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프리미엄은 나쁜 문명!
Sirower, Mark L. 1997. The Synergy Trap. New York, NY: Free Press.
(이병남, 구민지 역, 2003, 『M&A 게임의 법칙』, 서울: 더난출판.)



인수합병 시장에는 언제나 호갱이 있었다.

노벨Novell은 워드퍼펙트WordPerfect를 14억 달러에 인수하자마자 주가가 급락해 주주들은 5.5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몇 년 후 코렐Corel에 워드퍼펙트를 재매각했을 때 매각금액은 단 2억 달러로, 12억 달러를 손해 본 셈이다.

1986년 가을, 컴퓨터 제조업체인 버로즈Burroughs는 시장가 대비 50%의 프리미엄을 주고 스페리 Sperry를 인수합병해 유니시스Unisys를 탄생시켰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4년 후 주가는 3달러 미만까지 떨어져 주주가치의 90% 이상이 파괴되었다.

이런 사례는 끝없이 찾을 수 있으니까 이 정도로 해 두고, 이 배후의 논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M&A는 보통 2+2를 5로 만들어준다는 신비로운 힘 시너지(synergy)라는 개념을 빌어 정당화된다.
그리고 이 시너지가 크게 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가에 프리미엄까지 붙여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인수기업의 주주가 얻게 되는 가치는 이렇게 된다.

순현재가치 = 시너지 - 프리미엄


그런데, 프리미엄은 인수직후에 전액 지불하게 되는 확실한 비용인 반면, 시너지는 미래 시점에 발생하는 불확실한 존재(이자 희망)에 불과하다. 여기서 책의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인수기업의 주주를 대신해서) 인수를 결정-진행한 전문경영인은 과연 적절한 프리미엄이 얼만지 알고 지르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설을 제기한다.
시나리오 A : 역사를 검토해보면, 경영자는 나중에 생길 시너지의 크기를 대충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따라서 프리미엄이 크면 시너지도 비례해 커진다.
시나리오 B : 시너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일정 수준 이상 커지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을 크게 지불하면 뻔한 물건을 더 비싸게 사게 됨에 따라 손해만 커진다.

그럼 대략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조사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이하는 리뷰어의 주관적 요약 내지는 의견임)

1. 평균적으로 M&A 전략은 인수기업의 가치를 파괴한다.
→ 기업을 파는 쪽은 상당한 이익을 본다. 사기보다는 만들어서 파는 쪽에 서는 게 유리한 게임이며, 샀다가 되파는 펀드들도 파는 행위로 사는 위험을 상쇄할 수 있는 것 같다. 사기만 하는 전략적 투자자들이 제일 불리하다.

2. M&A 발표 시점의 주가 변동은 장기적 성과의 지표가 된다.
→ 발표 직후에 시장 반응이 싸늘하면 시장이 너보다 똑똑할 가능성이 높다.

3. 합병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인수기업의 손실도 커진다.
시너지는 프리미엄에 비례해 커지지 않는다. 즉 프리미엄이 시너지를 예측하지 못하며, 프리미엄을 많이 주면 시작부터 제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4. 인수 경쟁자가 있으면 없는 경우보다 프리미엄이 높다.
5. 입찰자가 많아지면 성과도 나빠진다. 이런 효과는 프리미엄 효과와는 관계없이 발생한다.

→ 경쟁이 치열한 인수전에서 이기면 "승자의 저주"에 걸리기 쉽다. 발품을 팔아야 좋은 집을 구한다는 말처럼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인수대상기업을 발굴해내는 고전적인 노력이 필요

6. (상식과는 달리) 관련업종에 대한 인수가 비관련업종에 대한 인수에 비해 성과가 높다는 증거가 없다. 단 프리미엄을 치러서 생기는 피해를 완화하는데는 관련업종 인수가 유리했다.
→ 싸게 살 수만 있으면 비관련 업종 인수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7. 현금인수 M&A가 주식교환보다 성과 측면에서 낫다.
→ 운전대 한가운데 대못을 박아 놓으면 겁나서 안전운전을 하게 되고 사고도 줄거라는 견해처럼, 현금(차입) 인수는 "부채의 규율"이 작동하는 것인지도 모름.

