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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융통성
《경영의 대부》

일본인들은 이 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 시스템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도 사실상 거의 없을 정도다. 내가 이해하는 한, 이 시스템에는 이름이 없다. ‘대부’라는 용어는 그들이 쓰는 용어가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젊은 경영관리직 직원들은 자신의 대부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그의 보스와 그 보스의 보스도 그렇다.

대부는 결코 젊은 직원의 바로 위 상사가 아니다. 대체로 그 직원이 직접 보고하는 상부라인에 있는 사람이나 같은 부서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대부가 최고경영진의 일원인 경우는 드물고, 최고경영진이 될 사람인 경우도 드물다. 오히려 중상층의 경영진 멤버 중 선정된 사람으로, 55세가 되면 자회사나 계열회사의 최고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길 사람이다. 달리 말하자면 대부들은 45세가 지났기에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는 최고경영진의 자리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파벌을 만들거나 사내 정치를 할 가능성이 적다. 동시에 중상위층 경영진 그룹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구성원들이다.

젊은 직원들 각각을 위한 대부는 어떻게 선택될까? 공식적으로 배정되거나 비공식적인 이해가 이뤄지고 있는 걸까? 아무도 모르고 있는 듯하다. 보통 그들이 언급하는 한 가지 자격은 대부가 젊은 직원이 졸업한 학교의 동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학연’은 영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끈끈하다. 회사 내의 모두가 누가 젊은 직원의 대부인지 알고 있으며 그 관계를 존중한다.

비록 대기업 내에 동시에 100명의 ‘대자’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는 ‘대자’인 젊은 직원이 최초 10년 정도의 경력을 쌓는 동안 그와 가깝게 연락하며 지낼 거라는 기대를 받는다. 그는 그 젊은 직원에 대해 알고, 상당히 규칙적으로 만나고, 그에게 조언이나 상담을 해주고, 일반적으로 그를 돌봐 줄 거라는 기대를 받는다. 그는 일본 문화를 반영하는 몇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그는 자신이 돌봐 주는 젊은이들에게 긴자 거리의 좋은 술집과 제대로 된 홍등가를 알려준다.(사람들 앞에서 술을 마시는 법을 배우는 것이 젊은 일본 임원들이 배워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젊은 직원이 무능력한 상사 때문에 부서를 옮기고 싶어할 때, 대부는 옮겨야 할 곳과 공식적으로는 할 수 없는 일, 일본인들에 의하면 ‘결코 이뤄진 적이 없는 일’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결코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만약 젊은 직원이 잘못된 행동을 해서 훈계할 필요가 있다면 대부는 사적인 자리에서 그 문제를 처리한다. 젊은 직원이 30세가 될 때면 대부는 그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게 된다.

최고경영진과 함께 앉아 그들에 대한 논의를 하는 사람도 대부다. 이런 회의는 완벽히 ‘비공식적’이다. 대부는 사케잔을 앞에 두고 조용히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나카무라는 좋은 사람이고, 더 도전적인 과제를 맡을 준비가 됐습니다.” 혹은 “나카무라는 좋은 화학자지만 사람을 관리하는 법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네요.” 혹은 “나카무라는 선의가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천재는 아니니까 일상적인 업무 외에 다른 일은 맡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업무를 배정하고, 어떤 사람을 어느 자리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인사 결정을 내릴 시기가 되면 인사관리담당자들은 조치를 취하기 전에 대부와 조용히 상의한다.


《아웃사이더의 짧은 경험》

몇 년 전 순전히 우연한 기회에 나도 ‘임시 대부’가 됐던 적이 있다. 내 경험이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내가 뉴욕대에서 근무했던 20년 동안 만난 가장 재능 있는 학생 중 한 명은 젊은 일본인이었다. 이름을 오쿠라라고 하자. 외교관의 아들인 그는 옥스퍼드대 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외교관이 아닌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뉴욕에 있는 우리 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일본의 가장 큰 다국적기업 중 한 곳에 취업했다.

몇 년 전 내가 일본에 있을 때, 그가 찾아왔다. 나는 “오쿠라,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하고 물었고, 그가 대답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뵈러 왔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이랬다. “제가 일본에서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제게 책임을 느끼는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습니다. 경영진은 모두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죠. 결과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제가 회사의 해외지점 중 한 곳의 관리직을 맡을 준비가 됐다고 인사팀에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인사팀에서 지난 번 남미지역에 두 자리를 채우면서 저를 후보로 고려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곳에 가고 싶어하는지, 준비가 됐는지, 계획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교수님께서 저희 회사 상임 부회장과 며칠 내에 점심을 함께 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교수님이셨으니 제 입장에서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물었다. “오쿠라, 자네 회사의 부회장이 외부 사람이 간섭한다고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그는 “오, 아닙니다. 오히려 고마워할 겁니다.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가 옳았다. 내가 부회장에게 오쿠라의 이름을 언급하자 그의 표정이 밝아졌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는 교수님께 오쿠라의 계획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부탁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우리는 오쿠라가 해외에서 중요한 관리업무를 맡을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와 이야기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와 같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석 달 후 오쿠라는 남미의 상당히 중요한 국가에 있는 해외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서구인들을 위한 시사점》

