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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결정들 : 그리스 사태 읽기
지난 주는 첫날부터 그리스 총리가 정치적 스턴트 쇼를 벌이는 통에 전세계가 평소 같으면 거의 신경쓰지 않았을 그저그런 나라의 국내정치의 꽁무니를 쫓느라 법석을 떨어야 했다. 여기에 대해 두서없이 몇 가지.


1. 그리스

유로권의 구제금융/채무조정 패키지를 받는게 좋으냐, 아니면 디폴트를 내고 유로권을 빠져나가 재기를 노리는게 좋으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보다 먼저 기억해 둬야 할 점은 어느 쪽을 택하든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리스인들에게 열려 있는 길은 고난의 행군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스인들도 그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 정도는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더 가야 끝이 날지도 모른 채 하루 하루 고통을 연장해 가는 나날은 머리만 갖고는 이해하기 힘든 과정이다. 어찌 보면 그런 종류의 이해는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체득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 토마스 말루타스, 하로코피오 대학(정치학)교수[*] -


이런 고통스러운 시기에는 사람들이 희생양을 찾아 헤매게 된다. 특히 대의제의 경우 더 그렇다.

대의제의 경우 최종적인 주권자는 국민이지만 언제나 대리인을 세워 통치하고 있다. 따라서 대의제에선 주권자가 내가 투표를 잘못해서 이 모든 일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니 비가 내리지 않으면일이 잘못되면 대리인을 화형대에 세우자는 여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궁극적으로 그럴 권리와 힘을 갖고 있다.

이제 그리스로 돌아와 보자. 그리스 총리는 왜 깜짝쇼처럼 국민투표를 하려는 것인가?

현 총리인 파판드레우는 152/300석으로 간신히 의회 과반수에 턱걸이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만약 아무런 액션 없이 국제사회가 막연히 기대했던 대로 구제금융안을 얌전히 받아들여 정책으로 집행하게 되면 파판드레우의 몰락은 초읽기에 들어갈 것이다. 유럽 구제금융 패키지는 아주 고통스러운 긴축재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하루하루 줄어들다가 정권이 무너지게 될 것이고, 아울러 정권이 무너진 다음엔 기존 구제금융 패키지가 약속대로 이행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어찌어찌해서 국민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파판드레우는 이 안건에 대해 유권자로부터의 새로운 위임(fresh mandate)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긴축정책의 고통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불만도 여전하겠지만, 적어도 이 정책에 대해 파판드레우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고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판드레우가 제기한 국민투표의 진정한 목적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을 유로권 잔류라는 결정을 놓고 유권자를 자신의 공범으로 묶는 데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이렇게 쓰디쓴 잔을 유권자가 삼키도록 만들려는 것일까? 그 비밀은 정치지도자가 갖고 있는 특별한 힘인 '의제설정' 능력을 이용하는 데 있다. 구체적인 문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유럽 구제금융 패키지와 유로권 잔류' 여부를 세트로 묶은 찬반투표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들의 60%는 (유럽 구제금융 패키지에 포함된) 고통스러운 긴축에 반대하지만, 동시에 70%는 자국이 유로화를 계속 쓰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권 17개국의 합의안을 거부한 다음, 그리스가 자력으로 유로권에 잔류할 방법은 없다. 이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도둑놈 심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것까진 잘 모르지만 일단 단 것은 삼키고 쓴 것은 뱉는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대답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들은 불편한 현실을 직면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 모순된 희망을 한데 묶어 유권자에게 들이밀면 유권자는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이를 삼킬 가능성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여기에 맞서는 그리스 야당의 생각을 보자.
사마라스 당수는 이날 TV를 통해 중계된 연설에서 "즉각적인 총선 실시 책임을 위임받은 임시 과도정부 형성, 현 국회에서의 구제금융 협약 승인을 요청한다"고 밝히고 "새 구제금융 협약은 불가피하고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 이제와서 여당과 야당이 모두 구제금융 협약을 지지한다면 저들은 왜 싸우고 있는가?

야당의 요구는 국민투표를 하는 대신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갖자는 것이다. 조기총선 또한 정치권이 유권자들로부터 '새로운 위임'을 받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둘 사이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여당의 국민투표가 긴축을 해가며 유로권에 남을지 말지라는 하나의 정책에 대해 '새로운 위임'을 주는 것이라면, 야당이 요구하는 조기총선은 국회의원들을 새로 뽑아 정치권 전체에 '새로운 위임'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조기총선은 필연적으로 정권심판의 성격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지금같은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시기에 정권심판을 겸하는 '새로운 위임'은 여당이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은 선택 중 하나다.

따라서 파판드레우는 1)패배가 불가피한 조기총선은 거부하고, 2)스스로 요청한 의회신임투표로 자신의 입지를 재확인한 후, 3)국민투표로 정책에 대한 위임도 새로 받아서 정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3단 콤보가 모두 성공해야 정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잠시 잊도록 하고…….

한편 야당총재의 생각은 1)일단 여당의 과반수를 붕괴시키기 위해 조기총선을 하고, 2)선거에서 크게 이겨 우리편 의석수를 불린 후, 3)새 내각, 압승의 경우엔 단독조각도 좋겠지만아마도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거국일치내각을 구성해 앞으로의 일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거국일치내각은 중요한 정파들을 포괄한 만큼 의견조율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만,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장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든 주요세력은 이미 정권에 참여해 인기 없는 정책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불만이 많더라도 대안이 없어 정권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거국일치내각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억지로 겨자를 떠먹이기 위한 현실적인 두 번째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그리스 총리의 다음 발언을 이해할 수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국민투표 그 자체는 끝이 아니다"며 "우리는 진정한 (의회 내) 합의를 해내거나 아니면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어제 내가 얘기한대로 만약 합의가 있다면 국민투표는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재정을 하든 유로에서 탈퇴하든,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경제위기를 넘길 때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승부수를 던지기 전에 정치권을 임전태세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말의 협상을 통해 그리스 정계개편의 큰 틀이 정리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1)총리의 퇴진, 2)제1야당과의 합의에 의한 과도연정 수립, 3)과도연정에 의한 유럽구제금융안 의회통과, 4)이상이 완료된 후 총선.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보면 야당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여당의 위안거리는 유로권 잔류에 따른 책임을 야당과 공유한 상태에서 총선에 임하게 된다는 정도일 것인듯 싶다. 선거 후 거국내각 수립까지 안착한다면, 그리스 정부는 현재의 파판드레우 내각보다는 훨씬 더 안정된 상황에서 위기대응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문제는 그리스인들이 유로권에 잔류할 것인지 여부를 체계적으로 생각해보지 않고 결정한 셈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국민투표 제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적일지 몰라도 이런 복잡한 문제를 결정하기에 결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투표 도박을 터트리자 뒤통수를 맞은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은 황급히 그리스 총리를 불러들여 최후통첩을 했다. 다음은 언론에 보도된 메르켈의 말이다.

“in essence is about nothing else but the question,
does Greece want to stay in the euro zone, yes or no?”

또한 유로권은 새로 합의된 2차 지원금은 물론이고 기존에 잡혀있던 1차 6회분 80억 유로 지원도 유보시켜 고강도 압박을 가했다. 그리스 관리들은 이 지원금이 없으면 12월 중순쯤이면 돈이 바닥이 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던 만큼[*], 그리스 측으로서는 꽁지에 불이 붙은 거나 다름없었다. 잘못하면 국민투표 전에 먼저 디폴트가 날 수도 있었다.

학자들 중에는 그리스에게는 유로권 잔류보다 디폴트가 더 나은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도 나머지 유로권 국가들과의 협조 하에 '질서정연한' 디폴트를 지지하는 것이지 이런 식의 100% 무대책 자폭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제1야당인 신민당이 입장을 뒤집은 것도 이런 정황 아래서의 일이다. 파국을 만든 책임을 뒤집어쓰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가보지 않은 길'이 더 좋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거국일치정부 코스를 향해 가는 것으로 정리되었지만, 그리스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고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단지 상황에 쫓겨 결정을 한 것 뿐이다.



2. 이탈리아

지금까지 살펴본 그리스 사례에서 우리는 여당의 현직 총리건 제1 야당 총재건 간에, 그리스 정치인들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결정을 할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왜 자꾸 갱신된 위임(fresh mandate)을 필요로 하겠는가? 이 점을 묘사하기 위해 정치적 자산이란 표현을 써보도록 하자.

