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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후지武富士의 대부업 노하우
무담보로 자금난에 고통받는 주부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 그것은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커서 실행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케이는 오전 10시 주택 단지를 쳐다보며 세탁물을 체크했다. 이 시간에 세탁물을 널어놓지 않는 주부에게는 돈을 잘 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외부에서 속옷을 볼 수 있게 세탁물을 널어 두면 ‘흐리터분한 성격’으로 판단했다. 우편함을 보고 우편물이 쌓여 있는 사람도 신용하지 않았다. 일부러 화장실을 빌려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리고 소액을 계속 빌려주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그것을 조직의 규칙과 시스템으로 심어나갔다. 1975년 입사한 니시오카 다카유키西岡隆幸는 다케후지의 노하우는 아직도 퇴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좋은 여자에게는 빌려주라. 그런 철칙이 있었다. 제때 갚지 않더라도 반드시 대신 변제해주는 남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 여자를 자기 것으로 하고 싶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니시오카는 당시 소비자금융의 실태를 짐작하게 하는 철칙도 알려주었다.
“나보다 강해 보이는 녀석에게는 빌려주지 마라.”

연체자로부터 무력으로 되돌려 받는 그런 상황을 가정하고 만든 것일 것이다.

金田信一郎. 2017. 『失敗の研究 巨大組織が崩れるとき』. 東京: 日本経済新聞出版.
(김준균 역. 2018. 『실패의 연구 : 거대 조직이 무너질 때』. 1판 서울: AK STORY. p.262-3)

여기서 보여주는 수법들은, 예전에 다루었던 그라민은행의 사례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많다. 그라민 은행에서 은행 직원이 매 주 채무자의 집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다양한 생활지도를 집행하면서, 경제상황이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이 놈이 돈을 벌어서 갚을 궁리를 하는지 먹튀로 빠져들고 있는지를 점검했다면 타케후지의 창업자는 아침 일찍 빨래를 마친 주부가 누구인지를 관찰하면서 대출 대상을 점검했던 것이다.

어차피 공식적인 담보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개인의 행동거지나 인간관계 등에서 누출되는 잠재적인 상환능력의 (비정형적인) 정보를 긁어모아 회수율을 올리는 것이 산업의 노하우였던 셈이다.
by sonnet | 2020/06/16 23:44 | 경제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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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타누키 at 2020/06/17 01:05
노하우가 대단하네요~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20/06/17 09:08
신용평가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결국 돈을 빌리는 것도 사람, 갚는 것도 사람이니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궁극적인 신용평가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17 18:07
그만큼 까다롭기도 하죠. 사실 VC에서는 면상을 보고 소위 '사짜'인지를 가려내는 게 중요한 노하우라고들 하더군요.
Commented by 漁夫 at 2020/06/17 09:11
주택 대출을 증권화해서 대면으로 점검 안 하게 된 것이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의견을 연상시키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17 18:08
네. 예전에 썼던 그 글을 링크해 두었습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20/06/17 09:47
마지막 철칙 관련, 어느 일본 만화에서 사채업자가 되려고 찾아온 주인공에게 선배 사채업자가 칼자국 가득한 등을 보여주면서 이래도 하겠냐고 물어본 장면이 떠오르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17 18:11
ㅎㅎㅎ
Commented by Oso정도는긁으면서텀 at 2020/06/17 17:57
아버지 약주 한 잔 하시면 매번 대출희망자 찾아가서 뭐하는지 구경한 이야기 하셨는데 딱 그거네요. 잘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17 18:11
벤처캐피탈들도 투자한 회사를 가까이 두고 종종 가서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도 일맥상통하는 거 같습니다.

http://sonnet.egloos.com/4042573

이런 부담은 벤처자본과 피투자기업 간의 물리적 거리에서도 드러난다. 벤처자본이 이사를 선임한 피투자기업들을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벤처투자회사가 피투자기업으로부터 100km 이내에 위치하는 경우가 전체 투자사례의 절반 이상이며, 10km 이내인 경우도 25%에 달한다[6]고 한다. 벤처자본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작성한 내부 보고서들을 수집해 분석한 다른 연구는 투자를 감시하는 데 따르는 부담(예: 해외에 위치한 R&D 조직)이 주가의 고평가 만큼이나 자주 지적되는 주요 관심사[7]임을 보여준다. 벤처투자자는 감독의 필요성 때문에 피투자기업을 가까이에 두고 밀착 감시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Commented by 야채 at 2020/06/26 00:54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군요. 좋은 여자를 자기 것으로 하고 싶어하는 남자가 나보다 강하다면...?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30 14:40
일단 전국구 복대를 두르고;;
Commented by dsaf at 2020/07/13 19:02
코로나가 터지든 말든 자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자기는 카페에서 수다떠는 한국여자들은 소비자금융을 이용하지 못 하겠네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20/07/14 22:03
굳이 한국이 아니어도 무개념 부모, 아니 무개념 인간은 어디에나 있지만요.

그리고, 그런 무개념이라도 '외간 남자한테는 매력적인 여자'라면 나름 돈 갖다바치는 호구 한둘 무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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