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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단상(1) : 솔로몬의 판결
(이 글은 원래 8~9편 정도의 단락을 가진 한 편의 글로 완성하려고 했던 글의 첫 단락만 떼어내 먼저 공개하는 것입니다. 그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솔로몬의 판결 : 우크라이나에서


왕이 이르되 이 여자는 말하기를 산 것은 내 아들이요 죽은 것은 네 아들이라 하고
저 여자는 말하기를 아니라 죽은 것이 네 아들이요 산 것이 내 아들이라 하는도다 하고
또 이르되 칼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칼을 왕 앞으로 가져온지라
왕이 이르되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은 이 여자에게 주고 반은 저 여자에게 주라.
그 산 아들의 어머니 되는 여자가 그 아들을 위하여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왕께 아뢰어 청하건대
내 주여 산 아이를 그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마옵소서 하되
다른 여자는 말하기를 내 것도 되게 말고 네 것도 되게 말고 나누게 하라 하는지라.
왕이 대답하여 이르되 산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고 결코 죽이지 말라 저가 그의 어머니이니라 하매
온 이스라엘이 왕이 심리하여 판결함을 듣고 왕을 두려워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


- 열왕기 3:23-28 -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우크라이나라는 국가의 영토 보전(territorial integrity)이 중요한 쟁점이다. 당사자인 키예프 과도정부(및 여러 정치인들)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연합(및 유럽 각국), UN, 심지어는 러시아 조차도 이 나라의 영토 보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영토보전을 원한다면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가? 영토보전을 뺀 다른 목표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즉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굳건한 친러정책을 펼치는 슬라브 형제국의 영토보전이라면, 유럽이 희망하는 것은 유럽의 가치를 추종하고 수용하는 유럽의 변방국의 영토보전이라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사건을 관찰함에 있어서 영토보전 문제를 그 자체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관련된 여러 주체들이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을 위해 자신들의 다른 목표를 어디까지 희생할 것인지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에 대한 진정성을 재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들의 대응도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에 우선권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영토보전에 대한 그들의 실제 우선권은 러시아의 우선권보다도 낮을 수 있다.

이들은 어차피 외국이니까 그렇다 치고, 우크라이나 국내 세력들의 입장도 비슷한 잣대로 평가해볼 가치가 있다. 우크라이나 정당, 정치인, 국민들은 크리미아 반도를 자기 영토로 하기 위해 그만한 대가를 치를 생각이 있는가? 우크라이나가 현재 모습으로의 독립국이 된 지는 20년이 살짝 넘는 정도인지라, 국가정체성이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못했단 의견이 많다. 만약 이런 큰 위기에서 모두가 자기의 다른 목표를 영토 보전보다 앞세운다면, 현재의 우크라이나가 그 영토 그대로 보전될 필요성도 사실 별로 없을 것이다.
by sonnet | 2014/03/11 08:16 | 정치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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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피그말리온 at 2014/03/11 08:31
정말 둘로 가르려 할 때 어느쪽 엄마가 먼저 포기하느냐의 싸움이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4/03/11 09:02
안 그래도 크림. 타타르가 대러 무장투쟁을 경고하고 나섰던데 말이죠;;
Commented by KittyHawk at 2014/03/11 10:32
그 타타르가 말입니까?;;;
Commented by Masan_Gull at 2014/03/11 13:02
누구길래..
Commented by Seeds at 2014/03/13 06:47
크림칸국이라도 재건을 할...
Commented by 일화 at 2014/03/11 10:27
말씀대로 현 키에프 정권이 전 국가에 러시아 사용자 탄압정책을 고수하고, 서구가 이를 지지한다면 러시아의 강력한 원조에 힘입은 동부의 분리가 가능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과연 현 키에프 정권이 강경책을 계속 고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인 듯 싶네요.
Commented by KittyHawk at 2014/03/11 10:33
제 개인적으론 유로마이단측이 너무 나가는 바람에 러시아에 명분을 준 감도 있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프리퀄 at 2014/03/11 19:06
사실 엄마가 없다는게 정답ㅋ 다만 성장기를 러시아품에서 보낸느낌?
Commented by categoriae at 2014/03/12 10:50
다스 푸틴:

"Я твоя мать.
I'm your mother.
내가 늬 엄마다."
Commented by 야채 at 2014/03/12 10:56
이미 사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봅니다. 크림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가 이를 합법적인 것이라고 지지를 표한 이상, 우크라이나가 고작 연정과 개헌을 받아들인다는 것만으로 크림을 다시 우크라이나에 귀속시키는 것은 러시아로서도 선택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우크라이나 정치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러시아와 거래를 시도할 이유 자체가 없어지는 결과가 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4/03/13 12:10
현재 러시아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1. 최단 시간 내에 형식을 갖추어 분리독립/합병 프로세스를 완료한다.
이 경우는 러시아가 크림을 흥정 재료로 쓸 생각이 없다는 말입니다. 외부 세계의 힘으로 러시아의 행동을 막을 방법은 없으며, 다음 관전포인트는 그럼 러시아가 나머지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어떻게 확보하려 하느냐가 됩니다.

2. 크림의 정치적 미래를 다소 모호하게 남겨 놓는다.
크림에서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투표 결과가 나오지만, 러시아측이 프로세스를 더 밟지 않고 일단 hold해 둔다거나 하는 식으로 가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분명히 흥정에 관심이 있는 경우이므로 반대쪽의 의향이 중요해집니다.

사실 흥정을 하려면 3월 16일 이전에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어떤 흥정의 결과로 주민투표를 보류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14/03/14 23:06
1. 과연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일단 손에 넣고 나머지 우크라이나는 '나중에'할런지 아니면 전체를 손아귀에 넣고자 할런지...

2. 그나저나 '처음부터 엄마는 없었다'니 이 무슨 스릴러 영화의 반전같은 전개가...
Commented by ㅇㅅㅇ at 2014/03/17 13:45
투표까지 진짜 가버리는 것 보니 러시아 입장으로서도 더 이상 크림을 흥정 재료로 쓰는건 무리라고 생각하는걸까요...?
Commented by 지나가던과객 at 2014/03/18 14:31
어찌됬든 eu, 미국,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나 크림반도나 거스름돈 신세인건 변함없는 것 같네요.
Commented by 야채 at 2014/03/19 20:55
러시아가 협상을 할 생각이 있었다고 판단하려면 서서히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상대방이 의사결정을 할 시간을 주었어야겠죠. 야누코비치가 쫓겨난 후 러시아군을 전개하고 투표를 거쳐서 크림 합병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푸틴은 최소한의 명분을 쌓기 위한 시간만을 소비했을 뿐 정말로 상대가 협상테이블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크림 합병 이외의 목적이 있다면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상하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현 정부를 궁지에 몰아서 무너뜨리는 쪽이 아닐까요. 조지아때처럼 러시아가 언제든지 군사력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4/04/07 23:08
1차대전 개전 전야의 흥정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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