8. 입찰을 통한 M&A인지, 협상을 통한 M&A인지는 성과 및 프리미엄에 영향이 없었다.


저자의 말로 중간정리

"M&A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기업과 주주들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것 또한 매우 훌륭한 의사결정이다. M&A는 수많은 전략적 대안 중의 하나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경영진이 선택한 최선의 대안이 결과적으로 주주의 부를 파괴했다면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을까?

다른 전략적 대안에 비해 M&A가 더 큰 성과를 안겨주리라는 논리적인 확신이 있다면 경영자들은 M&A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M&A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이 함정들은 M&A가 다른 어떤 투자와도 구별되는 독특한 투자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① M&A는 예행연습도 없고 시운전도 없다. 시작 지점에서 큰돈이 전액 지불되어야 한다.
② 일단 통합이 이루어지고 나면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또다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도 나빠진다.
③ 시너지를 관리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벤처나 새로운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유사하다.
(p.22, 44)

즉 "대규모" M&A는 벤처투자와 비슷한데, 그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벤처투자는 처음엔 소액만 넣고, 개발과정을 지켜보면서 조금씩 더 넣어도 되는데, M&A는 시작하자마자 모든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 게다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어쩌다가 한 번 하는 시도이고, 분산투자의 이익도 누릴 수 없는 곤란한 상황

그럼 왜 이런 미친 짓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별다른 근거는 제시하지 않지만) 마이클 포터의 이론을 빌어 자기 개인 의견을 이야기하긴 한다. 성공적인 M&A를 하는 몇몇 기업은 이기는 "게임의 규칙"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경쟁 상황에서 경제적 이득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의 경쟁 기업 혹은 잠재적인 경쟁 기업을 제한하여 이들이 가치사슬 전쟁에서 이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조건 중 한 가지는 충족되어야 한다.
1. 인수기업은 자신이나 피인수기업의 공급 시장, 프로세스, 수요 시장에서 합병 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경쟁 기업의 대응 능력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2. 인수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기존의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 경쟁자의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첫 번째 조건은 인수기업의 약점을 줄이고 강점을 유지하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 두 번째 조건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법으로 현재 혹은 잠재 시장에서 경쟁자와 싸울 수 있는 인수기업의 능력과 관계 있다. (p.50)

나는 예전부터 포터의 이론은 독과점에 대한 이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말은 결국 대형 M&A는 결과적으로 인수기업에게 강력한 독점력과 진입장벽을 줄 수 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였다.


부연

연구방법론에 따른 한계가 좀 있는데,
1) 비상장기업 인수가 제외되어 있음 - 비상장기업은 상장기업보다 대리인 문제가 적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음
2) 피인수기업이 인수기업보다 훨씬 작은 경우(소규모 인수)가 제외되어 있음 - 1970년대 이전의 beatriceRoll Up 같은 방식으로 작은 기업들을 여러개 사서 성과를 내는 사례는 위 연구의 예외가 될 것 같음.


저자의 예를 빌리자면,

카지노에 가는 길에 어떤 매력적인 호텔 직원이 당신을 불러 특별한 게임이 있다고 유혹했다. 게임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2만 달러를 주고, 뒷면이 나오면 한푼도 주지 않는다. (2) 이 게임의 참가비는 9천 달러다.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해본다. 이윽고 당신은 평균과 기대치의 법칙에 따라 이 게임을 100번 정도 한다면 대단히 큰 돈, 즉 10만 달러 정도는 족히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승패와 무관하게 참가비를 내야 하겠지만 이길 확률은 50퍼센트이므로 100번의 게임을 할 경우 50번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된다.

