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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공기업
2008/05/10   여물통 쟁탈전 [22]
여물통 쟁탈전
근래 다음과 같은 일련의 뉴스가 내 눈길을 끌고 있는 중이다.

경제 인문 사회
‘재신임 관행’이냐 ‘사퇴 강요’냐 (문화일보, 2008년 4월 30일)
19개 국책연구기관장 일괄사표 제출 (연합뉴스, 2008년 4월 29일)
정부출연연구소(과학기술 등)
출연硏 기관장 일괄사표 배경은? (연합뉴스, 2008년 4월 25일)
금융공기업
금융공기업 기관장 사표제출 잇따라 (연합뉴스, 2008년 4월 15일)
복지부 산하(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복지부 주요 기관장들 사표 (조선일보, 2008년 3월 26일)

사실 이 문제는 좀 더 온건하게 생각한다면 기관장들의 임기만료를 기다려 차례차례 취향에 맞는 사람을 임명할 수도 있을 텐데, 장관과 총리급에서 공개적으로 압박의사를 표명해 가며 전례없이 표독하게 몰아치고 있어서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듣고 떠오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사실 시간이 오래 흘렀어도 설명력이 퇴색하지 않는 것이 고전의 장점이라면 장점이 아니겠는가.

(굵은 글씨는 원저자, 붉은 색 강조는 인용자)
오늘날의 정당 지도자들이 충성봉사의 보상으로 배분하는 것은 정당, 신문사, 협동조합, 의료보험, 지방자치단체, 국가기관 등에 있는 모든 종류의 관직들입니다. 정당간의 모든 투쟁은 본질적 목표를 위한 투쟁일 뿐 아니라 관직 수여권을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독일에서 지방분권주의자와 중앙집권주의자 간의 모든 투쟁은 어느 파가, 즉 베를린파, 뮌헨파, 칼스루에파, 그리고 드레스덴파 중 어느 파가 관직 수여권을 장악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투쟁입니다. 정당들은 관직 참여에서 뒤지는 것을 자신들의 본질적 목표를 배반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당 정책에 의한 지방장관의 교체가 정부의 정강 수정보다 더 큰 변혁으로 간주되고, 또 더 큰 소동을 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정부의 정강은 순전히 상투어들의 나열이라는 의미밖에는 가지지 못했습니다. 많은 정당들, 특히 미국의 정당들은 헌법 해석에 대한 과거의 대립이 사라진 후에는 순전히 관직사냥 정당이 되어버렸으며,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핵심적 정강도 득표 가능성에 맞추어 바꾸어 버립니다. 스페인에서는 최근까지도 상부에서 조작한 <선거>라는 형태를 빌려 양대 정당이 관습적으로 정해진 주기에 따라 서로 정권교체를 했는데, 이것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관직을 보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식민지에서는 이른바 <선거>라는 것도, 또한 이른바 <혁명>이라는 것도 그 목적은 사실은 국가의 여물통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승리자는 이 여물통에서 관직이라는 사료를 얻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스위스의 정당들은 비례대표제를 통해 관직을 서로 사이좋게 할당합니다. 그리고 독일의 상당수 <혁명적> 헌법초안들, 이를테면 바덴의 1차 헌법초안은 이 관직할당체제를 장관직에까지 확대하고자 했는데, 이것은 국가와 국가관직을 순전히 봉급자 부양기관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톨릭 중앙당은 바덴에서 이 초안을 열렬히 지지하면서 업적에 관계없이 종파에 따라 관직을 비율대로 배분하는 것을 심지어 강령으로까지 만들었습니다. 관료제가 일반적으로 관철됨에 따라 관직의 수가 증대하고, 각별히 보장된 생계수단의 한 형태로서의 관직에 대한 수가 증대하면서 모든 정당에서는 상기한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당원들은 점차 정당을 그런 식으로 생계를 보장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게 됩니다.

Weber, Max, Politik als Beruf, 1919
(전성우 역, 『직업으로서의 정치』, 나남출판, 2007, pp.43-44)
by sonnet | 2008/05/10 00:16 | 정치 | 트랙백 | 핑백(2)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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