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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leaks 외교전문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

(전 CIA 모스크바지국장) 모와트 라센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했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소련에서 축출되기도 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영예에 해당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소련 정보원들과 한 수를 두면 다음 수로 맞대응하는, 한 치도 양보가 없는 체스 게임이라도 하듯 정보 수집 활동을 했으며, 한 달에 한 차례씩 KGB 요원들과 만나 보드카를 마시기도 했다.
그들은 ‘한 가지 질문’ 게임을 했다. 각기 질문 하나만을 할 수 있었고, 상대는 그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하거나, 아니면 아예 대답을 하지 않거나 하는 게임이었다. 거짓말은 규칙위반이었다. 그것은 적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가는 연습이었으며, 모와트 라센이 자신에게 정보를 줄 수십 명의 이중간첩을 만들어낸 방식이기도 했다.

Suskind, Ron., The One Percent Doctrine: Deep Inside America's Pursuit of Its Enemies Since 9/11, Simon & Schuster, 2006 (박범수 역, 『1퍼센트 독트린』, 알마, 2007, pp.91-92)


wikileaks를 통해 공개된 외교전문이란 이런 구조를 갖고 있다.

A와 B가 대화를 했다. B는 A에게 들은 이야기중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적어 본국에 보고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전문에는 A가 한 이야기는 들어 있지만, B가 A에게 해준 이야기는 대개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 소개한 '한 가지 질문 게임'처럼 이런 류의 대화란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내가 쥔 카드를 상대가 쥔 다른 카드랑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미국 외교관과 만난 우리쪽 관리들이 협상기술이 떨어져서 좋은 패를 넘기고 후진 패를 받아왔을 수는 있다. (그런지 아닌지는 미국측 관리가 본국에 보고한 내용과 한국측 관리가 본국에 보고한 내용을 맞춰봐야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정보를 넘기고 왔다고 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해석이다. 그건 한국 관리들이 수다떨 데가 없어서 미국외교관을 찾아간다는 것이나 비슷한 소리다.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점은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유용한 정보를 주어야 유용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헛소리만 넘기는 상대를 만나주는 것은 시간의 낭비이니까.
by sonnet | 2011/09/10 11:24 | 정치 | 트랙백 | 덧글(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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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1/09/10 11: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KY樂 at 2011/09/10 12:06
부부싸움에서 한쪽 말만 듣는거 같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8:49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11/09/10 12:08
중요한 요소로군요. 그런데 왜 "B가 A에게 해준 이야기" 는 빠져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때로는 그 이야기도 쓸모 있을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_tmp at 2011/09/10 15:48
B가 B'와 정보를 공유하는데 B의 행동을 기록할 필요는 별로 없는 거죠.

B가 작성하는 리포트는 B' 보라고 있는 거지 위키릭스나 혹은 인터넷 유저들 열람하라고 쓰는 게 아니니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7:38
본국에 있는 보고서의 독자가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우에는 그런 것도 포함시킵니다. 그러나 대개 본국의 독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은 상대의 이야기에 대한 것이라서요.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11/09/10 12:15
모든 일에 대가가 있는 법인데 그걸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8:47
저건 본국에 들은 이야길 중심으로 보고하는 외교전문의 특성상 그렇게 보이도록 쓰여지기 마련인데, 읽는 쪽이 이런 전문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오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안모군 at 2011/09/10 12:17
양식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보고서 형태로, 대개 주요 가치있는 발언을 인용 적시하고, 필요하다면 정황이나 맥락, 태도를 부기하는 형태로 해서 정리를 해 보고를 했겠죠. 회담 내용 전체를 보고하는 건 거의 없는 일이니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8:48
그렇죠. 공식 회담이 아니라 비공식 접촉 같은 것들에 대한 요약보고니까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09/10 12:42
하지만 평상시에도 한국 관리님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 일방적으로 정보 뺏기고 왔다는 해석이 잘 먹힐 수밖에 없는 환경입지요.
Commented by Ha-1 at 2011/09/11 12:07
전 세계 어느나라나 자기나라는 외교에서 손해를 본다고 하더군요.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게임이라는 걸 생각들을 안 하는 모양
Commented by 漁夫 at 2011/09/10 13:08
저런 게 '정상적인 정보 수집의 일환'이란 걸 잘 이해 안 하는(아니 안 하려 들거나 못 하는) 친구들이 종종 보이지요.

