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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민족주의
2011/11/13   사령부를 포격하라 - 나의 대자보(?) [29]
2009/10/12   화, 환빠 [39]
사령부를 포격하라 - 나의 대자보(?)

붉은 군대에 들어간다면 브뤼셀 폭격을 자원, 이 유럽연합본부에 폭탄을 던지고 싶습니다. …… 유럽통합의 뜻이 아직 불타고 있다면 어떻게 유럽 정상들이 여기 모여 이렇게 네 돈, 내 돈 하고 서로 따지고만 있을 수 있는 것입니까!


이건 물론 반농담삼아 하는 가상의 외침이지만, 실은 한국의 한 저명 인사의 열변을 약간 고쳐 쓴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탈리아나 독일 통일 운동 입장에서 볼 때 당시의 현지 군주들의 반응도 이정도는 불만스러웠을 게 틀림없다.

이런 종류의 정치운동이 대개 그렇지만, 이런 일은 무한한 근성 내지는 꼴통기질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익을 계산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은 독립운동 같은 건 잘 하지 못한다. 왜냐면 현실의 벽은 높고 손익을 따져보면 회유에 응하는 것이 이익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유럽통합운동은 정서적 의지적 기반이 약한 엘리트 위주의 이성적 운동이란 것이 내가 이 운동을 밝게 보지 않는 중요한 이유다. 이 운동이 성공하려면 정체성 정치 측면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동력이 더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동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역사엔 혁명적인 변화를 거쳐 그런 일이 벌어진 사례가 멏 차례나 있기 때문에 미래에도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다소 성급한지도 모른다. 일례로 프랑스인의 형성에 대한 연구들은 프랑스 민족의 형성은 상당히 늦으며, 중세에 독자적인 법률과 문화, 전통을 고수하던 랑그독, 툴루스, 생말로 등의 지역을 통합하고, 아비뇽의 교황령, 게르만계가 많은 알세스-로렌, 켈트족의 브르타뉴 등을 흡수하고, 프로방스어, 브르타뉴어, 알사스어 등을 밀어내고 중앙어를 보급하는 거친 과정이 벌어진 것은 근대의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유럽통합까지 가는 길에 큰 장애가 많고 동력도 부재한 것은 사실이나, 또 반대로 지구상의 그 어떤 다른 지역보다도 통합의 수준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랍, 아프리카 어딜 둘러봐도 유럽만큼 체계적으로 통합이 조율되고 준비된 곳은 없다. 최후의 한 요소가 더해졌을 때 나머지 환경이 불비해 실패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체성을 중심으로 유럽 통합의 열기가 끓어오른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국제사회의 일대 지각변동일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인구 3억 이상이 뭉친 초강대국이 탄생하게 되는 거니까 말이다. 이는 대서양 건너편의 미국도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덩치이며, 그러니 이들과 국경을 맞대게 될 러시아쯤 되면 어떻겠는가.
by sonnet | 2011/11/13 14:18 | 정치 | 트랙백(1) | 덧글(29)
화, 환빠

「지기스문트의 개혁」보다 훨씬 내용이 길고, 상세하고 과격한 것이 『일백장의 서(Book of a Hundred Chapter)』이다. 이 책의 저자는 상부 알사스(Upper Alsace)나 브라이스가우(Breisgau) 지방에 살았던 익명의 사람으로, 일반인들에게 “라인 강 상류의 혁명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나이가 제법 든 이 광신자는 방대한 중세 묵시문학에 통달했고 자신의 묵시록적 프로그램을 만들 목적으로 그것을 자유자재로 원용하였다. 16세기 초두에 독일어로 쓰여진 그의 논문은 중세 시대의 민중적 종말론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표현된 최후의 것이다.

… 오랜 옛날에 독일인들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실상 “지상에서 형제처럼 함께 살았다”고 확신하였다. 그와 같은 행복한 질서를 처음으로 파괴한 것은 로마인들이었으며, 로마 교회도 곧 이에 가담하였다. 나의 소유와 너의 소유를 구별하는 관념을 가져온 것은 로마법과 교회법이었으며,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이 법들은 형제애의 감정을 파괴하고 시기와 증오의 감정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 기묘한 관념의 배후에는 전체적인 역사철학이 존재한다. 그는 구약성서를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하였으며, 창세 이래로 선택받은 백성은 유다인이 아니라 독일인이라고 생각하였다. 아담과 야벳(Japhet)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그의 후예들은 -족장들을 포함해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독일인이었고, 다른 언어들은 -히브리어를 포함해서- 바벨탑 사건 이후에야 비로소 생겨났다는 것이다. 자기 언어를 가지고 유럽에 최초로 도착한 사람들은 야펫과 그의 일족이었다. 그들은 유럽의 중심부인 알사스(Alsace)에 정착하기로 하였는데, 그들이 세운 제국의 수도는 트리어(Trier)였다. 이 고대 독일 제국은 참으로 광대하였으니, 유럽 전역이 다 제국의 지배 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대왕도 독일의 민족적 영웅이라 할 수 있었다. 독일 제국은 가장 완전한 제국이었으며 진실로 지상낙원이었다. 왜냐하면 제국은 트리어 법전(the Statutes of Trier)이라 알려진 법전에 의거하여 통치되었기 때문이다. 그 법전에는 형제애, 평등, 그리고 공동소유의 원칙이 각인되어 있다. 그는 또한 하느님이 인류에게 내려준 계명은 사기꾼 모세가 만든 십계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법전들에 들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그 혁명가는 용의주도하게도 그 법전들의 사본을 자기 저작 중에 첨부하였다.