대부분의 정치인은 크던 작던 어려운 결정에 국민들이 따라와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명성이나 신뢰 같은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자산은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쓰면 바로 다시 채워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앞으로 어려운 일만 잔뜩 남아 있고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자산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또 낭비하지 않고 얼마나 현명하게 배분해서 사용해 나가는지가 그 정치인의 진정한 역량을 보여주게 된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그리스 위기가 불거져 나오면서 전세계 언론이 다음 번 희생자로 지목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최대 2조 6천억 달러[*]에 달하며, 이탈리아가 엎어질 경우 유럽의 최강자 독일이 나서도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코앞에 닥치기 전에 재정건전화를 빨리 진행하라는 압력이 외부에서 계속 가해지고 있지만, 이탈리아 정부의 긴축정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런데 이탈리아 또한 지난 1~2년 사이에 현 총리 베를루스코니의 지도력 누수가 심각한 상황이다. 바닥을 보이는 그의 정치적 자산을 갖고 그리스가 쓰러질 경우 불어올 퍼펙트 스톰을 어떻게 막아낼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탈리아에 그를 대신할 유력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위기가 닥치면 그리스에서 본 것 같은 갈팡질팡하는 정치지도력의 위기가, 이탈리아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3. 유럽

유로를 만들자는 구상은 원래 순수히 경제적인 이유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유럽통합을 촉진한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들이 지지하는 기능주의/신기능주의라고 불리는 학파의 이론에 따르면 특정 부문을 통합하면, 그 부문의 통합이 주위로 확장되는 논리(the expansive logic of sector integration)에 따라 다른 분야에서의 통합도 유발되고 촉진될 것이라고 한다.

유럽통합운동은 원래 2차대전 조금 후에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시작되었고, 이것이 발전해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공동체(EC)를 거쳐 오늘날의 유럽연합(EU)이 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유럽 국가들이 공통의 화폐인 '유로'를 만들어 함께 쓰고, 유럽중앙은행을 만들어 이를 감독하고, 이를 위해 조율된 경제정책을 정립해 간다면 그 파급효과를 통해 유럽연합을 한 차원 더 높은 정치통합의 단계로 밀어올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중에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늘려나가다 보면 통일이 촉진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도 유럽에서 유행했던 기능주의적인 관점을 수입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로가 깨지거나 유로 탈퇴국이 늘어난다는 것은, 유럽통합운동에게 커다란 타격이자 퇴보일 수밖에 없다. 유로가 출범한 이유가 정치적 동기에서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만약 유로가 포기된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유럽인들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일 것이다.

물론 유로의 사용에는 몇 가지 중요한 경제적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유럽국가들의 국제무역을 살펴보면, 자기들끼리 하는 역내무역 비중이 매우 높다.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기업이나 상인들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앨 수 있어 편리할 것이다. 유학생이나 여행객도 혜택을 볼 것이고 교역과 인적교류가 늘어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도 쉬워질 것이고, 개별 통화를 운용하던 때에 비해 환투기 공격을 받을 위험성도 줄어든다. 하지만 거기에는 고유한 단점도 있다. 이번처럼 유로를 사용함으로서 환율이 고평가된 개별 가맹국에게는 적자가 누적될 위험이 있다.

유로존의 국가들(현재 17개국)이 하나의 공동통화를 쓰는 것이 적절하냐에 대해선 과거 유로출범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그리고 유로가 실제로 출범된 후에도 계속 이견이 있었다. 그 이견은 유럽 학자들은 다소 낙관적으로 미국 학자들은 다소 비관적으로 본 것 같은 지역적인 견해차도 있었고, ERM crisis처럼 유럽 경제가 충격을 받을 때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유럽이 번영할 때는 낙관론이 득세하는 것 같은 대중적인 여론의 기복도 있었다.

이와 관련된 최적통화권(OCA) 같은 논의도 있지만 이런 것을 잘 모르더라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1국 1통화 체제를 운영해온 데서 알 수 있듯이,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통합된 단일 국가는 대개 별 무리없이 단일통화를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통일을 먼저 이루고 단일통화를 도입하는 것은 별 논란의 대상이 아니었다. 문제는 여러 나라가 정치적 통일은 하지 않은 채로 인위적으로 단일통화부터 먼저 쓰는 경우였다. 이 경우에는 역사적 경험도 충분치 않고 많은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유로 도입 이전에 단일통화 도입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유로권이 완전한 하나의 나라가 아니어서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유럽연합의 수십 나라가 유로라는 공통통화를 쓰는 것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궁극적인 유럽통합을 향해 가는 길에 통과해야 할 하나의 경유점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경제학 이론에 맞추어 가능한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했다. 그것이 수렴기준(convergence criteria)이었다.

(이론적으로 혹은 실천적으로) 수렴 기준이 충분한 것인지는 그때도 지금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지만, 유럽통합 지지자들은 대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그때가서 문제가 뭔지 보고 해결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계획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맞이한 '주례사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주례사에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한결같이…"란 이야기를 한다. 기쁘고 즐거울 때 같이 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괴롭고 힘들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유로라는 공동의 통화를 쓰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그들은 본격적인 고난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일부 멤버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들이 한결같은 태도로 이 위기를 견뎌내고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버틸 것인가? 못살겠다고 뛰쳐나갈 것인가? 다른 멤버의 빚을 대신 갚아줄 것인가? '나가 죽어!'라고 말할 것인가?



4. 독일: 유로권의 리더?!

현재 자타가 인정하는 유로권의 수장국은 독일이다. 경제력이나 분담금 비율에서도 그러하지만, 최근 유럽 채무위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되는 데서도 독일의 리더십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정치적으로도 메르켈의 지지는 매우 견고해 보인다. 그는 유럽연합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리 자신의 EFSF 협상안을 연방의회 표결에 붙여 압도적인 다수(찬성 503, 반대 89, 기권 4)로 통과[*]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압도적인 다수일 뿐만 아니라. 집권 연정만 갖고도 과반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강력한 당 장악력을 재확인하는 결과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메르켈은 간당간당하는 지지를 갖고 신임투표를 걱정해야 하는 그리스나 이탈리아 총리와는 차원이 다른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이다.

문제는 메르켈이 독일 국내의 견고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이 유럽에 돈을 더 내지 않게" 하겠으며 채무국들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받게 만들겠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라는 점에 있다.

이번 표결에서 승인된 EFSF 강화 방안은 유로존 회원국의 추가분담 없이 현재 4천400억 유로인 기금을 레버리징(차입)을 통해 실질적인 효력이 1조 유로 이상이 되도록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현재의 그리스를 과거 독일이 도와주었던 한 나라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그 나라의 이름은 독일민주공화국,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이름으로 하자면 동독이다.

그리스 경제가 어렵다지만, 그리스는 그렇게 큰 나라도 아니고, 1990년 독일 통일이 일어날 당시의 동독 정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당시 동독은 동유럽 공산권 최강의 경제라고 알려졌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는 파산 직전이었을 뿐 아니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주민들의 대탈주가 시작되어 급속히 경제가 붕괴하고 있었다. 당시 동독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1989년 하반기에만 35만명이 서독으로 넘어갔는데, 이는 동독 전체 노동자와 사무원의 3%가 넘는 숫자였다. 총체적 붕괴가 임박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서독은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돈을 살포해 이 모든 문제를 봉합했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소련에는 150억 마르크를 찔러주고 입을 막았고, 탈출러쉬를 벌이던 동독인들에겐 동서독 마르크를 1:1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으로 그들을 동독에 주저앉혔다. 동독의 국가운영과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또한 대부분 서독이 찔러주어 해결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일을 아주 신속하게 처리했다. 수백 가지 골치아픈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으나 그 대부분을 1년 안에 해치웠다.

그러나 1990년에 서독이 동독을 도왔던 것 같은 방법으로 오늘날의 독일이 그리스를 돕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사실 독일여론은 독일의 돈으로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빚을 까주는데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그런데 잠깐. 왜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직관적으로 당연한 이야기도 그게 왜 그런지 명시적으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 말은 풀어서 말하자면 독일 통일에 대한 독일인들의 의지는 강력했지만 유럽 통합에 대한 의지는 그렇지 않으며, 서독인이 동독인에게 느끼던 연대의식과 독일인이 그리스인에게 느끼는 연대의식은 비교가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점은 어려운 시기에 유럽통합의 대의를 위해 유로화를 짋어지고 나아갈 유럽인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쨌든 메르켈은 독일 제국의 여황제나 총통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내각책임제 하의 총리에 불과하다. 그는 유권자들의 대리인이고 유권자들이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빚을 탕감해 주는데 부정적인 이상 그 뜻에서 크게 벗어난 행동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본인이 그럴 의지가 있는지는 별도로 하고.

(독일통일 당시의 총리인) 헬무트 콜은 독일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바탕으로 서독의 돈을 동독에 퍼부을 수 있었다. 메르켈은 그럴 수 없다. 또한 콜의 경우엔 동독에 뿌린 돈이 바로 유권자의 표가 되어 돌아왔었다. 콜이 동서독 마르크를 1:1로 바꿔준다고 공약하자, 열광한 동독인들은 서독 기민당의 자매당인 '독일동맹'에 몰표를 찍어 화답했다. 메르켈이 반대를 무릅쓰고 독일의 돈으로 그리스의 빚을 탕감해 주면, 단 한 표도 돌아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표가 떨어져나갈 위험만 늘어날 뿐이다.