[(50번×2만 달러) – (100번×9천 달러)] = 10만 달러

하지만 평균과 기대치의 법칙이 채 적용되기도 전에 모든 돈을 날려버릴 가능성도 한편에는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교훈은 게임 참가비와 게임에서 이겼을 때의 보상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게임은 M&A 게임과 매우 유사하다. 합병 프리미엄은 M&A 게임에 앞서 사전에 지불되며 그 금액 또한 미리 알 수 있다. 반면 M&A로 인한 성과나 시너지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만들어질 것이긴 하지만 그 크기나 발생시기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수요가 확보되어야 하며 시너지가 언제 발생하는가 하는 문제는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인수자는 다음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것은 합병 프리미엄의 경제성과 업계의 경쟁 환경 하에서 시너지를 확보할 방법이다. 이런 사항은 M&A가 발표되었을 때 자본 시장이 고려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M&A가 발표된 시점에 나타나는 자본 시장의 반응은 인수자가 게임에 참가하면서 지불한 가격을 근거로 한 미래의 손실 혹은 이득 규모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라 할 수 있다. (pp.79-80)

소규모이고 여러번 반복하는 M&A는 도박의 시행회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어서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됨.
by sonnet | 2019/07/01 20:25 | | 트랙백 | 덧글(9)
트랙백 주소 : http://sonnet.egloos.com/tb/745989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일화 at 2019/07/01 21:24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역시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주장은 대체로 위험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9/07/02 16:12
그런데 거꾸로 프리미엄이 얼마인지는 현재 알고 있으므로, 이걸 보면 목표연도에 얼마나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지가 계산될 수 있고, 프리미엄이 높으면 미래에 망할 것을 미리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흐..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9/07/02 10:17
전 MBA 시절 기업이 언제 M&A를 시도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어느 학생의 대답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When they have money."
Commented by sonnet at 2019/07/02 16:20
저자의 결론도 비슷합니다. (저도 동의함)

--
무엇이 경영진으로 하여금 가치파괴적인 기업인수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지에 대한 학술적인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정책적인 관점에서 볼 때 경영자들은 인수합병 의사결정을 내릴 재량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일 뿐이다. 인수기업 경영자들이 회사의 자원에 대한 막강한 자유 재량권을 갖고 있는데다가 대리인 문제와 현재의 증거들을 고려할 때 인수기업 주주들의 권리는 최소한 피인수기업 주주들의 권리만큼이나 중요하다.(p.203)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9/07/02 17:50
아래 댓글에 언급된 박삼구 회장이나 윤석금 회장의 예에서 보듯, 대주주가 경영자로 있는 회사들도 비슷한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대리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결국 피인수 기업을 기존 경영진이나 적어도 경쟁 기업보다는 잘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쉬운 인간의 성향을 고려할 때 무척이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마도 "네 자신을 알라"는 고전적 지혜에서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종류의 지혜란게 처절한 경험이 없으면 체득하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심지어 경험을 통해서도 체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라서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9/07/02 20:23
심리적 요소에 대한 의견이나 중요성은 저도 동의합니다.

그 외에 경영자의 재량적 의사결정이라는 측면에서 M&A의 프리미엄 지불은 다른 것보다 쉽다는 지적도 재미있었습니다.

--
일상적인 경영을 담당하는 경영자의 시각에서 본 프리미엄의 중요성은 예산 승인 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프리미엄에 상응하는 정도의 자금을 사무실 가구, 교육훈련 프로그램 또는 생산공장과 설비, 창고 등 기타 장소에 쓴다고 생각해보라. 동일한 프로젝트를 위해 40퍼센트, 50퍼센트 혹은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예산 승인을 받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게다가 여기에는 M&A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 악화 요인은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p.186)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9/07/02 21:27
인용하신 부분은 M&A 뿐만이 아니라 투자에 관련된 의사 결정 전반에 두루 적용 가능할 겁니다. 정말이지 이런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느니 그돈으로 직원들한테 빵이라도 사서 돌리지 하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니까요.
Commented by 유니콘 at 2019/07/02 15:02
주인장님 글 잘 봤습니다. 전 주인장님 글을 보니 박삼구 금호회장님이 자꾸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9/07/02 15:55
그런 회장님들 많죠. 최근의 웅진 윤회장이라든가...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