... 아니 내가 어느 정도 정보 안 흘리면 상대방이 주겠느냐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8:44
한 쪽이 일방적으로 떠드는 시츄에이션을 생각해 보면, 그게 일상의 대화로도 상당히 어색하다는 걸 알 수 있죠. 오히려 이쪽도 정보를 좀 흘려 주어야 내가 듣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게 되는 법.
Commented by 게드 at 2011/09/10 13:16
하지만 글로벌 호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도 없고.. OTL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11/09/10 17:26
"심각하게 제한된" 같은 묘사를 보다 보면 (상당히) 일방적으로 털렸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런데 저 사람들이 그나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는 똑똑한 사람들이라는 게 문제(...)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8:33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 wikileaks를 통해 유출된 외교전문은 한국에 관련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보고된 전문들과 폭넓게 횡으로 비교해서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본국으로 보고된 내용이 특별히 색다른가를 따져보면 됩니다.
Commented by dunkbear at 2011/09/10 13:43
결국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측이 그렇지 않은 측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당연히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쪽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
는 구조가 아닌가 봅니다. 정보가 취약한 쪽은 상대방이 흘리는 정보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해도 귀한 정보일테니까요. 반면에 정보가 많은 쪽은 약간의 정보
만 흘리고도 상대방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테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7:54
자연히 그렇게 되는데 그건 어떤 의미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죠. (그렇게라도 정보교환이 있는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Commented by KittyHawk at 2011/09/10 15:14
결국 위키리크스의 정보공개라는 것도 모든 걸 다 말해줄 순 없다는 거로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7:57
그렇습니다. 그리고 거기 담긴 내용이 꼭 다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역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골라낸 정보)를 넘겼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저렇게 수집된 정보는 다른 통로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과 교차검증해서 신뢰성을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Commented at 2011/09/10 15: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11/09/10 15:49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미국 정치학계에서는 암묵적으로 위키리크스를 레퍼런스로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열띤 토론이 있었다는군요.

그래봤자 교수들도 새로 풀리기 무섭게 다 읽어봅니다만. ㅋㅋ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7:36
예전에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털어서 만든 Documents from the U.S. Espionage Den 시리즈도 그렇게 취급했었나요?
Commented by Lucid at 2011/09/10 20:33
제가 알기로는 공식적으로 발간된 외교문서집(FRUS 같은) 이외의 루트는 원칙적으로는 레퍼런스로 쓸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시리즈에 대해서는, 공부가 부족하여 인용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군요. ^^;
Commented by 삼천포 at 2011/09/10 16:08
영화가 사람을 망쳐놓는다는 말이 백번 맞지요
Commented by 핫케익 at 2011/09/10 17:11
보통 사람들은 위키리키스 이야기를 보고,

B가 A에게 해준 특전/특권이 뭘까? 이런 생각을 하죠.

소넷님은 특전/특권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생각하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10 18:19
1. 특전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보를 넘기고 돈을 받았다든가 한다면 전형적인 정보원 포섭 과정이겠죠. 다만 제가 보기엔 wikileaks 유출 외교문서 정도를 보고 그런 가능성을 주장하긴 어려워 보입니다.(포섭된 정보원의 신원보호를 위해 특별하게 다룬다거나 하는 흔적을 볼 수 없음)

2. 기밀해제된 과거의 미국 외교문서들을 보면 김영삼이나 김대중과 같은 야당 지도자들도 미국 측과 접촉했고 미국 측은 그들과의 대화에서 얻어진 정보들을 본국에 보고했습니다. 그들의 입장은 대개 당시의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상당히 상충되며 그들이 대표하는 대안적 정치세력의 입장이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이런 국내 정치세력과의 접촉에서 미국측 혹은 한국측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관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측은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고, 한국 측도 자신들이 집권할 경우에도 반미나 친공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함으로서, 미국이 정권교체나 야당탄압 등에 대해 우리에게 유리한 입장을 표명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3. 상대의 생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설득하기 위해 정보를 선택적으로 넘기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http://www.guardian.co.uk/world/us-embassy-cables-documents/249870 사례에서 한국 측 외교관은 미국 외교관에게 북한의 미래에 대한 한국측 견해를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중국측과의 접촉에서 얻어진 정보를 들고 있습니다.

4. 주한 외국 대사관을 통해 정보가 한국쪽으로 흘러나오기도 한다는 것은 리빈 사건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http://www.dailynk.com/korean/read.php?cataId=nk00100&num=37406
Commented by 김우측 at 2011/09/10 20:25
그리고 저 외교전문이 반드시 사실일거라는 보장도 본래 없는거지요.. 쩝.
Commented by 행인1 at 2011/09/10 20:55
높으신 분들이 왜 그렇게 미국 대사관 사람들을 만나서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댔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풀리는 것 같군요.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Ha-1 at 2011/09/11 12:05
옆에서 전화통하는 걸 듣듯
Commented by 이네스 at 2011/09/11 18:41
하긴 B끼리 이야기하는데 B가 A한테 한 이야기가 있을 필요가 없군요.

