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식시장이 커지려면 지금보다 마진도 더 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음식을 좋아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아무 생각없이, 아무 준비없이 시작을 한다면 성공할 수 없어야 한다. (p.149)
이 소책자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보던 이야기란 인상을 계속 받았다.
저자는 과연
어떤 생각과 어떤 준비를 하고 시작한 자만 성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그게 무엇인지 약간 뽑아 보면 다음과 같다.
설비배치(layout)/공정관리
통상 테이블 간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음식점 별로 테이블 간격이 달라야 한다. […] 가장 큰 이유는 홀서빙 때문이다. 테이블 간격은 서빙을 하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 메뉴가 국수, 짜장면이나 짬뽕, 냉면 같은 경우는 메뉴당 한 번 내지 많게는 두 번 정도면 서빙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깃집이라면 경우가 다르다. 손님이 앉자마자 물로 시작해, 숯불, 상차림, 고기 등 한 테이블에 최소 네 번 이상 서빙을 해야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중간 중간에,
“여기 상추 좀 더 주세요.”
“소주 한 병 추가요.”
“죄송한데, 불판좀 바꿔 주세요”
등등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추가 요구가 들어온다. 또 좌우측으로 돌아가면서 고기를 잘라 주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빙할 때 손님과 부딪히지 않도록 넉넉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pp.81-82)
주방의 크기를 줄이면 재료의 활용이 높아지고 동선이 줄어든다. 대신 주방 인원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p.85)
혹시나 메뉴를 늘릴 때는 동선이나 냉장고가 늘어나지 않아야 한다. 내가 하는 메뉴에서 늘릴 수 있는 메뉴를 다섯 가지 정도를 머릿속에 정하고, 실제로는 하나씩만 늘려나가야 한다. 이 다섯 가지 메뉴는 내가 운영하는 매장 안에서의 동선이나 냉장고 안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아야 한다.
식당에서는 냉장고와 화구가 중요하다. 식당을 할 때 제일 힘든 게 불조절이다. 불과 냉장고 공간이 더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메뉴가 늘어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메뉴가 늘어나면 화구에서 제일 크게 문제가 생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령, 주문이 들어온 메뉴를 만들고 있는데, 또 다른 주문이 들어오면 그걸 동시에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불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 가게에서는 쉰 그릇 정도를 끓여내야 최소한의 매출을 맞춘다. 그러니 한 시간가량 밖에 안 되는 점심시간 안에 다양한 종류의 라면 쉰 그릇을 끓여낼 수 있어야 수지타산이 맞다.
문제는 손님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종류의 라면 주문이 동시에 들어온다면, 화구는 세 개가 필요하다. 하나씩 끓일 때와 동시에 여러 개를 끓일 때의 맛이 달라서도 안 된다. 주문이 동시에 세 개만 들어올까? 한 시간 안에 쉰 그릇을 끓여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때서야 메뉴 수가 적어지고, 요리 방법에 계획이 생기게 된다. 물을 먼저 얼마나 끓여놔야 하는지, 면을 개수마다 어떻게 삶아야 하는지를 계획하게 된다. (pp.37-38)
(메뉴 가짓수를 늘리자는 제안에 대해) 주방의 동선은 비빔밥을 담다가, 된장찌개를 끓이러 가야 한다. 비빔밥은 3분이면 다 해서 내놓을 수 있는데, 계란찜은 전자레인지에서 6분이 걸린다. 만약 전자레인지에 다른 계란찜이 들어가 있으면, 그게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넣어야 한다. 그런데 계란찜을 넣고 나서 1분도 안 지났는데, 계란찜 주문이 또 들어왔다. 이쯤 되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그 해결책으로 전자레인지를 세 대로 늘렸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만약 세 대 모두에 계란찜을 넣었는데, 계란찜 네 개가 주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 전자레인지의 숫자를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 주문은 계속 엇박자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주방에서 동선은 가장 중요한 관점이다. 메뉴를 늘려 매출에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할지, 아니면 매출이 좀 낮더라도 조리하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맞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pp.95-97)
200개를 팔 때의 인원에 약간만 추가해도 500개를 팔 수 있도록 단순화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주방 인력이나 홀 인력이 10만원을 팔 때 1명이 필요한데, 100만원을 팔 때 10명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실패한 메뉴다. (pp.97-98)
음식은 10인분 팔 때와 100인분 팔 때의 수익이 확 달라진다. 한식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명이 먹는 것과 네 명이 먹을 때 수익이 다르다. 음식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는 같겠지만 만드는 수고로움 역시 달라진다. 1인분을 만드는 것과 4인분을 만드는 것이 재료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남는 이윤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p.113)
공급/재고관리
여기에 더 생각해야 할 게 재고관리이다. 이 말은 오늘 열 개가 나가고 내일은 백 개가 나가도 괜찮은 메뉴여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 준비했는데 모두 만들지 못해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내일 바로 꺼내서 만들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보통은 식당 창업을 할 때 맛만을 생각한다. 물론 맛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재고관리이다. 그래야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일어나는 심한 굴곡을 슬기롭게 넘겨 살아남을 수 있다. (p.63)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장고에 넣어두는 재료량은 하루에 필요한 양의 1.5배가 가장 적당하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재료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저장고를 자꾸 키우게 된다. 재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겠지만 재료를 너무 쌓아두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시간이 흐르니 어느 순간 수익성이 굉장히 떨어졌다. […] 이것저것 분석하고 생각하다가 재고 문제를 떠올렸다. 그때 워크인 냉장고 문을 열어봤을 때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 큰 냉장실이 식자재로 꽉 차 있었다. 직원들을 모두 불러서 식자재 하나하나를 확인하면서 재고 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말도 안 되는 사실이 밝혀졌다. 워크인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재료 가운데 3분의 1은 이 가게가 돌아가는 데 전혀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고, 나머지 대부분도 한 달 후에나 쓸 것들이었다. 이 때문에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다 재고다. 그때 당시 냉장고 안에서 썩고 있던 재고의 양이 800만원 어치가 넘었다. 그 원인은 바로 냉장고가 큰 데 있었다. 재고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음식의 수준이 낮아지는 데 있다. 신선한 재료를 써야 하는데, 재고가 쌓이다 보면 오래된 것부터 사용할 수밖에 없어져 맛이 떨어진다.
