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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금융규제
2009/04/16   또 하나의 크렐 장치? [47]
2008/09/22   두 가지 거품, 서로 다른 해법 [33]
2008/09/19   모기지 사태를 비난하는 여섯 손가락 [65]
2008/08/03   최고경영자의 자사주 공매도 신공 [24]
또 하나의 크렐 장치?

어린 시절 내게 큰 영향을 준 영화로 『금단의 행성 Forbidden Planet』(1956)이란 작품이 있다.

우주이민이 시작된 2200년대 초, 20년 전 이주해간 후 연락이 두절되어 버린 이민단을 찾아 행성연합 순양함 C-57D는 지구로부터 16광년 떨어진 알타이르 제4행성으로 향한다. 알타이르Ⅳ에는 이민단의 생존자인 모비우스 박사와 그 곳에서 태어난 딸 알티라 단 두 명만이 살고 있었다.

모비우스 박사는 알타이르Ⅳ에는 과거 위대한 문명을 일구었던 크렐 인이란 종족이 살았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느 날 돌연 멸망했으며, 이민단은 정체불명의 괴물의 습격을 받아 자신들 이외에는 모두 죽어버렸다는 것 등을 전했다. 모비우스 박사는 크렐 인의 유적을 조사해 남아 있던 설비를 사용해 모비우스 자신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증진시켰다는 점 그리고 아마도 C-57D도 괴물에 습격당하리라고 예고하고 빨리 이 별을 떠날 것을 종용한다. 실제로 괴물은 다시 나타나 C-57D를 습격해 승무원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담스 함장은 알티라와 사랑에 빠진 탓도 있어 바로 떠나는 대신, 모비우스와 알티라를(혹은 알티라 만이라도) 지구로 데리고 돌아가려고 한다.

드디어 괴물이 맹위를 떨쳐 아담스, 모비우스, 알티라 등을 습격한다. 그 때 크렐 유적이 최대출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오스트로는 크렐 학습기를 통해 유적의 거대한 기계가 크렐 인들이 마음 속에 소망하는 것을 실체화하는 장치임을 알아내고 죽는다. 결국 아담스는 그 괴물의 정체가 모비우스 박사의 잠재의식이자 자아 그 자체, 「이드의 괴물」이라고 불림직한 존재라는 것을 간파한다. 이민단의 참극도 C-57D 승무원들의 희생도 실은 모비우스 박사의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소행이었던 것이다. 자기 의식의 암흑면을 직시하게 된 모비우스 박사는 그제서야 크렐 인들이 왜 하룻밤 사이에 멸망하게 되었는가를 이해하고, 알티라를 아담스와 함께 이 별에서 탈출시킨 후 알타이르Ⅳ와 함께 최후를 맞는 것을 선택한다.


크렐 머신이 설치된 고대 유적

이드 몬스터를 저지해 보려고 싸우는 승무원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 Tempest」를 SF로 각색한 이 작품은 금융 혁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반동파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좋은 비유를 제공한다. 이들 반동파들은 규제자들이 현대적 금융 시장과 그 도구들의 혁신, 그리고 그에 따르는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들이 왜 그렇게 시장 참가자들의 탐욕을 끝없이 강조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탐욕은 본성이므로 없앨 방법이 없다. 그러니 금융 혁신과 진보가 또 다른 크렐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탐욕을 참극으로 바꿔주는 enabler인 금융 혁신을 때려 잡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만약 그들의 생각이 맞다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알타이르Ⅳ와 크렐 장치를 파괴하고 지구로 귀환하듯이 우리도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발전한 금융 혁신의 물결과 결별하고 비효율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우리 규제자의 능력으로도 관리가 가능한 구체제(Ancien Régime)로 복귀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만약 그들의 생각이 맞다면.
by sonnet | 2009/04/16 21:28 | 경제 | 트랙백 | 덧글(47)
두 가지 거품, 서로 다른 해법
지난 번 글에 이어 블라인더의 글을 하나 더 번역해 봅니다. 이번 글은 종종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곤 하는 버블이 생겼을 경우 이것을 터트려야 하나 놔둬야 하나에 대한 것입니다.


