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yplosz, Charles. “
EMU: Why and How It Might Happen”.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1 (1997): 3-22.
Feldstein, Martin. “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Political Sources of an Economic Liability”.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1 (1997): 23-42.
위의 두 글은 유로가 출범하기 조금 전인 1997년에 쓰여진 것인데, 그때까지 있었던 유로 창설에 대한 찬반의견이나, 유로 설립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잘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유로가 출범한지 기껏해야 10여 년 밖에 안되는데, 당시에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었던 내용들이 별로 기억되지 않는 것 같아서 다시 꺼내 소개해 봅니다.
물론 지금 신문이나 잡지에 유로권 위기에 대해 칼럼을 쓰는 Wyplosz나 Eichengreen같은 해외의 저명 학자들은 대개 그때도 그 논쟁에 실제 발을 담궜던 사람들이라 배경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 칼럼을 읽는 우리들은 대개 그렇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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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plosz는 유로에 대해서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인데, Mundell-McKinnon-Kenen의 평가기준에 맞춰 볼 때 유럽이 최적통화권이냐 하는 것은
잘 봐줘야 그저그런 정도(lukewarm at best)이며, 특히 노동이동성 측면에서 유럽은 최적통화권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최적통화권인지 실험해보고 달러를 쓰게 됐냐 그리고 (당시에) 그런 시험에 떨어졌었다면 (오늘날) 화폐통합을 한 게 실패로 간주될거냐? 라고 반문합니다. 이런 게 제가 유로낙관론자들조차도 문제가 없다고 믿은 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근거죠.
그 외에도 변동환율제를 좋아하지 않았던 당시 유럽의 견해, 역사적으로 유럽이 화폐통합 쪽으로 흘러가게 된 경위, 유럽에서 독일 분데스방크의 패권은 왜 생겨났는가. 유로 가입의 기준이 되었던 수렴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가입준비기간을 왜그렇게 길게 잡았나. 등등. 유로가 오늘날과 같은 제도나 구조를 갖게 된 경위를 소개해놓고 있습니다.
그 중 오늘날 특히 중요해진 것 중 하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기본기능과 관련된 것입니다. 재무부도 하나 중앙은행도 하나인 보통의 나라와는 달리, 유럽은 중앙은행은 하나지만 (국채를 발행하는) 재무부는 여럿입니다. 따라서 유로 창설의 주도권을 쥔 독일 같은 나라들은 유로를 만들기 전부터 어느 헤픈 나라가 빚을 끌어다 쓴 다음 ECB를 찾아와 손을 벌릴 것을 우려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일은 꿈도꾸지 말라는 의미에서, ECB가 구제금융과 관련된 기능을 갖지 못하게 막아 놨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그런 기능이 있던 없던 개의치 않고 큰 빚을 지게 된 누군가가 나타나자, ECB가 그런 기능을 갖지 않은 것은 오히려 사태수습에 방해가 됩니다. 지금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편법이거나 임시기구에 의한 것이고, 그 효과도 제한적입니다.
요즘 Roubini나 Eichengreen이
유럽에는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다가 아니라 '최후의 대부자' 가능을 하는 정상적인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문제를 지적하는 겁니다. 지금 와서 보면 왜 그런 기능도 없나 싶지만, 유로를 출범시킬 땐 그런 조항에 합의하지 않으면 독일이 못하겠다고 버티니까 뺐던 것이죠. 물론 독일은 그것으로도 안심이 안되었기 때문에 수렴기준이나 안정성장협약까지 추가해 각국의 부채가 내가 대신 갚아주어야 할 정도로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되지 않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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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dstein은 미국 학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로비관론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내가 보기엔 (유로에 대한) 결정이 단일통화의 경제적 장점이나 단점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 유로를 쓴다는 것이 유럽 전문가들이 그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도 아니고, 또 유로를 포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유로의 경제적 비용이 이익을 능가한다고 본다는 뜻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유로 도입의 가치는 정치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아마도 부담)를 놓고 저울질해야지, 경제적으로 이익인지 아닌지를 따져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이어서 그는 장 모네와 유럽석탄철강공동체 뭐 이런 이야기부터 해서 유럽통합의 역사를 소개하고, 유럽통합에 대한 각국의 동기를 열거하는데, 2차대전 후 유럽 정치외교사나 냉전사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미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고, 아닌 사람들은 상식 선에서 한 번 봐둘만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유럽통합을 향한 각국의 동기는
각양각색인 수준을 넘어 동상이몽인 부분이 많으며, 심지어는 한 나라 사람들의 동기도 모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경제적 측면에서 화폐통합의 예상효과를 평가하는데,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화폐통합을 했다고 해서 거래비용이 많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어서 최적통화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같은 평가항목에 대해 Wyplosz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Feldstein은 유럽은 미국처럼 임금유연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나라마다 언어가 다른 등 노동이동성도 미국보다 못하다. 그리고 유럽은 연방정부의 세금도 없어, 지역적인 불황이 다른 지역에서 걷어들인 세금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모든 면에서 유럽은 미국보다 덜 최적통화권이며, 따라서 경기순환적 실업에 의한 타격을 더 많이 받을거라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ECB가 어떤 나라(원래 인플레이션이 높던 나라)들에겐 독립성있고 책임감있는 중앙은행으로 작용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분데스방크 때보다는 헐거워질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분데스방크를 추종하는 유럽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를 거의 잡았는데 뭐하러 모험을 하느냐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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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분석은 유로가 실제로 운영되기 전의 견해이기 때문에 실제 유로 운영의 결과와 좀 다른 부분도 있어서 그점에 대해서는 따로 보충해야 합니다만, 유로 창설까지의 역사와 그 와중에 있었던 경제적-정치적 측면에 대한 고려와 논의를 훑어보는 목적에는 딱 어울리는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