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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식 LBO
식당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의 꿈은 대부분 여러 개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메뉴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러 개의 범위를 넘어 기업화가 된다면 실제로 돈이 되지 않는다. 식당을 해서 돈을 벌 거라면 기업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식당은 식당 주인일 때는 돈을 벌지만 ‘경영’으로 들어가면 돈이 안 된다. 나 역시 식당 주인으로 돈을 벌 때는 5~6개 할 때가 가장 많이 벌었다. 직접 가게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던 때는 정말 수익이 괜찮았다.

그런데 이게 식당 주인의 범위를 넘어서서 기업화가 되면서 경영이 되면 한동안 돈을 벌기 어렵다. 경영을 하려면 일정 기간 동안 수익은 포기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시작하는 사람들은 꿈으로 가득해서 이해하지 못하지만, 가게를 서서히 3~4개쯤 늘린 사장들은 이해한다. 가게 수에 비례해서 수익이 일정하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식당 하나가 월 5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해 보자. 식당 두 개면 월 1,000만원이고, 세 개면 월 1,500만원을 벌까? 그렇지 않다. 세 개째부터 월 매출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맞다. 네 개부터는 300만원 정도로 떨어지고, 다섯 개부터는 200만원 정도로 떨어진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세 개를 운영하나 다섯 개를 운영하나 수익은 같아진다. 폼 나게 경쟁을 하는 게 꿈이라면 돈을 떠나야 한다. 절대 가게 수가 늘어나는 만큼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게가 늘어나면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내 대신 가르쳐서 가게를 맡겨 약간의 지분을 주면서 운영을 하라고 하면 열심히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최악의 방법이다. 그 사람은 처음에는 매니저로서 정말 잘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사장은 수금 때만 나타나 수익금만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잔소리까지 심해지면 더하다. 그러니 점점 그 지분을 올려 줘야 할 수도 있고 처음보다 가게 일을 더 열심히 안 하게 된다. 또 지분을 더 많이 준다는 곳으로 옮겨가기도 쉽다. 처음부터 지분을 80~90퍼센트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가게 만들 때 사용된 금액을 갚으라고 한다. 그 정도의 돈은 금새 갚는다. 지분이 많기 때문에 내 가게라는 생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난 그 가게에 10퍼센트의 몫만 걸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인도네시아의 화교에서 배운 것이다.

백종원,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서울문화사, 2016, pp.177-8


이 부분을 읽고 처음 받은 인상은, "이건 LBO/MBO인데?"라는 것. 앞선 글에서도 그런 이야길 했지만 백종원의 강점은 다른 분야에서 개발된 기법을, 장르의 벽을 넘어 잘 도입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1. 개요 : 게임의 규칙

사모펀드(PEF) 들이 대규모 금융기관 차입을 끼고 기업을 인수해서 몇 년간 경영한 후 되팔아서 차익을 내는 거래를 여러 번 성사시킴에 따라, 이제 한국 일반인들에게도 LBO가 어느 정도 알려진 것 같긴 하다. 주요 사례로는 한미은행,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오비맥주, 동양생명, 홈플러스 등.

IMF가 경제위기의 다른 이름이 되었듯 한국에서 사모/LBO란 정리해고의 다른 말처럼 자리잡은 느낌이 있는데, 사실 LBO는 기업구조조정수단의 일환으로 한국에 들어왔고, 이를 경험한 정부관료(소위 모피아)들이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사모펀드를 육성한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재벌을 예전처럼 명령과 철권으로 다룰 수 없게 되자, 시장 스타일의 정책수단을 수입해왔다고나 할까.

1.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는 기존에 우리가 보던 재벌의 문어발 확장(요즘은 좋게 말해 "전략적 인수"라고 함)과는 행태가 다르다. LBO투자자는 금융권 기준으로는 장기투자자이지만 되팔이를 통한 이익 실현이 주목적이다. 반면 전략적 인수자는 사기는 열심히 사지만 잘 팔지 않으며, 매각은 실패를 자인한 결과라 생각하며 꺼린다.

2. (어차피 되팔고 나갈 것이고 내 회사라는 생각은 없기 때문에, 주인 없이 표류하는 회사가 되는 경영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LBO 투자자는 보통의 경우보다 기업의 성공과 전문경영자의 이익을 훨씬 강하게 결부시켜서 전문경영자가 전력을 다해 경영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누가 비싼 값에 이 회사를 사가기만 하면 되므로, 현재의 전문경영자를 그 좋은 후보 중 하나로 간주한다. (한국식 오너-경영자가 있는 기업이라면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넘보는 행동은 불충으로 간주되고 처단될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인수 후 경영을 맡길 경영진 후보를 선택할 때, 경영이 성공적이라면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오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수 시나리오에 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경영자인수(MBO; management buyout)라고 부른다.

