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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대외준비금
2009/03/08   (외환)준비금 바꿔주기 [23]
2009/02/16   중국의 외환운용 전략 [18]
(외환)준비금 바꿔주기
미국국채는 한번 사면 팔 수 없나? (알파헌터) 에서 트랙백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설명이 요점을 잘 짚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사고 파는 것이 언제나 자유라는 것입니다.
만일 일부가 주장하듯 (이런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없다면... 미국국채란 세상에서 가장 기피하여야 할 시장으로 벌써 붕괴되어 사라졌겠지요. (알파헌터)


이 설명은 사실 이 자체로 충분한 것이지만, 저는 좀 다른 각도 -역사적 사례- 에서 이 문제를 다뤄 볼까 합니다.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기축통화국 통화로 표시된 외환보유고를 대거 처분하려고 할 경우 해당국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2억 5000만 달러(7월)에 더하여 추가로 차입했던 4억 달러(8월)로도 충분하지 않자 영국은 9월 21일 파운드화 지지를 중단하고 금본위제를 이탈했다. 프랑스은행은 영국인들에게 배려해준 자제심을 미국인들에게는 전혀 내비침이 없이, 다른 금블록 가맹국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7억 5000만 달러의 예금을 일거에 금으로 바꿔 갔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금보유고가 줄어든 데다, 파운드화 및 이에 고정된 여타 통화들의 외환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유발된 미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약화시켰다. 프랑스가 미 달러화 예금을 금으로 바꿔 갈 때, 뉴욕연방준비은행은 도움이나 심지어 관용도 요청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총재의 업무 수칙은 총살 집행장의 사격분대 앞에 서서도 눈가리개를 거부한 월터 미티(Walter Mitty)를 연상하게 하는 완강한 어조를 요구한다. 1929년 해리슨이 노먼에게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매입해 놓은 영국 파운드화가 금으로 태환 가능한 것인지를 물었을 때, 그는 짤막한 답신을 받았다: “물론입니다. 파운드화는 금으로 환급 가능합니다. 이것이 금본위제입니다.” 1931년에는 해리슨이 이런 식으로 모레(Moret)에게 프랑스 은행이 보유한 모든 달러화 전액을 금으로 전환하는 일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외국의 인출요구에 직면한 영란은행 총재 몬태규 노먼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조지 해리슨은 이처럼 쾌히 응합니다. 각각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지요.


우선 영국.

1929년 상반기에 미국은 2억 1,000만 달러의 금을 취득하고, 프랑스는 1억 8,200만 달러의 금을 취득하였다.
런던에 대한 압박은 유독 극심하였다. 뉴욕의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다양한 차입자들 -독일, 헝가리, 덴마크, 이탈리아의 차입자들- 은 실제로는 달러가 필요했지만 파운드 화 차관을 받고자 하였다. 노먼은 금의 무한정한 축적에 우려를 표명하였다.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은 영 안의 위기가 지난 5월 말에 7억 9,100만 달러라는 연중 최고 수준에 달했으나, 그 후 감소세로 돌아서고, 7월 들어 급격히 감소하였다. … 9월 말까지 잉글랜드 은행의 금 준비고는 6억 4,000만 달러로 감소하였다. 4개월 사이에 거의 20% 감소한 것이다. 8월 5일에 노먼은 재무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변화가 없다면, 특히 프랑스와 미국에 변화가 없다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일부 나라들은 금본위제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 『대공황의 세계』 p.146,148


이렇게 영국은 두 달 만에 준비금(요즘 식으로 하면 외환보유고) 20%를 잃고 금본위제 이탈(평가절하) 위기에 몰리지만, 때마침 뉴욕 증시가 박살이 나는 바람에 간신히 숨을 돌립니다. 이게 바로 “물론입니다. 파운드화는 금으로 환급 가능합니다. 이것이 금본위제입니다.”라고 보장했을 때의 상황인 것이지요.

2년 후인 1931년, 이 해 영국이 주저앉자 이번에는 인출 요구가 미국에 몰려듭니다.

1931년 9월 21일, 파운드 화가 절하된 그 날에 프랑스 은행의 모레 총재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 가도 괜찮은지 문의하였다. 해리슨은 문제없다고 확인해 주었다. 9월 22일 프랑스 은행이 5천만 달러를, 벨기에 국립은행이 1억 660만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 갔다. 프랑스 은행은 뉴욕 은행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크레인에게 설명하기를, 프랑스 은행이 벨기에와 스위스에 일정량의 금을 선물(先物)로 매도했는데, 금의 인도 이전에 달러를 금으로 대체하여 회계보고 상에 금의 손실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방준비제도의 보고에는 금의 손실이 나오는 것이 불가피했고, 그것이 보도되자 외환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10월 1일에 프랑스 은행은 추가로 2,500만 달러를 지정(earmark)하고, 10월 8일에도 2,500만 달러를, 또 10월 13일에는 2,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정하였다. … 연방준비제도이사회 … 비망록은, 프랑스 은행과의 토의와 신문 기사에 의거한 파리로부터의 보고를 인용하고 있는데, 그 취지는 “(연방준비당국이) 달러의 현재 가치를 지지 및 유지하고자 하는 보수적 정책에 충실하고 인플레이션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프랑스 은행은 기존 달러 보유고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것은 반대를 야기하였고, 12월 18일 해리슨은 메이어에게 뉴욕 연방준비은행으로서는 아무런 확약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프랑스 은행은 자유롭게 금을 인출하였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원하는 신용 정책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택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 은행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유하고 있던 1억 9,000만 달러의 인수 어음과 예금은 8,600만 달러로 감소하였다. …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연방준비제도가 상실한 금은 7억 5,500만 달러에 달하였다. … 1931년 12월 17일자 비망록에는 벨기에 국립은행이 1억 3,100만 달러, 네덜란드 은행이 7,700만 달러, 스위스 국립은행이 1억 8,800만 달러의 금을 취득했다는 기록과, 이들 중앙은행들 간의 공황 상태에 대한 언급이 들어 있다. 나머지의 대부분은 프랑스로 갔다.

