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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와 상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와 직접 관계가 없는 먼 나라의 사례를 드는 것은 종종 유용하다. 특히 어떤 문제가 우리 자신과 너무 깊은 관계가 있어 문제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볼 여유가 없을 때 도움이 된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기 전에 전사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신화 중 가장 오류가 심한 말. “그 나라에서는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 이 신화는 2001년 10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시작 전후에 널리 유포되었다. 언론은 수십 명에 달하는 ‘익명의’ 미국 관리들 말을 인용한 보도를 내보냈다. 미국 정보기관원들과 군인들이 돈 궤짝을 지니고 아프가니스탄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미군 피해를 줄이고 탈레반의 패배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충성심을 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 전직 CIA 지국장은 호기 있게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돈만 뿌리면 대단한 효과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충성심을 얻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돈으로는 가능하다.”

그런 말들이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실상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그 신화의 힘이 어찌나 강한지 사람들은 그에 반대되는 증거가 있어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는다. 밥 우드워드의 책을 다시 살펴보련다. 그는 북부동맹을 돈으로 움직였다는 여러 명의 미국 정부 관리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는 한 CIA 관리가 동맹의 고위 지도자에게 1백 달러짜리 돈 뭉치로 5십만 달러를 주면서 “더 많은 돈”을 약속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우드워드는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북부동맹이 카불에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북부동맹조차도.” 우드워드는 그 이유를 “남쪽의 종족들은 경쟁자들이 수도에 들어온 것을 보면 돌아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51] 사실이 그렇다면 1피트 두께의 1백 달러 뭉치 몇 개를 사용해 북부동맹을 카불에 오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2003년 12월 13일 북부동맹군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불에 입성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언제고 돈을 받는다. 그러나 돈 없이도 하려고 했던 일만 해 준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그들은 돈을 받았어도 돈 때문에 일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하려고 했던 일도 하지 않는다. 그들이 소련에 대항하는 10년간의 지하드 기간 중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여러 나라가 현금을 포함해 수십억 달러에 해당하는 무기와 봉급, 뇌물, 장비를 지원했다. 많은 미국 관리와 정치인들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우리 명령대로 움직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지하드에 나선 아프가니스탄 전사들은 우리가 무슨 소리를 떠들어대든 상관하지 않고 그런 원조 없이도 했을 일만 수행했다. 소련군을 죽이는 일은 누가 하라고 할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재정지원 규모와 상관없이 우리가 지시하거나 부탁하는 공격이나 병력 이동을 끈질기게 거부했다. 마수드와 그의 자미아트 이슬람 전사들만큼 우리 지원을 열렬히 원하면서도 정작 우리 요청을 수용하는 데는 인색했던 무장 단체도 없을 것이다.

다음 일화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고집을 나타내는 훌륭한 예가 될 것이다 1980년대 말 한 고위 외교관이 히스비 이슬라미 지도자 유니스 칼리스를 만나, 소련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으니 저항 세력의 전투를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칼리스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니오. 우리는 소련군이 떠날 때까지 그들을 죽일 것이오.” 깜짝 놀란 외교관이 이번에는 미국과 서방진영이 소련군 철수를 재촉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무자헤딘이 공격을 줄이면 외교적 압력에 한층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칼리스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나직이 말했다. “아닙니다. 소련군이 떠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죽이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들이 철수할 때까지 그들을 죽일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계속 죽이면 그들은 떠날 것입니다.

Scheuer, Michael. Imperial Hubris: Why the West Is Losing the War on Terror. 1st ed. Potomac Books Inc., 2004. (황정일 역, 『제국의 오만』. 서울: 랜덤하우스중앙, 2004, pp.88-90)


아프간 전사들을 다루는 문제는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그건 19세기의 대영제국도, 1980년대의 소련도, 그리고 지금의 미국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는 민족적으로 가깝고 탈리반의 후견자였던 파키스탄조차 그랬다. 특히 물질적 원조를 통해 이들을 통제하고 더 나아가 조종하려는 시도는 거의 언제나 실패했다.

