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불충의 의혹, 서생의 고뇌

한일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이 책을 재미 삼아 읽어보았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책 내용의 소개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기로 하고, 대신 역자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통상 번역은 그 책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저자의 의향을 충실히 옮기는 데 주목적을 두는 것이지 저자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론을 적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몇 가지 예를 보자.

[저자] (일본 기업의 [역자가 추가]) 임원은 60세에 은퇴해야 한다

[*] 역자 주: 저자의 주장일 뿐이며, 그것도 일본 기업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해두고 싶다. (p.233)

[저자] 10년 전에 과장이었던 사람은 부장이 된다. 부장이 되면 더욱 기술로부터 멀어진다. 그 부장이 기술에 관련되어 있었던 것은 수십 년 전의 일이며, 최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

[*] 역자 주: 극단적인 예이며, 개인적으로 최신 기술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아마도 저자는 그러한 노력이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p.242)

[저자] 승진은 무능 레벨의 길로 가는 이정표이다.
* 슈퍼 엔지니어가 슈퍼 무능 매니저로!
* 조직의 상층부는 무능 레벨들 천지 [**]

[**] 역자 주: 원서에는 “시체들이 겹겹이 쌓여 있음”이라는 과격한 표현이 쓰였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는 “일본 반도체 패전”(성안당)에서 의견을 밝힌 바와 같이 SK하이닉스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나도 어쨌든 승진은 하고 싶다”(p.244)


저자는 히타치 출신으로 엘피다로 갔다가 해고된 후 반도체 관련 컬럼니스트가 된 사람이고,
역자는 SK하이닉스 미래전략실 소속이다.

내 생각에 역자는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고 회사에 참고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번역했지만, "역자가 역심을 품고 직접 하기는 곤란한 말을 번역서를 빌려 돌려까기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사게 될까봐 매우 두려워하는 것 같다. 역주의 마지막 한마디가 샐러리맨의 애환이랄까,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by sonnet | 2019/08/17 19:07 | | 트랙백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sonnet.egloos.com/tb/746488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blackace at 2019/08/17 19:24
번역이 아닌걸 번역이라고 쓰면 안될듯
Commented by kuks at 2019/08/17 22:44
저러면 더 의심스럽잖아욧!
Commented by 승진한계 at 2019/08/30 21:34
역자주를 보니, 일본 기업 병크라고 까인 문제가 하이닉스에도 비슷하게 있나 봅니다. 하이닉스엔 저런 문제가 없다면, 그냥 읽으면서 "크크크 쪽바리 좆병신들" 하면 됩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19/08/18 02:20
이미 해임된 산중은자는 목에 칼이 들어오지 않는 한 거침없는 언사가 나오지만, 녹봉을 먹는 서생은 필화(筆禍)를 입을까 두려워 저절로 숙이는군요. 조직에서 산다는 건 그런 거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19/08/18 02:51
90년대에 스티브 잡스 함께 들어온 그 패거리들이 아직까지 부사장 다 차지하고 있고 디자인 부사장도 비슷한 시기부터 극히 최근까지 조나단 아이브가 다 해먹은 애플이나 역시 90년대에 페이지 랭크 검색 기법 논문 하나로 재벌이 된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여전히 인공지능이나 콘텐츠 서비스 같은 제품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구글도 승진 사정은 딱히 저기랑 다를게 없죠. 인재의 스펙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어떻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퇴출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아닌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3인칭관찰자 at 2019/08/18 08:41
역주로 자기검열하는 모습을 보니 조직생활자의 애환이 느껴지는군요.
Commented by 6호선더비 at 2019/08/19 10:40
우리 하이닉스는 절대 저렇지 않으며 앞으로도 저렇게 안 되려면 제가 승진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군요
Commented by 無碍子 at 2019/08/21 13:06
나도 어쨌든 승진은 하고 싶다

이거한줄이 핵심이죠.
Commented by 승진한계 at 2019/08/30 21:31
[저자] 승진은 무능 레벨의 길로 가는 이정표이다.
* 슈퍼 엔지니어가 슈퍼 무능 매니저로!
* 조직의 상층부는 무능 레벨들 천지 [**]
//
뛰어난 기술자를 승진시켰더니 개판 관리자가 된다면, 다시 기술자로 되돌리면 되겠군요. 기술자와 관리자 승진 경로를 분리해서, 기술자가 관리자가 안 되고도 계속 승진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지요.
Commented by 승진한계 at 2019/08/30 21:32
뛰어난 실무자를 승진시켜 무능한 관리자로 만드는 멍청한 짓이 흔하지요. 이런 건 프로 스포츠에선 절대 안 하는 짓입니다. 잘 하는 선수를 코치나 감독으로 바꾸는 짓은 절대 안 합니다. 늙거나 부상 등으로 선수를 더 못하게 되면, 그때서야 코치를 시킵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