1931년 12월 미국에서는 유동성 부족 상태에 있는 기업과 은행들에 금융지원을 해주기 위한 부흥금융공사(RFC, Reconstruction Finance Corporation)가 창설되었다. 정부 세입의 급속한 감소는 대폭적인 적자로 이어졌다. 컬럼비아 대학의 금융론 교수 파커 윌리스(H. Parker Willis)는 이와 같은 요인이 인플레이션에 직결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파리의 경제통신사(Agence Economique)에 타전한 유명한 급전에서 그런 말을 하였다. 그의 전보는 프랑스 당국과 일반 여론을 불안에 빠뜨렸다. 프랑스 은행의 모레 총재는 전보를 인용하여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대해 금의 지정(earmark)과 선적 재개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에 따른 작업은 공연히 서둘러서 불리한 평판이 나오지 않도록 질서있게 수행되는 가운데 1주일에 두 차례 선적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해리슨은 모레에 대해 금을 가져가는 일을 중지하도록 요청할 의향은 없었다. 오히려 매 단계마다 그는 달러 보유 규모가 1월 중순 경 약 6억 달러에 달하던 프랑스 은행이 그 보유 달러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으로 교환하는 일을 지원해 주겠다고 제의하였다.

프랑스에 의한 달러의 금 교환 규모는 1월에는 주 당 1,250만 달러였다. 프랑스의 예를 따라 네덜란드 은행은 4,000만 달러를 금으로 바꾸었다. 5월 말에 모레는 환금 규모를 늘리고자 한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였다. 해리슨은 처음에는 모레에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가, 모레가 주 당 2,500만 달러로 올리자, 남아 있는 9,300만 달러 전부를 환금해 가라고 권고하였다. 권고는 그대로 시행되었다. 다만 1,000만 달러가 외환 준비금으로서 남겨졌다. 금환본위제는 불황의 바닥에 있던 1932년 6월 중순에 종식되었다. - 『대공황의 세계』, pp.232-233, 235

미국은 영국 이상으로 단호하게 맡긴 돈을 다 빼줍니다. 자꾸 빼가니까 그냥 그러지 말고 한 번에 다 가져가라고 할 정도니까요. 미국은 좀 뒤에 결국 금태환을 정지하고 평가절하에 들어갑니다.

보시다시피 여기엔 비교적 평범한 규칙이 하나 있는데 끝이 어떻게 나건 간에 "무너질 때까지는 기를 쓰고 의연하게 바꿔준다"는 것입니다. 처분을 방해한다면 그건 이미 무너졌단 소리죠. 나중에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골드풀이 무너졌을 때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쯤 되면 재앙의 전조를 읽을 수 있다. 1967년 11월부터 1968년 3월까지 골드풀은 회원국 전체 금 준비금 총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약 30억 달러를 매각했다. … 3월 1일로 끝나는 주에 골드풀의 금 매각은 1억 2천6백만 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 다음 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다음 주에는 매각 규모가 3배로 증가했다. 3월 13일 이탈리아가 골드풀에서 탈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다음 날 거의 패닉 상태에서 영란은행은 신디케이트를 대신해서 4억 달러 어치의 금을 매각했다. 파리 금화 시장에서 거래액은 15톤으로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평소 거래액이 많았던 날의 30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즈음 미국의 금 준비금은 110억 달러로 감소했는데 그중 은행권 발행의 준비금으로 필요한 금액이 105억 달러였다.
영국 당국은 이런 ‘금 탈출’에 압도되어 영국 금시장의 폐쇄를 명령하고 은행 휴업을 선언했다. 미국은 FRB 채권 발행시 금 준비금 보유 규정에 관한 법률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3월 14일, 미국 당국은 금의 시장 가격은 변동하도록 하지만 공정 가격은 온스당 35달러에 계속 고정시키는 이중적 금시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유럽 회원국들에게 전달했다. 골드풀에 참가하는 중앙은행 총재들을 소집하여 이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가 유럽으로 급파되었다.
회원국 대표들은 3월 17일 토요일 아침에 착잡한 심정으로 FRB 빌딩 이사회실에 모였다. 그들은 이중적 금시장 제안을 미국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며, 나아가 달러 평가절하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생각했다. 그 후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들은 미국이 새로운 협정을 기정사실로 발표하는 데 대해 불쾌해 했다. 그러나 그 구상이 실현되면 회원국들은 적어도 추가로 개입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되므로 미국의 제안이 채택되었다. 상황이 정상화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런던 금시장은 4월 1일 월요일까지 총 11영업일 동안 폐쇄된 채로 있었다. 골드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 『글로벌 불균형』 pp.107-111