[…] 재료는 매일 구입하고 매일 손질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재료손실도 적고, 신선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재료는 하루에 나가는 양만큼, 혹은 많아도 1.5배가 가장 적당하다. 풍족하면 아끼지 않기 마련이다. (p.92-94)
제품설계/공정관리
고깃집을 하더라도 아이템을 제대로 잡아서 시작해야 한다. 나는 ‘숯불을 쓰지 말아야겠다’에서 출발을 했다. 숯불을 쓰지 않으면 인건비가 줄어든다. 숯불을 빼고 가스불로 구워도 맛이 나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 삼겹살은 너무 많으니 소고기를 택했다. (p.140)
메뉴를 개발할 때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맛있고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다. 왜 이건 없을까, 왜 이건 비쌀까, 하는 음식들을 찾는다. 물론 전혀 새로운 음식도 만든다.
그리고 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재고관리’다. 재고 손실이 많이 나는 메뉴는 다시 생각을 하는 게 좋다. 물론 무조건 안 되는 일은 없다. 고추장 양념이 들어간 경우는 냉동을 하면 안 된다. 양념에 따라 냉장 냉동 보관이 가능한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그걸 알면 재고의 손실도 막을 수 있다. 약간의 밑간이 된 재료는 며칠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파나 마늘이 들어간 경우는 쉽게 상한다. 여기에 고추장까지 들어가면 산화가 더 빨리 진행되어 쉽게 상해버리고 만다. 짧은 시간이면 숙성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오래되어도 상해 버린다.
그렇다면 전혀 방법이 없을까? 그걸 연구하고 공부해야 음식 장사를 성공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양념의 순서를 바꾸면 재고관리가 가능해 지는 경우도 있다. 메뉴를 정한 다음에는 모든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재고관리를 원활하고 쉽게, 그리고 손실 없이 할 수 있느냐를 연구해야 한다. 나 역시 쉰 가지 메뉴를 만들고 나면 마흔 개 이상이 재고관리 문제에서 탈락하고 만다. 재고관리 부분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 부분이다.
매일 같은 양이 팔린다면 아무 걱정이 없다. 똑 같은 양의 재료를 준비해 팔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요리를 잘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나보다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그럼에도 내가 대놓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루 손님 수와 상관없이 식재관리를 일정하게 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는 일이다. 또 그 메뉴들은 오늘 주방장이 나오지 않았을 때 아르바이트라 할지라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pp.111-113)
소비자 입장에서 트렌드 분석이 끝나고 나면, 어떤 메뉴를 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메뉴를 만들 때 내가 편리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너무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며 메뉴를 만들면 안 된다. 우선 나를 위해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장사하기 편하고, 재고관리하기 편하고,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서 만들어야 한다.
슬쩍 숟가락만 하나 더 가지고 먹거나, 공깃밥만 하나 추가로 시켜 먹지 못하는 메뉴를 만들고, 그 다음에 할 일이 손님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일이다. (pp.137-138)
학습곡선과 원가절감
‘원조쌈밥집’이 문을 연지 20년이 넘었는데, 처음에 3,000원 받았던 해물쌈장 가격이 아직도 그대로이다. 지금은 가격을 올릴까 고민 중이다. 원재료 값만을 생각하면 가격을 벌써 올려야 했지만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데는 그 동안 쌓인 경험 덕이 크다. 그때는 재래시장에서 그때그때 재룔르 구입해 만들다 보니 원가가 비쌌지만, 지금은 회사 차원에서 구입을 해서 좋은 재료를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물가가 올라 메뉴의 가격을 올려야 하는 경우라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p.123)
저자의 탁월한 점은 딴 분야의 방법론을 그것이 일반화되지 않은 분야에 도입 또는 재발명했고, 그것을 정착될 때까지 끈기 있게 밀어붙인 데 있는 듯하다. 즉 저자의 시각은 식당을 일종의 공장으로 보고, 어떻게하면 생산관리를 잘할까라는 것인데, 식당에 그러한 수법을 철저하게 적용한 점이 남다르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