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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Hans Morgenthau)
모든 정치행동은 결국 악일 수밖에 없다는 비극적 현실을 인정할 때만 더하고 덜한 악을 구분하고 그중 덜한 악을 택함으로써 이 죄 많은 세상에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살 수 있다.

정치와 윤리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여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과학도, 윤리도, 정치도 아니다. 권력을 택할 것인가 선행을 택할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잘 행동하라는 것은 결국 정치적 기술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며, 그것이 곧 정치적 지혜이다. 모든 정치적 행동은 악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은 도덕적 용기이다. 현실 속에서 불가피한 행동을 취하되 그 중 해악이 가장 덜한 행동을 택하는 것은 도덕적 판단이다. 정치적 지혜와 도덕적 용기, 그리고 도덕적 판단을 조합함으로써 인간은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운명과 도덕적 운명 사이에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와 같은 조화가 불편하고 불안하며 심지어 모순적인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은 결국 허울 좋은 조화에 만족하여 인간의 삶에 따르는 비극적 모순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Morgenthau, Hans Joachim. Scientific man vs. power politics. 1st ed.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46. (김태현 역, 『과학적 인간과 권력정치』. 파주: 나남, 2010, pp.259-260).
by sonnet | 2011/10/10 07:39 | 한마디 | 트랙백 | 핑백(1)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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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11/10/11 12:02

... 오늘의 한마디(Hans Morgenthau)에 약간의 보충 모겐소의 생각은 상당부분 베버에게서 영향받은 것인데, 아래 인용문들을 보면 그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more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0 07:41
정치는 시궁창이라고들 말하지만, 냄새나는 시궁창을 손쉽게 외면하는 대신 그걸 붙들고 씨름하는 것은 도덕적 용기. 시궁창 속에 손을 넣고 뭘 집어올릴지를 결정하는 것은 도덕적 판단. 이라고 말한다면 국내정치에도 별 무리없이 적용될 듯.
Commented by Ya펭귄 at 2011/10/10 11:45
시궁창은 적어도 바로 뛰어들어서 찾아볼 수나 있지...

얼어붙은 시궁창이나 공구리로 복개한 시궁창은 일단 장작 내지는 착암기부터 빌려와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궁창은 최악의 시궁창과는 거리가 있더라는.....

Commented by RedPain at 2011/10/10 07:48
제 투표논리는 늘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할 수도 있다"였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08:33
저도 늘 그런 식입니다.
Commented by 큐베 at 2011/10/10 08:48
외면한다고 달라지는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08:26
맞는 말씀입니다. 민주정이 국민에게 주권자의 자리를 주었지만, 사실 주권자의 자리는 그렇게 만만한 자리는 아니라고나 할까.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11/10/10 08:50
역시 현실은 시궁창이야!를 외치며 시궁창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말한 사람 답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08:33
모겐소 같은 현실주의자들이 말하는 "현실은 비극일 수밖에 없다"는 명제는 불교의 일체개고와 통하는 일종의 세계관이자 근본교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freki at 2011/10/10 09:15
근데 '정치는 시궁창이야 그러므로 개새끼, 소새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도 있는듯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08:29
비난을 위한 비난을 피하자는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그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변이라면 곤란하겠죠.
Commented by 無碍子 at 2011/10/10 09:46
하수도 시스템은 인간의 발명품중 최상의 것입니다. 시궁창없는 세상 상상하기 어렵겠습니다.

시궁창 좋은 겁니다.
Commented by SKY樂 at 2011/10/10 10:56
박모 프린세스에게 해주고싶은 말이군요.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1/10/10 11:01
윗글에서 묘사된 건전한 현실주의는 정치가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지만,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이상주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상을 바라는 시민들의 압력이 작용할 때의 "현실적 선택"과 그렇지 않을 때의 "현실적 선택"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거든요. 시궁창을 직시하고도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을 만큼 강인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Commented by 르혼 at 2011/10/10 11:37
반대로 말하자면, 현실을 외면한 이상주의자의 압력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죠.

