로움 역시 달라진다. 1인분을 만드는 것과 4인분을 만드는 것이 재료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남는 이윤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p.113)

공급/재고관리

여기에 더 생각해야 할 게 재고관리이다. 이 말은 오늘 열 개가 나가고 내일은 백 개가 나가도 괜찮은 메뉴여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 준비했는데 모두 만들지 못해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내일 바로 꺼내서 만들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보통은 식당 창업을 할 때 맛만을 생각한다. 물론 맛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재고관리이다. 그래야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일어나는 심한 굴곡을 슬기롭게 넘겨 살아남을 수 있다. (p.63)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장고에 넣어두는 재료량은 하루에 필요한 양의 1.5배가 가장 적당하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재료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저장고를 자꾸 키우게 된다. 재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겠지만 재료를 너무 쌓아두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시간이 흐르니 어느 순간 수익성이 굉장히 떨어졌다. […] 이것저것 분석하고 생각하다가 재고 문제를 떠올렸다. 그때 워크인 냉장고 문을 열어봤을 때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 큰 냉장실이 식자재로 꽉 차 있었다. 직원들을 모두 불러서 식자재 하나하나를 확인하면서 재고 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말도 안 되는 사실이 밝혀졌다. 워크인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재료 가운데 3분의 1은 이 가게가 돌아가는 데 전혀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고, 나머지 대부분도 한 달 후에나 쓸 것들이었다. 이 때문에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다 재고다. 그때 당시 냉장고 안에서 썩고 있던 재고의 양이 800만원 어치가 넘었다. 그 원인은 바로 냉장고가 큰 데 있었다. 재고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음식의 수준이 낮아지는 데 있다. 신선한 재료를 써야 하는데, 재고가 쌓이다 보면 오래된 것부터 사용할 수밖에 없어져 맛이 떨어진다.
[…] 재료는 매일 구입하고 매일 손질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재료손실도 적고, 신선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재료는 하루에 나가는 양만큼, 혹은 많아도 1.5배가 가장 적당하다. 풍족하면 아끼지 않기 마련이다. (p.92-94)

제품설계/공정관리

고깃집을 하더라도 아이템을 제대로 잡아서 시작해야 한다. 나는 ‘숯불을 쓰지 말아야겠다’에서 출발을 했다. 숯불을 쓰지 않으면 인건비가 줄어든다. 숯불을 빼고 가스불로 구워도 맛이 나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 삼겹살은 너무 많으니 소고기를 택했다. (p.140)


메뉴를 개발할 때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맛있고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다. 왜 이건 없을까, 왜 이건 비쌀까, 하는 음식들을 찾는다. 물론 전혀 새로운 음식도 만든다.

그리고 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재고관리’다. 재고 손실이 많이 나는 메뉴는 다시 생각을 하는 게 좋다. 물론 무조건 안 되는 일은 없다. 고추장 양념이 들어간 경우는 냉동을 하면 안 된다. 양념에 따라 냉장 냉동 보관이 가능한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그걸 알면 재고의 손실도 막을 수 있다. 약간의 밑간이 된 재료는 며칠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파나 마늘이 들어간 경우는 쉽게 상한다. 여기에 고추장까지 들어가면 산화가 더 빨리 진행되어 쉽게 상해버리고 만다. 짧은 시간이면 숙성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오래되어도 상해 버린다.

그렇다면 전혀 방법이 없을까? 그걸 연구하고 공부해야 음식 장사를 성공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양념의 순서를 바꾸면 재고관리가 가능해 지는 경우도 있다. 메뉴를 정한 다음에는 모든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재고관리를 원활하고 쉽게, 그리고 손실 없이 할 수 있느냐를 연구해야 한다. 나 역시 쉰 가지 메뉴를 만들고 나면 마흔 개 이상이 재고관리 문제에서 탈락하고 만다. 재고관리 부분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 부분이다.

매일 같은 양이 팔린다면 아무 걱정이 없다. 똑 같은 양의 재료를 준비해 팔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요리를 잘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나보다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그럼에도 내가 대놓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루 손님 수와 상관없이 식재관리를 일정하게 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는 일이다. 또 그 메뉴들은 오늘 주방장이 나오지 않았을 때 아르바이트라 할지라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pp.111-113)


소비자 입장에서 트렌드 분석이 끝나고 나면, 어떤 메뉴를 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메뉴를 만들 때 내가 편리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너무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며 메뉴를 만들면 안 된다. 우선 나를 위해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장사하기 편하고, 재고관리하기 편하고,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서 만들어야 한다.

슬쩍 숟가락만 하나 더 가지고 먹거나, 공깃밥만 하나 추가로 시켜 먹지 못하는 메뉴를 만들고, 그 다음에 할 일이 손님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일이다. (pp.137-138)

학습곡선과 원가절감

‘원조쌈밥집’이 문을 연지 20년이 넘었는데, 처음에 3,000원 받았던 해물쌈장 가격이 아직도 그대로이다. 지금은 가격을 올릴까 고민 중이다. 원재료 값만을 생각하면 가격을 벌써 올려야 했지만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데는 그 동안 쌓인 경험 덕이 크다. 그때는 재래시장에서 그때그때 재룔르 구입해 만들다 보니 원가가 비쌌지만, 지금은 회사 차원에서 구입을 해서 좋은 재료를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물가가 올라 메뉴의 가격을 올려야 하는 경우라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p.123)


저자의 탁월한 점은 딴 분야의 방법론을 그것이 일반화되지 않은 분야에 도입 또는 재발명했고, 그것을 정착될 때까지 끈기 있게 밀어붙인 데 있는 듯하다. 즉 저자의 시각은 식당을 일종의 공장으로 보고, 어떻게하면 생산관리를 잘할까라는 것인데, 식당에 그러한 수법을 철저하게 적용한 점이 남다르다고 할까.
by sonnet | 2019/04/12 16:06 | | 트랙백 | 핑백(3)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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