자기 돈 찾아가려는 나라의 팔을 비틀어 돈을 못 찾아가게 한다면, 누가 그 나라 화폐로 준비금을 운영하겠습니까? 인출요구를 틀어막으려는 행동은 이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 통화는 대외준비금으로 부적합한 2류 통화'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기축통화국(혹은 그에 준하는 역할을 맡을 생각이 있는 나라)이라면 어디나 질 때 지더라도 한 번 싸워보다 지려고 하지, 현재의 공인된 최강자가 지레 겁부터 먹고 인출요구를 처음부터 틀어막을 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뒤집어서 말하면 경제적으로 맷집이 안 되는 약골들은 이런 역할을 맡을 수도 없거니와, 맡게 된다면 서로(맡은 쪽이나 맡긴 쪽이나)에게 재앙이라는 말도 되는 것이죠.


참고자료
Eichengreen, Barry., Global Imbalances and the Lessons of Bretton Woods, MIT Press, 2006
(박복영 역, 『글로벌 불균형: 세계 경제 위기와 브레튼우즈의 교훈』, 미지북스, 2008)
Kindleberger, Charles P., Aliber, Robert Z., 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is (5th ed.), Basic Books, 1978(Palgrave Macmillan, 2005)
(김홍식 역,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굿모닝북스, 2006)
Kindleberger, Charles P., The World in Depression 1929-1939,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3(Revised Ed. 1986)
(박명섭 역, 『대공황의 세계』, 부키, 1998)
by sonnet | 2009/03/08 17:11 | 경제 | 트랙백 | 핑백(1) | 덧글(23)
중국의 외환운용 전략
최근 한 2주 사이에 중국의 외환 운용과 관련해 뉴스거리가 좀 있어서 모아 봤습니다.

우선 가장 최근의 기사.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국은 외환보유고를 저수익 미국 국채에 수동적으로 투자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신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전환을 모색할 거란 겁니다. (관련된 배경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일전의 포스팅 이것이것을 참조)


그런데 사실 이 기사는 중국 은행감독 책임자인 루오핑의 발언을 인용한 다음 기사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Except for US Treasuries, what can you hold?” he asked. “Gold? You don’t hold Japanese government bonds or UK bonds. US Treasuries are the safe haven. For everyone, including China, it is the only option.” Mr Luo, whose English tends toward the colloquial, added: “We hate you guys. Once you start issuing $1 trillion-$2 trillion ($1,000bn-$2,000bn) . . .we know the dollar is going to depreciate, so we hate you guys but there is nothing much we can do.

보기드물게 솔직한 이야기지요. 루오핑은 결국 자기 발언을 줏어담았다고 하는데, 그 내부적 사정이야 알 도리가 없지만 저는 그의 발언이 큰 줄기에서 옳지만 그 발언이 갖는 함의가 더 윗선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지도부는 전통적으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지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사는 이보다 좀 더 앞서 런던에서 가진 원자바오 총리 인터뷰인데, 내용적으로 보면 첫 번째 기사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Transcript: Wen Jiabao (Financial Times, 2009년 2월 2일, Lionel Barber)

We are now having discussions about how to make rational and effective use of the Chinese foreign exchange reserves to serve the purpose of economic development in China. Last year, we issued Rmb1.5 trillion of government bonds in purchasing US$200bn of foreign exchange reserves to inject capital into the China Investment Corporation.

Foreign exchange must be spent overseas, and it will be spent mainly on foreign trade and investment. Therefore, we want to use foreign exchange to buy the much-needed technology equipment and products. That is a quite technical issue.

즉 중국은 뭔가를 수입해야 한다면 소비재가 아니라 생산재와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막강한 구매력을 협상 무기로 쓰려고 들겠지요.


저는 이 세 가지가 사실 모두 옳은 이야기의 서로 다른 부분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그 거액의 외환보유고를 옮겨 놓을 데가 마땅치 않은 것은 (인정하진 않더라도) 사실인데, 그래도 부분적으로라도 전략자원과 기술 확보, 산업정책 지원, 수익률 재고, 외교정책의 지렛대 등에 보다 활용을 강화해 나갈 요량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09년 2월 16일 11:00 추기:
In Shift, Chinese Move More Money Overseas (New York Times, 2009년 2월 3일, Keith Bradsher)
중국에서 내국인들이 국내의 자산을 해외로 옮기는 듯한 현상이 보이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이런 추세는 그 강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capital flight라고 불리게 되지요.
by sonnet | 2009/02/16 10:33 | 경제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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