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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군비지출
2008/03/04   NATO-Warsaw Pact 군비지출 비교 [28]
NATO-Warsaw Pact 군비지출 비교
바르샤바 조약군의 기갑전력에 대한 80년대의 서방측 시각 (길 잃은 어린양)
합중국의 엄살 - 소련 탱크가 안뚫려염! (shaind)

여러 대인들께서 냉전 말기의 동서 진영 비교에 대한 포스팅을 올려 주셔서 감사히 잘 봤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당 검역소도 거들지 않을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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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시작되자 마자 미국은 CIA를 만들어 소련의 GNP와 군비지출을 추정하기 시작합니다. 소련은 원래 통계를 잘 공개하지 않는데다가, 통계 자체가 워낙 엉망진창(혹은 조작)이어서 액면 그대로는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죠.

이 때, CIA는 소련의 군비지출을 밝혀내기 위해 우선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합니다. 하나는 거시, 다른 하나는 미시입니다. 거시 접근은 소련이 내놓은 통계를 분석해서 그 안에 민간분야로 위장된 군비지출을 찾아낸 다음 공식 군비지출과 더하면 이론상으로는 소련의 군비지출이 나올 것이란 겁니다. 반면 미시 접근은 탱크나 비행기 한 대의 가격에서부터 장교와 병사들의 급여, 훈련과 유지비까지 다 따로따로 구해서 몽땅 더하면 어떻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죠.

두 방법 모두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첫번째 방법은 원본이 되는 소련 통계의 신뢰성 문제 때문에라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곧 드러납니다. 소련이 CIA의 기법을 예상하고 통계를 갖고 장난치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었던 것이죠.
반면 두 번째 방법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최신의 가격정보를 매번 훔쳐오고 업데이트하기 위한 엄청난 스파이 조직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다수의 연구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무한정한 자원을 때려붓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첫번째 방법 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얻게 됩니다. 대신 이 방법의 품질은 얼마나 많은 가격정보를 정확히 알아내느냐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처음 몇 년 간은 가격표를 수집하느라 제대로 된 통계도 만들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결국 대략 50년대가 끝나갈 무렵에는 어느 정도 쓸만한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때 CIA는 소련의 군비 지출을 루블과 달러 두 가지로 계산했는데, 루블로 표시된 지출을 (공식) 환율로 곱해서 달러 지출을 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공산권의 환율은 공식, 상업, 암시장 그 어떤 환율을 택한다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비교를 하는데는 적절치 않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CIA가 택한 기준은 "소련군과 똑같은 군대를 미국이 만들어서 소련 식으로 먹이고 입히고 장비시켜 훈련시켜 놓으면 도대체 달러로 얼마가 드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CIA는 소련의 모든 장비와 인력에 대한 추정가격표를 데이터베이스화하겠다고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시도 가능했던 신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일, 즉 소련군 장비의 달러 가격을 하나하나 산정하기 위해 CIA는 방산업체들의 힘을 빌립니다. 예를 들어 어떤 소련군 병사가 트럭을 몰고 국경을 넘어 망명을 했다고 칩시다. 그럼 이제 CIA는 이 노획 트럭을 방산업체인 GM이나 크라이슬러에 주어 분석시킨 후 "이 트럭과 같은 물건을 1만대 구입하면 얼마에 납품할 수 있겠는냐"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방산업체들이 입찰가를 산정해 주면 그 가격이 소련제 트럭의 달러 가격이 되는 겁니다.
그 결과 CIA가 산정한 소련 장비는 종종 GM이 찍어낸 트럭, 크라이슬러가 만든 T-55, 록히드 제 MiG-19 등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들 물건은 소련제의 품질이 아니라 미제의 품질이나 고장률을 가지고 있었을 뿐더러 미제의 가격을 갖고 있기 마련이었던 것이죠.


자 이제 오늘의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CIA의 소련군비지출 추정치에 대해서는 늘 일정 정도의 비판이 있었습니다. 비판은 양 쪽에서 나왔는데 재야의 학자들로부터는 소련의 위협을 과장하기 위해 추정치를 부풀린다는 비판이, 행정부나 군수업체 로비스트들로부터는 추정치를 너무 낮춰 잡는다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었죠.

