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면피 '의식'으로서의 기자회견

최근 불상사를 일으킨 대기업의 기자회견장에 나갈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 진심으로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려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과거의 회견보다 세련된 방법과 교활하게 「정체」를 감추는 전략을 배운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예전에는 기자의 노골적인 질문에 경영자는 분노를 토하기도 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보도진 및 카메라에 둘러싸인 채 폭언을 내뱉기도 했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로서 여론의 들끓는 비난의 목소리에 맨몸으로 부딪쳤고 고통스럽더라도 돌파하려는 기개가 있었다. 아마도 그럼으로써 여론과의 갭, 개혁의 필요성을 통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기자회견은 차분하게 훈련 받은 그대로의 형태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사죄의 말과 함께 경영진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머리를 숙이며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 그러나 질문의 핵심 부분은 “조사 중”이라고밖에 대답하지 않으며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도 “일단은 재발 방지가 내게 주어진 책임”이라며 회피한다. 그리고 다시 머리를 숙이면 사원들이 벽을 만들어 ‘피난길’을 만들고 그쪽으로 재빨리 빠져나가는 것이다.

면피를 위한 ‘의식’으로 화한 사죄 회견 뒤에는 어떤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金田信一郎. 2017. 『失敗の研究 巨大組織が崩れるとき』. 東京: 日本経済新聞出版.
(김준균 역. 2018. 『실패의 연구 : 거대 조직이 무너질 때』. 1판 서울: AK STORY. p.15)
by sonnet | 2020/06/07 22:08 |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sonnet.egloos.com/tb/749232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채널 2nd™ at 2020/06/07 23:14
서로 세련되게 대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데 -- 여태 투박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세련되어질 뿐.
(조만간 어느 나라도 똑같이 그 세련됨을 따라 하겠군요. 지금의 기자동무들은 그 트렌드를 미리 읽어둬야 할지도.)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08 16:54
사회적 의식으로 변한 기자회견 후에, 실질적인 논의는 어디서 일어나는지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논의를 하지 않기 위한 방편만 남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까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20/06/11 02:58
여론한테 얻어맞는 걸 피하는 쪽으로만 '대처'가 발전해 간다는 얘기군요. 한편으로는 예전과 달리 얌전히(?) 얻어맞아 주지 않고 뜬구름 잡듯이 이리저리 회피하니 언론으로서는 두들기는 맛이 안 난다는 푸념 같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17 18:23
그러네요. 재미있는 기사를 쓸 수가...
Commented by 돌고래N at 2020/06/16 01:03
그렇기는 한데 옛날 모 가수처럼 열받은 나머지 기자회견장 탁자위에 올라가 팬티까는 그런 솔직함은 ㅎㅎ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17 18:22
그건 좀...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20/06/17 09:49
저는 Old School에 속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저런 세련된 대처 방식이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사회가 점점 그런 행동양식을 요구한다고 생각되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20/06/17 18:21
네.. 네 동감입니다. 사전에 변호사들의 조언을 듣고, 해도 된다는 말만 하는... 저도 조직에서 저런 자리에 설 일이 생기면 저렇게 할 겁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