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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데이비드케이
2006/11/24   후진국의 업무요령 [13]
후진국의 업무요령
이라크가 대량의 알루미늄 튜브를 수입해서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라크 침공의 주요한 명분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나자 이와 같은 판단은 완전히 헛다리였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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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튜브에 대한 CIA의 보고서들은 수백 쪽에 달했다. 거기에는 이라크가 구입하려고 한 6만개의 튜브가 로켓탄을 만들기 위한 것일 거라는 외국 정보부의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너무 많았다. 케이도 동의했다. 그러나 1990년대 무기사찰 활동을 하면서 그가 배운 것은, 이라크인들은 늘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담 정권 하에서는 물건을 많이 샀을 때보다, 못 사왔을 때 훨씬 큰 벌을 받기 때문이었다.

...

(WMD 사찰관) 데이비드 케이의 부하들은 왜 사담 정권이 6만개의 알루미늄 튜브를 구입했는지 확실한 해답을 찾아냈다. 파월은 UN에서 이 튜브들이 사담의 핵개발 계획에 사용될 원심분리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증거들은 이제 이들 튜브가 일반 포병 로켓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었다. 로켓의 추진제는 사담의 아들 쿠사이의 친한 친구가 하는 회사에서 만들고 있었다. 이 추진제는 불량품이었다. 그러나 이라크군에는 감히 쿠사이의 친구에게 제품 좀 잘만들라고 말하거나 이 계약을 깨자고 말할 배짱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기술자들은 대안을 모색했다. 알루미늄 튜브의 규격을 더 엄격하게 해서 더 작고 가볍게 만듦으로서 추진제가 약해도 날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미군이 심문한 포로 중 한 명은 이라크군의 조달부서 책임자였다. "우리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들 튜브를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관료적 절차를 묘사하면서 왜 그들에게 이 방법이 유일한 선택일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했다. 케이의 요원들은 로켓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군 장교들을 찾아냈다. 그들도 이 이야기를 확인해 주었다.
"우리는 결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계약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위로부터는 계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뿐입니다."

...

이 사업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튜브의 규격을 엄격하게 하면 가격이 더 비싸지는데, 그러면 비용이 증가하면서 그들이 먹을 수 있는 커미션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 계약은 미군의 많은 무기체계가 그렇듯이, (원가에 일정 비율의 이익을 얹어 주는) 원가보상계약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즉 정부를 빼면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 모든 구매가 UN수출통제 시스템을 피해 비밀 채널이나 암시장을 통해 이루어졌다. 미국의 정보분석가들은 그들이 이렇게 하는데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것들이 금지된 무기체제를 개발하기 위한 것일 터였다.

"여기서 잘못된 점은 그들이 거의 모든 구매를 비밀리에 처리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라고 케이는 말했다. "그렇게 해야 (로열) 패밀리가 삥을 뜯기 쉬웠던 것입니다. 암시장은 기본적으로 (사담의 아들) 우다이와 그 친구들이 운영을 했습니다."
Woodward, Bob, State of Denial: Bush at War, Part III, Simon & Schuster, 2006


후진국은 후진국이기 때문에 후진적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일견 어이없어 보이지만, 이런 사건들은 그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잘 보여준다. 선진국이 선진국의 잣대로 후진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판단하면 이처럼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커다란 삽질을 하게 된다.


북한은 어떨까?
나는 김정일의 북한에는 이런 문제가 훨씬 대규모로 내재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사회는 지극히 후진적이고 비효율적이며, 내부는 엄청나게 썩었으며, 합리적인 생각을 주장하기 힘든 체제이다. 게다가 수령경제로 불리는 거대한 제2경제 섹터가 있다.

문제는 북한의 지배층이나 관료체제의 내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어 도대체 판단다운 판단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김정일이 기쁨조를 끼고 난잡한 술파티를 즐긴다거나, 영화광이라거나 하는 쓸데없는 정보는 좀 있지만, 북한의 의사결정과정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진짜 정보는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
by sonnet | 2006/11/24 18:48 | 정치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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