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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로버트칼린
2009/05/29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112]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아주 오랫동안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 글은 미국 정부 내 제1의 북한통이라고 불렸던 로버트 칼린이 북한이 왜 그러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 것입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 필자: 로버트 칼린, 존 W. 루이스
* 출처: 워싱턴포스트
* 일자: 2007년 1월 27일

북한과 거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틀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북한과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진실에 그다지 가까이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두 관점에 공통된 근본적인 문제는 간단히 말해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북한의 전술적 단기 목표를 더 큰 전략적 목표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 즉 ‘완전하고 뒤집을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끝내 달성할 수 있게 해 주는 “일괄구매”(leveraged buyout)안을 구성할 수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우리 생각에 북한에게 매력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항목들의 목록을 뽑고 또 뽑아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당근”(에너지, 식량, 제재 해제) 목록에는 북한이 그들이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이런 당근들은 과정이 탈선하지 않고 계속 전진할 수 있도록 돕고, 최종 거래를 굳건히 하고 피치 못할 정치적 혼란의 기간에도 그런 거래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북한이 찾고 있는 것의 전부가 아니다.

북한은 최초 요구를 엄청나게 높게 부른 후 세부사항을 놓고 너무나도 집요하게 흥정함으로서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우리 쪽에서는 서방 언론인들이 끊임없이 반복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 하나” “이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동냥으로 입에 풀칠하는” 같은 상투구들에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그러한 요소들은 북한의 전략적 계산과는 큰 관련이 없다.

북한이 커다란 (물질적) 보상에 대한 전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때때로 많은 이들이 해결책에 “핵심적”이라고 생각하곤 하는 정치적 진전으로 관심을 돌린다. 여기에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든가, 북한에 (문서화된)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든가, 외교관계를 맺고 외교관을 주재시킬 계획을 논의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경제적 당근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원하는 것의 단지 흐릿하고 불완전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뭐란 말인가? 무엇보다도 그들이 원하고 또한 1991년 이래 꾸준히 추구해 온 것은 미국과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계이다. 이는 이데올로기나 정치 철학과 관계된 것이 아니다. 역사와 평양이 직면한 지정학적 현실에 입각한 냉혹한 계산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그들의 작고 허약한 나라에 대해 이웃 나라들이 이미 갖고 있거나 곧 확보하게 될 커다란 영향력을 어떻게 완충시킬 수 있는가에 그들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믿는다.

이는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을 유지하지 말고 철수시킬 것을 요구해 온 북한의 요란한 선전선동을 빼면 그들의 다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실 미국의 철수는 북한이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자존심과 약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국이 그대로 머물러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청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가장 하기 힘들어하는 일이기도 하다.

만약 미국이 어떤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석유나 곡물을 공급하거나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지렛대는 북한의 체제와 지도자를 인정하고, 미래의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구상 속에 북한이 맡을 역할을 만들어주면서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공존할 것이라는 약속을 북한에게 확신시킬 수 있는 워싱턴의 능력에 달려 있다. 쉽게 말해서 북한은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더 크고 장기적인 세력균형 게임에서 그들이 미국에게 유용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은 그 점을 알고 있고 사석에서 그렇게 이야기한다.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참여하고 있는 6자회담 -곧 또 열리겠지만- 이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적 상황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세 전략적 적수 -중국, 일본, 러시아- 가 판결에 참여해 압력을 가하며 (북한이 보기에) 북한은 영원히 취약한 나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핵화는, 만약 그것이 여전히 달성가능하다면, 북한이 그들의 전략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 때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북한의 관점에 따르자면,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때만 가능하다. 북한 입장에서 그것은 2005년 9월 19일의 6자회담 공동성명의 핵심이었다. 그 성명에는 이런 구절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왜 북한이 그렇게 집요하게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추구하는가 하는 이유이다. 그들은 “지나가다” 스치는 식이나, 여기서 어쩌다 한 번 저기서 어쩌다 한 번 식의 회담 대신 이러한 구상이 모색되고 해결책을 적어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회담을 원한다.


로버트 칼린은 전 국무부 분석가로 1993년부터 2000년 사이의 미북협상 대부분에 참여했다. 존 루이스는 스탠포드 대학 명예교수로 동 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에서 아시아 관련 프로젝트들을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논평

이 글은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해 줄 수 있는 것 혹은 고려해본 적이 있는 것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둘 사이에는 넘기 힘든 간격이 있다.

