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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는 정책, 아래에는 대책(2)
조직이론에 관한 문헌들 속에는 일상적인 조직생활이 어떻게 ‘정치적인’ 행태들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예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사례들 가운데 가장 생생한 예들을 참여관찰자(participant observer)의 입장에서 실제 작업현장을 분석했던 여러 사회학자들의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산과 표준작업량의 설정과정, 작업에 대한 일상적인 감독과 통제과정, 기회와 경력의 추구 등이 흔히들 승부사기질을 묘하게 반영하는 형태를 보인다. 예를 들어 화이트(W.F. Whyte)의 고전적인 연구 『화폐와 동기(Money and Motivation)』에서 등장하는 여러 상황들을 떠올려보기로 한다. 연구는 생산성을 고양하려는 감독자나 공정관리 전문가들의 철저한 감시의 눈초리 속에서도, 작업자들이 작업의 속도와 임금수준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교한 속임수들을 폭로하고 있다. 작업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이겨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뛰어난 기술과 창의성으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예를 들어 숙련노동자인 스타키(Starkey)라는 사람은 회사에서 표준작업량을 설정하기 위하여 작업시간을 측정할 때, 자신의 작업과정에 초과동작을 몰래 삽입해서 평상시에는 그 작업을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그는 감독자가 없을 때는 아주 빠른 속도로 작업량을 완수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원한다면 혼자만의 여유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동료작업자들 사이에서 감독자를 등쳐먹는 여러 가지 정교한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레이(Ray)라는 노동자는 지나치게 과중한 속도로 작업하기를 요구받을 때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기계가 ‘체계적으로’ 불량품을 산출하도록 몰래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또한 그는 실제보다도 훨씬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처럼 꾸밀 수 있는 뛰어난 능력과 테크닉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감독자에게 열심히 일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많은 땀을 흘리는 모습을 눈치 채지 않게 연기할 수도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더 나은 표준작업량의 설정 방법, 생산량을 제한하는 방법, ‘노다지’ 직무에서 부수입을 얻는 방법, 자신의 경쟁자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방법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생산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자들의 그러한 행태들은 흔히 감독자나 관리층을 대상으로 활용되지만, 때로는 다른 작업자들이나 다른 작업 팀에 대해서도 시행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음을 경영층이나 관리자들도 대개 알고 있지만, 흔히 그것에 대하여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그 공장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가끔은 관리층이 그러한 문제에 대한 통제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곧 다른 곳에서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리자와 노동자 사이는 본질적으로 경쟁적이다. 각 집단의 지위와 자존감은 상대편을 능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에 좌우된다.

이와 비슷한 양상은 사무실 내에서도 발견되는데, 직원들은 자신들이 실제보다 더욱 바쁘고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자 스스로의 일정과 인상관리를 한다. 예산을 책정하거나 혹은 다른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간에는 여유자원을 획득해놓기 위하여 소요예산을 뻥튀기하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감안해서, 또는 연봉을 책정할 기간이 다가올 때 업무성과가 좋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좀 더 쉬운 목표와 과업량을 할당받고자 협상한다.

이러한 정치공작은 전문가 부서들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에서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 조직 내에서도 발생된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맡고 있는 구체적인 역할이나 소속 과업집단, 부서, 혹은 자신의 프로젝트 팀에 부여된 목표와 책임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시작하면서, 흔히 조직 전체 차원의 목표 달성보다는 하위 차원의 책임과 목표 달성을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조직 내의 보상시스템과 일반적인 지위, 성공 기준 등이 자신에게 구체화된 책임 수준에서의 업무성과와 연계되어 있을 때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

Morgan, Gareth., "Images of Organization", Sage, 2006
(박상언, 김주엽 역, 『조직이론: 조직의 8가지 이미지』, 경문사, 2012, pp.235-237)
by sonnet | 2018/01/31 11:50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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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8/01/31 11: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jomjs at 2018/02/02 00:12
'워크라이프밸런스'를 위한 '착한'어뷰징...(아무말)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18/02/03 12:51
본문의 숙련 로동자 스타키는 스타하노프 동지에 대한 글쓴이의 오마주 (비꼼)가 아닐까요?
Commented by young026 at 2018/02/04 03:28
그럼 그 밑은 레이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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