그러면 유럽의 위기를 앞에 두고 메르켈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앞에서 메르켈은 국민의 뜻에서 '크게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이 표현은 주의깊게 고른 것이다. 대의제 하에서 정치지도자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기계적으로 대리하는 로봇은 아니다. 정치지도자에겐 나름의 재량권이 주어지며, 또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문제를 덮어두는가, 의제들을 어떤 시점에 어떤 순서로 제기하는가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누누히 강조했듯이 정치지도자의 능력이나 정치적 자산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국민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역풍의" 정책을 꺼내들면 정치적 자산은 아주 빨리 소모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메르켈(이나 그의 뒤를 잇게 될 독일 지도자들)은 은 PIIGS 부채 위기를 다루기 위해 독일 국민들을 상대로 '살라미 전술'을 쓸 가능성이 크다. 즉 단번에 그리스의 부채를 몽땅 탕감해 준다면 깔끔하고 불확실성도 해소되며 경기회복도 빨라지겠지만, 도저히 그런 인기 없는 정책을 국민에게 팔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대신 일을 잘게 쪼개서, 매번 작은 위기가 터져나와 국민들이 겁을 집어먹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설명을 붙여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빚을 탕감해 준다거나, 구제자금을 제공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만약 메르켈이 정말 '살라미 전술'을 쓸 경우 예상되는 미래는 무엇인가?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앙겔라 메르켈이 가져올 귀결"이라는 칼럼에서 흥미로운 역사적 비유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독일은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웃나라들의 빚을 과감하게 까주는 대신 결국 그 돈을 갚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리파이낸싱으로 시간만 벌어주려고 하는데, 이것은 나쁜 경제정책이자 나쁜 정치일 뿐만 아니라 독일이 겪었던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독일이 겪은 역사의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1차대전 전쟁배상금 문제다.

1차대전 후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라 독일이 거액의 전쟁배상금을 물게 되자, 독일이 그 돈을 갚을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 곧 드러난다. 당시에도 케인스 등은 이 문제와 정면대결해 정치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우스 플랜과 영 플랜 같은 몇 차례의 협상이 있었지만 지엽적인 조정에 불과했고, 결국 독일은 미국에서 돈을 빌려서 영국과 프랑스에게 전쟁배상금을 물고, 영국과 프랑스는 그 돈을 받아 다시 전쟁 중에 미국에게 진 부채를 갚아나가는 게임을 하다가 세계대공황을 만나 끝내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스키델스키는 결국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할 거면서, 이 문제가 걸림목이 되어 장기간 유럽의 경제회복을 위한 각국의 협력만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2중의 실패를 겪었던 경험을 상기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5. 그리고 세계 경제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의 역사를 다룬 자신의 책에서 대공황이 그처럼 광범위하고 파괴적이었던 이유는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국제경제를 안정시켜줄 강대국의 리더십 부재에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 19세기에서 1913년까지 영국이 그렇게 하였듯이 어떤 나라가 안정시켜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1929년에는 영국은 그럴 능력이 없었고 미국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 모든 나라가 자국의 개별적인 국익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을 때, 세계 전체의 이익은 고갈되었고, 그와 함께 각국의 개별적 이익도 사라져 버렸다.

리더십이란 말이 추종자를 착취하거나 사적 이익으로서의 위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긍정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지도력이 약해지고 유럽이 강해질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결과로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세 가지와 불안정한 세 가지가 있다. 안정적 결과를 얻는 방법으로서, 첫째는 미국의 지도력을 … 존속 또는 부활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유럽이 지도력을 주장하고 세계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책임을 인수하는 것이다. 셋째는 세계 중앙은행 … 같은 국제 제도에 각국이 경제 주권을 실제로 양도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가장 매력적이지만,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므로 가능성은 가장 적다.

책임 있는 시민이라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 중 어느 것이라도 만족해야 할 것이고, 세 번째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서 동전을 던져서라도 둘 중 하나를 결정하면 된다.

불안정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피해야 할 결과는, 첫째 미국과 EEC가 세계 경제의 지도권을 둘러싸고 싸우는 것이다. 둘째는 1929년부터 1933년 사이에 보았듯이, 한 쪽은 능력이 없고 다른 한 쪽은 능력은 있지만 의사가 없는 경우이다. 셋째는 각국이 적극적인 자체 계획을 확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세계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강화시키기 위한 계획에 대한 거부권을 쥐고 있는 경우이다. …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우와 같이 두 개의 대 세력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막다른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기게 되었다. 경제 분야의 경우 그에 상응하는 것은 경기 침체 및 공황이다.

『대공황의 세계』, pp.368-369, 388-390

그리스 디폴트 문제를 과거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등의 사례와 비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거기엔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제일 큰 차이는 브래디 본드를 발행해 문제를 해결하던 시절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안정시킬 확고한 실력을 갖고 있었고 그 의지가 별로 의심받지도 않았던 반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유럽까지 떠받쳐 줄 여력이 없고, 17개국으로 이루어진 유로권은 전형적인 "사공이 많은 배"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게다가 이 집단의 사실상의 수장인 독일은 유럽의 문제를 떠맡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1인당 GDP 2만 5천달러인 그리스를 구하는 프로젝트에, 1인당 GDP 4만 달러인 독일이 내 돈은 절대 더 풀 수 없기에 1인당 GDP 4천달러인 중국에게 돈을 꿔서 어떻게 해보면 안될까란 이야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 자체가 유럽의 리더십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행동이다. 중국이 유럽 국채에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독일이 자기 돈을 먼저 박아 그 투자의 리스크를 흡수함으로서 더 좋은 투자조건을 조성해 주지 않는 한 쉽게 응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6. 결국은 유로의 문제

지금 그리스가 겪는 문제는 과거 자국화폐를 달러에 고정시켰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가 겪은 위기와 흡사하다. 이에 대한 표준적인 해법은 고정환율제를 버리고, 대규모의 평가절하를 동반한 변동환율제로의 복귀이다.

그러나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사이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엔 인플레이션 퇴치를 위해 편의상 자국화폐를 만만한 외국화폐인 달러에 고정시켰을 뿐이다. 미국 또한 달러를 둘러싼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아르헨티나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국의 필요에 맞춰 운용할 뿐이다. 이 둘의 만남은 그저 편의상의 결합에 불과했다. 사정이 달라지면 헤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유로존 국가들은 반세기 동안 장래의 유럽통합을 꿈꾸며 공동의 외교정책, 안보정책, 무역정책, 거시경제정책 등을 조율해 왔고, 공통의 화폐인 유로도 그런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출범시켰었다. 이는 편의상의 결합이 아니며 더 큰 그림의 일부이기에 헤어지는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유로가 자리잡은 위치는 불완전한 통합으로 인해 위기에 취약한 위치로, 산비탈을 오르다가 눈보라를 만난 격이다.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기더라도 현재의 위치에 오래 머무르면 비슷한 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가능한 빨리 비탈을 올라 정상에서 도달하든지, 아니면 아래쪽 평지로 내려오든지 택일해야 한다.

유로가 현재의 위치에서 안정… 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기간 버티려면, 유럽합중국을 당장 만들진 못하더라도 유럽합중국이 있었더라면 이런 위기를 만났을 때 했음직한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재정연방주의(fiscal federalism)같은 것이다. 재정연방 하에선 특정 지역 경제가 비대칭적 충격을 받았을 때 다른 지역들이 이전지출을 통해 문제를 겪는 지역을 경제적으로 보조하게 된다. 강력한 중앙정부를 가진 '나라'들은 위기시에 대개 이런 조치를 취한다.

강력한 중앙정부가 없다면? 유로 17부족연맹체에서 아쉬운대로 누군가가 리더의 역할을 떠맡아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그 일을 맡을 곳이 伯林部밖에 없음은 모두가 알고 있다.
by sonnet | 2011/11/08 10:35 | 정치 | 트랙백 | 핑백(2) | 덧글(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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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해법은 결국 유럽통합에 대한 스스로의 의지에 달렸다라는 것은 앞서 몇 편의 글을 통해 설명한 바 있는데, 다음 기사는 메르켈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방향제시를 했음을 보여준다. -- Me ... more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9:19
네. 꼭 그리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때 다른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터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에도 똑 그리스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구요. 유럽중앙은행ECB는 단 한가지 정책만 가질 수 있고, 그 정책이 유럽의 수십 개 나라에 one size fit all하게 맞아야 하는데, 각 나라의 사정이 다르다면 그게 잘 맞을 수가 없겠죠.
Commented by 아무것도없어서죄송 at 2011/11/08 10:57
원래 베를총리도 긴축정책을 주장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보니까 선거에 졌음
그 사람 다음번에 파퓰리즘을 남발해서 이김..저 지경이 되는데는 시민들의 무개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니까 공범임.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9:23
어느 나라나 긴축이 인기있는 정책은 아니니까... 그러나 지난 반년 사이에 진척이 너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임. 지금은 대형 위기고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Commented by Peuple at 2011/11/08 11:21
유로17부족연맹체라는 표현이 너무 적절하군요.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9:03
하하. 국가성립 이전의 상태고 결합력이 약하니까요.
Commented by 곰돌군 at 2011/11/08 11:30
잘 읽고 갑니다. 간만에 이문제에 관해 멀쩡한 글을 본듯..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8:59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11/11/08 11:46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질때만 해도 4년 뒤 세계경제가 이모양 이꼴이 될 줄은 몰랐으니...
Commented by Kael at 2011/11/08 12:04
사실 심각한 경제위기가 오면 기업들 중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살아날 곳은 살고 죽을 곳은 죽는데,

이것이 국가 버전으로 진행되는 거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9:36
あさぎり / 그땐 반미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미국의 시대는 가고 유럽의 시대가 올거라고 떠들었었죠. 뚜껑을 열어 보니 이건 뭐...