라틴 민족들의 역사는 이와는 매우 다르다. 이 형편없는 종족들은 야펫의 후예가 아니며 유럽의 원주민도 아니다. 그들의 고향은 소아시아 지방으로, 그들은 그곳에서 트리어의 전사들에게 패배한 후, 그곳으로부터 그 승자들에 의하여 끌려와 농노생활을 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가증스런 무리들인 프랑스인들은, 그러므로 독일인들의 지배를 받는 속국민들이 되어야 했다. 한편 이탈리아인들은 트리어 법전을 어긴 죄로 알프스 너머로 쫓겨난 노예들의 후예이다. 로마의 역사가 간단없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라틴 민족들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그들은 점차로 바다 전체를 오염시키는 독약과 같은 사람들이다. 로마법, 교황제, 프랑스인들, 베네치아 공화국 등은 독일적인 생활양식을 파괴하려는 거대한 음모의 다양한 표현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저 악의 권능이 영원히 분쇄될 날이 다가왔다. 흑림의 위대한 지도자가 프레드릭 황제로 권력을 장악하면, 그는 라틴적 요소로 오염돼 있는 독일인들의 생활양식을 정화할 뿐 아니라 트리어의 법전에 기반을 둔 황금시대를 회복시킬 것이다. 그것은 곧 독일을 하느님이 의도하신 최고의 지위로 복귀시키는 것이리라. 혁명가는 또한 다니엘의 꿈, 즉 마카비 반란 때 유다인에게 영감을 주었던 저 고대 묵시문학을 새롭게 재해석하였다. 네 개의 계속되는 제국들은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임이 드러났다. 이 나라들의 오만에 분개하여 황제는 그들을 멸망시킬 것이다 -혁명가는 연금술을 이용하여 그에 필요한 새로운 폭약을 이미 발견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잔혹하게 그 민족들을 공포에 떨게 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독일을 결코 멸망하지 않을 다섯 번째의 대제국으로 만들 것이다. 그 다음 황제는 서방 원정을 끝내고 돌아와 유럽에 침투한 투르크인들을 진멸할 것이다. 많은 민족들 가운데서 뽑은 대군단의 서두에 서서 동진하면서 그는 전통적으로 마지막 황제에게 부과된 과업을 수행할 것이다. 성지는 정복되어 그리스도인들의 땅이 될 것이며, “회교도들이 사는 사회”는 완전히 전복될 것이다. 불신자들은 세례를 받을 것이고, “세례받기를 거부하는 자들은 그리스도인도 아니고, 성서의 백성들도 아니므로, 그들은 죽임을 당해 그들의 피로 세례를 받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을 끝낸 후에 황제는 온 세계를 통치하게 될 것이며, 서른 두 명의 왕으로부터 종신의 예와 조공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심하게 변형을 받은 그리스도교는 사실상 거의 그리스도교로 인정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혁명가에 따르면, 최초의 그리스도인은 트리어 제국의 시민이었으며 그들이 섬긴 신은 주피터(Jupiter)와 같은 존재였다. 그의 성일(聖日)은 일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이었고, 독일인들에 보내는 사자로 그는 천사가 아닌 알사스 산맥에 사는 영들을 파견하였다.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은 유다(교)인들만을 상대로 한 것이었을 뿐 독일인들을 상대로 한 것은 아니었다. 독일민족에 적합한 종교는 여전히 트리어의 황금시대에 번성했던 종교이며, 이제 프레드릭 황제가 그 종교를 부흥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의 영적 중심은 로마가 아니라 마인쯔가 될 것이며, 그곳에서는 교황 대신에 1인의 장로(patriach)가 다스릴 것이다.

… 실로 미래의 제국은 독일 정신의 화육인 메시아에 대한 찬양과 외경으로 하나된 준종교적 공동체에 다름 아닌 사회가 될 것이다. 혁명가가 환희에 찬 어조로 아래와 같이 외친 것은 바로 이것을 염두에 두고서 한 말이다 : “독일 민족은 한때 온 세계를 지배했었고, 이제 다시 한 번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힘으로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Cohn, Norman, The Pursuit of the Millenium, New York:Oxford University Press, 1977
(김승환 역, 『천년왕국운동사』, 한국신학연구소, 1993, p.156,160-163)
by sonnet | 2009/10/12 14:42 | 문화 | 트랙백(1) | 덧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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