지금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서 발을 빼기 위해 자신이 세운 아프간 정부와 반정부 무장세력 사이에 일종의 권력공유협정을 만들어 놓고 떠나려고 하지만 이 계획은 틀림없이 실패하게 되어 있다. 아프간 역사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소련군이 떠난 뒤에도 그런 노력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외부의 물질적 원조는 우리와 제휴한 세력이 싸움에서 살아남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그들이 우리 말을 잘 듣게 만들어주진 못한다. 아마 상인들은 믿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by sonnet | 2011/10/13 18:58 | 정치 | 트랙백 | 덧글(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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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adpel at 2011/10/13 19:00
타고난 본성이 다른데 끼워맞춰 해석하려다 망하는 걸 무수히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역사는 돌고 도나 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4 13:32
사람들은 자신과 이질적인 사고방식이나 세계관에 접하면 그걸 상대의 방식대로 이해하려는 대신에 자기 시각에 맞춰 재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죠. 결과는 대개 안좋지만요.
Commented by jane at 2011/10/13 19:03
북한도 마찬가지 경우로 볼 수 있겠군요. 순전히 돈으로만 제어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적나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3 19:14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좋은 예가 될겁니다. 북한은 중국의 원조를 받지만 북한이 중국 말을 잘 듣지는 않습니다.

백만 중공군이 들어와 시체로 산을 쌓으며 북한 정권을 지켜주던 바로 그 순간에도 김일성은 정권 내부의 친중파들을 숙청했습니다. 또 중국이 북한에게 개혁개방하라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습니까?
Commented by 곤충 at 2011/10/13 19:03
아프간을 잡은 3대 깡패:알렉산더-이슬람-몽골 .... 진정한 역사의 시험장일지도.
Commented by ttttt at 2011/10/14 04:59
말 듣는 놈만 남을 때까지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 케이스죠. 그거?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4 13:34
소련 같은 경우는 무자비하고 단호한 것으로 나름의 명성이 있었죠. 동유럽에서 몇 번의 개입으로 그런 명성을 쌓았고. 하지만 아프간에선 그정도로는 불충분하다는 거.
Commented by 일화 at 2011/10/13 19:30
으음... 진정한 전사들의 자세로군요. 게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딱히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고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7 06:23
우리 같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는 확실히 이질적인 데가 있죠,
Commented by KittyHawk at 2011/10/13 19:39
그야말로 늪이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4 13:35
그렇습니다. 2001년에 미국이 아프간 공격을 준비하면서 러시아의 협력을 구했을 때, 러시아가 그랬다고 하죠. "도와주긴 하겠는데... 안타깝지만 당신들은 실패할 것"이라고.
Commented by Allenait at 2011/10/13 19:49
허. 진정한 전사로군요.(...)
Commented by 腦香怪年 at 2011/10/13 19:57
사실 저 말에 대해서는 영국 측에서 (확실히 기억은 안 나지만) 멋진 변형을 있지요.
"돈으로 아프간인의 충성심을 살 수는 없다. 다만 빌릴 수 있을 뿐이다" 라고 정확한 원문을 몰라서 뉘앙스가 애매하지만 대충 저런 말인 걸로 기억합니다. (다만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 따라서 받아들이는 바가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라서요)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1/10/13 19:59
역지사지라는 말은 상대방이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서나 유용한 법이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4 13:42
맞습니다. 상인이 전사를 앞에 두고 상인의 세계관을 상대에게 투사하는 것은 자기기만이지 역지사지가 아니니까요.
Commented by 격화 at 2011/10/13 20:53
그야말로 제 갈 길 가는 사람들이군요.
고집불통인.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4 13:43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슨 독립운동을 한다든가 할 경우엔 저런 게 정말 강력합니다. 그런 활동은 객관적 정세나 유불리를 계산적으로 따지면 못하는 일이거든요.
Commented by 소드피시 at 2011/10/13 22:02
돈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군요. 우리도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할텐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델카이저 at 2011/10/14 13:18
돈 낭비는 아니죠.. 저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소련군은 그대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을 테니까..(뭐 언젠가는 나가기야 했겠습니다만.. 훨씬 시간은 오래걸렸을 것이고 말이죠..)