Kael / 사실 저는 국가와 기업에 비유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많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면 기업은 경제적으로 파탄에 처하면 청산되지만, 국가는 경제적 이유로 청산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죠. 군사적인 이유로 멸망하든가 정치적인 이유로 해체되는 경우는 있어도.
Commented by 아빠A at 2011/11/08 11:55
伯林部가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 다른 유럽의 반발이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아무리 독일이 현재 대빵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해도, 독일이 대빵이 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것도 같은데요.
Commented by ㅁㄴㅇㄹ at 2011/11/08 12:00
'그럼 니가 돈 낼래?' 라고 하면 입다물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크르크르 at 2011/11/08 12:44
불란서 놈들은 언제나 뻔뻔하므로 돈 안내고 떠들게 뻔합니다
Commented by maxi at 2011/11/08 13:07
크르르르님의 말씀에 한표..
Commented by 이네스 at 2011/11/08 16:53
크르크르님의 말에 저도 한푭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9:52
아빠A / 그건 실제로 있을겁니다. 다만 지금같이 급박할 때는 상황논리에 밀려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겠지만요. 유럽연합은 사공과 거부권이 너무 많아 이견이 첨예한 의제는 회피하고 만만한 의제에 대해서만 만장일치에 가깝게 운영되는 둔탁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런 위기가 아니고서는 의미있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위기 때 새로운 규칙이 도입되고 위기가 끝나면 그게 그냥 전례가 되어 굳어지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죠. 몇몇은 그걸 꼭 좋아하지 않더라도요.

크르크르 / 유럽통합은 프랑스와 독일의 제휴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프랑스가 박차고 나오면 그날로 침몰인 건 확실합니다. 다만 과거엔 서독이 분단 상황에서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표하지 못하다보니, 프랑스의 정치주도-독일의 경제주도 같은 분업구조였었는데, 이제는 통일이 되어 덩치도 더 커지고 냉전 같은 제약사항도 대부분 해소되다보니 독일의 우위가 점점 더 기정사실화되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Kael at 2011/11/08 12:00
타임지에서는 9월에 "왜 독일은 세계를 구할 수 없는가"라는 특집기사를 내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의 내용은 sonnet님과 비슷했으나 어느정도 차이가 있었죠.

사실 PIIGS의 재정위기러 인해 유로의 달러대비 가치는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자 아일랜드는 떨어진 유로화로 다시 막대한 무역흑자를 봤고, 이 흑자를 통해 IMF나 유로존에서 빌린 구제금융을 순조롭게 갚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무역수지. 우리나라가 IMF를 했을 때를 비슷하게 느끼시면 되겠지요. 외환위기에 빠졌을 때 원화가치가 폭락해서 엄청난 무역흑자를 봤고, 이를 통해서 IMF의 구제금융을 갚을 수 있었다는 거죠.

그러나, 그리스는 이미 무역수지가 엄청난 적자를 기록중입니다. 산업, 그 중에서도 특히 제조업이 없기 때문이죠.

제조업이 있는 나라는 위기가 터질 때 그 제조업으로 인한 무역흑자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조업이 없는 국가. 이를테면 그리스 같은 곳이죠. 이들 국가는 통화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산업이 없어 계속된 무역적자, 그로인한 외화유출만 지속되게 됩니다.

그리스는 주산업이 해운과 관광으로, 해운은 2008년 리만 파산으로 인해 전 세계 해운시황이 1800년대 이후 최악을 가리키고 있으며, 관광업의 경우에는 국가 이미지가 중요한 바, 이미 국가이미지를 다 깎아먹은데다 유로화가 기대만큼 절하되지 않아(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의 무역흑자) 관광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결국 독일이나 프랑스(무역적자입니다) 등의 재정지원의 귀착점은 그리스의 "제조업 국가화"여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그리스의 제조업 국가화가 전제되지 않은 재정지원이기 때문에 독일은 유로를, 세계를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메르켈 수상 역시 "유럽의 재정위기는 10년이 넘게 걸릴 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메르켈 수상 역시 독일의 지원책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것이죠.

요지는 결국 그리스로 귀착됩니다. 유로존을 떠나든 안 떠나든 그것은 그리스의 결단일 것이나, 어떤 일이 있어도 그리스의 현재 산업구조로는 언제까지고 이런 치명적인 재정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리스는 현재의 서비스업 국가에서 제조업 국가로의 전환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재 유로존 재정위기의 핵심입니다.
Commented by ttttt at 2011/11/08 13:00
그리스의 주요 교역상대가 EU인 이상 유로화 절하효과는 볼 수 없겠네요. 그럼 '제조업으로 인한 무역흑자'도 기대하기 어렵죠. 단기간 환율이 떨어지지 않으니 환율로 경쟁력을 얻을 순 없으니까. 유로권 바깥 수출을 늘리는 건 무역구조를 바꿔야 하고 또 그리스덕분에 절하됐다고는 하지만 유로화의 절하 수준은 독일과 프랑스가 받쳐주는 이상 그리스사정을 다 반영하지는 못할 테고요.
Commented by Kael at 2011/11/08 13:05
아일랜드는 영국(비유로존), 프랑스(유로존), 네덜란드 등과의 무역에서 주로 흑자를 봅니다.

결국은 그 나라 자체적인 경쟁력의 차이인 것이죠.
Commented by 아빠A at 2011/11/08 13:08
그리스의 관광업 자체는 최대의 호황을 기록중에 있습니다만...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940714_5780.html
Commented by Kael at 2011/11/08 13:15
아빠A// 그러나 그 호황이 "외화"를 벌어들이기에 적당한 양이 모이는 가는 다른 문제죠.

이는 결국 흑자가 "정부에 세금으로 들어와야"하는 구조니까요.
Commented by 아빠A at 2011/11/08 13:21
제조업도 왠만큼 호황이라고 해도 한해에 10% 성장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저 성장이 일시적일수는 있겠으나, 관광업의 성장이 기대만 하지 못하다고 보기는 어렵겠죠.

제조업 국가에서 위기 이후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신규 투자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놀고 있는 공장이 가동되기 때문인데, 그리스의 관광산업은 딱히 꼴아박은 적도 없으니 저정도의 성장세면 충분히 놀랍다고 봐야겠죠.
Commented by Kael at 2011/11/08 13:23
그러니까 결국은 제조업의 문제죠.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한해 최소 4%, 최대 15%씩 편차가 크긴 하지만 평균 6~7% 정도 성장하거든요.
Commented by nayuta at 2011/11/08 15:25
우리 나라도 몇몇 도는 재정 자립도에 문제가 있고 이걸 지방 교부금등으로 지원을 하죠 그리고 이 돈은 나중에 돌려 받는것도 아닙니다. 본문에서 이야기되는건 이런 종류의 지원이라고 생각 됩니다. 이걸 자꾸 돌려 받을걸 생각 하시니 꼬이는듯...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3:34
Kael / 그리스가 평가절하로 효과를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립니다. 장담할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저는 평가절하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쪽입니다. 이런 견해 중 하나로 Roubini의 주장을 소개해 두겠습니다.

