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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과달루페정상회담
2006/10/14   한국이 경계해야 할 중장거리 미사일 협상 [10]
한국이 경계해야 할 중장거리 미사일 협상
1970년대 말, 소련의 중거리 탄도탄 SS-20의 배치에 대항해, NATO가 서유럽에 퍼싱2와 지상발사 토마호크(GLCM) 미사일로 구성되는 중거리 핵전력 INF를 배치하려 할 때, 당시 서독 총리 헬무트 슈미트는 과달루페에서 다른 나토 지도자들과 회담을 갖고 서독 INF 배치 5대원칙을 천명하게 된다.

이중 하나가 "INF는 독일 영토에만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란 것이었다. 이 조항은 핵전쟁이 발발하는 the day에 INF무력화를 노리고 핵 선제공격이 가해질 경우 "누구 좋으라고 우리만 얻어맞는단 말인가? 결코 서독 혼자서 몸빵할 수는 없다. 그러니 니들도 같이 해야 된다!"란 서독의 비장한 각오를 피력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전방국) 서독을 위해 같이 핵폭탄 맞아주겠다는 의리있는 친구는 쉽게 나서지 않았고, 서유럽은 한동안 이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결국 이탈리아가 독일과 함께 '그 날' 핵세례를 같이 얻어맞는 역할을 떠맡겠다고 나서면서 이 문제는 수습된다. 유럽 정치판에서 늘 2류 국가 취급을 받던 이탈리아는 유럽핵정책의 골격을 새로 짜게 될 과달루페 정상회담에 초청받지 못했고, 이에 충격을 받은 이탈리아는 서독과 대등한 대접을 받아야겠다는 일념에 이 배역을 떠맡기로 약속한다. 안습의 이탈리아...


자 이제 우리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가능한 여러 나라, 특히 일본 및 미국을 사정거리 안에 넣어, 가능한 많은 인질을 확보함으로서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제약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미-북 혹은 일-북 간의 개별 협상 끝에 상당한 대가를 주고 노동 미사일 등 중장거리 탄도탄만 감축하는 협상이 타결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런 협상은 미국이나 (특히) 일본이 내놓은 "남한만으로 인질은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대가를 치를테니 우리는 빼 달라"는 식의 제의 하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즉 일본과 한국이 같이 인질이 되어 있다가 한국만 남고 일본은 먼저 풀려나는 거다.

이런 협상은 기본적으로 한국을 희생시켜 일본이 이익을 보는 내용이며, 특히 피해가 한반도에 국한될 수 있다면 미국은 한국을 희생시켜서라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거할 용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악몽일 수밖에 없다.


어짜피 한국은 지상전력, 공군, 단거리 탄도탄 등 다양한 수단으로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고, 북한이 이 모든 옵션을 다 포기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중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만 그거 아니라도 다른 방법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가 않다.

따라서 한국은 핵과 미사일, 한반도 안보 문제를 포괄하는 본격적인 협상이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 문제만 떼어서 별도의 협상 의제로 삼는 것은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평범한 일본인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리 혼자 몸빵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by sonnet | 2006/10/14 21:31 | 정치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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