최소한 저들의 "일"이 우리의 목표와 일치하는 동안에는 지원은 유용합니다. 물론 그 지원의 결과 우리 의도대로 굴러가진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만 대개 현지 사정에 대해 다들 모르다보니;;;;
Commented by 소드피시 at 2011/10/14 19:35
흠. 근데 그게 일치하지 않아도 관성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으니... 인간의 합리적 의사결정능력과 학습능력에 기대할 수 밖에요.
Commented by Zelig at 2011/10/13 23:30
어제도 난장?댓글을 날렸지만, 또 생각해봐도 '전사와 상인'의 부정합성?이라는게 한국이 전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제는 아닌것같습니다. 위의 우화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버린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차원에서는 시사점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강경책'이 옳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는 부족하다는거죠.
sonnet님의 본문에서는 '강경책'이 옳다라는 뉘앙스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달리는 댓글들에서 "전사 대 전사로 붙으면 싸울수라도 있지만, 상인으로 대하다간 털릴뿐이다"라는 식의 이분법이 다수 여론?을 차지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할 수 없었던 겁니다.
'강경책'을 펴야하고, 필요조건으로서 국민들에게는 전사로서 '근성'이 요구된다라는 이야기도 가능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북외교 상의 난제가 한국민들의 호전성 고양으로 자연히 해결될 순 없는 문제로 보이구요. 좀 더 본질적이고 세부적인 전략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만, '전사'로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같습니다.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라는 말도 어찌보면 '평화를 지향하자'라는 말 못지않게 피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거죠.
Commented by at 2011/10/14 01:48
우리가 '상인'으로 대하면 북한도 저절로 '상인'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햇볕정책의 기본 전제가 틀렸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전제를 통해서 햇볕정책을 뒷받침할 수는 있으나, 그건 햇볕정책 지지자들이 하건 말건 할 일입니다.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괴상하게도 햇볕정책이 기본적으로 취해야 마땅한 대전제이고 햇볕정책에 어긋나는 주장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만 검토할 수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햇볕정책의 대전제가 무너져도 "그게 햇볕정책에 반대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나 하고 있고, "햇볕정책에 찬성하지 않으면 당연히 전쟁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인 것에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죠.

북한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돈을 바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일본이 독도 망언을 중단하게 하기 위해서 일본에 돈을 갖다바치자. 독도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돈을 안 주게 될지도 모르니까 발언을 자제하지 않겠는가." 라는 소리가 나오면 황당하겠지요? 보세요. 햇볕 정책 지지자들도 상대방이 북한이 아닌 경우에는 판단력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정말로 돈 대주는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선 한나라당에 돈을 대주는게 어떻습니까? "우리 돈이 아쉬우면 햇볕정책을 반대하지 않겠지." 라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돈 낭비겠죠. 괜히 한나라당만 좋은 일 시키게 될 뿐이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Zelig at 2011/10/14 02:24
'햇볕정책'은 이미 실행되었던 것이고, 역사적으로 '실패'했지요. 문제는 '햇볕정책'이 옳다는게 아니라, '강경'과 '햇볕'의 이분법적 논리를 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진보정당들이 대북강경론자들을 극우로 몰아가는 진영논리를 펴고 있긴 하지만, 이 자리에서 굳이 그러한 프레임 안에 갇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북한에 돈을 바친"다라는 말씀에 대해서도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가 '통일세'를 걷는다는 이야기는 사실 통일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전사적 대응'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햇볕도 또한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고, 자본이 침투한다는 '상인 외교' 방식이 먹혀들지 않았던건데,,,

그러니까, '전사적 대응'이라고 한다면, 남북통일을 포기하고 힘의 균형?을 이룸으로서 현실적으로 평화롭게 공존하겠다는 논리인지, 아니면 누구마냥 북진통일이라도 하겠다는 얘기인지 실체가 애매할 수 있다는 거죠. sonnet님의 글에서 북진통일을 주장하진 않았지만, '전쟁불사론'이라는게 그만큼 애매한 이야기이고, 본질에 접근해있지도 않다고 볼 수도 있을겁니다. 실상, 연평도가 공격받았을 때에 군의 대처가 미흡했느냐면 그렇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죠. 그리고 고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보내던 퍼포먼스도 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던 문제죠.

