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나는 왜 글을 쓰는가(魯迅)

… 더욱이 내 글을 증오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데 그 말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혀 반응이 없는 것보다야 그래도 행복한 일이다. 세상에는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오로지 스스로 마음 편한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그저 편한 대로 놓아둘 수 없는 일이어서, 그들에게 약간은 가증스러운 것을 보여 주어 그들에게 때때로 조금은 불편을 느끼게 하고, 원래 자신의 세계도 아주 원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다. 파리는 날며 소리 내지만 사람들이 그를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 점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날며 소리 낼 수만 있다면 기어코 날며 소리내려 한다.

내 가증스러움은 종종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술을 끊고 어간유를 먹는 것은 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도리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대부분은 바로 나의 적 -그들에게 좀 점잖게 말한다 해도 적일뿐이다- 을 위해 그들의 좋은 세상에다 얼마간 결함을 남겨 주려는 것이다.

魯迅, 루쉰전집번역위원회 역, 『루쉰전집 1』. 서울: 그린비, 2010. p.28


루쉰이 십 수 년의 작가생활을 한 다음 자신의 첫 잡문집 『무덤墳』을 발간하면서 여기에 붙인 머릿말(題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나 한 사람의 힘이 보잘것없고 증오의 대상이 될지라도 나는 기어코 날아다니며 앵앵거리려 한다. 적들의 세상에 작은 결함을 남겨 주기 위해서. 글은 비수와 투창이어야 하고, 페어플레이는 뒤로 미루어야 한다던 문학의 전사다운 토로라 하겠다.
by sonnet | 2011/10/14 08:18 | 한마디 | 트랙백 | 덧글(13)
트랙백 주소 : http://sonnet.egloos.com/tb/463419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rumic71 at 2011/10/14 08:24
악플의 기원...
Commented by M-5 at 2011/10/14 08:26
소크라테스가 했던 '아테네의 등애' 발언이 생각납니다.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11/10/14 10:47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라는 속담도 있죠(응?)
>외부로부터의 마찰로부터 마음가짐을 다듬는다라는 느낌이 드는 글이군요.
Commented by rururara at 2011/10/14 12:32
파리로 보는 세상!
Commented by 瑞菜 at 2011/10/14 13:19
이것이_대륙의_문호.hwp
Commented by ttttt at 2011/10/14 13:40
"내 가증스러움은 종종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이러면서 전혀 안 바꾸고 민폐를 주는 인간이 옆에 있으면 때려주고 싶던데...
Commented by Annihilator at 2011/10/14 16:35
과연 문학전사다운 글이군요
Commented by 액시움 at 2011/10/14 19:49
실로 키보드 워리어의 신앙고백문이라 할 만하군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11/10/14 20:27
뭔가 '오기'가 느껴지는군요.
Commented by 삼천포 at 2011/10/15 02:39
키보드 워리어...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7 06:20
네. 사실 그가 컴퓨터가 있던 시대를 살았으면 키배로 날을 지새웠을 겁니다. 루쉰의 소설은 작가활동 초창기에 집중되어 있고 후반으로 가면 잡문만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전업 키배꾼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죠.
Commented by 에이브 at 2011/10/16 21:18
'적'이 계속 garr@나 편익 히@로 대치되어 보이는것은 눈에 착각일까요;;;;;

(요즘은 통 안보이던데;; g모씨)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7 06:21
하하. 제가 글을 올린 이유라면 그런 쪽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구요.
전부터 루쉰의 키배질에 대해 한 번 포스팅을 하려고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 나온 부산물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