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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집의 역설
규정과 문서화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려고 이런 저런 자료들을 다시 살펴 보는 중인데, 언제 완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너무 뭉개기만 해도 지루할 뿐이니 중간중간 눈에 띄는 것을 조금씩 소개하는 정도로...

지식근로 환경에서 늘어가기만 하는 자동화(automation)로 인해 우리의 근무 환경은 더욱 더 복잡해지고 있다. 매시간 우리는 자동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우리가 하는 작업의 일부에는 특유의 기계적 요소가 존재한다(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자동화가 인력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화가 새롭게 도입되면 전체 작업에서 사람이 할 일은 줄어들게 되지만, 남은 일은 더 힘든 일뿐이다. 자동화는 업무를 더욱 어렵게 만들지 쉽게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이 바로 자동화의 역설이다. 결국 틀에 박힌 시시한 일들이 자동화될 뿐이고, 당연히 남은 일은 더 모호하고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없거나 복잡한 일들이다. 업무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준이 무엇이건 간에, 기계적인 부분의 극히 일부가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지를 필요 이상으로 정성을 들여 기술한 것일 뿐이다.

프로세스 표준화는 고도의 감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른바 ‘프로세스 전쟁’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표준 프로세스가 도입된 후에는 복도에서 피를 튀기는 듯한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고, 무언가 나쁜 기운이 사방에 퍼지게 된다. 어쨌든 큰 소동이 일어나는데, 대개의 경우 나는 프로세스 자체에 실망을 느꼈다. 내 경험상 지식근로자를 위한 표준 프로세스 대부분에 핵심이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를 인터뷰해 채용하려면 29단계를 거쳐야만 한다는 새로운 프로세스가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 프로세스는 새로 채용된 직원이 제 구실을 할 것인가와 같은 정작 중요한 내용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설계 표준은 어떻게 해야 좋은 설계가 되는지(단지 어떻게 문서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쓰여 있다)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또한 직원 평가 표준은 어떻게 해야 직원들과 장기간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테스팅 표준이 보다 나은 테스트 방법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표준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작업 수행방법을 당신에게 모두 정확히 알려주겠다. 단,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은 제외하고……”

DeMarco, Tom. 2001. Slack: Getting Past Burnout, Busywork, and the Myth of Total Efficiency. 1st ed New York: Broadway. (류한석, 이병철, 황재선 역,.2010. 『SLACK :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 1판 서울: 인사이트. pp.163-164)
by sonnet | 2020/01/23 20:46 | 경제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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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20/01/25 20:35
문서화되지 않은 부분이 노하우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군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20/01/26 22:01
고대부터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부린 데에는 그러한 모호하고 번거로운 부분을 떠넘기려는 발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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