두 가지 거품, 서로 다른 해법(Two Bubbles, Two Paths)
* 필자: Alan S. Blinder
* 출처: New York Times
* 일자: 2008년 6월 15일

근래 들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산 가격 거품에 직면했을 때 중앙은행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통적인 지혜에 의문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통적인 가르침은 전현직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앨런 그린스펀과 밴 버냉키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의도적으로 거품을 터뜨리는 행위는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것 사이의 어딘가에 속하는 일인 만큼 그런 일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자면 연방준비은행은 그렇게 하는 대신 거품이 저절로 터지게 내버려 두면서 그 뒤치다꺼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온건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전략은 거품을 예방하거나 거품이 터졌을 때 가격 붕괴를 제한할 의도가 없다. 오히려 이 전략은 금융 시스템의 나머지 부분과 특히 경제 전반으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은 2000년에 기술주 거품이 요란하게 터졌을 때, 그러한 뒤치다꺼리 전략을 들고 나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서류상으로는 8조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크건 작건 어떤 금융기관도 망하지 않았으며, 뒤이은 경기후퇴는 너무 경미한 것이어서 나는 그것을 「가소로운 경기후퇴」(recessionette)라고 부른다.

오늘날 그린스펀-버냉키의 입장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 논점을 거론한다.

첫째, 거품이 저절로 터지게 내버려 둔 다음 뒤치다꺼리를 하는 전략은 이번에는 잘 먹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작년에 서브프라임 거품이 터졌을 때, 금융시스템은 혼란에 빠졌고, 여전히 그런 상태로 남아 있다. 연방준비은행은 그 이래 경기하락과 싸우고 있고, 금융기관들은 뒤뚱거리고 무너졌으며…, 베어스턴스, 그래 당신도 베어스턴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둘째, 비판자들은 일 터지고 뒤치다꺼리하러 가는 전략은 더 많은 버블의 씨앗을 뿌리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예를 들어 주식시장 거품이 터진 다음에 연방준비은행이 초저금리를 제공한 것이 바로 주택거품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은 이제 연쇄거품제조범이 되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로 「거품 터트리자 파」(bubble buster)들은 그린스펀-버냉키 정책은 그 자체에 내포된 비대칭성 때문에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 지향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전략은 거품이 부풀어 오르고 경제가 활황이 되도록 방치함으로서 인플레이션 지향성을 띤다. 반면 시장이 파탄을 일으켰을 경우, 이 전략은 인플레이션을 주저앉히는 역할을 하는 경제적 타격을 줄이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주장을 검토할 때는, 거품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는 점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 유형은 내가 “은행 중심의 거품”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것은 투기적 과잉 또는 무책임한 -미친 짓이라고 부르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대출이 땔감을 공급해 벌어지는 일이다. 주택 모기지 거품은 명백히 이러한 유형의 뼈아픈 사례이다. 하지만 다른 자산 거품의 경우, 은행 대출은 사소한 역할을 맡는데 지나지 않거나 전혀 관계가 없곤 하다. 기술주 거품은 이러한 두 번째 유형의 인상적인 사례이다.

나는 이 두 가지 유형의 거품에 대해 중앙은행의 적절한 대응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거품이 은행 대출에 기초한 것이 아닐 경우, 연방준비은행은 내재가치의 상승과 가격 거품을 구별하는 데 있어 다른 관찰자들보다 비교우위를 갖고 있지 않다. 연방준비은행은 거품이 전혀 없는 곳에서 헛것을 볼 수도 있고, 일이 너무 늦을 때까지 사태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이 두 가지를 모두 저지를 수도 있다.

사실 연방준비은행에서 일하던 무렵, 나는 그린스펀 의장이 1995년부터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당시엔 인터넷 관련주란 있지도 않았으며 다우 지수도 5,000 미만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이것을 터트리려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반대로 1999년 들어서야 기술주 거품이 명백해졌는데, 이때는 이미 거품이 엄청났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이며, 또한 아주 중대한 문제이다. 자 이제 두 번째 문제를 논해 보자.