다만 우리나라가 워낙 호구호구하다보니 사람들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듯 합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11/09/11 21:09
1. A라는 나라에서 A관료와 B외교관이 떠들면 주로 A의 정보가 B로 많이 쏠려가겠죠. B외교관은 그냥 정보수집원이고 고위 정보는 많이 모르고 본부 훈령이 무서워 함구를 해야할지도.

반면 B라는 나라에서 B관료와 A외교관이 떠들면 당연히 B의 정보가 A로 많이 쏠려가겠죠. 저 자리에서 교환되는 정보 못지 않게 지구 반대편에서 미국 관료들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을지가 궁금해질 수도 있겠군요.

2. 덧붙이자면, 저런 대화는 영어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 고위 외교관료들의 영어실력이 출중해도 네이티브 못 따라가죠. 영어원어민과 영어로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외국어로 이야기하면 자연스레 원어민이 더 많이 떠들게 되죠. 정보흐름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갈지 추측도 가능하겠죠.
Commented by Magneton at 2011/09/13 09:45
2. 해당하는 분야의 전문용어가 등장하고 대화의 기술이 필요해지면, 원어민과 외국인의 차이는 없는 듯 합니다. 포인트는 누가 더 능숙하냐지요.
Commented by band at 2011/09/11 23:41
오늘 MB관련 위키뉴스가 올라왔었는대 한동안 씨끄러울꺼 같더군요.

축산을 산업으로 볼것인가...1차산업을 그냥 노인내들 소일거리로 볼것인가의 시각차이는 보이기는 한대.......

MB가 딱 월금사장에 장사치지..사업가타입은 아니라는것은 확실한거 같더군요......

Commented by 지나가던과객 at 2011/09/12 06:17
sonnet님의 말씀이 맞기야 하지만, 전에 외교부 인사 비리 사건만 봐도 우리나라 외교부의 자질이 그다지 좋다는 생각이 안들어서 말입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1/09/18 10:21
미국이라고 그런 스캔들이 없을까봐요? 미국의 해외대사관 자리는 정치적 논공행상에 따라 배분되는 걸로 유명한데.
Commented by ttttt at 2011/09/18 13:52
미국 엽관제를 따라한다고 장단점도 비슷한 레벨로 맞춰간다고는 못하죠. 당선자가 가진 인재풀의 자질이 우리 나란 많이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정부때는 뜬금없이 중앙일보사 사장을 주미대사로 보냈고, 이번 정부들어선 지리학 교수를 주중대사로 보냈는데, 뭐, 나잇값이란 게 있다고는 하지만 글세요.
Commented by ttttt at 2011/09/12 22:45
저도 외교부 공무원의 자질은 안 믿기로 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터진 오역사태만 봐도.. 쩝. 말도 못하고 잘 못 알아듣고 문서 번역도 못하는 놈들이 외교을 어떻게 하겠어요? 일각에선 '그런 건 전문인력에게 제값주고 외주를 줬어야지'라고 하는데, 그것도 곱씹어보면 대책이 안 되는 게, 그렇게 나온 오역문서를 그대로 내외부에 써먹은 게 가장 전문인력일 외교부 담당공무원 아닙니까. 그 놈들이 못 알아챘다는 건 그 놈들 머릿속에 들어있는 'idea'부터가 번역이 뭐가 잘못됐는 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얘기죠. 그럼 그놈들이 협상장에서 자기들 입으로 나불댄 영어가 한국말로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하고 말했겠어요?


고객입장에서는 (예를 들어)영어못해도 아쉬운 놈이 알아듣지만
영업사원이 영어 못하면 쪽박이죠. 아니, 영업사원이면 몸이 좀 괴로우면 될 지도, 하지만 외교는?

전에도 실망한 게, 한미 FTA협상할 때 양쪽 책임자의 전력입니다. 우리쪽은 의전관이었다고.
Commented by 헌터 at 2011/09/13 00:54
sonnet님, 중국 지도부에 대한 분석글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 중국에 관한 님의 글은 못봐서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22 12:53
중국... 딱히 궁금한 주제라도 있으십니까? 요즘 중국이 다소 제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긴 한데.
Commented by categoriae at 2011/09/16 01:06
저는 모와트 라센이 한 번 축출된 이후에 다시 소련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게 더 놀랍군요. 정보업계의 세계에서는 persona non grata 같은 장치는 없는 건가 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1/09/22 12:52
그러고 보니 PNG였을 것 같은데(CIA지부장은 외교관여권을 사용하는게 정상이니), 어떻게 된 것인지 좀 더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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