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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귀결

의무적 웃음에 얽힌 우화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식료품 체인인 세이프웨이는 고객 개개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른바 ‘친구 같은 서비스’로 유명했다. 고객 서비스에 관한 한 1위가 되어야겠다는 목표 아래 세이프웨이의 경영진들은 15만 명에 이르는 전 직원이 고객을 친구처럼 대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1993년 세이프웨이는 더 나은 서비스 프로그램 아래서 훨씬 더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직원들은 어떤 특정한 행동을 보이도록 훈련되었다. 그들은 고객의 요구를 예상하고, 제안해야 했으며,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심지어 고객의 바구니조차 들도록 강요받았다. 그들은 언제나 웃어야 했으며 고객들과 눈을 맞추면서 서비스하도록 교육받았다.


웃어라! 그렇지 않으면 해고다

1998년 세이프웨이는 서비스 정책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위해 ‘정체불명 쇼핑객’이라는 비밀 쇼핑객을 이용했다. 이것은 각 매장의 직원들이 행동 규정에 맞게 근무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 것이었다. 정체불명 쇼핑객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출했으며 이들의 임무는 직원들의 행동강령 준수도를 채점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직원의 행동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직원들이 먼저 고객과 눈을 마주치는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으로 맞이하는지, 고객의 요구사항을 미리 간파하고 도움을 주는지,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지 등을 체크했다. 그리고 채점 결과는 매번 직원 휴게실에 게시되었다.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은 직원들은 재교육, 경위서 등을 써야 했으며, 심한 경우에는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다섯 명의 정체불명 쇼핑객 중 세 명으로부터 만점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8시간짜리 특수 교육훈련장으로 보내졌다. 여기서 그들은 어떻게 해야 고객에게 더욱 친절해질 수 있는지를 교육받았다. 만일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에도 또다시 비슷한 성적을 받으면 다시 재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에 의해 ‘스마일 학교’로 불렸는데, 스마일 학교에 세 번 이상 입학한 직원은 해고 대상이었다.
세이프웨이의 부사장 라리 렌다(Laree Lenda)는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이렇게 말했다.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자도 생각한다. 우리의 고객은 존중 받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우리 서비스의 정의 중 일부분이다.”


알맞은 목표, 의심스런 실행

고객 서비스가 매장 직원들의 필수 조건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알 것이다. 친절함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옳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종종 틀리는 경우가 많다.

세이프웨이 직원들에게 모든 고객을 보고 웃으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 미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객들이 이들의 미소를 유혹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남자 손님과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했다. 당연히 어떤 남자들은 세이프웨이 여직원의 호의를 유혹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미소를 지으며 눈을 맞추는 행동이 성추행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한 여직원들은 노조에 고충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또 EECC(고용평등보장위원회,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에 직장 내 차별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결과적으로는 회사가 강제로 웃도록 함으로써 적대적 근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니, 정말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노조의 변호사 매튜 로스(Matthew Ross)는 “음식 점원에게 고객을 존중하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고객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면 소매업체나 식품업계에서 일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직원의 고객 응대에 대한 사리판단력을 뺏어갈 때이다.”라며 세이프웨이를 비판했다.

EECC에 소송했던 세이프웨이 직원 리첼 로버츠(Richelle Roberts)도 동의했다. “우리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서비스를 강조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웃을 것을 규칙으로 정하고 직원들의 고객응대 방법을 획일화하는 것은 회사의 도를 넘어선 방침이었다.”

소송을 건 또 다른 직원 애미 킨온(Amy Kynon)은 “이러한 규칙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특히 정체불명 쇼핑객까지 동원한 것은 이상한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우리의 자기 방어 기제를 시험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의무적 미소의 논리

‘우수 서비스 프로그램’은 세이프웨이에 분명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이들은 1990년대에 재정적인 면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미국 ABC방송사 기자 빌 리터(Bill Ritter) 는 세이프웨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친절 서비스는 세이프웨이 사업을 완전히 개선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과 이익이 엄청 올랐다. 고객의 불평도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성 추행 빼고는 말이다.

비록 우수 서비스 프로그램이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고 회사의 재정을 최고의 상태로 올렸지만 직원만족과 고객만족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결국, 세이프웨이는 장기 파업으로 말미암아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2002년과 2003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고객충성의 신화』, 비즈니스맵, pp.175-179
by sonnet | 2018/05/18 20:19 | 경제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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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피그말리온 at 2018/05/18 21:49
저 회사의 관점에서 고객 서비스를 가장 잘 하는 곳은...유흥업소겠군요...;;
Commented by dsaf at 2018/06/21 01:49
유흥업소에선 언니들이 갑이라 별로 안 웃어요 잘 웃어주는데는 40대이상들이 현역으로 뛰는 업소들뿐이죠
Commented by Gull_river at 2018/05/18 22:36
애미가 아니라 에이미라고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중간에 읽다가 흠칫(...)
Commented by paro1923 at 2018/05/19 02:30
수단이 목적까지 잠식해 버렸군요.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8/05/19 13:12
만약 회사의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성추행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묻게 하는 사법 제도나, 그 제도에 기대어 소송을 제기할 노조가 없었다면 회사의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었을수도 있겠네요. 피해자인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18/05/19 14:10
공항에서 입국심사관들 보고 웃으라고 지시가 내려와서 심사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더니,
썩소 짓는다고 민원이 들어오더랍니다.

되도 않는 친절타령은 참...-_-;;
Commented by 야채 at 2018/06/11 12:52
일본 점원들을 보고 따라하자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화가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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