The usual argument that Greece doesn’t have much of a competitive advantage is as inane for Greece as it was for Argentina; then, it was argued that Argentina, with exports representing barely 10% of GDP, could never compete, even if it had a weaker currency; but that argument was proven to be utterly wrong when Argentine exports boomed following the depreciation. Greece, with a much larger share of trade in GDP than Argentina, could see its trade balance turn around dramatically following a sharp depreciation—and thus support strong GDP growth via net exports—even if domestic demand remains weak in the context of the collateral damage of default and exit from the monetary union.

http://www.economonitor.com/nouriel/2011/09/22/full-analysis-greece-should-default-and-abandon-the-euro/
Commented by Kael at 2011/11/08 12:17
유로화로 인해 수준차이가 나는 국가를 묶었기 때문에, 무역흑자국은 무역흑자가 커지고, 무역적자국은 적자가 더 커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불균형 문제는 1970년 닉슨쇼크 이후 브리튼우즈체제가 깨지면서 더욱 심해졌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비슷한 수준의 제조업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사실 이 세계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걸 해결하는 사람은 당장 노벨경제학상 받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서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0:15
1999년에 먼델이 받았잖습니까. 이건 결국 유럽이 OCA냐 또는 환율이 정책도구로서 유용하냐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예를 들어 유로권 내부에서 실업률이 높아진 그리스 노동자들이 독일로 몰려가서 재취업하는데 성공하면, 유럽의 문제는 해소될 수 있는 것이죠.
Commented by ttttt at 2011/11/10 00:17
그리스 이민자가 터키 이민자보다는 반발을 덜 사긴 하겠군요.
임금문제는 모르겠지만.
Commented by df3r4f at 2011/11/10 17:14
sonnet님께서는 유로존 노동시장이 그만큼 통합되었다고 보시는건가요? 사실 노동시장의 통합이 완전치 못하다는 걸 인정하되 요소가격균등화정리를 좀 무리하게 끌어들여서 상품교역을 노동교역으로 간주한 것이 유럽 학자들의 이론적 정당화 아니었습니까? 즉 그리스 실업자들이 독일에 가서 취직하는데 장애가 있다해도, 단지 재화무역만으로 독일 임금은 떨어지고 그리스 임금은 올라서 조정이 이루어진다는 메카니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제는 확실히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수렴조건이 유로화의 문제를 경제적으로 줄여보려는 시도라는 본문의 말씀도 모르겠고요. 환율변동폭 제한은 현재 유로화가 도입된 이상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의 수렴도 단일통화상태에서 각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볼수도 없고요. 거기다 재정수렴은 아예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족쇄입니다. 경제적으로 유로화 문제해결에 수렴조건은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결국 저로서는 유로의 장기생존은 경제논리를 초월한 정치적 의지가 결정짓는다고 보게 되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10 18:56
df3r4f / "sonnet님께서는 유로존 노동시장이 그만큼 통합되었다고 보시는건가요?"
==> 아니오.


"재정수렴은 아예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족쇄입니다."
==> 문제가 생기고 난 다음엔 그렇습니다만. 처음에 그 기준을 만든 동기는 원래 후보들 중 문제를 만들지 않을 만한 나라들만 남도록 미리 걸러내야겠다는 식의 생각에서 나온 기준이었음.


"저로서는 유로의 장기생존은 경제논리를 초월한 정치적 의지가 결정짓는다고 보게 되네요."
==> 동의. 유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논리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라는 것이 본문이 강조하는 바임.


제가 유로를 옹호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 같은데, 실은 그 반대라는게 문제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euro-skeptic이거든요.
Commented by df3r4f at 2011/11/10 20:16
사전적으로 문제의 소지를 줄인다는 의미로 하신 말씀이셨군요. 하지만 수렴조건들도 주기적으로 완화된걸 보면 애초에 정치적으로 가입국 범위가 정해진듯한 느낌인데요. 걸러낸다기보다는요...

"유로의 장기생존은 경제논리를 초월한 정치적 의지가 결정짓는다고 보게 되네요."
제 생각이 이말속에서 잘 표현되지 않는 것 같아서 sonnet 님의 동의를 그대로 받아드리기에 주저스럽네요. 저는 그 정치적 의지가 경제적인 폐해만 만들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더 높은 차원의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도 이행기의 비용때문에 현재의 불안정성에 답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여깁니다. euro-skeptic 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좀 덜 회의적/비관적이신듯해서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11 12:57
df3r4f /
1. 관점에 대해 먼저 이야길 하지요. 제가 보는 관점에서 유럽통합은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독립운동이나 통일운동 비슷한 겁니다. 국외자의 생각엔 "꼭 저런 걸 해야 하나"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외자의 관점일 뿐이고, 당사자의 가치관이나 절실함이나 의지는 다를 수가 있기 때문에 "그건 안돼. 하지마" 이렇게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저도 제 의견이 있지만, 보통은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길 하지요.

제 생각엔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 어떤 일을 제 눈 앞에서 유럽인들이 힘껏 밀어 성사시킨다면 -이것이 유로 탄생 때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악담하듯이 "두고 봐라 언젠간 꼭 망한다"고 예언하기도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기정사실이니 "뭐 하기로 하셨다니 잘 되시길 바란다"라고 말하는 것이 제 태도이죠.

제가 그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의 깃발을 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그런 입장 때문입니다.


2. 저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에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다소 euro-skeptic입니다. 왜냐면 제가 관찰하기에는 독일통일과는 달리 유럽통합은 엘리트들이 선호하는 기획이긴 해도, 일반인들이 그렇게 절실히 지지하는 프로젝트는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확실하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유럽통합을 할지 말지를 단호하게 결정을 못해서 우유부단의 결과로 여영부영 시간을 끄는 겁니다. 이건 통합을 하는 것보다도 하지 않는 것보다도 나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3.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이 글의 다음 글 http://sonnet.egloos.com/4643700 에 유로 탄생 당시의 논의를 요약한 페이퍼 두 개를 간단히 소개해 놨습니다.(링크를 따라가면 원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인 Wyplosz의 글이 경제적(학자 혹은 유럽 재무관료/중앙은행가들)의 관점에서 왜 유럽이 유로 쪽으로 쏠렸나를 소개하는 것이고, 두번째인 Feldstein의 글은 유로탄생의 정치적 중요성과 경제적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수렴조건이 왜 나왔냐는 Wyplosz의 글에 잘 소개됩니다. 읽어보면 수치기준 자체가 주먹구구에 가깝게 결정된 부분도 많고 좀 묘한데, 수렴기간을 길게 잡은 것은 참여국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란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유로탄생의 배경논의도 잘 소개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 하나는 처음부터 유럽 지도자들은 풀 플로팅을 좋아하지 않는 정책선호를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분데스방크 추종/종속 현상이 일어나고, 그럴 바에야 ECB를 만드는게 일방적으로 독일에게 끌려가는 것보단 낫겠다는 식으로 생각이 발전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즉 유로탄생논의에는 정치적인 부분도 있지만, 경로의존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Commented by df3r4f at 2011/11/11 13:50
> "두고 봐라 언젠간 꼭 망한다"고 예언하기도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예언을 저는 아주 좋아라 합니다...만, 국외 관찰자 시점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덜 회의적이라고 드린 말씀은, 본문 마지막의 비유에 관한 것입니다. 요컨대 산 정상이 꼭 비탈에 비해 안정적 균형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물론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고 세력균형론이나 국제정치적 공리가 깔려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부분을 파악할수 없는 저로서는 비약적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링크해주신 글 감사합니다. 특히 Wyplosz의 글은 가능한한 빨리 읽어 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13 12:11
df3r4f / 그 비유에 대해서라면 저는 산 꼭대기가 산 아래만큼 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냐는 의문은 누구나 던져볼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산중턱이 꼭대기나 아래보다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질문인 것 같은데요. 어느 쪽이십니까?
Commented by df3r4f at 2011/11/14 00:32
지점보다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말씀드린 것이므로 그 두가지 회의가 뚜렷이 구별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여깁니다. 산비탈에서 한계적으로 내려가는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던가 내려갈것이다라고 예상한다면 유로 비관론자이고 한계적으로 올라가는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거나 올라갈것이다라고 예상한다면 유로 낙관론자아닐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14 10:08
df3r4f / 그것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90년대 후반 유로가 출범하기 조금 전에, 몇몇 euro-skeptic들은 유로를 빨리 출범시키는게 낫겠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수렴기간이 길어지면서 외환투기에 대한 위험에만 길게 노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고, 그래서 (결국 유로를 만들 생각이라면 차라리) 빨리하는게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nike strategy("just do it")이라고 불렀지요. 유로가 출범한 이후에도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후발 유로가입희망국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 그리스 같은 euro-peripheral이 유로를 떠날지 말지를 놓고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씀하신 제 글의 마지막 문단은 그와 비슷하게 "just do it"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일화 at 2011/11/08 12:23
완성본을 보니 다시금 소넷님의 내공에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저야 유럽통합에 줄곧 회의적이었던 탓에 이번 위기로 정신을 못 차리면 2차, 3차 위기가 올까봐 걱정스러울 뿐이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0:05
저도 euroskeptic에 가깝습니다.
저는 유럽통합의 이상이라는 것이 상당히 엘리트층에 경도된 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정치적 사회적 엘리트일수록 유럽통합에 대한 기대나 지지가 높은 반면, 대중은 그것보다는 열의가 훨씬 적고 민족주의적인데 더 친근감을 느낀다는 것이죠. 유럽연합의 관료기구들은 국민국가 위에 올라가있는 옥상옥 구조라 지독하게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라서, 자국의 관료기구보다 이걸 더 좋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ttttt at 2011/11/08 13:14
독일이 겪은 교훈이라.. 그럴 듯 하네요.