또한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상을 잃지 않으면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어렵더라도 '해야할 일'입니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내가 이 사회를 지켜야 하니까 말이죠.

강인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면, 많지 않다고 국민들을 애 다루듯 할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을 많이 키워내는 게 우선이지 싶습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1/10/10 16:19
르혼// 제게는 르혼님의 말씀이 이상주의자의 말처럼 들리는군요.

현실을 밑바닥까지 직시하면서도 이상을 간직할 만큼 강인한 사람을 많이 키워내는 것은 현실을 시궁창에서 장미화원으로 바꾸는 것 만큼은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13:32
파파라치 / "현실을 밑바닥까지 직시하면서도 이상을 간직할 만큼 강인한 사람을 많이 키워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은 지당합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엔 이상을 장기적으로 견지하는 것도 그에 맞먹게 강인한 정신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구요. 둘 다 보통 유권자가 누구나 마스터하기는 어려울 듯.

다만 마스터까지 안 가더라도 일반 유권자들이 우리의 대리인(직업정치인)이 직면하게 되는 문제의 어려움을 약간이라도 겪어보는 것은 유의미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리인을 부려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 해도 문제의 성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필요하기 때문에요. 그런 경험이 아예 없으면 이상적인 결과를 막연히 바라면서 "놈들을 될 때까지 쥐어짜면 결국은 나오기 마련"이라는 식이 되기 쉽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Allenait at 2011/10/10 11:24
하기야 외면한다고 해서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08:13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외면하면 사실 내 마음이 편한 측면은 있죠. 그리고 사회라는 게 여러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책임을 누군가에게 미룰 여지도 있구요. 청소를 해야 하는데 끝까지 버티면서 "제일 더러운 걸 못참는 놈이 치우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식으로요. 이것이 전술적으로는 꽤 영리한 방법이지만, 아무래도 도덕적으론 다소 비겁한 방법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Commented by eigen at 2011/10/11 09:06
청소를 해야 하는데 끝까지 버티면서 "제일 더러운 걸 못참는 놈이 치우지 않을까"
//

It is embedded in firmware of most people in large society.
Commented by 瑞菜 at 2011/10/10 12:11
저 아는 사람은 "최선은 차악이다."라 하더군요.
Commented by 월요일 at 2011/10/10 13:24
홉스식의 무정부적 국제정치에서의 현실주의이론가의 말이니까
너무 그대로 국내정치에 적용하면 왠지 씁쓸해질 거에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08:23
저 이야기와 매우 흡사한 이야기가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도 등장합니다. 베버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국내정치에 대한 이야기죠. 모겐소는 베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들 하는데,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Foxtrot at 2011/10/10 20:55
착한놈 되고싶으면 정치하면 안되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08:14
아울러 착한 사람은 정치를 잘 견뎌내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evans at 2011/10/10 21:33
제가 보기엔 정치적 인간과 도덕적 인간의원리적 균열을 부정하고 기존 정치권을 도덕의 이름으로 쓸어버리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더 빠른 출세와 성공을 보장하는 영리한 방법인 듯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10/11 08:22
하하. 책임을 지지 않는 입장에서 권좌를 향해 돌진해 올라갈 단계에서는 확실히.
Commented by 삼천포 at 2011/10/10 23:35
그러니깐 더러운 얘길들었다며 귀를 씻는 고사가 나오죠
Commented by 행인1 at 2011/10/10 23:49
그런데 요즘은 '외면'이 열광받는듯한 분위기라서...(오해?)
Commented by 액시움 at 2011/10/11 11:31
관심 갖는 것도 비용이 수반되는데 개개인이 정치에 관심 가져서 체감할 수 있는 효용을 얻기란 힘드니까요.
Commented by ttttt at 2011/10/12 01:19
그래서 광신도라든가 신념에 모든 걸 바친 무서운 사람들이 강한 걸 지도요.
Commented by 유월비상 at 2018/12/09 17:52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보니 정말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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