우선 이 글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력 측면부터 보자. 칼린과 루이스는 석유나 식량, 개성공단 같은 경제적 원조 혹은 각종 제재조치 해제, 서면 안보보장, 평화협정 체결, 외교관계 수립 같은 정치적 정상화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탐욕스럽게 챙기려 들긴 하겠지만)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협상 안건들은 지난 20년간 북한을 둘러싼 다양한 협상의 전부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하지만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제안했던 대북 중대제안(핵 폐기와 연계하는 200만kW 대북송전제안) 같은 것이 어째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는 잘 설명해 준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되곤 했던 평화협정 체결 같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이 진정으로(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본격적으로 협의에 올리지도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칼린과 루이스는 그 중요한 원인이 북한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 정확히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그 대신 작은 전술적 이익을 놓고 치열하게 다툼으로서 상대로 하여금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이 거기 있다고 오판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이들의 해석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더 크고 장기적인 세력균형 게임에서 그들이 미국에게 유용하리라고 생각"하면서 미국이 그것을 깨우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앞서 소개했던 "그들의 목표는 지정학적 날씨가 바뀌고 그들을 유용하다고 인정하는 후견국을 찾아낼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라는 분석과도 일치한다. 북한은 언제든지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릴 수 있는 서면 안전보장 따위보다는, 미국이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일본과 중국을 이이제이 방식으로 교묘하게 통제하기 위해 구사하는 냉혹한 게임의 장기말이 되는 것이 훨씬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realpolitik하게 생각한다면 분명히 가능한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을 잘 연결시키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가장 있음직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다음 후견국으로 점찍고 짝사랑하는 나라가 진짜 미국이란 말인가? 사람들의 생각은 일리가 있다. 그러한 구도는 북한 입장에서는 괜찮은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그건 고려의 대상에 올라본 적도 없는 허튼 소리일 뿐이다.

칼린과 루이스는 9.19 공동성명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이라는 합의문을 넣으면서 북한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 문장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도록 하는 협력관계를 연상하기란 어렵다. 짝사랑은 짝사랑일 뿐인 것이다.

사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굳이 그런 일이 필요할 경우 써먹을 수 있는 후보는 이미 확보되어 있다. 그게 바로 남한이다. 왜 60년에 걸쳐 밀접한 관계를 구축한 동맹국을 버리고, 세계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나라와 깊게 엮여야 한단 말인가? 북한은 호의적인 수단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 방법이 없었다. 핵개발이나 대륙간탄도탄 개발 같은 도발적인 떡밥을 터트려 미국의 관심을 끌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짜증섞인 관심일 뿐이었다.


미국은 북한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제1차 북핵위기 당시 한 번의 일괄거래를 통해 핵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거래하고 털어버리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적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미국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카드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목표는 황당할 정도로 멀고 손에 든 카드는 몇 장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행동하면 미국은 북한이 빠져나갈 개구멍을 계속 파면서 사기를 친다고 느낄 수밖에 없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 수록 미국은 빠져나갈 구멍을 철저히 틀어막은 포괄적인 거래에 집착하게 되었다. 특히 지난번 제네바 북핵합의(AF)가 개구멍을 허용한 부실협상이었다는 당파적 비판의 표적이 되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설령 대가는 더 줄 수도 있지만 거래는 포괄적이고 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와 대담한 접근, 민주당의 당근과 채찍으로 안되면 스테이크와 쇠망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는 그런 흐름을 반영하는 사례이다.

그 뒤로도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같은 원칙이 재천명되는 것을 보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줄 것은 먼저 주고 받을 것은 나중에 받는 식의 작은 신용거래조차 어렵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핵문제조차 먼저 해결되지 않았는데, 두 나라가 전략적으로 서로 이용해 먹는 공생관계로의 발전이 가능하겠는가.


만약 이들이 말하는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달성된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견제당하는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남한에게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우선 북한이 노리는 역할은 전통적으로 우리 남한이 꿈꾸는 역할이었다. 즉 중국, 일본, 러시아 같은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살아남고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멀리 있는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에 의존한다는 것 말이다. 과거 한국의 지도자들은 미국에게 우리가 별거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실은 아주 유용한 동맹국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북한이 그 자리를 놓고 우리와 다툰다면 그것은 분명한 위협이 아닐수 없다.

둘째로 미국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 역할을 남북한에게 나눠 맡기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남한에게 악몽이기는 마찬가지다. 강대한 외세가 한반도의 분단된 두 정권에게 각기 역할을 주어 경쟁시키는 꼴이기 때문이다. 통일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우리에 대한 영향력은 강화되고 그만큼 우리의 자율성은 침식당할 것이다.


칼린과 루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비핵화는, 만약 그것이 여전히 달성가능하다면, 북한이 그들의 전략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 때만 가능하다." 만약 그것이 여전히 달성가능하다면. 그들이 설명하는 북한의 희망사항은 정말일지도 모르지만 현실과 너무 유리되어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 같다.
by sonnet | 2009/05/29 09:31 | 정치 | 트랙백(1) | 핑백(4) | 덧글(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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