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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고농축우라늄
2009/06/22   북폭 재론 [50]
2009/04/25   통역 최선희 [33]
북폭 재론

1994년의 북폭 계획에 대해서는 영변폭격안과 미국인 소개 계획에 정리해 둔 바 있습니다.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계획은 그 성격상 한국의 협조 없이는 집행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계획의 약점이 94년의 준비과정을 통해 잘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점을 바탕으로 2차 북핵위기의 성격을 생각해 보지요. 저는 2차 북핵위기는 처음부터 북폭 가능성은 낮았다고 생각합니다. 2차 북핵위기는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가 위성 사진에 그대로 노출되는 영변 원자로가 아니라 지하에 숨겨놓았을 것이 뻔한 우라늄 농축 플랜트가 되자 그것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느냐가 문제의 선결조건으로 떠오릅니다. 그런데 금창리 사찰 실패에서 보듯이 당시에도 미국이 그 정보를 자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었습니다. 설령 한 군데를 안다고 해도 정보란 것의 성격상 그게 다인지는 더더욱 확신하기 어렵기 마련이구요.


백악관 NSC에서 아시아담당 책임자였던 마이클 그린의 글을 한 번 보지요.

허상1:“미국은 언제라도 북한을 공격할 기세다.”
이 오해는 나와 백악관의 동료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서울에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힌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졌어야 했다. 물론 미국은 외교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모든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대북 군사적 공격이 한번이라도 적극 고려됐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을 공격하려 했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번 외교가 실패하면 즉각 군사 행동으로 갈 것이라고 단정한다. 클린턴이 실제로 그랬든 않든, 지금은 1994년이 아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은 지하에 숨어 있어 공격이 어렵다. 게다가 지금 북한은 보복 위협을 줄 수 있는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그때보다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공격 위협을 구실로 삼아 (6자회담에 참여한) 주변 강대국들을 분열시키고 대미(對美) 압력을 가중시키려 하는 만큼 이것이 오히려 북한을 외교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마이클J 그린, 내가 목격한 한미관계, 조선일보, 2006년 2월 28일

그린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지,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지는 읽는 사람 마음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앞서 제가 한 이야기를 그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by sonnet | 2009/06/22 11:34 | 정치 | 트랙백(1) | 핑백(3) | 덧글(50)
통역 최선희
1. 다음은 중국이 주최한 중국-미국-북한 3자회담 만찬 석상(2003년 4월 24일)에서 벌어진 북한의 핵보유 통고 사건에 대한 묘사이다. 이 글을 잘 보면 재미있는 인물이 눈에 띈다.

(미국이 주의깊게 회피해서) 만찬장에서 북·미 양자 협의를 주선하려고 했던 중국의 트릭은 불발로 끝났다. 식사가 끝났을 때 옆 테이블에서 어께 너머로 이근을 바라보고 있던 통역 최선희가 이근에게 매서운 시선을 보냈다. 이근은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켈리를 붙잡았다. 주최 측과 손님이 거의 만찬장 밖으로 나간 것을 지켜본 뒤에 이근은 켈리에게 영어로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이를 물리적으로 보여 주는 것, 국외로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켈리는 미측의 통역 통 킴(한국명 김동현)을 시켜 이근에게 방금 말한 것을 다시 한번 한국어로 반복할 것을 요구했다. 이근은 이번에는 한국어로 했다. 그것을 최선희가 통역했다. “미국은 알고 있는가. 우리는 핵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을 물리적으로 보여 주는 것도, 국외로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행동에 달렸다.” “우리는 1994년에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명확히 했다. 미국은 거기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북한이 미국에 ‘핵 보유’를 선언한 것이다. (p.469)

일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북한 협상단은 전형적인 소련식으로 "대표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고, 그를 감시하는 사람이 또 있고" 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이 최선희라는 통역은 통역은 간판이고 본업은 (중앙의 신뢰가 두터운) 감시역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2. 또 다른 사례를 보자. 2002년 10월 4일, 평양을 방문했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한 외무성의 강석주 제1부상으로부터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계획을 갖고 있다는 "그럼 어쩔래?" 풍의 시인을 듣고 돌아오게 된다.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하는 순간이었다.