일단 중앙은행이 거품의 존재를 정확히 인지했을 경우, 중앙은행은 무슨 일을 해야만 하나?

연방준비은행은 예를 들어 기술주 주가를 정확히 겨냥해 영향을 줄 정책수단을 갖고 있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더 광범위한 의미에서 주가 전체를 노린 정책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증거금 비율을 높이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실로 부질없는 기대에 빠져 있는 것이다)

물론 연방준비은행은 이자율을 올릴 수 있다. 허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연리 19%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을 때, 2~3 퍼센트 포인트의 연방금리 인상이 어떻게 주식시장의 열광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그렇게까지 통화를 죄었다가는 경제 자체가 궤도에서 탈선해 버릴지도 모른다. 만약 그게 좋은 거래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코튼 매더(Cotton Mather; 유명한 미국 청교도 목사; 역주)의 자서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 중심의 거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와 전혀 다르다.

중앙은행이 은행의 감독자이자 규제자인 이상, 중앙은행은 은행의 대출 관례를 늘 지켜보면서 이해하기에 아주 좋은 지위, 다른 그 누구보다도 훨씬 좋은 지위를 갖고 있다. 그저 더 잘 아는 정도를 넘어, 은행이 위험하고 불건전한 대출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은행의 감독자로서 중앙은행의 직무이거니와, 만약 그들이 그렇게 군다면 인상을 쓰고 군기를 잡는 것 또한 중앙은행의 임무이다. 주택 모기지 거품이 부풀어 오름에 따라, 우리는 미국의 은행규제자들이 일에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통화정책의 실패가 아니고 은행감독의 실패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거품을 다룰 정책수단의 측면은 어떤가? 주식시장의 가격이 문제일 경우 비어있는 거나 다름없던 연방준비은행의 구급상자이지만, 은행 대출 관행을 다룰 경우에는 온갖 연장으로 꽉 차 있다. 눈을 치켜뜬 채 경고하는 것에서부터 특정 유형의 대출 -예를 들면 부대서류 없이도 주택 가격의 100%까지 내어주는 서브프라임 대출- 에 대한 철저한 금지까지, 은행 감독자들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잘 정비된 무기들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황제처럼 근엄하게 “그 죄에 어울리는 벌을 내리노라”고 판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선 우려에 대해서는 기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기본 인플레이션 율은 일련의 거품 붕괴가 시작되었다던 1995~96년에 2.5~3% 정도였다. 2007년의 경우 이 수치는 2.25~2.75% 정도였으며 2008년에도 대략 그 정도이다. 증가하는 추세가 보이는가?

이러한 사실로부터 두 가지 주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거품이 은행 대출에 기반하고 있지 않을 경우, 뒤치다꺼리 전략은 여전히 꽤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은행이 중심이 된 거품이 찾아왔을 경우, 중앙은행이 할 수 있으며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거품을 터트리겠다고 이자율을 올리는 행동은 아마 중앙은행이 해야만 하는 일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빈대 잡느라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므로; 역주]

Alan S. Blinder는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공공정책 교수이며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부총재를 지낸 바 있다. 그는 여러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정책자문을 해주고 있다.
by sonnet | 2008/09/22 08:22 | 경제 | 트랙백(1) | 덧글(33)
모기지 사태를 비난하는 여섯 손가락
원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사건("아가가 보는 세상" 참조) 후, 관련 포스팅을 조금 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블라인더는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쉬운 영어로 대중에게 핵심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비교적 드문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관심있는 일반인들은 공급중시론자들을 즈려밟았던 Hard Heads, Soft Hearts를 한번 보시면 괜찮을 듯.


