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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김경원
2009/07/12   '신경 굵기'의 요구조건 [54]
'신경 굵기'의 요구조건
사후적 평가의 필요성, 그리고 1% 독트린 (sprinter)에서 트랙백

김정일도 1993년에 역사상 전무후무한 NPT 탈퇴를 감행한다거나, 2002년에 플루토늄 재처리라는 강수를 두었을 때, 미국의 공격 가능성이 0%란 확신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을 감수하였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의 김일성, 김정일의 전략적 행보를 돌이켜 보면, 이들이 파국을 피하기 위해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자원 면에서 북한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꼭 북한과 똑같은 강도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북한이 판돈을 올릴 때 거기 맞추어 판돈을 올릴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 지지 않고 게임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이에 대해 몇 년 전 김경원 전 주미대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기자: 우리 정부가 과연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보는가. 6자 회담의 틀에 너무 안주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정부도 뭘 하긴 하는데 대담하지 못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합리적인 방법으로만 다가가는데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부시 대통령이나 김정일은 파워게임을 할 줄 안다. 한국도 뭔가 역할을 하려면 ‘이럴 바에는 다 때려치우자’는 자세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배짱과 뚝심이 있어야 한다. 관료적 합리성으로는 한계가 있고 상상력과 배짱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김경원, "부시·김정일은 파워게임 할 줄 알아 한국 대북정책 상상력·배짱 있어야", 주간조선, 2004년 9월 30일

즉 벼랑끝 전술을 쓰는 공갈협박의 달인 김정일이나, 일방주의 외교와 선제공격 전쟁으로 욕을 얻어먹는 부시도 냉혹한 무법천지인 국제정치무대에서 파워게임을 구사할줄 아는 기본기를 갖춘 선수이며, 우리도 이들과 같이 포커를 치려면 이런 권력정치의 기본기, -두꺼운 낯짝, 시커먼 뱃속, 능청스러운 언변, 필요할 땐 수틀리면 다 죽는다고 위협하는 배짱- 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상대가 있는 게임을 하고 있기에 우리가 얼마만큼 신경이 굵어야 하느냐는 김정일이 올리는 판돈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꼭 선제적으로 판돈을 올릴 필요는 없지만, 딴 플레이어가 판돈을 올리면 다음 라운드 게임을 같이 하기 위해 적어도 따라는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결정이 쉬운 건 아니겠지만, 시선을 돌린다고 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요구사항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by sonnet | 2009/07/12 18:45 | 정치 | 트랙백 | 덧글(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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