강석주는 고농축 우라늄(HEU)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가 HEU 계획을 갖고 있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건가. 우리는 HEU 계획을 추진할 권리가 있고,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만들게 돼 있다.”
켈리는 눈앞의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서둘러 적고는 그것을 옆 자리에 있던 찰스 잭 프리처드 대북 협상 담당 특사에게 건했다.
“들었지? 방금 이야기, 틀림없이 말했지?”
강석주는 자기 쪽에서 먼저 HEU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목에서 켈리가 끼어들었다.
“방금 말한 것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면 안 된다. 지금 발언을 한 번 더 되풀이해 달라.”
강석주는 계속했다.
“부시 정권이 이처럼 우리들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취하는 이상 우리가 HEU 계획을 추진한다 해서 무엇이 나쁜가. 그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대한 억지력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p.149)


당시 미국 측 참석자들은 이 발언이 너무도 중요했기 때문에 당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관계자 전원의 합의 하에 본국에 보고했다고 전한다.

켈리 일행은 (영국)대사관에 방 한 칸을 얻었다. 거기서 통역을 포함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세 사람이 작성한 메모를 서로 대조하고, 그것을 북한 측 통역의 영어 번역을 기록한 메모와 맞춰 보면서 전보를 작성했다. 그리고 비밀 장치가 걸린 통신 회선을 통해 워싱턴으로 보냈다. (p.153)

8명의 대표단 중 5명은 한국말을 못 했고, … 우리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그 중 하나는 미국 대통령의 통역이었다)들을 별도로 모아 북한 통역이 영어로 말한 것 말고 강석주 제1부상이 한국말로 말한 것을 그들이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게 했다. 세 사람은 합의에 이를 수 있었고, 강석주의 말을 정확하게 반영한 문서를 만들었다. ([Pritchard] p.78)


그런데 이 때 북한 측 통역 또한 최선희였다.

강석주의 발언은 북한 측 통역인 최선희가 영어로 옮겼다. 켈리의 발언은 미국 측 통역인 통 킴이 한국어로 번역했다. (p.163)

이 고농축 우라늄 보유 시인 발언은 그 이후 북한이 말을 얼버무리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물러섰기 때문에 (북한에 호의적인) 일각에서는 미국측 통역의 실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단순한 통역의 실수였다면 이 때 대미관계를 파탄에 빠트린 단순 통역이 목이 붙어서 그 다음 해의 3자회담에 버젓히 통역으로 다시 나타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발언은 잘 조율된 발언이라고 보아야 한다.



3. 최선희는 제1차 북핵위기(1994년) 당시에도 대미협상에 참가했기 때문에 북한의 대미협상팀의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는 다른 기묘한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최선희는 북·미 교섭에 관여해 온 미국 측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명물로 알려졌다. 프리처드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의 교섭 상대가 김계관이었을 때 최선희가 미국 측 통역의 번역에 대해 “틀렸다, 틀렸다”며 고개를 저었다. 행동 자체도 이상했지만 그녀는 “이런 곳에서 바보처럼 일할 수 없다”는 듯이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하지만 김계관은 아무 말도 않고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 남은 시간 북한 측은 미국 측 통역에 의지하게 됐다.
그녀는 그 후의 6자회담에서는 북한 대표단 ‘외무성 연구원’이란 직함으로 출석했다. 통역이지만 다른 나라의 통역과는 일절 대화하지 않았다. 자신을 통역이라고 간주하지 않는 듯했다. (p.163)

이 정도면 이 여자가 감시역이고 중앙의 신뢰도 두터울 거라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싶다.



출처:
船橋洋一, 『ザ·ペニンシュラ·クエスチョン 朝鮮半島第二次核危機』, 朝日新聞社, 2006
(오영환 외 역, 『김정일 최후의 도박』, 서울: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07)

Pritchard, Charles L., Failed Diplomacy: The Tragic Story of How North Korea Got the Bomb, Brookings Institution Press, 2007
(김연철, 서보혁 역, 『실패한 외교: 부시, 네오콘 그리고 북핵위기』, 사계절, 2008)
by sonnet | 2009/04/25 22:47 | 정치 | 트랙백 | 핑백(1) | 덧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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