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력이 별로 없어서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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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진이 지구의 내부구조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것처럼, 정당의 내홍도 좋은 정보원이다. (많은 공을 들여 좋은 말만 적어놓은) 공약집 같은 것보다,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처신하는지가 그 당이나 후보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보여 준다
2. 김을 데려와 놓고 끝내 쓰지 못한 것은 윤의 그릇이 작음을 보여준다. 적절한 신뢰와 위임을 기반으로 사이즈 나오는 인물을 초빙해 일하는 게 습관이 되지 않은 것 같고, 향후로도 손발만 필요하고, 머리는 내 머리만 믿을 것으로 생각된다.
3. '성공경험'이란 매우 희귀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한 번 성공경험을 하면, 그 패턴을 자기 족보로 삼고 계속 반복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 이번 선택도 그런 연장선 상에 있는 듯하고, 이번에 살아남아 대통령이 된다면 계속 이 패턴이지 〈이번에 가지 않은 길〉을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4. 끝으로 다음은
리처드 노이스타트(Richard Neustadt)의 『
대통령의 권력(Presidential Power)』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번에 다들 봤겠지만 대통령 "후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듯 하다.
(뭔가 더 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여기 다 잘 나와 있어서 생략)
형식에 있어 모든 대통령은 지도자다.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 이것은 그에게 서기(clerk)로서의 직책 이상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은 백악관의 주인이 모든 일에 대해 무엇인가 하기를 기대한다. …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의 발밑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단지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려면 대통령의 재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는 뜻일 뿐이다. … 그들이 보기에 대통령의 재가는 자신들의 일에 매우 유용하다. … 대통령은 없으면 안 될 서기이다. 워싱턴의 모든 사람에게 봉사하는 서기이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이와 전혀 별개의 이야기이다.
가죽장화를 신고 말 위에 높이 걸터앉아 모든 결정을 주도하는 대통령(President-in-Boots)이라는 이미지는 겉보기만 그럴 뿐이다. 실상에서 대통령은 고무신을 신고 고삐를 말아 쥔 채 마부석에 앉아 각 채 각 부처의 장관이며, 하원의원이나 상원의원과 같은 정치인들에게 마차에 오를 것을 권하는 마부에 가깝다(President-in-Sneakers).
정부는 그 행정력의 각 부분을 이루는 여러 관료적 요소와 정치적 인맥이 함께 어울려 복잡한 흥정을 벌이는 하나의 장이다. 정부의 행동은 곧 이들 간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대통령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가 어떠한 행동을 취했는지가 아니라 그가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이다.
대통령이 영향력을 구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공공정책의 생존능력, 즉 정부정책이 끝까지 실행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이는 곧 정치적, 행정적, 심리적, 개인적 실현가능성의 균형이다. …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맡은 부서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고, 지지자로 하여금 지지할만하다고 여기게 만들어야 하며, 그 결과로 영향을 입을 사람들이 참을만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지지와 용인을 확보하려면 시점의 선택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 이처럼 대통령의 권력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곧 정부정책이 끝까지 실행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들과 흡사한 것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권력(power to persuade)이다.
이병석 역, 『대통령과 권력』, 효형출판,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