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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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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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 업무상 어떤 이를 만났는데, 그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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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 백신이 나오면 맞으실 건가요?
나 : 제 차례가 오는 대로 바로 맞을 겁니다.
그 : (상당히 놀란 표정) 신중한 성격이라 그러지 않으실 거라 생각했는데요.
나 : 저는 정부의 우선접종대상이 아니라 아마 가을에나 맞을 수 있을 겁니다.
그 : 아, 과연. 그럼 결과를 충분히 보고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나 : (일찍 맞을 수 있다면 뭐 피할 생각도 없지만) 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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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를 대면서 남을 설득하는 게 비효율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원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게 상세한 설명문을 쓰는 것은 별도로 한다)

당신이 그걸 맞아야 한다고 상대를 설득하려 노력할수록, 상대는 "강매당한다"는 느낌만 갖게 될 뿐이다. 현대인은 워낙 많은 세일즈 시도에 노출되어 있기에, 상대는 설득의 세세한 디테일이나 증거보다는, 당신의 설득하려는 "의도"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경계심을 갖게 된다. 당신은 그를 후려치려 온 또 다른 보험외판원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내 생각은 대충 이렇다.
  1. 나는 기회가 오면 바로 맞을 것이다
    (이때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상대가 추측한 이유가 - 스스로 생각해 냈기 때문에 - 상대에게 적합한 이유다.)
  2. 당신은 자유롭게 "선택"해라. 다만 닥쳐서 결정해도 되니 지금 결정하지 말되, 맞을 수 있는 옵션은 살려두라고 권한다.
    ("사지 않고 들어와서 구경만 하다 가세요")

그리고 때가 되면 후딱 가서 맞고 와서 하나의 사례가 되는 게, 말로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상대는 나의 말보다 행동에 진정성을 느낄 것이니까.

많은 유행들이 그랬지 않았던가. 인위적인 권유보다는 (주식/부동산 등으로) 돈 번 사람들의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주변 사람들은 이미 나보다 먼저 뛰어들었다는, '어쩐지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에 스스로(?)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설득력은 훨씬 강하다.
by sonnet | 2021/03/01 21:43 | 과학기술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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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sianote at 2021/03/01 22:03
요컨대 나만 뒤쳐지면 억울한 그런 분위기로군요.
Commented by 채널 2nd™ at 2021/03/01 22:04
누가 나에게 백신 주사를 놔 주겠다고 하면 냉큼 그걸 받을 것인가?

(백신 주사가 안전하다고 안전하다고 아니 결코 안전하다고 그렇게 악다구니를 퍼붓는다면?)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21/03/02 09:07
대세 만들기야 말로 최고의 마케팅이죠. ㅋ
Commented by 설봉 at 2021/03/05 10:56
나는 기회가 오면 바로 맞을 것이다
(이때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상대가 추측한 이유가 - 스스로 생각해 냈기 때문에 - 상대에게 적합한 이유다.)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가장 훌륭한 설명이 되는군요.
Commented by 씨발 at 2021/03/11 06:33
자기가 멍청한지도 모르고 유튜버만 따르는 새끼들 때문에 고통받았는데 여기서 정답을 보네요. 백신 뿐 아니라 부정선거 음모론 같이 여러 문제에 응용할 수 있으니 바보를 상대하는 일반해 (general solution) 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네요.
다만 몇몇 새끼들은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못 받아들이고 싸움을 걸어오는데 이런 인간들은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shaind at 2021/03/12 20:34
인터넷에서의 소통의 문제점은 결국 사람들은 설득당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군요.

이런 환경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지름길은, 차라리 다른 사람들을 멋대로 '오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우울한 결론과 함께...
Commented by sonnet at 2021/03/15 17:50
나와 상대가 접종실 문 앞에 있는 상태에서라면 (짧은 효과를 노리고) 열심히 설득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반 년 후에나 맞을까말까 한 상황에선 무슨 설득을 해도 6개월간 유지가 될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결국 본인이 납득한 게 아니면 오래 갈 수가 없으니까요.
Commented by Fedaykin at 2021/03/15 15:50
광고 사회에서 주장을 하거나 권유를 하는 사람은 일단 감점을 깔고 들어가죠 으으...예전에는 남들의 주장을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배우는거 자체가 재밌고 좋았던거같은데 요즘은 어쩨 좀 변한거같습니다
Commented by 아이군 at 2021/03/24 22:39
약간 다른 부분에 포인트를 놓자면, 현재 우리들이 여러가지(정치, 경제 등등)에서 너무 선행적으로 문제를 고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막상 상황이 닥치면 반대로 너무 대충 선택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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