이건 질문인데,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재정파탄이 나는 거하고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가 재정파탄이 나는 걸 비교하면 어떻게 다른가요?
Commented by asdf at 2011/11/08 14:54
미국은 캘리포니아가 파산한다면 연방정부가 어떻게든 도와 줄 가능성이 있지만

유럽은 그런 걸 도와 줄 만한 연방정부같은 기구가 없다는 거인 듯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9:01
마침 로드릭이 바로 그 주제로 글을 쓴 게 있으니 그쪽을 참고하시는게 어떨까 합니다.

http://rodrik.typepad.com/dani_rodriks_weblog/2011/11/why-is-the-bankruptcy-of-the-greek-government-different-from-the-bankruptcy-of-california.html
Commented by ttttt at 2011/11/09 20:53
아, 제목이 딱이군요. 고맙습니다. 잘 보겠습니다.
Commented by ㅇㅇ at 2011/11/08 13:30
정독했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0:3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Chriel at 2011/11/08 13:58
항상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9:0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少雪緣 at 2011/11/08 15:13
역시 18로 제후군은 호로관 메뚜기가 나타나면...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0:31
별로 통일된 대오는 아니죠. 의사결정도 복잡하고.
Commented by 게렉터 at 2011/11/08 15:56
무료로 읽기에 죄스러울만큼 재미난 글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파"스럽게 보이는 해결책은 유럽 강대국에서 돈을 푸는 대신에 이 기회에 회원국들의 경제 제도, 현황을 좀 더 긴밀하게 틀어쥘 수 있는 정책을 관철시켜서 유럽 통합을 더 강화해 나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게 될 듯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슨 "대통합 조약 체결"이나 "EU 2.0 도입" 같은 유권자에게 인상적인 구호가 되는 어떤 껀수를 정치인들이 생각해 내는 술수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예를 들어서 독일 국민들에게 "'이런이런 것'에 가입하고나면, 그리스 같은 나라에 현금을 좀 내 주게 되지만 대신에 네델란드 은행이 우리 손에 들어온다"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것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2:32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유럽연합에게 있어서는 "비온 다음에 땅이 굳어진다"는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겠지요. 다만 유럽의 모든 정치체제가 민주적이기 때문에, 독일 지도자가 자국 국민들에게 "이 거래가 우리나라에게 이렇게 이익이다"라고 설명할 경우, 그 이야기는 그리스를 위시한 다른 나라도 모두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왕조시대의 외교관처럼 노골적인 제로섬적 이익이 있음을 내세워 국왕만 잘 설득해 밀실협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식으로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안으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처럼 국민에게 대단한 친화력이 있는 탁월한 정치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루스벨트는 라디오라는 뉴미디어를 활용하며 국민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대공황의 여파가 계속되는 중에도 재선을 거듭하는 능력이 있었고, 2차대전 초기에 중립국이면서도 기묘한 비유를 들면서 국민들을 설득해 영국에게 무기대여를 해주는 재주를 부립니다. 유럽에 그에 필적하는 정치적 재능이 있는 지도자가 있다면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11/11/08 16:05
잘 읽었습니다.

결국 유럽통합을 해야 할 상황으로 계속 가게 되는 건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0:30
마지막 문단에서 적었지만 전진과 후퇴 둘 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단은 유럽인들의 것이지만요.
Commented by 이네스 at 2011/11/08 16:53
유럽에 오는 맥시코난류(미국적자)가 끊기고 블리자드가 몰아칠 상황이라 셀프로 이글루 짓고 땔깜 구해가며 겨울을 이겨내야하는데 몇몇 사람(PIIGS)들은 얼음쌓는 노가다랑 땔깜 못내겠다 배째라 하고 다른 몇몇(독일, 프랑스)은 배째보자! 하는군요.

문제는 저게 한두해 힘들게 아니란점이고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1:29
어려운 시기엔 모두가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죠. 그러나...
Commented by 천영유희 at 2011/11/08 19:31
정치적 관점에서의 해석도 흥미진진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1:52
유로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근본적으로는 정치로 판가름나는 것이다 보니까요. 그간 유로비판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하고, 유로찬성자들은 정치적인 드라이브로 시작됐지만 경제적 근거도 없는 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고 이런 정도죠.
Commented by gforce at 2011/11/08 21:12
잘 봤습니다.

'정치적 자산'의 영문표현은 적어도 미국에선 Political capital이라는 표현이 표준인 듯 하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0:17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11/11/08 23:35
사실 이 문제를 베를린의 독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유럽통합'이라는 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지금도 유로존 내에서 독일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런 비대칭적 위기를 베를린의 결정으로 해결하게 된다면 유럽연합 전체를 대표할 일종의 '중앙정부'를 장차 구성함에 있어 기존의 유럽통합을 지지했던 각 소속국 국민들이 생각하던 회원국간의 정치적 비중이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달라질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불만과 통합반대의 움직임을 생각보다 용이하게 제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제법 있어 보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0:38
1. 이건 늘 생각하는 문제지만, 유럽인들이 유럽통합을 지지하느냐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습니다. 유럽 엘리트들은 늘 통합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대중도 그러느냐 거기 헌신할 의지가 있느냐는 미지수라는 거죠.

2. 유럽이 한 나라로 발전한다면, 약소국에게 너무 유리한 현재의 정치구조는 결국은 유지될 수 없을 겁니다. 왜냐면 그것은 인구의 대표성 면에서 너무 비민주적인 구조이기 때문이죠. 약간의 유리함, 예를 들면 미국이 연방제 하에서 유지하고 있는 상원의 주 동등대표권 정도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11/11/09 16:39
1, 2번을 엮어서 생각해본다면 결국 유럽이 한 나라로 발전할 순 없다는 가능성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당장 영국만 해도 지난 대전에서 독일을 박살냈다는 점을 전국민의 자부심[..]으로 여기고 살며 이것이 정치적 결정에도 분명한 영향력을 끼쳤죠. 대륙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상호충돌의 위험성을 줄이고 경제적 발전모델을 제시한 것은 좋은 성과지만 현재의 정치구조를 개혁할만한 추진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당장 핵심이 되어야할 독일 자체가 '합중국'으로서 대외문제를 해결하는데 국내외적으로 상당히 소극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니 말이죠.
Commented by nobody at 2011/11/09 08:56
그런데 유로 발권은행인 유럽중앙은행의 정책으로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유럽중앙은행이 각국의 이해관계때문에 실질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건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09:33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인가요. 예를 들면 monetize of debt같은 건지?
원론적으로만 말하면, ECB는 1국 1중앙은행이 아니라 여러나라가 하나의 중앙은행을 공유하는 구조라서, 원래 처음 출범할 때부터 '질이 나쁜 회원국이 빚지고 중앙은행에 엉겨붙으려는 꿈을 꾸지 못하게' 구제금융을 금지하는 여러 가지 제한사항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과 관련된 것 같네요.
Commented by nobody at 2011/11/10 01:28
Krugman으로부터 읽었던 것 같은데 (이를테면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1/11/01/repost-european-inflation-targets/ ) 구제금융이 아니더라도 금융정책을 바꾼다는건데, 그 사이에 포스팅 하나 더 해주셨군요.
Commented by dear at 2011/11/09 09:42
어느 쪽이든 한 쪽이 잡고서 끌고나가지 않으면 안되겠죠.
경제위기의 위급상황에선 (꼭두각시일지라도) 위임받은 정권의 힘이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리스 여야가 더 치열하게 싸웠던 것인지도요.

콜은 서독에게도 돈을 퍼주었지만 당시 정권 내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유로에 역시 돈을 바쳤습니다.
독일이 유로 리더로서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이군요.

어떻게든 아나키는 피하고 싶은데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0:32
독일은 국내정치적으로 힘을 쓰기 힘든 어려움이 또 있으니까요. 지도자가 국민을 잘 설득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1/11/09 10:40
유럽 통합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유사이래 처음으로 주권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단일 국가를 형성하는 선례가 되었겠지만, 역시 안되는 건 이유가 있네요. 비스마르크 시대의 독일 통일조차도, 독일 민족의 오랜 염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이센의 압도적 무력과 프랑스와의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달성된 것이었으니까요.

미국이야 애초에 단일 국가로 출발했고, 건국 초기에 연방주의가 분권주의에 대해 승리를 거둔데다, 남북전쟁을 통해서 연방의 분열은 무력을 통해서라도 막아내고야 만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고, 오랜 연방 정치의 역사와 공통의 언어와 사법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유럽은...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11:31
유럽통합의 사회공학 실험은 규모도 크고 내용도 복잡하고 다른 데서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든 아주 독특한 사례죠. 최종적으로 성공으로 끝날지 실패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공에 대해서는 나름의 평가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독일-프랑스 관계를 개선해서 전쟁을 억제하고 정치적 불안정을 피했다는 것. 이것은 유럽통합운동의 초기 목표였고, 당시엔 이게 성공할지 다들 의심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공.