뭐 이런 등등의, 여러 복잡한 맥락들을 감안하여 다루어야 하는데, '냉전세력'이라느니 '친북세력'이라느니 정치적 수사가 남발하다보니 여기서까지 국민들의 '근성'에 관해서나 이야기하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사와 상인' 우화의 교훈으로 '강경론'이 옳다라는 결론은 유도될수 없구요. 좀 더 세부적인 논점들에 관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한다는 얘기지, 제가 '햇볕'이 옳았다고 주장하고 있는게 아니란겁니다.
Commented by at 2011/10/14 11:38
문제를 보는 '모델'에서 구체적인 정책 레벨로 들어어게 되면 하나의 모델이 다양한 종류의 정책을 품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만. 무엇에 대해서 문제 의식을 가지고 계신 건지 잘 모르겠군요.

여기서의 문제는 햇볕정책이 단순히 정책으로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햇볕정책을 도출하는, '진보' 측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모델 자체가 오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Zelig님의 말씀은 구체적인 정책 레벨에서 마음에 드는 정책이 먼저 나오지 않으면 문제를 바라보는 틀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말씀으로 보여서 이해하기 어렵고요.
Commented by Zelig at 2011/10/14 12:02
"구체적인 정책 레벨에서 마음에 드는 정책이 먼저 나오지 않"고는 '전사와 상인'의 우화만 놓고서 '강경'과 '햇볕'이라는 이분법적 논쟁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깁니다. 현실의 외교 주체들이 북한과 한국만 존재하는게 절대 아니죠. 미일중러 등등의 주변상인들과는 어떻게 거래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고, 북한이 과연 물질문명과는 전혀 별개의 문명권에서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죠.
저는 '햇볕'이 옳은 것이라 말한적은 한번도 없고, 단지 '상인'이 틀렸다해서 무조건 '전사'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라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는 얘기였어요. 그건 마치,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심화되었다해서 '햇볕'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우기는 꼴과 같다는 겁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1/10/14 15:59
sonnet님의 글은 상대가 전사이니 우리도 전사가 되자가 아니라 상대가 어떤 사고체계를 갖고 있는 집단인지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하자는 뜻인 것 같습니다만.(전사에 맞게 대처하자는 말이 곧 우리도 전사가 되자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지요)
Commented by at 2011/10/15 10:27
"돈을 주면 북한도 상인으로 변할 것이다" 와
"돈을 주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전사로 남을 것이다" 는
정책 자체가 아니라 정책을 구상하는 기본 바탕이 되는 틀입니다. "북한이 전사로 남을 테니까 우리도 창칼과 갑옷으로 무장하고 일기토를 벌여야 한다"라는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과 "북한은 전사로 남을 것이다"라는 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양자를 뒤섞어서 생각하시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됩니다. 범주 자체가 전혀 다른데요.

Zelig 님이 햇볕정책의 강력한 신봉자라서 "돈을 주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전사로 남을 것이다" 라는 틀 자체를 거부하기 위해 "그런 틀에서는 일기토 벌이자는 주장밖에 안 나온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동의는 당연히 안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씀은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마치 "전사인가 상인인가"를 북한을 바라보는 틀이 아니고 우리가 따라야 할 롤 모델에 대해서 말씀이라도 하는 듯이 보이는데, 그거야말로 혼동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Commented by Zelig at 2011/10/15 23:49
'전사와 상인'의 이분법적 우화 자체가 일종의 참고사항일뿐이지, '햇볕론'과 '강경책'을 양자택일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두부 자르듯이 반토막이 나지 않는 문제라는 거죠. 아프가니스탄의 사례도 언급되었지만, 북한의 역사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또 서로 다른 측면이 많이 있겠죠.