모기지 사태를 비난하는 여섯 손가락
* 필자: Alan Blinder
* 출처: New York Times
* 일자: 2007년 9월 30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뭔가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 사실 여러 가지가 잘못된 상황이다. 그리고 이제 상당수의 주택소유자, 투자자, 금융기관이 고통을 느끼고 있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여태까지 정책결정자들이 위기관리에만 매달려 온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곧 비난, 즉 아주 고전적인 서로 삿대질하기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삿대질은 흔히 비열한 짓인 동시에 개선책을 찾아내는 더 중요한 과업으로부터의 탈선을 일으킨다고 비난받곤 한다. 미안하지만 내 의견은 다르다. 서브프라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우리가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거듭되는 삽질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정책 변화를 고안해 볼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삿대질을 해보자. 너무나 많은 것이 잘못되었기에 한 손에 붙은 손가락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첫 번째 손가락은 집을 사겠다고 무모하게 돈을 빌린 결과, 채무불이행으로 직행하게 될 가능성이 너무 높은 모기지를 스스로 져버린 주택 소유자들을 지목한다. 그들은 [자기 주제를] 더 잘 알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아담이 사과를 따먹은 이래, 어리석은 소비자들은 사방에 널려 있다. 더 상세한 금융 지식이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방준비은행은 대출받는 사람들이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기지 상품설명서를 더 알기 쉽게 개정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 중이다. (“경고! 이 모기지는 당신 가족의 재정상태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나도 그 노력에 대해 찬성하기는 하지만, 그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을 한 번이라도 사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이 받게 될 서류뭉치는 두툼하고 빽빽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우리가 한층 더 두껍게 만들어 주어야 하나?

더 짧고 쉬운 문장으로 써놓으면 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그것이 진짜 중요한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2년 안에, 당신이 내야 할 월부금이 두 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거기엔 꼭 알려줘야 할 것이 매우 많다. 정교한 모기지 상품은 까놓고 말해서 그냥 너무 어렵다. 그리고 무슨 짓을 하던 간에 그 사람들은 이런 문서들을 결국 읽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손가락으로는 대부자를 가리키는 것이 보다 유익한 일이 될 것 같다. 일부 대부자들은 한마디로 고객들에게 전연 부적절한 모기지 상품을 팔아 왔다. 그리고 고객들은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위험한 모기지를 얻도록 유도된 어설픈 소비자들의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부문에서는 뭔가 해볼 여지가 있다. 일선 대부자를 위해, 모기지 상품을 파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야 할 “적합성 기준”을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법 하에서, 은퇴한 노파에게 최후의 5천 달러를 증거금으로 걸고 투기등급 주식을 사들이도록 권한 주식중개인은 법적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한 투자는 (워렌 버핏에게는 적합할지 몰라도) 그녀에게 “부적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알기 때문에 그 중개인은 보통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모기지를 위한 그런 기준을 만들고 지키도록 강제할 것인가? 현재, 어떤 은행에도 속하지 않고, 따라서 연방정부의 규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는 모기지 업체들이 만들어낸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전체의 약 절반에 달한다. 이것은 터질 시간과 장소만 기다리고 있는 사고나 다름없다. 우리는 모든 모기지 대부자들을 연방 규제 하에 넣어야만 한다.

이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은행들이 건전한 대출 관행을 따르도록 보장하기 위해 더 잘 일하지 못한 은행 규제담당자들이 삿대질하는 다음 손가락의 표적이 되어야 함을 말해 준다. 다행스럽게도 규제담당자들은 그들이 일을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미 대책 마련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규제자들은 심각한 인센티브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옛날 식 금융에서는 모기지 대출을 해준 은행이 그것을 여러 해 동안 쥐고 있었고(지미 스튜어트가 나오는 영화 "It's Wonderful Life"를 생각해 보라.), 그렇기 때문에 대출심사를 주의 깊게 할 명백한 동기가 있었다. 그러나 신식 금융에서는 은행과 모기지 브로커들이 모기지 대출을 해준 다음, 그것을 “증권화”, 바꿔 말하면 수천 건의 모기지 대출을 모아 그 전체 집합의 일정 지분을 나타내는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대형 금융기관에 바로 팔아치운다. 이러한 “모기지 기반 증권”은 곧 전 세계의 투자자들, 즉 처음에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도대체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가게 된다.