그리고 냉전 종식 후, 동구권 국가들의 등대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 유럽연합은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선망의 대상이고 나름의 가입기준이나 유럽이 나아갈 방향이 잘 제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공산정권 붕괴 후 동구권 국가들이 별 방황 없이 유럽연합 가입을 목표로 착실하게 정치발전을 할 수 있었다는 점.

이 두 가지 정도는 유럽통합이 궁극적으로 실패로 끝나더라도 업적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1/11/10 09:36
하긴 에마뉘엘 토드의 "제국의 몰락"을 보면 그래도 유럽의 엘리트가 미국의 엘리트보다는 낫다는 근거로 EU의 설립을 들고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해온 것만도 대단한 업적이기는 하지요.

하지만 인간 세상에 전진이나 후퇴는 있어도 현상유지는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럽합중국 건설이라는 목표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면 지금까지의 성과도 도루묵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과객 at 2011/11/09 13:44
이탈리아는 2차대전대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독일의 발목만 잡는군요.
Commented by cadpel at 2011/11/09 14:4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유로의 앞날은 암울하군요...과연 세계경제가 얼마만큼의 속도로 나빠질지 새삼스레 걱정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22:24
한 5년쯤 전엔 유로도 꽤 좋아 보였죠. 지금은 상황이 안좋으니까 또 모든게 나빠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위기를 타서 너무 비관적이 되지는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유로는 역사가 짧고 처음 겪어보는 문제가 많아 똑같은 문제를 만나더라도 달러보다는 고생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카시우스 at 2011/11/09 18:46
EU의 통합이 실패한다면 유럽이 오십년전, 백년전과 같이 다른 국가들간의 긴장이 멤돌던 시절로 돌아가게 될까요? 유럽같은 선진국 지역에서 그걸 빌미로 극우파가 득세한다면 세계 전체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것 같은데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20:30
솔직히 그런 건 예측의 영역이 아니고 찍는 겁니다. 예측은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extrapolation한 것에 약간의 직관을 더한 것인데, 그런 와일드한 변화는 맞출 방법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카시우스 at 2011/11/10 00:38
아 ;; 감사합니다. 유로 해체되면 세계 대전 시절로 돌아갈거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분이 주변에 계셔서..혹시나 해서 물어봤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10 19:06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rodrik63/English 같은 글이 그런 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분석은 전제가 있죠. '중도파'가 제 역할을 못하면 절망한 대중이 극단주의자들에게 매달릴거다. 그리고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중도파'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것이구요.
Commented by olivaw at 2011/11/09 20:35
유로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까지는 남은길이 아주 많이 남은것 같군요.
서로 지나치게 달라보여서 가능할까 회의적이 되는건 어쩔 수 없어 보이기까지 하네요;;
독일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의사와 역량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09 22:18
어떻게 보면 유럽은 대단한 일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한미FTA의 ISD나 각종 관련법안 개정 몇 개를 갖고 난리를 치지만, 걔들은 외교정책에서 조세정책까지 정말 수만 가지의 조율작업을 해놨거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신 대로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거죠.
Commented by gggg at 2011/11/10 11:55
요즘 "그리스가 디폴트 맞으면 멸망"식의 얘기가 떠도는데, 이것도 "한미FTA 하면 한국 멸망" 식의 과장이 섞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짜피 서민들이야 좀 더 살기 고달퍼지는 것 밖에 없을 듯 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Commented by 11 at 2011/11/10 19:01
한미FTA 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건 과장이 맞지만, 그리스가 디폴트되면 망하는 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디폴트 후에 그리스는 국민들이 살기 고달퍼지는 정도가 아니라 개개인의 생존 그 자체가 위협받겠죠. 그 동안 편하게 살아온 그리스인들에게는 아마 지옥이 따로 없을겁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10 19:01
문자 그대로 나라가 멸망하진 않겠죠. 국가야 기업처럼 청산되는 존재가 아니니까. 그리고 국민 개개인은 고통스럽겠죠. 그건 아마 "좀 더"라는 표현으로는 모자란 어떤 것이 아닐까요. 꼭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http://sonnet.egloos.com/3813474 정도도 각오는 해야 하지 않을지.
Commented by 11 at 2011/11/10 19:03
지금의 그리스국민이 격는 어려움이 그냥 커피라면, 디폴트 후의 그리스국민이 겪을 고통은 T.O.P라고나 할까요. 차원이 다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10 19:09
11 / 실질적인 비교는 지금과 디폴트가 아니고, 디폴트 경로를 탄 미래와 유로잔류 경로를 탄 미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로에 잔류한 미래도 지금보다는 더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요.
Commented by 11 at 2011/11/10 19:10
참고로 현재 지구상에 대표적인 디폴트 국가가 바로 북한입니다.
Commented by 11 at 2011/11/10 19:12
sonnet /동의합니다. 제 답변은 gggg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와 디폴트후를 비교한 겁니다.
Commented by gggg at 2011/11/10 19:24
sonnet/ 지역사회의 신뢰와 개인의 인성 파괴라니 씁쓸하군요. 일 좀 할 만한 젊은이들은 외국으로 내빼고 마을마다 노인네들만 뒹굴거리는 조용한 그리스가 되겠네요 -_-;
11/ 탈세하는 치과의사들이나 편하게 살지, 지금도 대부분의 그리스인들은 한국인들 못지 않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매도하지는 맙시다.
Commented by 슈르 at 2011/11/11 14:19
gggg/ 치과의사들에 대해서는 남의 일이라고 참 쉽게 말씀하시는군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리스인들 상당수는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자기 지위가 있다고 접대받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거나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서 자리를 높여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그걸 반대하는 프로페셔널은 쫓아낸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문제들 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지금도 그런 문제가 좀 있지만 옛날에는 더 심했죠. 바로 우리나라의 그런 시절의 마인드가 그리스에서는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리스의 정부가 부패했다 어쨌다 말이 많은데, 국민들은 아주 선진적인데 유독 정부만 부패했다기보다는 전반적인 마인드가 선진국답지 못하다는 게 사실일 겁니다. 그런 마인드로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편하게 산 건 맞지요. 노동시간이 짧다거나 하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Commented by gggg at 2011/11/11 17:25
슈르/ 1년에 16억원씩 벌면서 수영장 딸린 고급 주택가에 사시는데 세금은 별로 안 내시고 스위스 은행에 돈 착착 쌓으시는 분들을 왜 호의적으로 봐야 할까요. 왜 발끈하시는지 모르겠군요. 혹시 본인이 치과의사라도 되시나요. 그럼 뻘댓글 달기 전에 남의 이빨이라도 한 번 더 살피시죠 ㅋㅋㅋㅋ
그리스 국민들이 모두 일란성 쌍둥이도 아니고, 몽땅 싸잡아 국민성이 개판이라서 그모양 그꼴로 산다고 매도하는 게 세상 쉽게 사는 겁니다. 모두의 책임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죠. 남이사 죽든 말든 당신같은 자들이 신경이나 쓰나요. 그렇게 살다가 가세요.
Commented by 슈르 at 2011/11/12 04:46
gggg/ 그럼 gggg님은 그리스인이라서 함부로 매도해라 말아라 떠들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리스인 전반은 둘째치고 gggg님의 마인드가 어떤지는 아주 잘 알겠습니다.

gggg님의 논리:
그리스인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 그리스인의 마인드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똑같으며 그게 개판이라는 뜻이다.
-> 그리스인의 마인드가 개판인 것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라는 뜻이다.
-> 고로 이번 위기의 원인이 순전히 개판인 마인드 때문이라고 주장할 게 아니면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물론 gggg님이 그리스인이건 아니건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건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ggg님이 그리스인이건 아니건 gggg님의 마인드는 '평균적인 그리스인'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어차피 서민들이야 좀 더 살기 고달퍼지는 것밖에 없을 듯'하니 별 거 아니라던 사람이 "남이사 죽건 말건 당신같은 자들이 신경이나 쓰나요" 라고 악을 써 봐야 설득력이 없죠.