그러니까, 북한이 전사적인 측면이 강하더라도, 어느 정도 북한의 태도에는 대외적으로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의 동아시아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측면도 감안해야 합니다. 북한도 나름? 계산기를 두드리고 행동한다는 거죠. 그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무시할 순 없죠. 예컨데, 한국도 북한에 맞서 핵?을 개발해야 한다라는 설이 있는데, 한반도에 남한과 북한만 있는게 아닌거라 누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리고, '햇볕'과 '강경'이란 것도 완전히 분리될 순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햇볕' 지지자들이 내세우던 또 다른 논리는 평화를 구실?로 북한에 대한 남한의 영향력이 확보되고 나면, 훗날 북한이 '전사'적 행태를 보일 때에 남한 입장에서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확보된다는 거였죠. 그 카드가 다 사라지면 정말 그때는 국지전 이상의 보복 행위말고는 타격을 줄 수 있는게 없지만요. 그러니까, 강경책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을때까지 해볼 건 해본다는 거였죠. 결국, 북한이 저 모양으로 나오는 바람에 결국은 그 논리대로 되었다는게 또 문제지만요.

정리하자면, sonnet님의 글은 '전사와 상인'의 우화를 발상으로 외교 전략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저는 sonnet님의 글에 동의한다는 몇몇 댓글들이 "상인은 털릴뿐이다, 햇볕정책은 퍼주기만 했을 뿐 전혀 소득이 없었다" "그러므로, 강경책만이 정답이고, 이에 대해 국민들은 호전성을 길러야 한다" 라는 결론으로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던 겁니다.
Commented by at 2011/10/16 10:57
> '전사와 상인'의 이분법적 우화 자체가 일종의 참고사항일뿐이지, '햇볕론'과 '강경책'을 양자택일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참고사항이고 뭐고 애당초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전사 vs 상인은 북한(등의 대상)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한 모델이지 우리가 전사와 상인 중 어느 쪽의 행동방식을 선택할 것인지의 롤 모델이 아니란 말입니다. "북한을 '전사'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과 "우리가 '전사'로서 대처해야 한다"는 말의 차이를 모르시겠습니까?

본문에서도 그렇고 Zelig님의 댓글보다 위에 달린 댓글들도 그렇지만 우리가 전사와 상인 중 전사의 행동 양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종용한다는 글은 없습니다. 대체 어떤 글을 보고 "우리가 전사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읽고 계시는 건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설명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요.
Commented by ttttt at 2011/10/16 22:18
저번 글부터 읽어오면서 한 생각인데, 전사와 상인 비유는 본성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야 할 겁니다. 두 상징을 가지고 현상을 이해하려는 툴로써만.

그리고 Zelig님 역시 다른 분들과 반대편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계십니다. 두 쪽 다 자기 가면을 쉽게 바꿔쓸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하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상인이 언제까지 상인으로 남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상인도 상인 나름입니다. 냉정한 계산도 상인의 덕목입니다.
Commented by 하하 at 2011/10/14 01:44
그러니 전쟁이 계속 나는거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4 13:48
1960년대 정도로 돌아가 보면 지금처럼 상황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는 그게 왜 가능했는지, 그런 균형을 복원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은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주제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eigen at 2011/10/17 09:04
1960년대 정도로 돌아가 보면 지금처럼 상황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

Situation and balance of what?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8 06:46
eigen / 아프가니스탄.
Commented by ttttt at 2011/10/14 04:58
"나는 한 놈만 패..."
그런데, 저렇게 말 안 듣는 자들에게, 이태리군은 어떻게 뇌물을 주고 편안히 살았대요??
Commented by SM6 at 2011/10/14 06:22
돈을 쥐어주며 자기들을 공격해달라고 요구한게 아닐까요(?)
Commented by at 2011/10/14 11:31
돈을 줘서 머리를 숙이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돈을 주면서 머리를 숙이는 건 가능합니다...
Commented by 백선호 at 2011/10/14 09:05
10월 1일자 The Economist 기사의 첫 부분인데 인도, 파키스탄, 이란,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을 두고 벌이는 파워 게임에서 인도, 러시아, 이란은 각각 자신들이 미는 세력을 돈으로 꼬시지만 돈이 없는 파키스탄이 쓸 수 있는 카드는 탈레반같은 "crazies"들 뿐이라고 합니다 ( “Except we have no money. All we have are the crazies. So the crazies it is.” ).

