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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레이건
2007/11/18   오늘의 한마디(Reagan) [16]
오늘의 한마디(Reagan)

나도 북한에 가 보았지만 그들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원식 총리의 예방을 받고, Ronald Reagan


해설

우리는 [지구정상회담 참석차] <리우>로 가는 길에 한 달 전 흑인 폭동으로 큰 난리를 겪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잠시 들러서 우리 교민의 피해지역을 시찰하고 피해 교민을 위로했다. 그때까지도 방화와 약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우리 교민사회는 차츰 평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시내에 있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경의를 표했다. 여든이 넘은 레이건 대통령은 전과 다름없는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를 영접하고 담소를 나누었다. 대담 중에 정원식 총리가 남북 총리회담과 관련해서 북한의 폐쇄적인 태도에 대해 언급하자 그가 느닷없이 말했다.
“나도 북한에 가 보았지만 그들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정 총리는 ‘이것이 무슨 소리냐’ 하는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는 나를 흘깃 쳐다보았고 나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우리는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는 그가 ‘참 이상한 소리도 한다’면서 의아해 했는데 그런지 한 2년쯤 지나니까 그가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아, 그때부터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구나.”

노창희, 『어느 외교관의 이야기』, 기파랑, 2007, pp.304-305

이 이야기는 1992년 6월의 이야기이지만, 사실 나는 치매까지는 아니더라도 레이건의 정신적 쇠퇴는 훨씬 빨리, 현직 시절부터 일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 미국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는 CIA국장을 끝내고 공직을 은퇴해 있던 시기에 회고록를 썼는데 그 말미에 레이건에 대해 흥미로운 평을 남겼기 때문이다.

나보다 그를 더 잘 알고 그를 더 가까이에서 모신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레이건이 1985년 말에서 1986년 초 사이부터 조금씩 시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임기 첫 5년 사이에 나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레이건을 관찰하면서, 그가 복잡한 문제나 선택지들을 듣고 그 복잡한 구상을 보통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어 말하는 것을 보아 왔다. 그의 이야기는 링컨적이었고 대개 정확히 이야기의 핵심을 짚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놀라웠다. 그러나 임기 제2기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들었던 이야기를 듣고 또 듣게 되었으며 알맹이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그가 여전히 문제들을, 적어도 주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마법 같다고 생각했던 그 탁월성은 나날이 시들어 갔다. 1987년 그가 내게 CIA 국장 자리를 제안했을 때와 후에 내가 사퇴하겠다고 말하러 갔을 때 두 번 다, 나는 그가 내 이름을 5분 후에도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용기와 확신의 사나이이며 나는 그를 모신 것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Gates, Robert M., From The Shadows: The Ultimate Insider's Story of Five Presidents and How They Won The Cold War, New York:Simon & Schuster, 1997, p.573

예전에 소개했던 워싱턴 미소정상회담(1987)의 에피소드도 비슷한 시기인데, 레이건의 지적 능력이 쇠퇴하였다고 보면 아귀가 아주 잘 들어맞는 것 같다.
by sonnet | 2007/11/18 00:11 | 한마디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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