확실히 gggg님은 세상 참 쉽게 삽니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나쁜 놈들, 예컨대 치과의사 같은 놈들이 문제라고 매도하면 참 편하고 좋지요. 뭐든 내가 책임질 이유도 없고 내가 변해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네가 바로 그 나쁜 놈이로구나! 하고 손가락질해주면 그만이고요. 문제는 같은 세상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Commented by ttttt at 2011/11/13 12:55
gggg// 통계적으로 "좀 더 살기 고달퍼지는 것"은 숫자로는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테면 우리 나라가 내년 경제성장률 0%라고 해보죠. 올해 경제규모가 100이고, 내년 경제규모가 4%성장일 때는 104, 제로성장이면 100이라고 가정해보잔 말입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올해말 3000만원이던 연봉이 내년말에는 3120만원이 아니라 그대로 3000만원이니까 뭐, 견딜 만 하겠다는 생각을 할 지 모르지만, 내년 말에는 실업급여를 타고 있을 지도 모르죠.
그럴 때 "조금 고통"을 가볍게 얘기할 사람들은 일이 년쯤 무급휴직을 해도 백화점만 끊으면 되는 사람들일 것 같습니다. 아, 그 사람들도 "생존경쟁"이 힘들어 어렵다고 인터뷰할 것 같네요.
Commented by gggg at 2011/11/13 18:10
슈르/ 어떻게 gggg가 그리스인이고 그 마인드가 어떻다 운운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구만.
그러니까 '일부' 그리스인이 문제가 있고 그 '일부'를 특정할 수 있는데도 '모든' 그리스인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 씌울 수 있단 말인가? 그리스인은 모두 치과의사인가? 그리스인은 모두 공무원인가? 이거 '그리스인'을 '한국인'으로 바꾸면 어떨까? 그러니까 일부 한국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면 공무원은 아니지만 한국인인 슈르도 역시 연대책임을 지면서 욕 먹고 오래오래 사시겠다 이건가 ㅋㅋㅋㅋ
도대체 당신 머리 속의 '그리스인'은 뭔가? 모든 그리스인을 대표할 수 있는 평균적이고 객관적인 '그리스인' 같은 게 존재하나? '모든'과 '어떤'은 구별할 줄 아나? 초딩한테도 발릴 논리 좀 내세우지 마쇼.

"gggg님의 논리:
그리스인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이건 슈르 주장
"-> 그리스인의 마인드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똑같으며 그게 개판이라는 뜻이다." -> '모든'과 '일부'를 구별 못하는 슈르는 이런 비약이 가능할 것임. gggg의 논리와 무관.
"-> 그리스인의 마인드가 개판인 것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라는 뜻이다." -> 역시 슈르 주장
"-> 고로 이번 위기의 원인이 순전히 개판인 마인드 때문이라고 주장할 게 아니면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 슈르의 논리 비약. gggg의 논리와 무관.

"물론 gggg님이 그리스인이건 아니건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건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ggg님이 그리스인이건 아니건 gggg님의 마인드는 '평균적인 그리스인'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어차피 서민들이야 좀 더 살기 고달퍼지는 것밖에 없을 듯'하니 별 거 아니라던 사람이 "남이사 죽건 말건 당신같은 자들이 신경이나 쓰나요" 라고 악을 써 봐야 설득력이 없죠." -> 슈르도 '그리스인'은 아닌 듯 한데 뭐 '평균적인 그리스인'에 대해 쥐뿔이나 아는 게 있을지 모르겠구만. 인신공격도 뭘 알아야 이빨이 먹히지.

"확실히 gggg님은 세상 참 쉽게 삽니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나쁜 놈들, 예컨대 치과의사 같은 놈들이 문제라고 매도하면 참 편하고 좋지요. 뭐든 내가 책임질 이유도 없고 내가 변해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네가 바로 그 나쁜 놈이로구나! 하고 손가락질해주면 그만이고요. 문제는 같은 세상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 그러니까, 그리스가 저 지경이 되었으면 평소에 1년에 16억원씩 벌고 수영장 딸린 고급 주택가에 사시면서 스위스 은행 계좌에 돈을 모으시고 계시는 치과의사 양반들이 1년에 2천 시간 넘게 뼈빠지게 일하면서 공무원들 보조해주시느라 등골이 휘시는 그리스 노동자들 보다는 책임을 더 지셔야 되는 게 아닌갑쇼? 탈세하면 나빠요 좋아요? 남이 세금 덜 내서 재정이 빵꾸났는데 세금 꼬박꼬박 낸 사람들이 다 뒤집어써야 되는 거요? 슈르가 목돈 넣어둔 주식계좌가 깡통이 되면 그게 그리스 노동자들 상황보다 더 힘들까요 아닐까요?
이번 그리스 사태처럼 '나쁜 놈'을 지목하기도 좋고 책임지게 하기도 좋은 상황에서 "이건 모두의 책임이다"란 무책임한 소리나 남발하는 슈르는 세상 쉽게 사는 거에요. 물론 대한민국 정부는 슈르 같은 자의 목소리는 무시할 뿐이죠 ㅋㅋㅋㅋ
Commented by gggg at 2011/11/13 18:18
ttttt/ 님은 연봉 3천만원 쯤 받아야 '서민'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죠. 현재 가카하고 '서민'의 개념에 대해 토론 쫌 해 보셔야 겠습니다 ㅋㅋㅋㅋ
제 머리 속의 '서민'이란 그냥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에요. 반대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별로 어렵지 않고 재산이 쌓이는 사람들"을 '부자'라고 하죠. "서민이 잘 사는 세상" 같은 건 절대 오지 않습니다. "서민이 좀 덜 힘든 세상"이라면 몰라도.
Commented by ttttt at 2011/11/14 03:09
gggg// 그런 데서 딴죽을 걸 줄이야. 언급된 바로 그 논리에 의해서, 연봉 3천이 못 되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합니다. 서민은 버퍼링할 것이 없거든요. 국민소득 평균에 못 미칠수록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버퍼없이 직격당하니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좀 더 살기 고달퍼지는 것 밖에 없을 듯" 운운한 본인의 글을 다시 곱씹어보세요. 언제나 어렵게 사는 사람이 서민이라 해도, 그들이 더 어렵게 살게 됩니다. 그래, 언제나 서민은 어려웠으니까 걔들 좀 더 그래서 뭐 어때? 이게 사람이 할 말입니까.

위기가 다시 와서 -10%성장을 한다 해도 연봉 3천인 사람은 2700만 받고 1500인 사람은 1350만 받을 것 같지만, 그래서 한 달에 10만원씩만 절약하면 무난하게 살 것 같지만, 90년대 말 사람들이 그렇게 마일드하게 위기를 겪었느냐? 천만의 말씀이죠.
Commented by gggg at 2011/11/14 14:40
ttttt/ "언제나 어렵게 사는 사람이 서민이라 해도, 그들이 더 어렵게 살게 됩니다. 그래, 언제나 서민은 어려웠으니까 걔들 좀 더 그래서 뭐 어때? 이게 사람이 할 말입니까.
"
그 버퍼링할 것 없는 서민을 위해 지금 정부가 나서야 할 판국인뎁쇼. 그러니까, 저한테 분개하지 마시고 지금 죽을 판인 그리스 서민들을 위한 대안 좀 내 보시죠. 당신이 무슨 소리을 하든 어짜피 그리스 정부는 빚잔치 하고 터무니 없는 연금 및 공무원봉급 지출을 줄일 겁니다. 저는 분명히 평상시 탈세하면서 호의호식한 분들이 고통분담에 더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만. 사람이 할 말 좀 들어봅시다.
Commented by ttttt at 2011/11/15 00:17
gggg// 여기 다른 사람들이 왜 답글을 길게 다는 지 전혀 못 알아챈 모양인데,
그리스때문이 아니라 gggg님의 말때문에 그렇게 된 겁니다. "어차피 서민들" 운운..
여기서 정부에 책임을 돌릴 것이라면 그 말이 gggg님의 의견은 아닌 모양인데 그렇다면 그렇게 적어주었으면 사람들이 댓글을 길게 달 일이 없었을 겁니다.
Commented by gggg at 2011/11/15 14:42
ttttt/ 길게 덧글 다신 분들은 '나라가 디폴트 맞으면 반드시 서민이 죽어나가야 된다'는 당위론을 설파하고 계시던데, 그 근거가 참 궁금하지 않던가요. 적어도 그리스 정부는 이 상황에서 치과의사나 공무원이나 그 누가 죽어야 할 지 정도는 결정할 수 있을텐데요. 별 대안도 없으면서 남의 동네 서민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남의 일이라서 재미있는 모양이죠.
Commented by ttttt at 2011/11/11 13:13
마지막 그림을 보고 든 생각이,
공통 화폐를 유지하면서 변동 환율에 준하는 효과를 내려면 보통 어떤 정책을 펴나요?
Commented by df3r4f at 2011/11/14 00:46
원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공통의 화폐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고정환율제도입니다. 서울시의 100원이 부산시의 100원에 대해 교환가치가 변동하는 일은 생각할수 없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14 10:11
환율조정이 상대가격의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보면, 긴축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유도해야겠죠. 서울의 1만원이나 부산의 1만원이나 같은 지폐더라도, 부산지역의 임금만 5%하락하면 그 구매력은 달라질테니.
Commented by 밥상 at 2011/11/14 20:07
잘 읽고 갑니다. 그리스 사태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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