CLUTCHING a glass of distinctly un-Islamic whisky, a retired senior Pakistani official explains at a drinks party in Islamabad, the capital, that his country has no choice but to support the jihadist opposition in Afghanistan. The Indians are throwing money at their own favourites in Afghanistan, he says, and the Russians and Iranians are doing the same. So Pakistan must play the game too. “Except we have no money. All we have are the crazies. So the crazies it is.”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4 13:04
재미있는 설명인데요. 파키스탄은 그 "crazies"의 등에 올라탄 결과 이제는 함부로 내릴 수도 없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문자 그대로 호랑이 등에 탄 형세.
Commented by Ya펭귄 at 2011/10/14 15:28
"돈으로 딴넘을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은 보잉747에서 스로틀레버 두 개를 쥐고 비행기 통제권을 흔들려는 시도와 같다. 나머지 스로틀레버 두 개와 조정간, 러더페달을 저넘이 쥐고 움직이는 한 747의 방향은 저넘이 통제하게 된다."

Commented by 백선호 at 2011/10/14 15:55
미국 국무부 자료를 보면 1967년 11월에 12명의 우리 특수부대가 북한으로 침투해서 북한군 사단본부를 폭파시킨 일도 있었더라구요.

1960년대는 우리도 아직 상인이 아니라 전사였던 시절같습니다.

http://history.state.gov/historicaldocuments/frus1964-68v29p1/d181

아래는 1968년 2월 20일 미국의 Cyrus Vance 특사가 (1964~1967년 국방차관, 1977~1980년 국무장관)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입니다.

With one significant exception, we placed the onus on them to raise topics for discussion. The exception concerned South Korean forays across the DMZ into the North. This information was news to most members of the Cabinet since the South Korean infiltration units are under the personal control of Minister of National Defense Kim and their activities are closely held secrets within the ROKG. We emphasized the provocative nature of these attacks, which, over the past several months, have averaged two per month. We suggested that some of the more serious North Korean incursions into the South may have been launched in retaliation for South Korean raids, in particular the November 1967 raid against a North Korean Peoples Army Divisional Headquarters. The Headquarters was apparently blown up and the twelve-man South Korean strike team exfiltrated without sustaining any casualties. We pointed out that there was no evidence that the South Korean forays had had a chastening effect on Kim Il-Sung.

(중략)

The ROKG, in turn, is organizing and training its own infiltration force, and, as noted earlier, has made a number of forays across the DMZ into North Korea. In this connection we were impressed with the thought that ethnic Koreans comprise the populations of both Koreas and that there are few “doves” or “hawks” among them; most appear to be “tigers”. It also appears true that a substantial percentage of Koreans, north and south, share a latent and compulsive desire to reunite their country.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11/10/14 16:40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파키스탄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하는 점인데, 어쩌면 파키스탄이 아프간 문제에 의도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국내외적인 문제들을 놓고 어떻게든상황을 좀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과정에서 정국이 초토화되는 방향으로 정신없이 내몰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소련의 개입 이후 파키스탄으로 몰려든 피난민+군벌들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일단 소련 상대로 지하드부터 해보자'는게 소련이 물러나기 전까지는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았을까요.
Commented by 학상 at 2011/10/14 17:52
교양으로 아프가니스탄 수업을 듣고 있는지라 정말 절절히 와닷는 설명이네요.

본문과 소넷님의 리플을 보며 저러한 '전사'적 기질은 '명분'이나 '자존심'을 제일로 두는 상무적 가치체계와 그 가치체계를 부스트 시켜줄 수 있는 '명분(혹은 이념)'이 만나면 아주 훌륭하게 개화된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맞을까요?