증권화는 멋진 일이다. 증권화는 시장을 활성화하고 모기지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우리는 분명히 이런 장점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증권화는 최초 대부자로 하여금 채무자가 대출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엄격히 심사해야만 할 동기를 급격히 감소시킨다. 어쨌든 그 대출이 부실화되더라도 누군가 딴 사람이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이 인센티브를 복원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아마도 최초 대부자로 하여금 각 모기지의 일정 지분은 [팔지 못하고] 쥐고 있도록 하는 규제를 만드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깐. 최종 투자자야말로 대출의 적절성을 검토할 모든 인센티브를 갖게 되는 사람 아닌가? 그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위험도가 높은 모기지 증권을 사들였다면, 그건 그들의 책임이 아닌가?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나로 하여금 삿대질의 네 번째 표적을 지목하게 한다. 현 시점에 이르러서는 일시적인 장밋빛 환상에 휩쓸린 많은 투자가들이, 자신들이 뭘 사들였는지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하지만 그들은 왜 그렇게 얼간이처럼 행동했는가? 그 답의 일부는 그 증권, 특히 이제는 악명을 떨치게 된 부채담보부채권(CDO)이 쓸모 있기에는 아마도 너무 난잡한 물건일 거라는 점이다. 이 점은 다섯 번째 손가락이 삿대질할 표적을 보여주는데, 그들은 바로 CDO같은 증권들을 기획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투자은행가들이다.

이 답의 다른 일부는 비난의 삿대질을 받아야 할 여섯 번째 표적이 될 만하다. 투자자들은 신용평가기관을 너무 많이 신뢰했으며,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신용평가기관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기관들을 끌어내 여론의 뭇매를 가하려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 시스템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보는 것이 더 건설적인 행동이라 하겠다. 여기에는 또 다른 심각한 인센티브 문제가 걸려 있어서, 이것은 쉽지 않은 질문이다.

현행 체제 하에서 신용평가기관은 그들이 평가하는 바로 그 증권의 발행자에게 고용되고 보수를 받는데, 여기에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일어날 명백한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만약 내가 학생들의 숙제를 채점한 후 그에 대해 학생들로부터 직접 보수를 받겠다고 제안한다면, 우리 학장은 불같이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게 증권이 평가되는 방식이다. 이 점은 개선을 필요로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는 분명치가 않다.

자, 이것이 내가 지목하는 잘못한 자들의 명단이다. 우리가 이 모든 곳에 삿대질을 하긴 했지만, 고 Ned Gramlich의 현명한 조언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겠다. 그는 누구보다도 일찍 그리고 분명하게, 떠오르는 서브프라임 문제를 알아차렸던 연방준비은행의 전직 이사였다. 그렇다. 서브프라임 시장은 우리를 수렁에 빠트렸다. 하지만 이것이 폭발하기 전에 서브프라임은 다른 방법으로는 돈을 빌릴 수 없었던 수백만 가정에 살만한 집을 제공해 주었었다. 그러한 성취는 많든 적든 가치 있는 일이었으며, 사실 상당한 업적이었다.

우리는 서브프라임 시장을 구원하기 위해 서브프라임 시장을 때려 부술 필요까지는 없다.

Alan S. Blinder는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공공정책 교수이며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부총재를 지낸 바 있다. 그는 여러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정책자문을 해주고 있다.
by sonnet | 2008/09/19 23:09 | 경제 | 트랙백 | 핑백(4) | 덧글(65)
최고경영자의 자사주 공매도 신공
일전의 포스팅 대공황기의 생활에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붙은 적이 있다.

당시엔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대충 넘어갔었는데, 이 악명높은 인물은 당시 미국의 거대은행이던 Chase National Bank(현 JPMorgan Chase의 자회사. 합병 이전에는 Chase Manhattan Bank였음)의 사장 Albert H. Wiggin이다.

위긴은 현직경영자가 자사주 공매도를 해치운다는, 요즘 같으면 바로 쇠고랑 찰 야비한 수법을 구사했다.