3. 보통 LBO 투자금은 아래 그림과 같이 구성된다.
경영이 잘 되어 회사가 돈을 벌면, 우선 차입금을 갚는다. 그럼 맨 아래에 주식 가진 사람들만 남아서 회사의 주인이자 승리자가 된다.
망하면 반대로 맨 아래의 주주들부터 돈을 날리게 된다. 크게 망하면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만 돈을 받을 수 있고, 그래도 상태가 양호하면, 후순위 차입자들도 일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2. 추측 : 백종원식 LBO는 어떻게 생겼을까

(のれん分け 같은 좀 더 전통적인 수법도 많이 있지만, 설명이 쉽도록 주식회사 형태로 하면) 대충 이런 모양이 아닐까 함.

0. 백종원의 식당은 시가 10억이고. 점장은 전재산 5억(이중 현금 2억)이 있음.
1. 점장이 현금2억원, 백종원이 0.5억원을 투자해 법인을 설립 (점장 80%, 백종원 20%). 주주간계약으로 우선매수권 동반매도권 등 각종 권리 규정.

2. LBO 진행
  • 법인은 10억에 백종원에게 식당을 인수하기로 약정
  • 식당을 담보로 은행에서 4억을 대출받음
  • 법인은 후순위 전환사채를 발행해 백종원에게 5억을 차입 (만기: 10년, 만기보장수익률 연 8%, 조기상환: 1년 후부터, 전환청구기간 : 3년 후부터, 전환가: 액면가)
  • 점장에게 경영자 인센티브로 스톡옵션 총주식의 50% 부여. (행사가 4배, 3년 이후부터 5년간 1/5씩 행사 가능)
  • 총 11.5억을 조달한 후, 법인은 백종원에게 10억을 지불하고 식당을 인수. 남은 1.5억은 운전자금.



3. 상황에 따른 손해와 이익

  1. 점장은 적은 재산 중 상당한 부분을 식당에 배팅하게 해야 함. (대충 경영하면 나부터 확실하게 망하고 식당도 망한다) 그런 위험을 지는 반대급부는 성공했을 때 크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2. 점장은 경영을 잘해서 은행차입과 전환사채를 상환하는 것이 목표이며, 적어도 전환사채는 3년 안에 조기상환을 끝내야한다. 이러면 점장은 성공한 식당주인이 되는 것이고, 백종원은 성공한 투자자로서 exit를 하게 된다. (백의 잔여지분 20%는 성공했을 때 정해진 전환사채 금리 이외에 추가수익을 얻게 해주며, 주주간계약을 바탕으로 처리)
  3. 장사가 잘 안되면, 주주, 즉 점장부터 손해를 보게 된다. 이후 (구주 감자와) 전환사채 출자전환을 통해 식당은 백종원의 것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점장은 빈손으로 퇴직. 행사가가 높기 때문에 스톡옵션도 휴지가 됨)
  4. 경영 성과가 어중간할 경우, 두 동업자 사이에 전환사채와 스톡옵션을 갖고 지위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

매우 뛰어나고 또 야심이 있는 점장을 찾을 수 있다면 이 거래는 win-win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4. 끝으로 : 전문경영진 인센티브의 재발견

원래의 글로 돌아가자면 백종원은 쉬운 표현으로 전문경영자의 인센티브가 중요하며 장사에 이를 고려한 구조를 짜넣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가게가 나 혼자 관리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갈 경우 전문경영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 내 가게라는 개념을 포기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돈을 더 벌기 위해 가게를 늘린 거라면, 주인이 아닌 투자자의 마음가짐으로 갈아타고 전문경영자에게 잘 되면 성공한 가게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주어 열심히 일하게 한 다음, 이를 통해 성공했을 때 적절한 수익을 얻고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win-win 하는 걸 목표로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림은 책에서 하는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백은 자선사업을 권하는 것도 아니고, 이 거래가 일방적으로 전문경영자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즉 이런 구조에선 실패할 경우 전문경영자는 통상적인 샐러리맨 점장보다 훨씬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니 이런 구조에 올라타고 나면 사업주처럼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by sonnet | 2019/05/27 17:35 | 경제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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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를 사서 보게 된 것은 순명대제님의 글 덕분이다. http://sonnet.egloos.com/7450786http://sonnet.egloos.com/7456062 바로 순명대제님께서 책을 읽고 쓴 오퍼레이션 관련 글에 감명 받은 김에, 전자책으로 나와있는 <<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를 ... more

Linked at 잠수함 : 백종원식 LBO at 2019/10/01 16:00

... 훨씬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니 이런 구조에 올라타고 나면 사업주처럼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원본출처 : http://sonnet.egloos.com/7456062 ... more

Commented by at 2019/05/29 11:18
백종원은 자신은 셰프가 아니라 요리사업가라 한다는데 이걸 보니 정말 '사업가'라는 게 느껴지네요.
소넷님 코멘트보니까 이미지 메이킹 능력도 있는 것 같고 괜히 유명하고 많은 식당을 거느린게 아닌 것 같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9/06/03 13:40
네. 방송에서 뛰면서 이미지메이킹을 상당히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는 역시 가맹점주들 후보들에게 좋은 이미지가 있으면 유리할 터이니.
Commented by 붕어 at 2019/05/29 15:06
백종원씨가 선생이라 불리워야 할 이유는 확실히 셰프가 아니라 사업가로써 인 것 같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9/06/03 13:39
예. 저도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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