그리고 그 접근법을 이북과 남한에 적용해보자면, 본디 '명분'을 위시한 유교권 동아시아국가를 모태를 둔 남-북한이지만, 남한은 '전사'적 기질보다는 '상인'의 기질을 더 권장하는 '이념'을 토대로 '물질적 부'라는 새로운 상황을 구성하였고, 북한은 '유일권력하 공산주의(영구혁명론에 가까운)'를 '이념'으로 삼아 '물질적 빈곤'이라는 결과를 낳아 '전사'적 기질이 더욱 외곬화 되는 상황이되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두번째 부분의 경우 '물질적 풍요'라는 새로운 조건이 들어가는데, 이 물질적 풍요가 '전사적 기질'을 완화시키고 '리스크'를 높게 평가하는 '상인적'인 기질을 유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군요. '배부르고 등따습하면 딴생각 안한다'라는 말을 고상하게 표현한 셈인데... 미국의 도움으로 새롭게 형성된 파키스탄의 중산층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아 그리고 언제나 글은 참 유익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한동안 포스팅이 드물어서 무슨일이 있으신가 걱정할 정도로 말이지요. 읽을때마다 인식의 지평이 조금씩 넓어지는 포스팅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ttttt at 2011/10/14 23:36
"밥보다 땅끄"가 상무적이라면 상무적이긴 하네요. 이렇게 적고 보니 돌잔치분위기군요. ^^
사실 사람이라면, 자식굶기고 도박하는 놈에게 "니 자식 밥부터 먹여라"는 말에 "밥은 니가 먹여주면 돼지" 이러며 자식사주는 밥도 빼앗아 먹는 망할 놈은 매밖에 약이 없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10/14 18:41
전사와 상인이 결국 맞부닥치면, 아무리 굶고 누더기를 입고 칼도 녹슬었다 해도 전사가 상인 목을 베는 건 시간문제겠죠 ? 전사를 앞두고 상인이고자 하는 이 나라여...미리 이 나라의 관을 짜 둘 지어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11/10/14 20:32
죄송하지만 이건 오자서는 되어야 할 수 있는 말 같습니다만...
Commented by 카시우스 at 2011/10/15 10:25
좀 비약이 심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 상인이 상인의 삶과 전사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유는 독하게 전사로써 마음을 먹으면 저 거지 전사가 단칼에 목이 날아가는데 있습니다. 그 경우에 전사의 삶으로 돌아가면 잃는게 너무 많아 갈팡질팡하는거지요. 우린 얼마전까지만해도 전사 국가였고, 지금도 징병제와 국가 보안법이라는 전사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사적 전통을 유지하는 이유가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하시는건 아니겠죠?
Commented by ㅈㄴㄱㄷ at 2011/10/15 16:11
러시아와 미국에게도 관이 필요할까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10/18 12:10
러시아와 미국은 세계최강의 전사죠. 단지 부업으로 상인 일을 하는 것일 뿐.
Commented by 카시우스 at 2011/10/18 15:01
미국이 전사나라라니...미국의 의사 결정 방식을 한번이라도 보셨다면 그런 말을 못하실텐데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11/10/14 20:31
과연 미군 철수 후의 아프가니스탄은 어떻게 될련지...;;;
Commented by Real at 2011/10/14 22:40
애초에 이슬람애들 자체가 물질만능추구형태는 아니잖습니까? 물론 아프간과같은 폐쇄적인 곳이라면 특히 그렇고요. 지역적 특색에 따라서 다른것이지만요.
Commented by H-Modeler at 2011/10/17 05:08
갑자기 생각난게, 반항하는 부족들을 잔인하게 때려잡고 그 부족장들의 딸들을 미국 대통령의 측실[..................]로 데려가서 무마하는 고대식의 해결법이라면 저동네에서 통할까 하는 생각이 번쩍.


........제가 정줄 좀 많이 놨나 봅니다.[...]
Commented by eigen at 2011/10/17 09:03
Good idea if the current U.S.A. president is Clinton, not Obama. Clinton would take not just daughters, but also sisters and even wives, or maybe mothers!
Commented by 학상 at 2011/10/17 13:25
그분도 이제 심장질환덕택에 예전만 못하시답니다... 어허허
Commented by 카시우스 at 2011/11/19 20:48
이 포스팅을 제가 아는 소모임에 복사해가도 될지요^^ 두 가지 형태의 다른 접근 방식에 대해서 아주 적절한 비유같아 (지금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갈등과도 비슷해서요) 이 글이 꼭 필요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1/20 18:35
이건 사실 제 글이 아니고 남의 글 소개 같은 거라서... 알아서 이용하시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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