훨씬 덜 공식적인 관계이긴 하지만, 서구에도 여전히 일본인이 하는 것처럼 젊은 친구들에게 회사에 들어온 후 처음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내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임 관리자가 필요하다. 아마도 오늘날 대기업의 젊은이들이 가진 가장 큰 불만 하나는 자신에게 귀 기울여주는 사람, 그들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 시니어 상담자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경영학 책에서는 일선 관리자들이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일선 관리자는 주어진 업무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인간 관계가 첫번째 직무다”라는 설교는 모두 소용이 없을 것이다. 관리자는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를 붙잡고 보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가 “자네는 여기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배웠네”라고 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넨 잘 하고 있지만 사실 여기가 맞는 것 같진 않네”라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젊은 직원에게 “어디로 가고 싶은가?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싶은가? 자네가 그곳에 가도록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고 묻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관리자는 젊고 능력 있는 직원이 일을 바꾸거나 자리를 옮기려는 욕망의 어떤 낌새라도 보인다면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으로 간주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도 그렇지만 미국 기업과 산업에서는 젊은 경영관리직과 전문직 직원들이 “퇴장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다”. 즉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진심 어린 접촉이 없다는 것이 이들이 높은 이직률을 보이는 중요한 이유다. 종종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듣는다.

  • “회사는 좋은데 대화할 사람이 없습니다.”
  • “회사는 좋아요. 하지만 제가 잘못된 곳에 있는 것 같은데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 “제가 뭘 잘하고 있고 뭘 잘못하고 있는지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진짜 어디에 속해 있는지도요. 우리 회사에는 제가 찾아갈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심리학자가 아니다. 직무와 일에 초점을 맞춘 인간관계, 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사람, 그들을 걱정해 주는 멘토가 필요하다. 경직된 시스템이 가진 인간미 없는 형식상의 절차 때문에 일본인들이 오랫동안 제공해야 했던 것이 이런 것들이다. 대부라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올바른 방식으로 이 관행을 구축해왔다. 대부의 기능이 별도의 직무나 개인적인 네트워크의 일부가 아니고, 전문가에게 위탁한 일도 아니며, 경험이 풍부하고, 성공을 거둔 존경받는 경영진에 의해 제공된다는 사실은 분명히 그들 시스템의 강점이다.

[...] 일본의 대부 개념은 서구인들에게 너무 가부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심지어 젊은 일본인들도 실제로 이 개념이 너무 가부장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경영관리직과 전문직 직원들이 선임 직원들의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이런 시스템은 요즘 같은 ‘세대간 격차’의 시대에 특히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Peter F. Drucker, What We Can Learn from Japanese Management,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 1971
피터 드러커, 일본식 기업경영에서 배울 수 있는 것,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by sonnet | 2021/09/01 23:33 | 문화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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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피그말리온 at 2021/09/02 00:48
후우...뭔가 현실적으로 확 와닿아서 답답해지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21/09/02 12:17
~,.~
Commented by 일화 at 2021/09/02 00:53
일본 시스템의 숨은 장점이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21/09/02 12:18
저건 좀 경직된 측면도 있지만, 결국 내부 사람들에게 (없는 것보다) 도움이 되었을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대부가 없는 고아들은 "불공정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지만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21/09/02 04:10
뭔가 남성 소사이어티만을 전제로 구축된 시스템 느낌입니다. 여성도 같은 학교를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겠지만.
Commented by sonnet at 2021/09/02 12:12
저 글이 1971년에 쓰여진 걸 감안하면 50년 전 이야기니까, 저런 (임원을 향해 달려가는 엘리트) 사원들의 성장기엔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21/09/02 09:34
직장에서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의 선배가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적응하는 게 확실하게 수월해지죠. 일본의 대부 문화는 역시 일본답게(^^;;) 그런 관계를 비공식이지만 공식적으로 만들어 놨다고 봐야겠네요.

그런데 요즘도 저런 문화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일본도 요즘은 비정규직이 많고 블랙기업이니 뭐니 많아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21/09/02 12:17
기존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보존하면서, 돌려막고 비틀어막고 해서 쓰는 걸로는 일본인만한 사람들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있냐 하면, 지금도 소위 말하는 キャリア들 사이에는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ㅎ
Commented at 2021/09/05 09: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21/09/05 17:01
I senpai, you kohai?!
Commented by 벨로린 at 2021/09/08 10:26
시마 시리즈가 생각 안 날 수 없는 내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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