1970년대에 들어서자 의회와 국방성으로부터 CIA에게 미국-소련만 비교하지 말고, NATO-WP 비교를 해 달라는 요구가 점차 증대됩니다. 양 측의 동맹국들이 계산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두 진영간의 비교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것이었죠. 이러한 요구가 나온 출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는 주로 소련의 위협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강경파들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CIA 전략연구부(OSR)는 이러한 요구에 저항합니다. NATO와 WP 소속 국가 각각에 대해서 미국-소련 비교에 쏟는 정도의 공을 들여 달러환산추정치를 개발한 후 엄격한 비교를 한다는 것은 얻어질 이익에 비해 너무 부담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CIA는 노가다 방식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유럽의 별볼일없는 2류 국가들을 분석하는데도 다른 좋은 대안이 없었던 것이지요.

결국 CIA의 군비지출계산 과정을 감독 조언하기 위해 설치된 셀린 위원회가 정보공동체 및 의회 스태프들의 증대되는 수요를 감안해 NATO와 WP 전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권고를 내놓고 나서야, CIA 소련분석실(SOVA)는 소련을 제외한 바르샤바조약기구(non-Soviet Warsaw Pact; NSWP) 국가들의 국방비에 대한 달러 환산 추정치를 계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합니다.

이 결과 1986년 4월과 이듬해 하반기에 두 권의 보고서가 출간됩니다.
* Non-Soviet Warsaw Pact Defense Cost:1970-84, SOV 86-10019 CX
* CIA/DI, A Comparison of Warsaw Pact and NATO Defense Activities, 1976-86

이에 따르면 달러 기준으로 1976-86년 사이의 10년간 NSWP 국가들의 군비지출은 거의 일정했고, 미국 외 NATO 국가들의 지출은 천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달러 기준으로 미국 외 NATO 국가들의 총지출은 NSWP의 3배에 달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과 소련만 비교할 때 "앞서있던" 소련의 군비지출은 여기에 동맹국을 더하게 되자 역전 현상이 벌어집니다. NATO의 지출은 매년 WP의 그것을 앞서나갔고, 1980년대 들어 그 폭은 커져만 갔습니다. 종합해 보면 1976-86년 사이의 10년간 NATO는 총 3.5조 달러를 지출한 데 반해 WP는 총 3.1조 달러를 지출한데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보고서가 정식 출간되기 1년 앞서 중간보고가 올라가자, 행정부 안에서는 이에 대해 비상이 걸립니다. 국방성의 유럽-나토담당 부차관보 John J. Maresca는 이 보고서가 "NATO가 WP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고 그들의 투자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왜곡된 시각을 끌어내고 있다"고 성토합니다. 그리고 NATO와 WP가 취득하고 있는 장비에는 질적 차이가 있고 운영 상황도 다르다는 것을 다룬 내용을 보고서에 함께 수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여 관철시킵니다. 또한 CIA 부국장이던 Robert Gates(현 국방장관)도 이러한 양대 동맹에 대한 추정치가 "(미국의) 국방지출 반대파들에게 유출되어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소련분석실장이던 MacEachin은 이에 맞서, 필요하다고 만들어달라고 했던 것은 너희들 아니냐면서 "우리가 미국과 소련만 비교했을 때 소련이 더 군비지출을 많이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제와서 (동맹국까지 다 더하면 실은 우리가 더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출판하지 않는다면 지적으로 부정직한 행동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싸워 보고서의 출판을 끝내 관철시킵니다.

말하자면 소련분석실 입장에서는 처음엔 잡일을 사서 하기 싫어서 뺀질거리며 저항했지만, 이젠 또 기껏 다 해놓은 결과물을 내다버리라고 하니까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 보고서가 나가고 2년 안에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군비축소를 단행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해체됨에 따라 더이상 NATO-WP 간의 비교를 계속할 필요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1987년의 이 보고서는 동서 진영의 군비 경쟁에 관해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해 주었지만, 돌이켜 보면 너무 때가 늦은 감이 있습니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 사이에 동서 군사력 균형에 관해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한 10년쯤 일찍 시작했으면 훨씬 좋았었겠지요.

그런데 소련의 동맹국들의 군비지출이 계산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소련 측의 군비 규모가 작아보이게) 왜곡되어 있었을 거라고 주장한 멍청이들은 정말로 저쪽편에는 무려,

동독,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알바니아

가 있기 때문에, 우리편에,

영국,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캐나다, 스페인, 그리스, 터키,
베네룩스3국, 덴마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를 더하더라도 저쪽이 돈을 더 많이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저도 냉전 후반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기억하는 사람입니다만, 이 아스트랄한 사고방식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고문헌

Firth, Noel E., Noren, James H., Soviet Defense Spending: A History of CIA Estimates, 1950-1990, Texas A&M University Press, 1998
by sonnet | 2008/03/04 17:48 | 정치 | 트랙백(1) | 덧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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