당시 전국 두 번째 은행인 체이스 은행의 이사인 앨버트 위긴(Albert Wiggin)의 예를 보자. 1929년 7월 위긴은 어지러울 정도로 오른 주가를 우려했다. 강세장에서도 투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느꼈다(그는 공동 투자에 참여해 이미 수백만달러를 벌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은행에 대한 전망은 어두운 것으로 믿었다(아마 위긴의 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자사주 4만 2,000주를 공매했다. 공매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돈을 버는 방법이다. 주가가 떨어져 나중에 다시 사는 조건에서 현재 소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공매이다. 쌀 때 매수해서 비쌀 때 파는 이치와 같다 단지 순서는 뒤바뀌었다.
위긴의 시기는 매우 적절했다. 공매 즉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을 들어 급락하면서 수직하락했다. 4개월 후인 11월에 계산을 해보니 그는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 이해관계의 충돌은 위긴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위긴은 공정했으며 체이스의 소유권을 탈취했다. 그러나 오늘날 자사주 거래를 이용한 단기매매 차익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Malkiel, Burton G.,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 7th Ed., W. W. Norton, 1999
(김헌 역, 『랜덤워크 이론』,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0, pp.53-54)

당시엔 내부자 거래를 규제하는 법제도가 미비해 저런 거래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긴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특히 악질적인 이유는 세계대공황의 방아쇠를 당긴 증시폭락사태 '검은 목요일' 당시 시장의 공황을 막기 위해 여러 저명한 금융계 거물들과 대중 앞에 나서서 낙폭과대한 시장을 떠받쳐 증시안정화를 달성하겠다고 일련의 퍼포먼스를 벌이며, 뒷구멍으로는 자회사와 가족 소유의 차명계좌를 통해 자사주의 쇼트 셀링을 했다는 점에 있다. 이 거래로 그는 약 400만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참고로 대공황 연구자인 찰스 킨들버거는 대공황 중이던 1932년 당시 자신은 보험회사 사원으로 일하며 주급 12달러를 받았다고 회고한다.)

이러한 사실은 후에 페코라 위원회(Pecora Commission)의 조사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고, 1930년대의 대대적인 금융규제 강화로 연결되었다.

1932년 봄 미국상원은 금융위원회를 조직하고, 1920년대에 월스트리트에서 행해진 주가조작 사건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시실리 출신인 페르디낭 페코라(Ferdinand Pecora)가 이끄는 조사단은 거물급 금융인들을 소환해, 그들의 범죄행각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작전단과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외부자에 대한 불공평 대우, 탈세, 회계조작 등 다양한 불법행위들이 비탄에 빠진 대중들 앞에 폭로되었다. 페코라는 “증시는 외부자들이 불공평한 부담을 짊어지고 도박을 벌이는 카지노와 같다”고 결론 내렸다.
루스벨트는 첫 번째 임기 동안 투기꾼들이 날뛸 수 있었던 '자유‘를 제한하는 다양한 조치들을 내놓았다. 1933년에는 글래스-스티걸(Glass-Steagall) 법이 제정되어 은행과 투신 업무가 엄격하게 분리되었다. 이로써 증시의 부침에 따라 은행의 자본금과 대출여력이 휘청거리지 않게 되었고, 투신사들도 고객의 돈으로 투기등급 이하의 주식과 채권을 편입할 수 없게 되었다. 1934년에는 증권거래법이 제정되어 작전세력과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등이 불법화되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마진론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담보로 제공된 주식가치의 50% 이상을 대출할 수 없게 되었다. 또 증권감독기관인 SEC(Stock and Exchange Commission)가 설립되어 자본시장을 감독하기 시작했고, 불필요하고 무모하며 파괴적인 투기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그런데 루스벨트는 SEC 초대위원장으로 작전세력 가운데 한 명이었던 조지프 케네디를 임명했다. 시대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그리고 후버 등 모든 사람들이 시장의 신뢰를 흔들어놓았다는 이유로 비난했던 물타기도 전날 주가가 오른 날에만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규정(uptick rule)로 규제되었다.

Chanceller, Edward., Devil Take The Hindmost: A History Of Financial Speculation, Farrar, Straus and Giroux, 1999
(강남규 역, 『금융투기의 역사』,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1, pp.329-330)

머리 좋은 사기꾼들이 한바탕 헤집어 놓고 나서야 법망이 뒤따라 정비되는 건 어느 시대나 공통인 듯.
by sonnet | 2008/08/03 09:48 | 경제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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